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73
73
073. 복제자(Faker) (1)
“…….”
지하 3층에 앉아 핼쑥한 얼굴로 마법진을 그리고 있는 아냐를 보며 김현우는 어제 그들과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마튼 브란드.”
이미 완전히 너덜너덜해져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빙설 대신 김현우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었던 것은 배리어 덕분에 김현우의 공격을 다 받아내고도 제대로 죽지 못한 마도사였다.
아파트에 세 번 정도 갈리니 그때가 돼서야 어느 정도 정보를 풀어놓는 2번.
사실 김현우로서는 기사단에게 정보를 얻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으나, 이상하게 이놈은 다른 녀석들과는 달랐다.
다른 기사단들은 정보를 열 바에 죽음을 택하겠다는 태도였는데, 이 녀석은 자신이 진짜 죽을 것 같으니 있는 대로 정보를 불었다.
뭐, 그렇다고 정보를 전부 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몇 가지 확신할 수 있는 정보들은 얻었다.
첫 번째로, 김현우를 죽이라고 사주한 것은 아레스 길드장인 ‘마튼 브란드’다.
두 번째로, 마튼 브란드는 지금 아레스 길드 본사에 있는 것이 아닌, 어딘가의 비밀 벙커에 숨어 있다.
‘뭐, 둘 다 상관없지.’
우선 미국에 도착하기만 하면 필요한 정보는 얻을 수 있다.
어떻게?
아레스 길드를 박살 내면 된다.
물론 미국에 있는 대형 길드를 건들기 시작하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는 걸 김현우는 잘 알고 있다.
흑선우를 상대할 때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니까.
그러나-
김현우는 만지작거리고 있던 스마트폰을 꾹 눌렀다.
그와 함께 재생되는 목소리.
[우리한테 너를 암살하라고 사주한 사람은 마튼…… 마튼 브란드다.] [마튼 브란드? 그게 누군데?] [꽝!] [끄아아아악! 말하겠다! 그는 아레스 길드의 길드장이다!]-뚝.
“증거 좋고.”
김현우는 마도사를 패던 도중, 누군가 버리고 도망쳤는지 모를 스마트폰을 이용해 그의 목소리를 녹음할 수 있었다.
물론 그의 스마트폰은 이미 마도사의 창 공격을 받은 시점부터 그의 츄리닝 주머니 속에서 완전히 개 박살이 났다.
“…생각해 보니 이번이 벌써 세 번 째네.”
처음 천마를 잡으러 갔을 때도 스마트폰이 박살 났다.
그 뒤에 괴력난신을 잡을 때도 또 한 번.
그리고 지금.
“쯧.”
김현우는 짧게 혀를 차며 주웠던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물론 이 증거가 엄청난 지금부터 김현우가 벌일 일에 엄청난 면죄부를 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다, 다 그렸어요.”
김현우가 그렇게 기다린 지 얼마나 되었을까.
굉장히 피곤한 표정으로 마법진의 완성을 알린 아냐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 괜찮냐?”
“네…네. 저는 괜찮습니다….”
김현우의 말에 아냐는 굉장히 피로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고, 곧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럼, 지금 바로 이동 준비할까요?”
아냐의 말에 김현우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함께 아냐는 마법진을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보라색의 마력과 함께 가동되기 시작하는 마법진.
“위치는 아레스 길드 앞으로, 아까도 말했으니까 알지?”
“네, 알고 있어요.”
그와 함께 진한 빛을 뽐내기 시작하는 아냐의 보라색 마법진.
김현우는 그제야 떠올랐다는 듯 아냐를 향해 스마트폰을 던졌다.
“이…… 이건?”
“그거 서연이한테 전해줘라. 꼭 들고 있으라고.”
“네……! 완전가동 합니다!”
그의 말에 왠지 핼쑥한 표정인데도 묘하게 활기찬 대답을 한 그녀는 곧 마법진을 완전가동했고, 그와 함께 김현우의 시야가 하얗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하얀 점멸이 사라졌을 때,
“……?”
김현우는 자신이 어딘가로 순간이동 했다는 것을 깨닫고 시선을 돌렸다.
슬슬 회복되기 시작한 시야는 주변의 사물을 판단할 수 있게 해주었고,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김현우는 자신이 어두운 공동 안에 소환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척 보기에도 굉장히 넓어 보이는 공동.
김현우는 순간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돌아보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뭐지? 아냐가 설마…….’
배신?
김현우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든 생각.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다음 생각을 이어가려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김현우의 생각은 끊기고 말았다.
“이제야 왔군.”
한 남자 때문에.
김현우는 들리는 목소리에 곧바로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너.”
“반갑군.”
그곳에는 한 남자. 마튼 브란드가 김현우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튼 브란드?”
“오, 나를 알고 있군.”
그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김현우는 그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았다.
서양인 치고는 치켜 올라가 찢어져 있는 눈매, 그 사이로 보이는 벽안.
아무렇게나 풀어져 있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갈색 머리카락이 조금 달랐지만 분명 그는 김현우가 이곳에 오기 전 뉴스를 통해 얼굴을 확인했던 그 마튼 브란드가 맞았다.
김현우는 웃으면서 응수했다.
“알다마다.”
“그래?”
“그래, 당연히 알지. 나를 조지려고 몇 번이나 암살자를 보냈는데, 이거 어쩌나?”
오히려 나를 조지지도 못하고 자기들이 전부 뒈져 버렸는데.
김현우가 짓궂은 미소를 띠며 브란드를 도발했으나,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 그 정도야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지. 애초에 ‘기사단’이 자네를 죽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거든.”
“그래? 그런데 왜 그렇게 쓸데없는 힘을 소모하셨을까?”
응?
김현우가 묻자 그는 대답했다.
“겸사겸사 기사단도 처리할 겸. 자네의 정체에 대해서도 좀 알아봐야 했거든.”
“뭐?”
“자네의 정체 말일세. 그래, 뭐 이를테면-”
브란드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이 9계층의 ‘수호자’라는 정체 같은 것 말일세.”
브란드의 말에 김현우는 슬쩍 인상을 굳히고는 곧바로 자신의 스킬인 정보권한을 사용했다.
[확인 불가.]곧바로 김현우의 눈앞에 떠오른 확인 불가 표시.
그리고 곧 [확인 불가.]라는 로그가 김현우의 눈앞에 떠올랐다는 것은 자 앞에 서 있는 남자가 바로 ‘등반자’라는 것을 의미했다.
기사단에게서 나오는 아티팩트가 일반적인 다른 아티팩트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레스 길드와 등반자가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했었다.
허나 ‘등반자’가 아레스 길드의 길드장일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야, 설마 ‘등반자’가 아레스 길드장일 줄이야.”
마침 잘됐네.
김현우의 말에 브란드는 말했다.
“왜 그러지?”
“안 그래도 등반자도 찾아야 했고. 너도 존나 밟아 줘야 했는데 두 번 일할 거, 이왕이면 한 번 일하는 게 좋잖아?”
김현우의 물음에 그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역시 자신감은 높군. 역시 ‘등반자’를 두 명이나 막은 사람답다고 할까. 아주 자신감이 넘쳐흐르다 못해 터지는군.”
그런데 말이야-
“내가 굳이 아레스 길드 본사 쪽으로 순간이동을 하는 자네의 마력 좌표를 강제로 빼앗아 내 앞으로 데려온 이유가 무엇일 것 같나?”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을 여는 브란드.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뭐긴 뭐야, 너도 다른 새끼들처럼 자신감이 넘쳐나서 불렀겠지.”
“…뭐, 그래 어느 정도 맞기는 하지만, 내가 자네를 굳이 이곳으로 부른 이유는 ‘이곳’이 함정이기 때문이다.”
“친절하시네? 그런 것까지 전부 알려주고.”
“당연하지. 궁금한 게 있으면 전부 물어보게나, 어차피 곧 있으면 내 손에 죽을 텐데, 어지간한 건 전부 답해주지.”
“지랄하고 있네. 너도 지랄병 환자냐?”
“왜 그렇게 생각하지?”
“왜 그렇게 생각하고 자시고, 너희들은 레퍼토리가 아주 똑같거든?”
“……레퍼토리?”
“그래 새끼야.”
김현우는 비웃음을 머금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맨날 처음에 기습해서 등장하고는 아주 금방이라도 나를 죽여 버릴 수 있다는 듯 여유롭게 키득 거리다가 실제로 붙어보면 존나게 털려요. 아주 다 똑같아!”
맨처음 흑선우가 보낸 암살자부터 시작해서-
“고용했던 용병이랑, 흑선우 본인, 네가 보낸 기사단들이랑…… 그리고.”
너까지.
김현우는 브란드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입가를 비틀어 올리자 그는 김현우와 마찬가지로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래서, 자네가 보기에는 나도 비슷하게 보인다 이 말인가?”
“두말하면 입 아프지.”
김현우의 반응에 그는 재미있다는 듯 큭큭 소리가 나게 웃더니 대답했다.
“정말로?”
“입 아프게 하지 마라.”
그의 대답에 슥 하고 웃음을 브란드.
김현우는 그 말을 끝으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이형환위로 발휘된 김현우의 신형이 한순간 거대한 공동을 가로질러 브란드의 앞에 나타났고, 김현우는 곧바로 브란드의 심장을 향해 정권을 꽂아-콰가가가가각-
“오.”
“……?”
넣으려 했다.
김현우는 브란다의 바로 앞에서 무언가에 막혀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자신의 주먹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고, 곧 그의 앞에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배리어?”
“그런 저급한 마법과는 다르지.”
꽝!
그와 함께 브란드를 감싸고 있던 무엇인가가 터져 나갔다.
거대한 소리를 내며 터져 나간 배리어에 김현우는 곧바로 신형을 뒤로 젖혀 방어했고, 곧-
“!”
김현우는 자신의 주변에 떠 있는 무수한 양의 무기들을 보며 인상을 굳혔다.
검, 도, 도끼, 창, 철퇴, 단검─그 외에 그조차도 제대로 사용법을 모를 것 같은 수많은 무기가 그에게로 쏘아지기 시작했고, 김현우는 곧바로 몸을 틀어 무기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 그럼 우리 ‘수호자’에게, 다시 한번 인사를 하도록 하지.”
마튼 브란드, 아니 이제 오롯이 ‘등반자’의 모습을 갖추게 된 그는 김현우를 바라보며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그의 모습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분명 방금만 해도 정장 차림이었던 그는, 어느새 누가 봐도 찬란히 빛날 것 같은 백색의 갑옷을 입은 채, 양손에는 각각 창과 칼을 쥐고 있었다.
그 이외에도 다리에는 검은 마력을 비틀어 올리는 신발.
양 손목에도 각각 다른 형태의 보호대가 착용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그가 손가락에 끼고 있는, 보기만 해도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의 많은 반지였다.
제각각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반지는 모조리 그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끼워져 자신을 빛내고 있었다.
그런 손으로 무기를 잡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지경.
“나는 이치를 탐구하고 골자를 탐하는 자.”
그의 말에 따라 분명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무수히 많은 무기들의 그의 주변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힘이 없는 그 어느 이에게는 신물(神物)로-”
헤아릴 수도 없는 숫자들의 무기가 일제히 거대한 공동 안을 가득 채우고-
“힘이 있는 다른 이들에게는 패악(敗惡)으로 존재했다.”
공동 안을 가득 채운 무기들이 일제히 무기의 날을 김현우에게로 돌린다.
“누구에게는 없는 힘을 만들어주는 수호자 였지만-”
마치 수백, 수천 명에게 둘러싸여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그가 앞을 봤을 때, 마튼 브란드- 아니, 등반자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또 다른 이들은 나를 근본 없는 파괴자라고 칭했다. 그렇기에-”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복제자(Faker)라고 불렸지.”
그와 함께, 김현우는 자신에게로 쏟아지는 무기들을 보며 몸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