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ebol that used future AI RAW - Chapter (76)
미래 인공지능으로 황제재벌기 076화
76화 생각한 것보다 많은 대가
저녁에 청와대를 방문했다.
나나 이기상 대통령에게 비공식적인 일정이었다.
그런데 잠시 청와대 경호원과 내 경호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아마 피터는 그가 내 몸수색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이는 미국 백악관에 들어갈 당시에도 그랬다.
그런 피터의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았지만, 나는 손님이기에 피터에게 적당히 하라는 말을 했다.
그제야 피터가 한발 뒤로 물러난다.
조금 오버한 감도 없지 않지만, 그 누가 최측근 경호원의 이런 행동을 싫어하겠는가?
“반갑습니다.”
두 번째 방문하자 전보다 조금 무덤덤한 느낌이다.
“반갑군요. 허허허.”
기분 좋게 웃는 이기상 대통령이었다.
TV에서는 원탁에 각계 인사가 둘러앉아 회의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 곳에서는 으레 좋은 말들이 오가고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내가 간 곳은 그런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었다.
청와대에서 조금 더 들어간 회의실이었고 원탁이 아닌 그저 직사각형 테이블이 놓여 있는 자리였다.
“한경민 씨 때문에 한일어업협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네요.”
내 공으로 돌려주는 이기상 대통령의 말에 난 손사래를 치며 이야기를 했다.
나는 대가를 받고 한 일일 뿐이다.
그렇기에 공을 나에게 돌리는 것은 맞지 않았다.
“아닙니다. 정당한 대가를 받고 하는 일일 뿐입니다.”
“대가야 댓가지만, 이게 작은 일이 아니니까요. 조만간 독도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도 또한 변경해 주기로 했으니 이제야 가슴에 맺힌 한이 풀리는 것 같군요.”
가슴까지 쓸어내리면서 말하는 이기상 대통령이었다.
미국은 해 주는 김에 화끈하게 해 준 것이다.
그게 더 마음에 드는 이기상 대통령인 것 같다.
“…….”
이번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거절도 이기상 대통령에게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중정 일보의 일은 미안하게 생각해요.”
중정 일보 때문에 조리돌림을 당한 일 때문에 사과를 건네는 이기상 대통령이었다.
정부 또한 최선을 다해 보호하려고 했지만, 레임덕과 겹치게 되고 한일어업협정에 온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대처가 미흡했던 것이다.
가장 큰 현안인 한일어업협정 개정은 그만큼 정부로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그래도 잘 처리되었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군요. 그래서 그 일 때문에 손실 본 금액 일부를 토지로 지급할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내가 한국 정부에 대가로 받을 것은 해피닉스, 외환은행, 그리고 반도체용 토지 400만 평, 소프트웨어용 토지 10만 평이었다.
모두 서울 근교거나 서울권에 있는 토지를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중정 일보 때문에 이에 맞춰 토지를 준다는 것은 공돈이 또 생긴다는 말과 같았다.
사람이 좋은 일을 하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실제로 난 손해 본 것이 없다.
중정 일보 때문에 비밀리에 언론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었다.
직접 인수했을 때보다 오히려 더 좋은 상황이 된 것이다.
“주신다면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빼지도 않고 넙죽 받겠다고 한 나였다.
“그럼 논의하도록 하죠. 해피닉스는 6월, 외환은행은 12월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6월에는 한일월드컵이 열리고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무리 없이 넘기려고 일부러 혼란스러운 시기로 정해 놓은 것 같다.
“해피닉스를 조금 앞당겼으면 합니다.”
얼마 후면 인텔이 내 품에 들어온다.
이에 맞춰 해피닉스도 정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거기에 월드컵을 이용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월드컵이 열리면 국민들은 온통 4강 진출이라는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을 것이다.
그저 해피닉스를 인수하는 것이 아닌, 국가가 모두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인수되기에 집결된 힘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다.
“그럼 언제로 생각하나요?”
“3월이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 빠듯한 시간이군요.”
앞으로 2개월이 남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해피닉스의 인수 주체를 한영으로 했으면 합니다.”
“한영이라.”
알파벳과 한영은 다른 의미다.
알파벳의 경우 완전한 외국 기업, 한영은 명목상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분류된다.
거기에 한영의 지위를 국내 기업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이기상 대통령이기에 한국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해피닉스가 마음에 걸렸는데 잘 되었군요.”
잠시 한영을 곱씹은 이기상 대통령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보다는 한국에 더 좋은 제안이라는 것을 이기상 대통령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환은행의 인수를 KM-Investment로 했으면 합니다.”
“KM-Investment요?”
아마 처음 들어보는 회사일 것이다.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다.
“우리의 미국 투자기업입니다.”
“그건······.”
실상 다른 곳을 생각한 이기상 대통령인 것 같다.
가령 AK 증권이라든지, 아니면 AK 자산운용이라든지 그런 곳 말이다.
그런데 내 입에서 갑자기 미국의 투자기업이 나오니 당황을 한 것이다.
“회사의 이름이 필요하시다면 골드만삭스가 참여할 겁니다.”
KM-Investment에 대해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한마디로 네임밸류가 형성되지도 못한 기업이란 말이다.
그런 회사가 수조 원대 은행을 인수하는 주체로는 급이 맞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금이 수백억 달러라고 해도 어려운 일이었다.
이는 정적에게 빌미만 제공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네임밸류를 형성한 골드만삭스를 끌어들이는 방법까지 생각한 나였다.
그에 대한 대가를 골드만삭스에 지급해야 할 테지만, 이게 가장 문제없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린 상황이다.
“외환은행이 완전한 외국 기업이 되겠군요.”
실제 정권을 믿지 못해서 벌이는 일이었다.
후일 외환은행을 가지고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저 문제없이 인수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뭔가 아쉬워하는 이기상 대통령이었다.
[아쉬움] [안타까움] [포기]이는 표정에서도 드러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차피 내가 아니어도 일정 시간 동안 외환은행은 외국 펀드로 넘어가게 되어 있다.
바로 그 유명한 론스타펀드였다.
미래 자료를 보면 한국인의 공분을 산 매각이었고, 먹튀라는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주범이다.
다시 마음을 다잡은 이기상 대통령은 다음 이야기를 꺼낸다.
“토지는 총 4곳입니다.”
4곳이라는 말에 어디인지 궁금했다.
정보실에 확인해 봤다면 바로 알았을 지역이지만, 그러지 않았다.
먼저 정보를 알아내면 원하는 위치로 조정할 수 있지만, 자칫 정보실이 발각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정보 수집은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하나는 서하남 부근이군요. 180만 평 규모의 토지입니다.”
그러면서 지도 하나를 건네는 이기상 대통령이었다.
그곳은 서하남 IC 부근 남단에서 이어지는 대규모 토지였다.
“주택이 있는 지역이군요.”
청와대에서 쓰는 지도라 그런지 정밀했다.
“수도권에 있는 지역 중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은 없더군요.”
공장용지로는 더없이 입지 조건이 좋은 자리였다.
그만큼 후일 노른자위 토지가 될 수 있는 지역이 바로 서하남 부근이다.
그저 부동산에 대해 모르는 나도 ‘와.’하는 탄성이 속으로 나올 정도의 지역인 것이다.
[후일 위례 신도시로 개발되는 지역이에요.]루비가 화면에 지도를 투영해 준다.
“감사합니다.”
괜히 뺄 이유가 없었다.
준다고 할 때 받아야 한다.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출혈이 너무 크다 보니 조금 외곽으로 나갈 수밖에 없더군요.”
그러면서 이기상 대통령은 지도 하나를 더 꺼냈다.
그곳은 경기도 광주시 경인천 부근이었다.
경인천을 따라 형성된 국가 소유 토지를 주겠다는 의미로 보였다.
“면적이 꽤 되는군요.”
“네, 이곳이 240만 평 정도 되더군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서 준 지역 같았다.
벌써 총면적 420만 평이 넘어가고 있었다.
처음 정부의 예정지는 알고 있었다.
후일 변경이 된다는 것을 확인 안 한 것뿐이었다.
그 지역도 나쁘지 않았고 주변 시설 또한 잘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 준 두 개의 토지는 이를 뛰어넘고 있었다.
특히 하남의 토지 180만 평은 가치가 엄청난 지역이다.
루비가 보여 준 위례 신도시의 미래 모습은 아파트로 들어차 있었다.
거기에 광주 경인천 토지도 나에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시설의 특성상 염분과 싸워야 했다.
그만큼 염분에 대한 처리가 관건이었다.
이를 해결하려면 더 많은 시설 투자비가 들어가게 된다.
“많네요.”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소프트웨어가 남아 있죠.”
처음 이기상 대통령은 4곳을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아직 두 곳이 남은 상황이다.
“작년에 공고한 판교 테크노 단지를 소프트웨어 단지로 드리겠습니다. 이곳은 다른 기업도 있으니 10만 평은 어렵고 8만 평 정도 될 것 같네요.”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그곳은 어머니가 땅 투기를 했던 지역이다.
나는 소프트웨어로 송도를 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판교 테크노 단지 예정지는 어떻게 보면 송도보다 더 좋은 위치다.
서울의 고급 인력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리였던 것이다.
8만 평이라고 해도 나쁘지 않았다.
“한 곳이 남아 있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건 완전히 드릴 수는 없고 공시지가로 계산해 인수하는 것으로 해 주었으면 합니다.”
미안한 감정이 들 정도로 저자세로 나오는 이기상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인데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디죠?”
“삼성동 한전 본사 자립니다.”
“…….”
[한양자동차그룹이 10년 후 시세보다 몇 배 비싼 10조 원에 인수하는 자리예요.]루비의 말에 순간 띵한 감정이 들었다.
이걸 넘길 줄을 정말 꿈에도 생각 못 한 것이다.
그런데 왜?
한전 용지를 넘기는 걸까?
“이걸 넘기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허허허, 인텔도 인수할 세계적인 기업인데 잘 봐달라는 뇌물입니다.”
공무원에게 주는 뇌물은 들어봤어도 공무원이 주는 뇌물은 처음 듣는다.
이걸 다른 말로 하면 특혜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특혜는 한국 정부가 받은 꼴이다.
거기에 이 정도 토지를 주는데 투자를 안 할 거냐는 복안까지 깔린 것 같다.
그러면 이에 대한 대답 또한 해줘야 한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느낌입니다.”
아마 이것이 중정 일보에 대한 선물인 것 같았다.
“하하하, 한경민 사장은 나라에 수백조 원의 가치를 선물했어요.”
내가 해 준 한일어업협정의 가치.
이는 수백조 원이 아니라 수천조 원의 가치로도 평가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로 본다면 정부에서 준 토지는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고도 남았다.
“선물이 과하니 저도 이에 대한 보따리를 풀어야겠군요.”
어차피 투자를 생각하고 있기에 빠르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말씀하세요.”
보따리를 푼단 말에 기분이 좋아 보이는 이기상 대통령이다.
“한양에서 해피닉스 인수가 이뤄지면 최소 200억 달러의 투자가 이뤄질 겁니다.”
“…….”
나는 최소란 말을 꺼냈다.
실제 비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는 데 필요한 금액을 말하는 것뿐이다.
“거기에 한전 용지를 주셨으니 한영과 알파벳 코리아 본사를 위해 고층 빌딩을 짓도록 하겠습니다. 거기에도 백억 달러가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관련 인허가를 정부에서 해 주는 조건입니다.”
1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말은 초고층 빌딩을 세우겠다는 말이다.
관련 인허가가 없다면 투자하지 않겠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두 가지 보따리를 푼 나는 천천히 이기상 대통령의 표정을 살펴봤다.
[아까움] [희망]“조금 더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군요.”
“IMF 때문이군요.”
“네, IMF 당시 이런 투자가 이뤄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시기적으로 맞는 말이 아니었다.
루비가 IMF 시기에 나에게 왔어도 어려웠을 것이다.
“…….”
그렇게 상념에서 빠져나온 이기상 대통령은 다음 말을 했다.
“각 당 대표와 이야기는 끝냈습니다. 이번 논의는 이행될 것이고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나 또한 이 이야기는 정보실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제안도 서슴없이 하는 것이다.
한일어업협정 때문에 각 당 대표가 회동하고 대통령과 면담을 몇 번 이룬 상황이다.
거기에 한일어업협정 개정의 열매를 다음 대권 주자가 가져가게 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다음 정권까지 우호적 세력이 정권을 잡는다는 말이다.
그게 보수당이든 진보당이든 말이다.
“감사합니다.”
큰 틀의 논의는 모두 마무리가 된 상황이다.
이제 세부적으로 해피닉스의 인수 문제가 남아 있었고, 한일어업협정의 대가 논의는 끝난 것이다.
이제 헤어지기 전 조금 여유를 가지고 담소를 나눌 시간이다.
그렇다 보니 이기상 대통령이나 나 또한 편안한 얼굴이 되었다.
“말을 좀 편하게 해도 될까요?”
이기상 대통령이 이젠 공적인 자리가 아니라는 듯 나에게 물어본다.
“그렇게 하세요. 저도 그게 편합니다.”
지난번부터 이기상 대통령에게 존대를 듣는 게 약간은 거북했다.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다.
“편하게 말하니 내가 하는 말을 오해 없이 들어줬으면 하네.”
난 이기상 대통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지금 국가 원수가 아니라 동네 할아버지처럼 말하고 있었다.
“말씀하세요.”
“난 자네 같은 전도유망한 젊은이가 미국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네.”
“…….”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을까, 내 능력이 다른 이에게 이용당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두려웠을 거라 생각하네.”
“…….”
“그래도 이렇게 한국을 위해 한영을 남겨 주니 고맙더군.”
내 생각을 모두 알고 있는 이기상 대통령이었다.
나이가 들어 혜안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닙니다.”
코끝이 약간 찡해졌다.
“허허, 괜찮네. 미안한 것은 자네가 아니라 우리 같은 기성세대들이겠지.”
“어떻게 아신 겁니까?”
“나이가 들다 보면 젊은 시절 안 보이던 것도 볼 수 있더군.”
“…….”
“걱정하지 말게. 이는 나 혼자 생각한 것이니까. 그러나 이 말은 해 주고 싶네. 자네는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인이라는 것. 지금 있는 이중국적법이 참 안타깝군.”
“…….”
“그리고 아등바등 산다고 크게 변하는 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네.”
많은 뜻을 내포한 말이었다.
일 년 동안 사업만을 위해 경주했다.
그렇기에 거의 쉼 없이 달려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