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13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13화
113 내전은 역사 속으로/사빔비의 대형 금고
13일 저녁 11시.
지금은 신문에 나타난 날로부터 이틀 전이기에 니콜라이는 그들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았다.
정부군 진영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사바나 분위기는 몽골 사막하곤 많이 다르구나. 으스스한 게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단 말이야.”
촉이 좋은 샤샤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왜 안 자고 나왔어?”
“네가 안 자는데 내가 어떻게 편하게 자냐. 여기 무슨 일 생기는 거 맞지? 반군 때문이지?”
“….”
“네가 이렇게 준비를 단단히 했을 땐 꼭 그랬거든. 8년 전에 푸틴인가 하는 사람 뒷조사 좀 해 보라고 했을 때 느낌과 비슷하단 말이야.”
8년 전이라….
새 삶을 얻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서 푸틴을 만났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는 오직 푸틴을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지.’
그 목표를 이루고 점차 유수포프 가문에 동화되어 지금까지 왔다.
니콜라이는 이제 러시아를 떠나 앙골라에서 일생일대의 적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찾아갔을 때와 기다리는 느낌은 또 달랐다.
“…8년 전의 일을 기억해?”
“다 기억하지. 너랑 코리아 갔을 때도 아직 생생하게 기억해. 그런데 정말 반군이 공격해 올까?”
“안 오면 좋겠지만 올 때를 대비해야지. 우리 목숨이 달린 일이잖아.”
“내 평생 직접 전쟁을 겪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기 오기 전에 내 아이는 만들어 놔서 그나마 다행이야.”
“예바 씨 임신했어?”
“7주 째라네.”
“이야. 축하한다.”
“축하는 이 일 끝나고 해 주라.”
둘은 높은 곳에 올라 군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
장갑차 20대 중 17대는 뒤쪽에 숨겨둔 상태에서 3대만이 전면에 배치되어 있었다.
장갑차 주변으로 러시아 군인 90명이 교대로 보초를 섰다.
니콜라이는 어둠이 내려앉은 사바나 평야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반군이 70km 안으로 들어오면 일거에 쓸어버리고 정부군과 함께 적의 본진을 친다.’
사빔비가 오면 좋겠지만 오지 않을 경우는 최대한 빨리 놈의 위치를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지만 전투기로 놈이 있는 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다.
20년 넘게 끌어온 이 내전은 이틀 사이에 모두 끝날 것이다.
한편, 저녁을 틈타 트럭으로 이동하던 선봉대 3,000명도 긴장한 모습이었다.
사람이 시뻘건 피를 내뿜으며 죽어 가는 모습은, 수많은 전투를 치른 그들조차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정부군이 거기엔 왜 가 있답니까? 거기서 전투를 치른 적은 없는데 말입니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나도 좀 그렇긴 해. 3,000명만 보내는 것도 그렇고.”
군인들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명령이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부디 이번 전투에서도 목숨을 보전하기를 마음속으로 빌 뿐이었다.
9월 13일이 다 지나갔으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니콜라이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폭풍전야, 일촉즉발.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해 버릴 것 같은 분위기.
그 긴장된 분위기를 슬며시 밀어내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위이잉~
14일 낮 두 시에 3만 대의 드론 중 5,000대가 사바나 평야를 뒤덮었다.
“이햐, 진짜 멋지다. 5,000대도 저 정돈데 3만 대가 동시에 날면 어떤 모습일까?”
샤샤뿐만 아니라 일을 하던 주민들과 러시아 군인들도 드론 부대가 하나처럼 움직이는 모습에 입을 떡 벌렸다.
“밤에 운용하는 데 익숙해졌습니까?”
“네, 러시아에 있을 때도 야간 훈련은 늘 했었습니다.”
“오후에 60km 지점에 모두 배치해 둬야 합니다.”
70km 지점까지 GNSS(위성항법시스템) 신호를 받는 말뚝이 박혀 있기에 놈들이 10km를 더 전진해 60km 지점 안으로 들어왔을 때 드론을 움직일 생각이었다.
“사전 답사도 해 놔서 문제없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도 마음을 놓으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 * *
한편, 중국의 장쩌민 주석은 비서실장의 보고에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하루 남았단 말이지?”
“네. 15일 새벽 3시에 일제히 공격한답니다.”
“새벽 3시면 모두 세상 편하게 잠들어 있을 때니 딱 좋을 때군. 사빔비는 참여한다고 하던가?”
“아닙니다. 믿을 수 있는 부하들만 보냈답니다.”
“사령관까지 갈 필욘 없겠지. 이제 하루만 기다리면 모두 끝나는 거군.”
장쩌민의 비릿한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중국과는 달리, 백악관에서는 다른 곳에 주목하고 있었다.
CIA 국장은 급히 지도를 들고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갔다.
“무슨 일입니까?”
“급히 보고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국장은 긴 테이블에 가져온 지도를 펼치고는 검지로 한 곳을 짚었다.
“여기 나미비아 해협 500km 바깥쪽으로 러시아 항공모함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나미비아 정부를 통해 알아봤는데 러시아 해군이 25일 전에 협조를 구했답니다. 나미비아 해협을 통과해 ‘기니 해협’에서 돌아 다시 블라디보스토크항에 돌아가는 거로 말입니다.”
“25일 전에?”
“네. 새로 만든 항공모함의 운항 테스트라고 합니다.”
“그런 거야 우리 해군에서도 하는 거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CIA 국장은 뭔지 모를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다.
“25일 전에 통보한 거라면 운항 테스트가 맞겠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곤 있지만 묘하게도 항공 모함이 이동하는 쪽에 앙골라가 있지 않습니까?”
“앙골라?”
“지금 세계인들의 관심이 앙골라에 쏠려 있습니다. 또, 거기에 누가 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니콜라이?”
“맞습니다. 그자가 있는 쪽과 항공모함의 이동 경로가 일치하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흐음….”
잠시 생각에 잠겼던 클린턴이 머리를 흔들었다.
“너무 예민한 거 아닙니까? 25일 전에 이미 통보한 일이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때 설마 러시아가 무슨 일을 하겠어요?”
“세계의 여론은 앙골라 내전이 빨리 끝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오? 누가 전쟁을 좋아하겠습니까.”
설령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미국은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
앞으로 두 달 후면 대선이다.
임기가 몇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앙골라에 일이 생기더라도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항공모함엔 러시아 국방부에서 최근에 만들어 낸 Su-57이라는 스텔스 전투기 15대가 실려 있습니다.”
“운항 테스트라고 하니까 전시처럼 전투기가 실려 있겠지요. 내가 보기엔 국장이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앙골라의 내전이 끝나는 건 당연히 반길 일이다.
그렇지만 그 내전이 러시아로 인해 끝난다면 말이 또 달랐다.
앙골라를 통해 러시아가 아프리카 국가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까.
CIA 국장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니콜라이가 관계된 일이라 더욱 신경이 쓰였다.
그가 가는 곳엔 항상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일이 생겼기에.
2000년 9월 15일 새벽 1시.
사빔비의 지시로 이동한 선봉대 3,000명을 실은 트럭이 니콜라이가 주둔해 있는 곳으로부터 90km까지 다가와 있었다.
“3시에 공격하기로 했으니까 90km 남은 거리면 충분하겠지?”
왼팔 카소마의 물음에 부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충분합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소음을 좀 줄여야 할 것 같으니 50km 속도로 이동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괜찮은 생각이군. 그렇게 하지. 그리고 돔바시는 이번 일에서 철저히 들러리로 만들어야 하니까 지금부터는 제일 뒤에서 따라오게 해.”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좋아. 동이 트기 전에 끝내 버려야지. 출발해!”
부르릉.
수십 대의 트럭이 구렁이가 움직이는 것처럼 소음을 최대한 줄이며 이동했다.
이때 니콜라이와 정부군들은 55km 지점에 잠복해 있었다.
“놈들이 정말 오늘 오겠습니까?”
정부군 총책임자는 니콜라이의 지시로 움직이긴 했으나 설마 하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알아냈는지.
“정확합니다. 위성으로 확인한 사실입니다. 지금 반군 세력이 거의 다 왔으니 모두 준비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잠복하기를 1시간쯤 흘렀을까.
삐이삑! 삐이삑!
GNSS(위성항법시스템) 신호가 울리며 니콜라이의 확신대로 놈들이 왔음을 알렸다.
“정말 왔습니다. 놈들이 15km 전방에서 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15분~20분 후쯤이면 시야에 들어오겠군요.”
“맞습니다.”
“드론 부대 준비시키세요.”
“네!”
다시 10여 분쯤 흘렀을 때 GNSS 신호가 울리는 간격이 더욱 빨라졌다.
놈들이 5km 전방까지 왔다는 뜻.
드론 5,000대가 잠복해 있는 딱 그 위치에 도착했다.
“시작하세요.”
“출격!”
군사용 드론 5,000대가 창공으로 떠오르며 놈들의 위 100m 지점에서 멈췄다.
이어, 고성능 폭탄을 거의 동시에 투하했다.
쾅! 쾅쾅쾅! 콰쾅!
칠흑같이 어둡던 사바나가 일순 환해졌다.
“크흑, 으으윽! 무, 무슨 일이야!”
“적의 기습입니다.”
“차 돌려! 빨리!”
그러나 카소마가 탄 트럭도 중간 부분이 박살난 상태라 움직이질 않았다.
“연료통이 터져 버렸습니다. 어서 내리십시오.”
급히 밖으로 나온 카소마는 피칠갑이 된 채 곳곳에서 기어 나오는 병사들을 보며 이를 꽈득 갈았다.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적이 안 보이잖아?”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닙니다. 트럭 대부분이 멈춰 섰습니다. 병사들도 전멸한 것 같고요.”
“어떤 무기길래 한 번에 이런 피해를….”
그때, 100여 미터 전방에서 정부군이 밀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 늦은 것 같습니다.”
총 한 번 쏘아 보지 못하고 포위되어 버렸다.
사방에서는 여전히 부하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땅을 굴렀다.
정부군은 이제 도착했는데 3,000명이나 되는 인원이 대체 뭣에 당했단 말인가?
“모두 무기를 버려라. 버리면 목숨만은 살려 준다. 빨리 버려!”
반군은 버리고 자시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멀쩡한 병사가 없을 정도라 정부군은 곳곳을 다니며 반군을 한 곳으로 모았다.
카소마도 부하들과 함께 그곳으로 끌려갔다.
니콜라이는 카소마를 보며 통역사에게 통역하게 했다.
“네가 사령관인가?”
“…그렇다.”
“묻는 말에 사실대로 대답하기만 하면 죽이진 않겠다.”
죽이진 않겠다는 말에 카소마의 눈이 빛났다.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믿고 안 믿고는 네 자유다. 사빔비가 있는 위치를 대라.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 주지.”
카소마의 옆에는 오른팔 돔바시도 허벅지가 터진 채로 쓰러져 있었다.
카소마가 입을 열려고 하자 돔바시가 고함을 질렀다.
“카소마! 안돼! 장군을 배신할 생각이냐?”
“….”
돔바시의 외침에 정부군 장교가 구둣발로 그의 아가리를 걷어차 버렸다.
“커억.”
“살고 싶으면 입 닥치고 있어.”
잠깐 돔바시를 보던 카소마가 지도의 한 지점을 짚었다.
“사빔비 장군은 여기에 있소.”
“거짓말할 생각은 버려. 병사들에게도 물어보고 대조할 테니까. 거짓말이라고 판단되면 너는 이 자리에서 바로 죽는다.”
“사실이니 확인해 보시지.”
정부군 장교는 다른 병사들에게도 일일이 물어본 후 카소마가 짚은 곳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했다.
“모함에 좌표를 전달할까요?”
“그렇게 하세요.”
“알겠습니다. 좌표 전달해.”
“네! 여기는 DR 108759. 좌표 전달한다. 전달받는 좌표에 집중 포격할 것.”
통신병이 보낸 좌표를 확인한 항공모함에서는 SU-57 스텔스 전투기 15대를 동시에 출격시켰다.
그리고 얼마 후, 먼 곳에서 붉은 불기둥이 솟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10시간 후.
사빔비가 숨어 있던 곳은 사방 300m가 움푹 패인 채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구심점이 사라진 반군은 무기를 버리며 항복을 선언했고 정부군은 그들을 완전히 포위했다.
10시간 만에 앙골라 내전이 완전히 종식된 것이다.
“사빔비가 건물 안에 있었던 게 맞습니다. 시신은 상반신이 다 타버렸는데 그나마 반지, 목걸이, 옷가지와 신발 일부가 남아 있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패잔병들은 어떻게 처리합니까?”
“모두 끌고 가야죠.”
무려 3만 명이 넘는 인원이다.
이 엄청난 인력을 밥만 먹이면서 무임금으로 다이아몬드를 채굴하게 하고 도시를 만드는 데 써먹을 생각이었다.
니콜라이는 차에 오르며 샤샤에게 물었다.
“찾았어?”
“응. 이야, 그런데 넌 금고가 있을 거란 걸 어떻게 알았냐?”
금고는 지하 2층에 있었다.
미사일에 모두 박살이 났지만 지하 2층에다가 금고가 튼튼했기에 외형은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었다.
“사빔비 정도 되는 놈이 돈이 없겠어? 아마 그 금고에 엄청난 것들이 들어 있을 거야. 크기는 얼마나 되든?”
“트럭의 30%가 찼을 정도야. 무게도 만만치 않고. 뭐가 들었을지 나도 정말 궁금하다.”
“나는 대통령 만나러 가야 하니까 네가 현장 좀 맡아.”
“금고는?”
“내가 오기 전까진 절대로 따지 마.”
그 기쁨을 다른 사람에겐 줄 순 없지.
“알았어. 안 딸게. 그런데 너 옷 좀 갈아입어야겠다. 피가 왜 이렇게 많이 묻은 거야? 어? 허벅지가 왜 그래?”
“조금 다쳤어.”
“…?”
총은 안 맞았지만 허벅지가 다치긴 했다.
실수로 넘어지는 바람에 허벅지 살이 좀 패였다.
응급처치를 해뒀기에 지금은 괜찮은 상태였다.
“병원부터 가 보자.”
“됐어. 이 정도 가지고 뭘. 너는 CNN 여기자한테 연락해서 여기 취재 좀 오라고 해.”
니콜라이가 그린 그림이 완성되려면 보여 줄 사람들에게 보여 줘야 했다.
그는 일단 앙골라 대통령에게 상황 설명을 하기 위해 이동했다.
반군 놈들은 트럭에 꾸역꾸역 실려서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향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