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83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83화
183 여론을 움직이는 신/국제유가 선물투자
적을 속이려면?
열 중 아홉은 진실을 말해줘야 성공한다.
공신력 있는 곳의 발표와 반복된 정보는 적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
니콜라이는 자하르 대통령과 세르게이 후보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주었다.
“…그래서 언론을 이용해야 합니다.”
“정말 괜찮겠느냐? 이 문제가 언론으로 나가면 표심이 흔들릴 수도 있는데 말이야.”
“어차피 나갈 거라면 우리가 먼저 터트려서 주도권을 잡아야죠.”
자하르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저는 니콜라이가 말한 방법들이 먹혀들 것 같습니다. 야당 후보가 이걸 써먹는다고 해도 우리가 생각한 결과가 나오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될 세르게이 후보의 찬성에 대통령은 결단을 내렸다.
“알겠다. 네 의견대로 하거라.”
니콜라이는 곧바로 독일, 폴란드, 발트 3국을 흔들기 위해 CNN 기자를 초빙해 사실을 전했다.
“소비에트 연방 소속이었던 발트 3국을 EU와 NATO에 가입시키려 한 곳이 독일과 폴란드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근거는 뭔가요?”
“저는 독일, 폴란드, 발트 3국 정상들을 모두 만났습니다. 그분들과 대화를 해 보고 확신한 겁니다. 만일 독일과 폴란드가 뒤에 있지 않다면 언론을 통해 발표하십시오.”
“어떤 발표를 말인가요?”
“발트 3국에 약속한 지원은 모두 거짓이라고요.”
이 발표를 하는 순간, 발트 3국은 독일과 폴란드를 믿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거짓말로 둘러댄 거라 해도 3국으로서는, 모든 걸 걸고 두 나라를 선택한 것에 강한 두려움을 느낄 터.
“언론을 통해 세계에 이런 내용을 발표하면 우리 러시아는 독일과 폴란드가 관련되어 있지 않다는 그들의 말을 믿겠습니다.”
“독일과 폴란드가 이런 도발에 굳이 나서려 할까요?”
“나서지 않는다는 건 그걸 인정하는 게 됩니다. 두 나라가 발표하면 러시아와 발트 3국을 이간질한 적이 없다는 확실한 증거가 될 텐데 왜 나서지 못할까요?”
시청자들이 니콜라이가 의도한 대로 판단하게끔 유도하는 말이었다.
“러시아가 확신한다면 두 나라에 강력히 대응해야지 않을까요?”
“강력히 대응할 겁니다. 이건 독일과 폴란드가 러시아 영토를 뺏어간 것과 같으니까요.”
사실이 그랬다.
발트 3국이 떠나버리면 러시아의 영토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었다.
“여기서 분명히 밝히지만, 이번 일은 독일과 폴란드가 먼저 도발한 겁니다. 이후에 있을 일에 관해서는 두 나라의 정상들 책임이라는 걸 다시 한번 밝힙니다.”
두 나라의 국민에게는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
그들을 심판할 또 하나의 방법이기에.
긴 인터뷰가 끝나고 카메라는 기자를 클로즈업했다.
“보신 것처럼 러시아는 독일과 폴란드가 이번 사건의 주범이라 확신하고 있는데요. 세계평화와 사람들의 행복 추구를 우선으로 생각해온 니콜라이 경제 고문의 행보를 보자면, 그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녀는 진실만을 말할 것 같은 진지한 표정이었다.
“아픔의 역사를 딛고 다시 하나가 되려는 러시아와 발트 3국을 막는 행위가 독일과 폴란드에 어떤 이익이 되길래 이러는 것인지는 시청자분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마치 독일과 폴란드가 범인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인터뷰 영상이 CNN을 통해 세계로 나가자 독일, 폴란드, 발트 3국 정상들도 보게 되었다.
틱.
외교부 장관이 TV를 껐다.
슈뢰더 독일 총리의 잔뜩 굳은 표정이 검은 화면에 나타나면서 그는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이게 어디까지 나간 겁니까?”
“웬만한 국가에는 다 나갔습니다.”
“인터뷰를 저딴 식으로 하면 어쩌자는 거야! 이건 우리가 한 짓이라고 말한 것과 마찬가지잖아.”
어금니를 꽉 깨문 슈뢰더 총리의 볼에 근육이 잡혔다.
“이렇게 되면 우리 입장을 발표해야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말이오? 우리가 한 짓이 아니라고?”
“어떤 식으로든 발표를 해야지….”
입장을 표하지 않으면 영상에 나온 것처럼 독일이 한 짓이라고 인정하는 꼴이 되어 버리기에 바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총리의 생각은 그와 달랐다.
“이런 상황에 우리가 아니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아요? 우리와 폴란드가 나서면 여론만 더 들끓게 할 거요.”
“나서지 않으면 인정한 것이 됩니다.”
“그건 저쪽에서 말한 거지요. 우리가 인정하지 않았으면 된 거요. 사람들이 언론 발표를 100% 믿는 건 아니잖아요.”
“러시아가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니콜라이 대표의 말은 곧 자하르 대통령의 말입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영상에 분명히 나왔다.
독일과 폴란드가 러시아 영토를 뺏어간 것과 같기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세계로 나가는 인터뷰에 대놓고 했을 정도면 러시아의 입장은 분명했다.
외교부 장관은 러시아의 힘을 잘 알고 있었던 터라 입술이 바짝 말랐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여론의 관심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요.”
이슈는 새로운 이슈에 묻히는 법.
정치인들의 불법과 무능이 연예인들의 스캔들에 묻히는 것처럼.
슈뢰더 총리는 여론의 속성을 잘 알기에 잠잠해질 때까지 버티기로 했다.
그러나 슈뢰더가 놓치고 있는 게 있었으니.
여론전이라면 니콜라이를 따라올 자가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릅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
맞은 편에 앉아서 가만히 듣고 있던 비서실장도 심각함을 인지하고 조심스럽게 나섰다.
“일이 너무 커져 버렸습니다. 미국이 전쟁에 발이 묶여 있는 이때, 러시아가 도발한다면 우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니콜라이 대표가 저렇게 말한 건 두 사람같이 생각하게끔 겁을 주려는 겁니다. 국제 사회에서 자주 써먹는 ‘페이크’ 방법이지요. 저런 속임수에 당할 내가 아니에요.”
이 순간, 슈뢰더 총리의 고집이 독일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니콜라이는 사우디아라비아로 갈 전용기에 오르기 전, 데니스에게 전화를 했다.
-오, 마침 전화 잘했다.
데니스의 들뜬 목소리에 니콜라이는 전에 지시한 일이 잘 풀렸음을 직감했다.
“지분 잘 해결된 거지?”
-귀신이 따로 없네. 응 1팀장이 목숨을 걸고… 가 아니라 1주일을 협상해서 지금 사인하는 중이야.
“지분은 얼마나?”
-41.5%
“40% 이상 가져오라니까 딱 1.5% 넘긴 거야?”
-말도 마라. 더 페이스북 주인이 마크 저커버그인데, 처음엔 33% 이상은 절대로 못 팔겠다고 해서 애를 먹었어. 근데 1팀장이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1주일 후에, 41.5%까지는 팔겠다더라고.
니콜라이가 40%를 말했었지만 1팀장이 설마 이렇게 잘 해낼 줄은 뜻밖이었다.
-내가 나섰어도 이만큼은 못 받아 냈을 거야. 너도 스타트업 초기 투자에 이 정도까지 받아 낸 적은 없잖아?
그렇긴 했다.
미래를 알고 있는 니콜라이도 대부분 30% 전후였지 40%를 넘긴 적은 없었다.
그렇다는 건 1팀장의 능력이 탁월하다는 걸 의미한다.
‘결과가 있었으면 당연히 보상을 해줘야겠지.’
직장인의 행복과 즐거움에 보너스가 빠지면 섭섭하다.
“인수 금액은 얼마야?”
-1,100만 달러.
“….”
말이 없자 데니스는 너무 비싸게 샀다고 생각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무 많이 썼어?”
-1팀장 이름이 어떻게 돼?
-응? 응. 빅터(Victor, 승리자) 인데…?
니콜라이 이름의 뜻은 ‘승리하는 사람’이다.
두 사람의 이름에 ‘승리’가 들어가 있자 니콜라이는 왠지 모를 친근함을 느꼈다.
“빅터, 몇 살이야?”
-36살.
“가족 사항은?”
-결혼해서 자녀가 둘 있어.
“졸업한 학교, 이전 회사와 국적은?”
-예일대 졸업하고 ‘리먼브러더스’에 근무했는데 내가 스카우트했어. 인도 출신의 미국인이고.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서 미국으로 이민 왔거든.
이후로도 니콜라이가 이것저것 계속 물어보자 데니스는 ‘빅터’를 중요하게 쓰려는 것임을 알았다.
“1팀장을 미국 지사 총책임자로 올려.”
-뭐?
“형은 영국과 다른 나라 맡고 미국은 빅터한테 맡겨도 될 것 같네. 그런 안목이라면 앞으로도 투자할 좋은 회사들 많이 찾아낼 것 같아서.”
-36살에 블랙홀 미국 지역 팀장인 것도 대단한데, 미국 총책임자면 뭐 초고속 승진이다.
“그 사람 능력을 높게 봐서 형이 스카우트한 거 아니야?”
-뭐 그렇긴 해.
“사람을 제대로 알아본 형 눈이 대단한 거지.”
-그게 그렇게 되나?
데니스의 사람 보는 안목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과도 있는 거였다.
“그리고 지분 0.5%를 스톡옵션으로 줘. 미국에 저택도 하나 사 주고. 전에 말한 보너스는 100만 달러면 될 것 같은데 형 생각은 어때?”
-우와! 나도 좋아. 빅터, 당분간 잠 못 자겠다.
“그대로 진행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일 다 끝나면 전화할게.”
-오케이!
2014년,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알리바바’에 2,000만 달러(약 204억 원)를 투자하고 지분 34.4%를 확보했다.
그런데 지금은 회사는 다르지만, 그때보다 10년이나 앞선 2004년이다.
훗날 2조 달러(약 2,400조 원)에 육박할 ‘더 페이스북’의 지분 41.5%를 인수하는 데 쓴 금액은 고작 1,100만 달러(약 132억 원).
빅터를 업고서 100m를 뛰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진 니콜라이였다.
“참,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 좀 써야겠어.”
-어디 좋은 거 나왔구나?
“이틀 후부터 국제 유가가 갑자기 뛸 거야. 배럴당 75달러까지 가게 될 수도 있어.”
-지금 60달러 선인데 75달러까지나?
니콜라이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만나서 할 얘기를 대략 들려주었다.
-전에 선물에 넣어 뒀던 건 계속 가지고 있고 따로 진행하란 말이지?
“그건 100달러 넘을 때까지 팔지 말고 계속 가지고 있어.”
-아깝다. 진짜 그거 팔면 여태껏 투자했던 돈 한꺼번에 다 회수할 수 있는데. 유가 선물에 투자했던 거 때문에 우리 돈이 많이 말랐던 거잖아.
처음 데니스가 투자한 후로 계속 넣었던 터라 지금 팔아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을 보게 되지만, 니콜라이는 100달러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얼마나 넣을까?
“유보금의 70%까지 넣어.
-그렇게나 많이? 아, 이거 흔적 안 남기려면 페이퍼컴퍼니 엄청나게 돌려야겠구나. 널 당연히 믿지만… 이거 확실히 되는 거 맞지? 이거 만에 하나 잘못되기라도 하면….
“비행기 타야 하니까 끊어.”
전화를 끊은 데니스는 잠시 멍해 있다가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직원들을 모두 대회의실로 불러 모았다.
“방금 니콜라이 대표님의 지시 사항이 있었습니다.”
“…?”
모두 ‘갑자기 무슨 일이지?’라는 얼굴로 데니스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1팀장 빅터 앞으로 나오세요.”
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앞으로 나오자 데니스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수고했어요.”
“…?”
“대표님께서 빅터를 미국 지사 총책임자로 승진시키고 미국의 저택과 보너스 10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하셨습니다.”
“네, 네!?”
빅터의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에 데니스의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손뼉을 쳤다.
그러자 직원들도 함게 힘껏 축하의 손뼉을 쳤다.
짝! 짝! 짝!
“축하해, 1팀장.”
“축하합니다! 팀장니.”
“축하해요!”
빅터의 눈에 습기가 차며 몸이 가늘게 떨렸다
* * *
니콜라이의 방문에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국빈보다 더한 대우로 맞았다.
사우디를 완전히 바꿔준 니콜라였기에 국왕과 가족들은 니콜라이에게 깊은 애정을 표했다.
“언제 또 보나 했는데 방문해 줘서 고마워요.”
국왕과 만찬을 즐긴 후, 니콜라이는 따로 자리를 마련해 그간의 상황을 말하고 협조를 구했다.
“하하, 독일과 폴란드가 그런 짓을 했단 말이지요.”
“슈뢰더 총리가 믿게 만들려면 이 방법이 가장 좋을 것 같아서요.”
“효과는 확실하지요. 잘됐습니다. 도움을 받아 놓고도 갚을 길이 없어서 고민하던 차였는데. 니콜라이 대표가 원하는 대로 넌지시 흘려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국이 전쟁을 하고 있는 이때, 오펙(OPEC)과 러시아의 석유 감산이 언론에 흘러나가면 국제유가가 요동치겠어요. 니콜라이 대표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돈을 벌게 되겠어요. 허허. 이거 도움을 주려다 되려 다시 받는 꼴이 되어버렸어요.”
오펙과 러시아의 석유 감산.
물론, 감산을 하는 건 아니고 정말로 감산할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그러나 독일, 폴란드, 발트 3국 에게는 사실과 마찬가지로 다가갈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뚱뚱한 몸과는 달리 빠르게 움직였다.
오펙 회원국과 러시아의 석유 감산 발표가 있을 거라는 뉴스가 세계를 강타했다.
동시에 러시아에서는 다른 발표도 했는데.
“독일과 폴란드는 러시아의 영토를 뺏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행위를 했습니다. 이에 러시아는 독일, 폴란드, 발트 3국으로 이어지는 가스관을….”
30년 이래로 가장 추운 날씨로 기록된 그해의 겨울.
독일, 폴란드, 발트 3국의 정상들은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자 급히 모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