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ebol that used future AI RAW - Chapter (9)
미래 인공지능으로 황제재벌기 009화
9화 미국여행의 목적(3)
시티 칼리지 뉴욕은 뉴욕 시립대를 칭하는 말이다.
뉴욕 시립대학교인 The City University of New York을 줄여 ‘큐니’라 칭하는데, 이 큐니 안에는 24개의 칼리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 중 하나가 바로 시티 칼리지 뉴욕인 것이다.
할렘가를 끼고 있는 시티 칼리지 뉴욕에 도착하자 화면에 시티 칼리지 뉴욕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현대적인 건물도 있지만, 고딕풍의 건물들 또한 눈에 띄었다.
이 모든 것은 루비의 개략적인 증강현실 기반 설명으로 알 수 있었다.
책으로만 배웠지, 실제로 고딕풍 양식의 건축물을 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고딕 양식의 건물이 존재한다.
바로 중구에 있는 천주교 성당, 대학교로는 고구려대학교의 건물 등 생각 외로 많은 건축물이 존재하지만 이렇게 증강현실로 학교에 대한 소개까지 나오자 ‘아, 이게 고딕이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시티 칼리지 뉴욕에 들어서면서 난 한없이 걷는 것을 선택했다.
피터 존슨을 찾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이렇게 무작정 걷는 것밖에 없었다.
그나마 루비의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람의 구별이 가능하기에 이렇게 걷고 있었지만, 이렇게 해서 그를 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이렇게 걸어간다고 만날 수 있을까?”
“가능해요. 제가 가진 프로그램을 믿으세요.”
자신을 하는 루비의 말에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은 이미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나는 루비가 이끄는 대로 한없이 대학교정을 거닐고 있다.
그러고 보니 복학을 하기 위해 간 학교와 지금의 이 학교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사람의 통행이 그만큼 잦다는 것이다.
“방학 기간인데 사람이 많네.”
그 말을 정정하듯 루비가 말을 꺼낸다.
“미국의 겨울방학은 보통 2주 정도예요. 한국처럼 겨울방학이 길지 않아요. 여름방학이 3달 정도 돼요.”
“방학 기간이 아니라고?”
어디서 들은 것 같기는 하지만 내가 미국 대학에 다녀 본 적도 없거니와 다닐 생각도 한 적이 없었기에 알 수가 없었다.
“네, 2학기 시즌이에요.”
한국과 학기가 다른 미국 대학은 보통 1학기는 8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2학기는 1월 초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다.
한국은 반대로 3월 초부터 6월 말까지가 1학기이고, 9월부터 12월 초까지가 2학기 시즌이었다.
“알려 줘서 고마워.”
별것도 아닌 정보지만 그래도 내가 모르는 것을 짚어 주는 루비였다.
“별말씀을요.”
“그건 그렇고, 피터 존슨인가는 찾을 수 있는 거야?”
많은 학생이 교정을 거닐고 있는 와중에 피터 존슨을 찾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 인종의 사람이 거닐고 있었지만, 백인과 흑인이 주를 이루었고 간혹 히스패닉계와 동양계가 눈에 띄었다.
피터 존슨의 얼굴을 화면에 띄워 가며 찾고 있었지만, 그 사람이 그 사람 얼굴 같아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있었다.
“좌측으로 꺾어 보시겠어요?”
갑자기 루비가 좌측으로 꺾으란 말을 꺼낸다.
그러자 내 고개가 먼저 좌측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몸이 따라 움직이고 있다.
“찾았어?”
“네, 찾았어요.”
그 말에 나는, 더는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빠르게 루비가 알려 주는 사람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분위기가 약간 이상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는 나였다.
그저 미국말로 하면 ‘Hi’라고 물어본 것이다.
그런 나를 흉포한 눈을 하고 쳐다보는 피터 존슨이다.
그 기세가 사뭇 대단해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다가가 인사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지금 피터 존슨의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쳐다보는 피터 존슨을 보며 나는 다시 한 발자국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여기까지 온 이유가 바로 이런 상황에서 피터 존슨과 할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거, 인사를 했는데 안 받아 주니 무안하네요.”
머쓱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한다.
내 딴에는 용기를 낸 행동이었다.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라.”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은 잔뜩 날이 선 목소리였다.
“난 성냥불이 아닌데 꺼질 수 없어요.”
이 상황을 반전시키고 싶은 조크를 날렸다.
그러나 상황은 더 악화되는 듯했다.
“꺼져.”
그러면서 그는 안주머니의 권총을 보여 주며 나를 위협했다.
이거 대학교 교정에 권총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다니.
이러니 학교 내 총기 난사가 이뤄지는 것 아닌가?
가끔 해외 뉴스에 나오는 미국의 총기 난사 사건.
“그걸로 날 쏘게요? 난 당신을 도와주기 위해 온 사람입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내 목은 피터 존슨의 팔에 휘감겼고, 안주머니의 총은 옷 사이로 내 옆구리를 향해 겨냥됐다.
목을 휘감았다고는 해도 헤드록을 걸었던 것이기에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친한 사람들끼리 하는 어깨동무보다 조금 더 과한 정도일 뿐이었다.
순식간에 이뤄진 상황이었기에 나 또한 당황할 수밖에 없었지만, 곧 침착함을 찾았다.
“그놈들과 한패인 거냐?”
갑자기 돌변한 피터 존슨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런 사람이 네이비실의 최연소 팀장이라는 것이 잘 믿기지 않았다.
나 또한 한국 군대에서 만기 전역했기에 특수부대 사람들의 대단함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있던 곳이 바로 특전사 부대였기 때문이다.
나는 일반병이었기에 특전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봤었다.
그렇기에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패는 무슨……. 난 당신을 도와주러 왔다니까요. 지금 내 말을 안 들으면 영영 동생을 못 만날 수도 있어요.”
“…….”
“그냥 한 번 속는 셈 치고 믿어 보면 안 될까요? 나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우연한 기회에 당신의 동생 사정을 알게 되었고, 가만히 있으면 큰일 날 것 같아 죽음을 무릅쓰고 온 건데 이러면 어떻게 해요.”
실제로 조금은 죽음을 무릅쓰고 온 것이 맞다.
그러나 속으로는 ‘정말 죽겠어?’라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다.
내 말에 옆구리에 겨눈 피터 존슨의 총구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총이 없어도 널 이 자리에서 죽일 방법은 수십 가지가 넘는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알았어요. 그래도 조르고 있는 목은 좀 놔주면 안 될까요? 제인 존슨에게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요.”
“제인을 아나?”
“안면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에요. 전 한국에서 온 해커예요. 그러다 우연히 제인 존슨에 대한 범죄 행위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이렇게 급히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거예요.”
나는 사전에 설정한 이번 일의 개입 이유에 대해 피터 존슨에게 설명했다.
“한국?”
“지금 나라가 중요한 것은 아니잖아요. 제인의 생사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요? 나도 이걸 당신에게 알려 주고 빨리 이 자리를 뜨고 싶어요.”
“내가 너를 어떻게 믿지?”
“그럼 내가 묵고 있는 숙소를 알려 드릴게요. 해결하고 절 찾아오는 것은 금방이잖아요. 내 호텔 예약 티켓이에요. 이거면 당신이 날 찾는 일은 순식간일 것 아니에요.”
특수부대 출신의 피터 존슨이다.
호텔만 알아도, 아니, 내가 여러 정보를 줬기에 날 찾는 일은 피터 존슨에게는 일도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게 사실인지 어떻게 알지?”
“내가 무슨 첩보물의 스파이 같나요? 아니면 특수부대 출신 같나요?”
특수부대 출신은 맞다.
부사관이 아닌 그저 부사관의 훈련이나 생활을 지원하는 일반병 출신일 뿐이지만.
그런 내 말에 내 몸을 한번 훑어본 피터 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말해 보도록 해. 믿고 안 믿고는 내가 결정을 할 테니까.”
“잠깐 주머니에 손을 넣어도 될까요? 거기에 제인에 대한 위치가 있거든요.”
괜히 주머니에 멋대로 손을 넣었다가 죽는 수가 있다는 루비의 말에 난 이것부터 물어봤다.
“천천히 꺼내.”
“알았어요.”
난 천천히 바지 앞주머니에 손을 넣어 준비해 놓은 종이를 꺼냈다.
“이거예요. 아마 시간이 얼마 없을 테니 빨리 가야 할 거예요.”
종이에는 주소와 함께 여러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러자 피터 존슨은 내 목에서 팔을 풀었다.
실제 이번 일을 계획하면서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이 기회에 최상의 경호원을 거느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돈이 꼬이면 사람이 꼬이게 되어 있기에 졸부는 그만한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하려는 것은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적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초반부터 앞으로의 안전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
피터 존슨의 자서전에 나와 있는 내용은 이렇다.
시작의 말은 “내가 만약 동생을 잃지 않았다면 피에 물든 악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였다.
이렇듯 책의 첫마디는 동생을 잃은 일부터 시작되었다.
요약해 보면, 그의 동생은 뉴욕 할렘가의 족보도 없는 양아치들에게 겁탈을 당하고 죽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오늘 제인 존슨을 납치해 감금한 후 겁탈할 계획을 세울 것이다.
상황은 이렇다. 피터 존슨과 제인이 통화를 하던 때 그녀는 납치되었으며, 그 후 피터 존슨이 급하게 제인 존슨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제인은 뉴욕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통화했을 당시, 학교에 가고 있다는 제인의 말을 유추해 보면, 집에서 학교 가는 사이에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피터는 제인에게 집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렇기에 학교 근처에서 일이 벌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 CIA 지인을 통해 추적을 부탁한 상황이다.
빠르게 움직이려면 뉴욕 대학교 근처로 가는 게 급선무였다.
그러나 납치 후 6시간이 지난 뒤 납치범들의 소재가 파악되었고, 피터 존슨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일이 끝나고 제인 존슨이 살해된 상황이었다.
이에 분노한 피터 존슨은 그 자리에서 동생을 납치한 이들을 모두 살해한 뒤 더 이상 동생과 같은 희생자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밤마다 납치범들을 하나하나 살해해 가는 피의 복수를 단행한다.
자서전에 나온 피터 존슨이 살해한 강간범들은 총 342명으로 생전에 단 한 번도 알려진 적이 없는 사실이라고 한다.
피터 존슨은 그 사실을 죽기 전에 자서전에 써 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이런 구절을 적어 놓았다.
[만약 그 당시로 돌아가 내 동생을 살릴 수 있는 사람, 아니, 내 동생이 살아 있을 때 소재라도 파악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난 그 사람을 평생 따를 것이라 생각하며 동생을 찾았다.]실제 피터 존슨은 강간범을 342명이나 살해하면서 CIA의 히트맨 생활을 하고 있었다.
정부 요원과 강간범들의 연쇄 살인범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CIA의 히트맨이 된 것도 동생의 소재를 파악해 준 지인의 부탁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걸 가로챌 생각으로 나는 이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아마 지금 제인이 납치된 지 1시간 남짓 지났을 것이다.
자서전에는 당시의 시간까지 명확히 나와 있었다.
만약 세 시간이 지난 다음에 피터를 찾았다면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왔을 것이다.
내가 할 일은 끝났다.
이젠 피터 존슨이 결정할 일만 남았다.
***
피터는 자신에게 다가온 동양인을 믿어야 하는 건지 고민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게 희망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피터는 그 동양인을 죽일 것이다.
피터는 종이에 적혀 있는 할렘가로 죽어라 뛰어갔다.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지역이다.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이 바로 제인 존슨이다.
부모님은 얼마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피터가 네이비실 최연소 팀장으로 있을 때였다.
그가 급하게 뛰어가 병원에서 들은 아버지의 마지막 말은 동생을 잘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이 일로 피터 존슨은 전역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 작전과 훈련으로 집에는 일 년에 겨우 며칠 정도 머물렀기에 그는 동생 제인을 위해 결심을 한 것이다.
그러나 동생의 급작스러운 납치에 피터는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갑자기 나타난 동양인이 동생이 있는 곳을 알려 주었다.
그는 이게 정말 동생의 소재지라고 믿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말로 동생이 무사하다면 피터는 그 동양인에게 은혜를 갚을 생각이었다.
그게 돈이 되었든 아니면 그 무언가가 되었든 말이다.
그만큼 지금 피터에게는 하나뿐인 동생의 안위가 절실했다.
적혀 있는 주소대로 서둘러 찾아간 그곳에서는 음악 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품에서 권총을 꺼내 든 피터는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후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동생이 납치된 지 벌써 1시간이 지났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이렇게 대놓고 당당히 들어가도 피터는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큰 소리가 나며 문이 우지끈 열렸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열리는 것과 동시에 음악 소리가 귀를 때렸지만, 피터 존슨은 빠르게 주변을 스캔했다.
거실에 3명의 남자가 마약을 했는지 해롱대고 있었고 동생은 보이지 않았다.
음악 소리에 귀가 아플 지경이었지만 이 음악 소리는 피터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피터는 빠르게 달려들어 세 명의 건장한 남자의 뒤통수를 권총 뒤로 가격했다.
아무리 마약에 취해 있다고 해도 급격한 머리의 충격은 일반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피터는 다시 총을 들고 방문을 하나하나씩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피터는 볼 수 있었다.
막 자신의 동생을 겁탈하려는 겁탈범을 말이다.
아직 겁탈하진 않았고 이제 막 옷을 벗기려는 상황이었다.
제인은 재갈이 물린 채 침대 모서리에 끈으로 묶여 있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자 피가 거꾸로 솟는 것을 느낀 피터 존슨은 바로 겁탈하려고 준비하는 흑인의 목을 잡고 강하게 압박을 했다.
이 녀석도 마약에 취했는지 큰 저항을 하지 않았기에 단숨에 제압할 수 있었다.
“제인.”
피터는 남자를 내동댕이친 후 제인에게 달려가 재갈을 먼저 풀었다.
재갈이 풀리자 울고 있던 제인은 오빠를 찾았다.
“오빠……. 와 줬구나! 흑흑흑.”
피터는 곧바로 끈을 풀어 제인을 편하게 해 주었다.
제인은 피터에게 안겨 엉엉 울고 있었다.
“괜찮아, 다 꿈이라고 생각해.”
“오빠……. 엉엉엉.”
“일단 나가자.”
그 후 피터는 지인 로버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이 아닌 CIA의 친구인 로버트라면, 동생에게 한 짓에 대한 조그만 복수를 위해 자신에게 시간을 줄 것 같았다.
지금은 먼저 동생을 안전한 곳에 데려다 놓는 것이 중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