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84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84화
184 독일의 배신/배상금을 받아야죠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었던 슈뢰더 총리.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처맞고 난 후에는 멘탈이 나가버렸다.
말을 뱉으면 행동으로 옮기는 나라 러시아.
언론 발표를 한 후, 가스프롬은 곧바로 약속을 지켰다.
“이거 정말 잠그는 거 맞습니까?”
붉은색 버튼에 손을 올린 채 묻는 직원에게 가스프롬의 사장이 머리를 끄덕였다.
“시작해.”
“독일, 폴란드, 발트 3국으로 이어지는 가스관입니다. 확실한 거죠?”
“뉴스 못 봤나? 자하르 대통령이 결정한 일이야. 잠가.”
“그럼 잠그겠습니다.”
직원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둥근 모양의 붉은색 버튼을 꾸욱 눌렀다.
“후유. 눌렀, 아니… 잠갔습니다.”
독일, 폴란드, 발트 3국은 국경이 쭉 이어져 있기에 러시아로서는 실행에 옮기기가 편했다.
“이거 언제까지 잠그는 겁니까?”
“니콜라이 대표님의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이번 추위는 30년 만에 처음 있는 거라는데… 그 나라들 정말 큰일 났습니다. 비축량이 가장 많은 독일도 기껏해야 10일 치밖에 안 될 텐데 말입니다.”
독일이 러시아산 가스 비축량을 본격적으로 늘린 건 푸틴이 밸브를 처음 잠근 날 이후부터였다.
그전까지는 러시아가 밸브를 잠글 거라는 건 생각지도 않았던 터라 비축시설을 확충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때보다 10년 이상 앞선 시기라 독일의 비축시설이 수용할 수 있는 양은 10일 치가 한계.
독일로서는 비축시설에 가스를 가득 담은 것이지만 비축시설이 더 없었기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독일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폴란드는 4일 치가 다였고, 발트 3국은 고작 2일을 버틸 수 있는 양밖에 없었다.
이 2일 치도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하면서부터 준비한 것인데, 이전에는 굳이 비축량을 확보할 필요가 없었다.
“비축량이 적은 발트 3국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겠군요. 이틀을 버티고 다음 날부터는 지옥이겠습니다.”
“후후, 이틀을 버텨?”
2일 치 남은 것이나 10일 치 남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지금에서 비축량은 의미가 없다.
두려움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더 큰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법.
각국 정부가 국민들의 두려움, 불안감, 공포심을 감내할 수 있을까?
폭동은 예고되었다.
비축량의 많고 적음과는 상관없이 이 나라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터.
가스프롬의 사장은 러시아의 승리를 확신했다.
에너지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한심한 것들. 대표님을 건드리는 짓을 하다니.’
한편, 베를린에서 모임을 가진 각국 정상들은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맞이했다.
회의실 중앙 테이블 양쪽으로 각국 정상들이 침중한 표정으로 마주 앉아 있었다.
독일 총리와 폴란드 대통령이 나란히 앉았고, 건너편에서는 발트 3국 정상들이 슈뢰더 총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때, 비서실장이 회의실로 급히 들어오더니 슈뢰더 총리에게 귓속말을 했다.
표정이 급격히 굳어진 총리가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러시아가 방금…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뭐, 뭐요?”
“크흠….”
“결국 일이 이렇게….”
“하아. 끝났군.”
폴란드 총리와 발트 3국 대통령들의 한탄이 이어졌다.
회의실은 장례식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분위기가 급격히 어두워졌다.
“우린 가스 비축량이 4일 치가 답니다. 국제 유가도 벌써 75달러를 넘어섰는데, 이젠 어쩔 겁니까?”
낯빛이 하얗게 변한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에 이어 발트 3국 대통령들도 목소리가 커졌다.
“우린 이틀 치밖에 안 됩니다.”
“지금 영하 26도까지 내려갔는데 이러다간 정말 얼어 죽겠습니다.”
“대체 러시아와 어떤 말을 했길래 일이 이렇게까지 된 겁니까?”
국가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 네 나라 정상들의 목소리는 냉기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폴란드 대통령은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질렀어.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들의 두려움을 더 키우는 것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슈뢰더 총리의 표정이 그랬다.
EU와 NATO 가입을 독려할 때는 그렇게 당당하고 힘차 보이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공원에서 넋 놓고 멍하니 앉아 있는 늙은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독일이 이렇게 무능했었나?
세계 대전을 두 번이나 일으켰고 EU의 리더 격인 독일이 이런 나라였나?
네 나라 정상들은 독일의 이런 모습을 보고는 러시아를 완전히 다시 보게 되었다.
폴란드 대통령이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슈뢰더 총리에게 물었다.
“자하르 대통령과 통화는 해 봤습니까?”
“몇 번이나 해 봤지만… 받질 않더군요.”
“자하르 대통령을 대신해 니콜라이 경제 고문을 만났다지 않았습니까? 그 사람을 만나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미 전화를 했는데 할 말이 있으면 직접 오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EU의 리더 격인 독일 총리에게 직접 오라고 하다니.
그 말도 니콜라이 경제 고문이 직접 전화를 받고 한 말이 아니라 비서를 통해 전한 말이었다.
‘건방진 놈. 러시아를 믿고 나대는 모양인데 언제고 버릇을 고쳐 주마.’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은 슈뢰더 총리는 이를 갈았다.
그런 마음도 모르고 폴란드 대통령이 그를 재촉하고 나섰다.
“오라고 했으면 가야지, 지금 왜 이러고 있는 겁니까?”
“…뭐요?”
“할 말이 있으면 직접 오라고 했다면서요? 우리나라 국민들을 얼어 죽게 할 작정입니까? 대책도 없다면서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앉아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가면 발트 3국은 EU와 NATO 가입을 포기해야 합니다.”
순간, 맞은편의 3국 정상들이 슈뢰더 총리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그중 라트비아 대통령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겁니까?”
“…?”
“나라가 끝장날 판인데 EU와 NATO 가입이 무슨 소용입니까? 우린 이미 그런 생각은 접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러시아로 가십시오. 가셔서 사실을 전하고 언론에 정식으로 발표하세요.”
평소에는 슈뢰더 총리의 눈치를 봤으나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닌 터라 거세게 몰아붙였다.
에스토니아와 라투아니아 대통령들도 붉어진 얼굴로 쏘아붙였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합니다. 일을 벌인 건 독일이니, 총리께서 직접 가셔서 마무리를 지어 주세요. 우린 더 버틸 시간이 없습니다.”
“소비에트 시절 때 같은 나라였으니 다시 합쳐진다고 해도 흠이 되는 건 아니지요. 용서를 구하면 자하르 대통령도 너그러이 받아 줄 겁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도가 아니라 칼이 폐를 깊숙이 찌르고 들어오는 상황이라 한시가 급했다.
슈뢰더 총리는 비록 자신이 코너로 몰렸지만, 이들에게 이런 대우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 생각했다.
“우리 솔직해집시다. 폴란드와 발트 3국 모두 내 의견에 따른 게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잖소? 그래 놓고 모든 책임을 독일만 지라는 건 너무하는 거 아니오?”
“폴란드는 여기에 낄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분명히 총리께서 우릴 끌어들이지 않았습니까?”
“사람 속이야 모르는 법이지요.”
슈뢰더가 냉소를 보이며 차를 한 모금 마시자 폴란드 대통령이 피식 웃었다.
“총리께서 무리하게 진행한 일을 이제 와서 책임지지 않겠단 거지요? 독일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는 거였습니까?”
‘독일’이 아니라 ‘총리’ 수준을 말한 거였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말은 가려서 하시지요.”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제가 어디 강제로 가입을 권고했습니까? 결정은 결국 정상들께서 하셔 놓고 일이 틀어졌다고 모든 책임을 제게 전가하는 건 듣기에 좀 그렇습니다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잡았던 손을 빠르게 놓아 버리는 독일이었다.
다른 강대국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독일 총리의 결정은 너무 빨랐다.
가스 공급이 멈춘 상황이라 슈뢰더 총리는 결정을 빨리 내릴 수밖에 없었다.
두 나라의 책임 회피에 발트 3국 대통령들이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발끈하고 나섰다.
“우린 독일과 폴란드만 믿고 EU와 NATO에 가입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는 우리더러 책임지라고요?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보기엔 독일이나 폴란드나 하는 짓이 똑같습니다.”
“하아, 이런 나라들을 믿었다니. 러시아의 공화국이 된 곳들처럼 그냥 러시아에 편입하는 것이었는데….”
힘이 있다면 어떤 방법을 써서든 독일과 폴란드에게 책임지게 하고 싶었지만 발트 3국은 그럴 만한 힘이 없었다.
정상들은 슈뢰더 총리를 죽일 듯이 노려만 볼 뿐이었다.
그러다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총리께서 못 가겠다면 우리가 러시아에 가지요.”
“가신다면 굳이 말리진 않겠습니다만 만나진 못할 겁니다. 작정하고 자리를 피한 사람들이니까요.”
폴란드 대통령도 발트 3국과 함께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마지막으로 슈뢰더 총리에게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가스 공급이 이어지지 않으면 독일도 엄청난 타격을 입는 건 우리와 같잖아요?”
“러시아가 EU를 상대로 언제까지 겁을 줄 수 있겠어요? 조만간 협상에 응할 겁니다.”
라트비아 대통령이 머리를 흔들며 끼어들었다.
“러시아는 EU 전체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과 폴란드만 상대하는 겁니다. 다른 EU 회원국들이 가만 있는 걸 보면 모르겠습니까? 미국도 별 반응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요?”
“….”
슈뢰더 총리가 잠시 말이 없을 때, 비서실장이 다시 급히 들어와 귓속말을 했다.
“틀어 봐.”
TV가 켜지고 채널이 바뀌자 속보가 나왔다.
-러시아는 독일, 폴란드, 발트 3국으로 이어지는 가스관을 완전히 닫았습니다. 이는 그들이 먼저 도발한 것에 러시아는 대응한 것뿐임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독일은 비축량이 10일이고 폴란드는 4일, 발트 3국은 2일밖에 안 됩니다. 자국 국민들이 고통을 받지 않게 각국 정상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길 고대합니다.
각국의 가스 비축량이 전 세계에 공개되어 버렸다.
슈뢰더 총리와 정상들은 국민들이 모르게 하려고 했었는데 러시아가 밝혀 버리면서 상황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
이에 발트 3국 정상들은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폴란드 대통령도 슈뢰더 총리가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그냥 나가버렸다.
“총리님….”
비서실장의 말에 잠시 멍해 있던 총리가 정신을 차렸다.
“…국민들이 모두 알게 된 건가?”
“네. 정확한 날짜까지 나오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다시 전화 넣어 봐. 받을 때까지 계속 넣어.”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럴 게 아니라 일단 러시아에 가 보시죠. 지금은 가스 공급만 생각하십시오.”
지금은 자존심 같은 걸 챙길 때가 아니다.
“흐음… 그렇게 하지. 준비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들이 결국 러시아로 온다는 보고를 받은 자하르 대토령과 세르게이 후보는 니콜라이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들이 오면 만나봐야 하는데, 어떻게 대응하면 좋겠느냐?”
“전쟁에서 졌으면 피해 보상금을 지급해야죠.”
“그게 무슨 말이냐?”
자하르 대통령의 물음에 세르게이 후보도 머리를 갸웃했다.
“가만히 있는 우릴 자극했다가 코너에 몰린 쪽은 그들입니다. 그들이 머릴 숙인다고 해서 끝내면 안 됩니다.”
“그러면?”
“확실히 보여줘야죠. 러시아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가를요.”
설마 정말로 끝까지 가겠어?
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 가스가 정말 끊기면 어떻게 되는지 이참에 EU 국가들에게 확실히 보여 줄 참이었다.
“그리고 받아 내야죠.”
“발트 3국을 공화국으로 받아들이는 것 외에?”
“3국은 당연히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고, 독일과 폴란드로부터도 받아 내야 할 게 많습니다.”
시작은 그들이 했지만, 끝내는 건 니콜라이와 러시아가 정한다.
끝내는 방식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