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32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32화
132 세계의 범죄자들은 모두 시베리아로/족장의 선물
모스크바 블랙홀 본사에 있던 니콜라이는 체첸,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공화국으로부터 부탁을 하나 받았다.
“중범죄자들을 시베리아로 보냈으면 한단 말입니까?”
-그래요. 그들은 최소 15년 형을 받은 자들이라 공화국 내부에 둬 봤자 밥만 축낼 뿐이라서요.
체첸 공화국의 두다예프 대통령이 대표로 전화했는데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도 같은 입장이었다.
“최소 15년 형을 받은 자들이면 어떤 범죄를 저지른 겁니까?”
-주로 살인, 강간, 유괴, 사기, 방화, 범죄 조직 결성 등입니다. 국내 교도소에 두기엔 인원이 너무 많아서요. 그런 놈들이 너무 편하게 지내는 것 같기도 해서 말이지요.
하긴, 그런 악질 놈들은 제대로 벌을 받아야지.
니콜라이는 흔쾌히 승낙했다.
어차피 놈들을 개조해서 가스전과 금광에서 노역을 시킬 생각이었기에 오히려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하시죠. 앞으로 공화국 중범죄자들은 모두 시베리아에서 받겠습니다.”
-운영비는 따로 보내겠어요.
운영비까지 준다면 더욱 받아야지.
이렇게 공화국 세 곳에서 시베리아로 이동한 중범죄자들의 수는 총 3,480명이나 되었다.
시설은 이미 충분했기에 이들은 맹추위에도 선배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입소했다.
“크크크, 신입들이 토실토실하게 물이 올랐군.”
“중국 놈들도 들어왔는데 당분간은 심심하진 않겠어. 흐흐.”
앞으로 시베리아 교도소는 러시아의 중범죄자들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다.
거기에, 우연이도 이런 시설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한국 대통령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시베리아에 그런 시설이 있단 말이지?”
“네, 한번 들어가면 절대로 나오지 못하는 곳이랍니다.”
“우리나라에도 중범죄자들이 많지 않던가?”
“그렇긴 합니다.”
비서실장의 말에 대통령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치 인생 수십 년간 그는 많은 보복을 받았다.
죽을 뻔한 경우도 몇 번 있었고.
하지만 그 모든 사람을 용서했다.
적을 용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그는 과감히 그렇게 했다.
‘그건 개인적인 원한이었지만 이건 다른 경우지.’
공공의 적.
국민들을 고통에 빠뜨린 놈들은 다르다.
동아시아 금융 위기 때 러시아가 요구한 것 중 ‘법 집행의 현실화’도 포함되어 있었다.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그에 합당한 형량을 반드시 부여할 것】
핵심은 이거였지만 세부적인 내용들이 많았다.
“잘됐군. 전 대통령이 이런 요구들을 모두 받아들여 준 덕분에 일을 진행하기가 아주 쉬워졌어.”
범죄와의 전쟁 이후로 조폭들이 많이 사라지긴 했어도 한국 사회엔 아직도 사회를 좀먹는 벌레들이 넘쳐났다.
또, 법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꽤 있었고.
돈만 있으면 사람을 죽여서 땅에 파묻어도 형을 살지 않았다.
사기를 당한 사람이 생활고를 버티지 못하고 자살해도 사기꾼은 수백, 수천억 원으로 떵떵거리며 잘 산다.
주식 사기꾼, 다단계 사기꾼.
종교 사기꾼, 가까운 지인 등쳐 먹는 사기꾼 등.
한국은 사기 공화국의 기틀이 점점 만들어지고 있었다.
대통령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
“우리도 중범죄자들을 시베리아로 보내는 게 어떻겠나?”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꼭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자들이 있어서 반발이 좀 있지 않겠습니까? 일테면 ‘인권위원회’ 같은 곳 말입니다.”
“그런 놈들한테 무슨 인권을 따져? 자기들 가족이 강간당하고 죽으면 그런 말이 나오겠어?”
“그렇더라도 먼저 논의해 본 후에 결정하시는 게….”
대통령도 절차를 무시할 순 없었던 터라 전문가들과 정부 인사들이 회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러시아가 받아만 준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중범죄자들은 다신 사회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지요. 러시아로 보냅시다.”
“그 흉악한 것들에게 무슨 자비를 바랍니까. 보내요. 러시아로 보내면 운영비도 훨씬 적게 듭니다.”
생각 외로 대통령의 생각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러시아에 연락해서 협조 구하고 모두 보내도록 해.”
청와대로부터 부탁을 받은 러시아 정부는 니콜라이에게 통보하고 곧바로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일정 부분의 운영비를 받는 조건으로.
여기엔 아동 성범죄, 성폭행, 상해치사 등을 수차례 저지른 ‘조둔순’도 포함되어 있었다.
대통령과 여러 사람들의 빠른 결단으로 한국에서 중범죄자들은 점점 줄게 될 것이다.
* * *
이르쿠츠크 가스전과 수호이로그 금광의 기반 시설 공사가 모두 끝났다.
두 곳 모두 시베리아의 오지에 있었고 99년 중순에 공사를 시작했다가 최근에 끝났으니 근 2년이 걸렸다.
넘치는 인력과 중장비에다가 공사비가 충분히 받쳐 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니콜라이는 샤샤와 함께 이르쿠츠크 가스전에 거의 도착했다.
이곳은 ‘한보 그룹’을 인수하면서 덤으로 얻은 것인데 여기서 수십 년간 쓰고도 남을 가스가 터졌었다.
투투투투!
헬기에서 내린 니콜라이는 가스프롬의 부사장과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6월인데도 여긴 눈이 수북하군요.”
“이곳은 6~8월이라도 기온이 1도 내외입니다. 그것 때문에 공사하느라 애를 좀 많이 먹었습니다.”
여긴 시베리아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라 공사에 필요한 것들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오죽했으면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쓸 나쁜 놈들을 모두 이 지역으로 보냈겠나.
지금은 그나마 도로가 닦였고 기반 시설들이 들어와 있어서 마을이 형성됐지만, 그전까진 사람이 살 만한 곳은 아니었다.
차를 타고 10여 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샤샤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는 처음 봤을 때 말고는 이번이 두 번째였기에.
니콜라이는 매주 보고를 받으면서 사진을 봤었다.
그랬음에도 역시 사진과 실물은 그 느낌이 크게 달랐다.
“U마트, 학교, 아파트, 관공서, 병원, 극장, 특수 비닐하우스 등 여기서 거의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그것도 최신식으로.
모스크바에 있는 건물들보다 더 잘 만들었다.
단열재에 가장 많이 신경 썼지만 건물 외적인 아름다움도 놓치지 않았다.
“마을 총인원이 얼마나 되죠?”
“35,880명입니다. 가족들과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까지 모두 포함하면요.”
외부에서 들어온 인원 중엔 벌목공으로 있다가 5년이 경과한 모범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군인들의 감시를 받으며 노동을 하고 있었으나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벌목공으로 지내는 것보단 확실히 나았다.
“중국 선원들 3,750명과 코리아에서 1,440명이 새로 보충되면서, 보고드렸듯이 5년이 지난 러시아 모범수 1,540명을 가스전과 수호이로그 금광으로 분산 배치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인원이 충분하고 앞으로도 계속 입소할 것이니 벌목공으로 쓰는 것 외에 다른 사업도 구상해 봐야 할 듯했다.
“러시아 범죄자들 속에 중국인들이 섞여도 별문제 없죠?”
“큰 문제는 없는데 러시아 범죄자들한테 매일 구타를 당합니다.”
“코리아 범죄자들은요?”
“그들도 중국 선원들을 구타하고 있습니다.”
양쪽에서 매일 얻어터지고 있는 중국 선원들.
“그 정도야 뭐.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죠.”
“앞으로도 범죄자들을 계속 받으려면 시설 확충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력은 남아도니까 건설 부사장에게 전달해서 공사 시작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가스프롬 부사장과 곳곳을 둘러본 니콜라이는 잘 마무리되어 있었기에 만족했다.
“건설 부사장이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나는군요.”
“춥지만 않으면 러시아에서도 꽤 살기 좋은 곳일 겁니다. 저도 바뀐 걸 보고 많이 놀랐을 정도니까요.”
대부분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으나 도로와 건물 주변들은 그렇지 않았다.
중앙난방의 열로 도로 아래 열판을 데우는 식으로 하던 걸 더 발전시켜 일반적인 땅 아래에도 설치했던 터라 맨땅이 많이 보였다.
거기다 이 열을 이용해 특수 비닐하우스에서도 각종 채소를 가꾸고 있었기에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게 해 두었다.
비닐하우스 규모가 워낙 커서 3만 5천여 명이라도 감당해 낼 수 있었다.
마을 외곽으로 자리를 옮긴 니콜라이는 신기한 장면을 보았다.
툰드라 지역 일부를 싹 밀고 대형 수영장 두 개가 들어선 곳 근처에 진을 치고 있는 순록 떼.
“저건 뭐죠?”
“아, 보고를 드렸어야 했는데… 툰드라를 오가며 순록을 키우는 원주민들입니다.”
“저들이 왜 여기까지 와 있는 건가요?”
대화를 주고받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순록의 생고기와 피를 마시고 있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이쪽을 빤히 보았다.
이들은 수백 년간 툰드라에서 생활해 온 토박이들이었다.
“이곳은 원래 저들이 터전을 잡고 살던 곳인데 마을이 들어서면서 외곽으로 조금 벗어나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수백 수천 km를 오가며 순록을 키워오다가 가스전 주변으로 마을이 들어서면서 이런 상황이 된 거였다.
“그러면 우리가 피해를 준 거군요?”
“땅은 우리 소유긴 하지만 그렇게 된 셈이긴 합니다.”
“그래선 안 되죠. 저 사람들 러시아어 합니까?”
“네, 족장과 몇 사람들이 합니다.”
“일단 만나 봅시다.”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정말 많다.
뿔이 하늘로 뻗은 진갈색 순록이 족히 수백, 아니 저 먼 곳에도 펼쳐져 있는 걸 보면 수천 마리는 될듯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여기 총책임자입니다.”
순록의 핏물이 묻은 작은 식칼을 든 중년이 훌쩍 넘은 것 같은 사내가 말을 받았다.
“마을 TV에서 봤던 분이시군요. 대통령의 외손자라고 하던데….”
“맞습니다.”
“저는 여기 족장입니다.”
“아, 족장님이시군요. 혹시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 싶어서 왔습니다.”
순간, 10여 개의 꼬깔 모양 게르 안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나오더니 사내의 옆과 뒤로 붙었다.
수십 명이 갑자기 쏟아져 나오자 경호원들은 주변을 빠르게 통제했다.
그 모습을 보던 니콜라이는 손을 내저었다.
“괜찮습니다. 우리 때문에 순록을 키우는 데 문제가 생기진 않았습니까?”
“어른들은 문제가 없는데 아이들이….”
족장의 시선을 따라 옮기니 어린아이부터 10살 내외의 아이들이 눈을 껌뻑이고 있었다.
“신문물을 접해서 계속 여기에 있겠다고 하는 바람에 달래느라 애를 좀 먹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이해가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이런 신문물은 충격으로 다가왔을 테니.
“듣기로는 툰드라 지역을 돌아다니긴 해도 터전은 여기라던데요?”
“그렇지요. 여기가 그나마 다른 지역에 비해 따뜻한 편이라 이곳에서 가장 오래 머뭅니다.”
“그러면 이곳 주변에 따로 집을 지어 드릴 테니 마음대로 사용하십시오.”
“…집을요?”
“네. 우리 때문에 피해를 입은 것이나 마찬가지니, 무상으로 지어 드리겠습니다.”
말을 들은 사내와 가족들의 얼굴이 아이처럼 환해졌다.
“순록은 어떻게 처분하고 있습니까?”
“내다 팔기도 하면서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지요.”
“한 마리당 얼마나 받나요?”
“2만 루블 정도 받고 있습니다.”
원화로 하면 27만 원 내외.
“이 가격이 맞는 겁니까?”
니콜라이는 이 가격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값어치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 부사장을 보았다.
그러자 부사장은 현장 소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현장 소장이 앞으로 나서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무 싸게 팔았습니다. 운송비를 고려하더라도 러시아 내에서는 보통 다섯 배에 팔립니다.”
“중간 상인들이 후려쳤단 말이군요.”
어딜 가나 중간 상인들이 문제다.
니콜라이는 마침 잘됐다 싶어서 족장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마리당 네 배를 쳐 드릴 테니 앞으로는 여기 소장님과 거래를 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집도 지어 주고 네 배씩이나요?”
“네. 제가 약속하겠습니다.”
더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게 없었기에 족장은 바로 머리를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여기에만 팔지요.”
“이 거래는 앞으로 소장님이 책임지고 처리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고기는 직원들에게 먹이고 뿔은 본사로 보내세요.”
“대표님. 그러기엔 인원 수가 워낙 많아서….”
“벌목공으로 있다가 온 사람들은 따로 국을 만들어서 주면 되잖아요. 고기는 조금만 넣고요.”
일명 한국 군대식 똥국.
범죄자들에게까지 넉넉히 먹일 생각은 없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어차피 냉동 보관이 되니까 팔려고 하는 순록은 모두 사 놓으세요.”
“네.”
족장이 들뜬 표정으로 다시 감사를 표했다.
“이제 자식들은 고생 안 해도 될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기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U마트가 있거든요. 거기 가시면 원하는 물건들은 다 있을 테니 사용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번엔 여자들과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다.
족장과 가족들은 오늘이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원 가격보다 네 배나 더 쳐준다는 말과 집까지 지어 준다는 말을 들었기에.
거기다 그 돈이면 넉넉하고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아이들도 여기서 문명의 혜택을 보게 할 수 있었고.
자신들은 순록만 잘 키우면 앞으로는 걱정이 없었다.
“저기… 순록 고기 좀 드셔 보시겠습니까?”
“미안합니다. 제가 생고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아닙니다. 고기를 굽거나 삶아서 먹기도 합니다.”
“그러면 맛을 좀 보겠습니다.”
니콜라이와 일행은 게르 안으로 들어갔다.
족장의 게르라 그런지 다른 곳보다는 몇 배나 컸다.
주변을 대충 둘러보니 딱 생존에 필요한 것들만 있다.
드넓은 툰드라를 오가야 할 테니 이러겠지만, 니콜라이와 일행들은 이런 걸 처음 봤기에 꽤 충격이었다.
잠시 후, 구수한 냄새가 나더니 밖에서 구운 고기를 들고 족장과 가족들이 들어왔다.
“한번 드셔 보십시오. 소금 간도 해서 먹을 만 하실 겁니다.”
“그럼.”
족장이 칼로 잘라준 것을 받아 씹던 니콜라이와 일행들은 눈이 점점 커졌다.
“오, 순록 고기가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습니다. 정말 맛있군요.”
순록 고기는 난생처음 먹어 봤기에 정말 새로운 맛이었다.
니콜라이는 맛있게 먹으며 느긋하게 내부를 세세히 살펴보던 중 한쪽에 수북이 쌓인 것들을 보았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거 같은데 딱 떠오르질 않는다.
‘저거 혹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니콜라이는 그곳으로 가 한 덩어리를 집어 들었다.
‘그게 맞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니콜라이가 왜 저러나? 라는 표정만 지을 뿐 계속 순록 고기를 뜯었다.
그런 니콜라이를 보며 슬며시 다가온 족장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이걸 어디서 얻었나요?”
“아, 이거요? 여기서 좀 멀긴 하지만 순록 끌고 가다 보면 이게 나오는 곳이 있습니다. 거기가 중간 지점이라 꽤 오래 머물거든요. 우리만 아는 곳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