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외부인이 자기 집 앞마당에 들어오면 총으로 쏘는 게 미국이었다.
법 없이 사는 헌터들의 특성과 합쳐지면 더욱 더 거칠어졌다.
남의 사유지에 멋대로 들어왔다가는 시체가 되어서 땅 밑으로 들어가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
‘무… 무슨…!’
크리스토퍼는 경악했다.
아무리 방심했다지만 너무 허무하게 제압당한 것이다.
상대가 마법을 썼다면 미리 눈치를 채고 어떻게든 대비에 들어갔을 텐데, 최연승의 동작은 그야말로 번개 같았다.
눈 한 번 깜박이자 이미 최연승이 자기 앞에 있었고, 마법을 쓰기도 전에 최연승은 그의 몸을 타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자 뭐에 당했는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무공의 기술인가?!’
“잠깐. 최연승.”
엘리자벳이 최연승을 말리려고 하자, 크리스토퍼는 살짝 안도했다.
양심이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던 것이다.
“왜?”
“죽일 거면 여기서 죽이지 마. 비위생적이잖아. 클랜에 이런 거 처리하는 전문가 있으니까 불러서 깔끔하게 처리하자.”
“…!”
크리스토퍼는 엘리자벳을 속으로 욕했다.
‘이런 미친 미국인 새끼들!’
이렇게 다짜고짜 죽이려고 한다니 정말 무례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었다.
“아니.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
“진짜? 지금 이렇게 멋대로 들어온 놈인데?”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성격도 참 좋다. 그래. 그러면 네가 알아서 해.”
엘리자벳은 옆에 의자를 놓고 털썩 앉았다.
최연승은 크리스토퍼의 혈도를 하나 풀어주었다. 그러자 크리스토퍼의 목소리가 다시 밖으로 새어나왔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정식으로 항의하겠다!”
“여기는 클랜의 사유지인데 혹시 허가 받고 들어왔나? 허가를 받았을 것 같지는 않은데.”
“허… 허가를 받진 않았지만 같은 헌터로서 이 정도는 넘어갈 수 있는 것 아닌가.”
크리스토퍼는 영국 출신 헌터였다.
그리고 사실 미국 헌터라고 무조건 사유지 들어온 사람들을 죽여서 땅 밑에 묻진 않았다.
상대가 만만한 놈이면 모를까, 상대도 신분이 있고 클랜 소속일 텐데 멋대로 저질렀다가는 일이 커질 수가 있는 것이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법은 지키라고 있는 거지. 헌터 놈들은 이래서 문제라니까. 왜 법을 지키려는 생각을 안 하지? 너도 설마 술 좀 마신 다음 난 헌터니까 운전대 잡아도 된다고 떠드는 놈이냐?”
최연승은 살기를 담아서 물었다. 크리스토퍼는 당황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난 그런 짓을 절대 하지 않는다. 난 품위가 있는 귀족이란 말이다!”
“스스로를 귀족이라고 자칭하는 거냐? 충분히 그럴 것 같은 놈인데.”
최연승은 눈살을 찌푸렸다.
헌터들 중에는 스스로를 뭐라도 된 것마냥 생각하는 놈들이 많았다.
몇몇 놈들은 노골적으로 신인류, 귀족, 이런 단어를 써가면서 자화자찬을 하곤 했다.
물론 최연승이 보기에는 매우 밥맛없고 재수 없을 뿐이었다.
“최연승. 내가 보기에는 진짜 귀족인 거 같은데.”
“뭔 개소리야? 미국에 귀족이 어디 있어?”
“영국인 같은데…”
엘리자벳은 크리스토퍼의 억양을 듣고 영국 사람이 아닌가 생각했다.
“구티에레즈. 영국 사람이라고 다 귀족이겠냐? 그러면 난 한국 사람이니까 양반이게?”
“나 영국 귀족 맞다! 백작 작위를 갖고 있단 말이다!”
크리스토퍼는 씩씩댔다.
평소에는 예의와 품위와 긍지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그였지만, 여기 오고 나서는 30분도 안 되어서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영국도 작위를 사고 파나?”
“무, 무슨 모욕적인… 진짜 작위다! 몇백년 넘게 내려오고 있는!”
“아. 미안하게 됐군. 그래서 영국 헌터가 왜 미국에 와 있나?”
“……”
“……”
최연승의 말에 엘리자벳과 크리스토퍼는 이상한 놈 보듯이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
“최연승… 혹시 모르고 있는 건 아니지? 영국은 지금 마신 성좌한테 점령당한 곳 중 하나잖아.”
“그랬나?”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어?”
“서양 놈들은 내가 한국 출신이라고 하면 남한인지 북한인지 맨날 구분 못하던데 나도 모를 수 있지. 내가 알아야 하나? 내가 영국인이야?”
최연승이 정색하자 엘리자벳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물어볼 수도 있지…!’
“그래서 영국이 점령당한 것 때문에 미국에 망명 온 건가. 저런. 고생이 많군.”
“동정할 필요는 없다. 최연승. 우리 영국인들은 긍지를 갖고 이 시련을 극복하려고 하고 있으니까.”
“동정한 적 없다. 그냥 인사치레로 한 말이니까 너무 의미 부여하지 마.”
크리스토퍼는 욕이 나오는 걸 귀족의 긍지로 참아야 했다.
“그래서 영국 귀족 양반. 귀족이 왜 허락도 안 받고 멋대로 남의 땅에 들어와서 염탐하지? 영국의 풍습인가?”
“…영광스러운 제안을 전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
“기뻐해도 좋다. 최연승. 내 주인님께서 널 권속으로 삼고 싶어하신다.”
“……”
최연승은 순간 당황했다.
가 머리가 제대로 달려 있는 이상, 최연승이 누구 권속인지 알 것이다.
의 권속이라는 것을 알 텐데?
“물론 네가 당황스러워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최연승.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내 주인님에게 네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겠지.”
듣고 있던 엘리자벳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물었다.
“지금 못생겼다고 시비건 거지?”
“그런 거 같군.”
최연승은 말과 함께 주먹을 휘둘렀다. 크리스토퍼는 비명을 질렀다.
“컥. 커억…”
무공 사용자는 아주 아프게 때리는 데에도 재주가 있었다.
헌터로서 고통을 견디는 데에 자신이 있었던 크리스토퍼였지만, 최연승의 주먹에 맞자 하늘이 말 그대로 노랗게 변하는 감각을 맛봤다.
“시비…를 건 게 아니었다…”
“그래? 앞으로는 말을 좀 생각해서 꺼내는 게 좋겠군. 그보다 난 이미 모시고 있는 주인이 있다.”
“알고 있다. 이지 않나.”
엘리자벳은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성좌와 계약하면 장점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얽매이는 게 심하다고 들어서 크게 욕심을 내지 않고 있었는데…
최연승의 주인이라고 하니 좀 흥미가 생긴 것이다.
어떤 성좌일까?
“알고 있다고?”
“그래. 내 주인님께서는 그걸 알고서도 널 권속으로 삼으려고 하시는 거다. 이 얼마나 너그럽고 아름다운 일인가?”
“그냥 눈치 없는 짓 같은데.”
“감히! 말 조심해라!”
최연승은 다시 주먹을 들었다. 크리스토퍼의 목소리가 조용해졌다.
“그래서 배신하고 오라고?”
“그게 아니다. 같이 믿어도 된다는 거다.”
“…그게 정말이냐?”
최연승은 정말 놀랐다.
한 인간이 두 명의 성좌를 동시에 믿는다니.
오만하고 속 좁은 성좌들의 성격상 용납하기 힘든 일이었다.
“물론 최연승 네 주인이 너그럽게 허락을 해줘야겠지. 거절한다면 내 주인의 너그러움만 빛내는 일이 될 테지만 말이다.”
“허…”
놀랍게도 최연승이 막시밀리안을 쓰러뜨린 게 의 마음에 든 것이다.
-저 싸움에 담겨 있는 미학이 마음에 든다. 놈에게 제안을 보내라.
-하지만 저 자에게는 이미 주인이 있습니다만…
-상관없다. 사실 아름답기만 하면 누구의 것이든 상관없는 일이지. 놈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졌다.
만 년 넘게 갈고 닦인 무공의 초식은 그것만으로 극한의 아름다움을 뿜어냈다.
는 거기에 담긴 가치를 알아본 것이다.
딱히 주인 노릇을 하지 않고 그저 최연승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겠다(힘을 내려주겠다)니.
정말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는, 매우 후한 제안이었다.
-여신.
-……
-여신. 여신. 여신. 여신.
-…그만하렴. 깼단다.
-여신. 여신. 여신. 여신. 여신. 여신. 여신…
-앞으로 자는 척 안 하면 되잖니! 그만하라고 했단다!
-그래서 저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지?
-나쁘지 않은 제안 같구나. 성좌들이란 원래 변덕스러워서, 자기한테 손해가 가더라도 마음에 들면 베풀곤 하지.
최연승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생계형 성좌였기에 저런 짓을 절대 하지 않겠지만, 다른 성좌들은 아니었다.
사람이 길을 가다가 웬 개미 한 마리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걸 보면 신기해서 설탕 하나 던져줄 수 있듯이, 성좌 또한 그러했다.
-후계자의 솜씨가 정말로 마음에 든 게 분명하구나.
-들키진 않겠지?
-들킬 일은 없단다. 권속이라고 해서 우리의 대화나 다른 성좌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런데 내가 한테 도움 받아서 좋을 게 있나?
최연승은 순수한 의문을 담아서 물었다.
그러자 여신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떤 성좌의 권능이든 간에 받아서 쓸모 없는 건 없단다. 가 아름다움에 집착하느라 어리석은 행동을 가끔 하긴 하지만, 절대 약한 성좌는 아니란다. 강력한 권능들을 갖고 있지.
-흠…
고민을 끝낸 최연승은 크리스토퍼를 보며 말했다.
“좋다.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도록 하지.”
옆에서 엘리자벳은 속으로 감탄했다.
세상에 성좌가 한 제안을 저렇게 재수 없게 대답하는 놈이 있었을까?
“아. 지금 바로 되는 게 아니다.”
“?”
“정확히는 곧 있을 경기에서 최연승 네가 날 상대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저번의 아름다운 모습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준다면, 주인님께서도 널 받아들이실 거다.”
“…아름다운 모습이 뭘 말하는 거야?”
엘리자벳이 속삭였다.
그 때 기억나는 건 최연승이 그 재수없는 막시밀리안을 갖고 놀다가 끝장내버린 것밖에 없었다.
UHC 경기 중에 저렇게 일방적으로 탈탈 털린 경기는 흔치 않았다.
아, 그게 아름다움인가?
“나도 정확히 뭘 말하는지 모르겠군. 그냥 저번에 한 것처럼 개패듯이 패달라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수군거리는 두 헌터를 보며 크리스토퍼는 입을 열었다.
“이제 오해는 풀린 것 같다. 날 풀어줘라. 돌아가겠다.”
“아. 크리스토퍼. 온 김에 잘 됐다. 내가 영상 찍는데 좀 도와줘야겠군.”
“…내가 왜 그래야 한단 말인가?”
“흠… 하긴 그렇군. 선택지를 주마. 영상 찍고 집에 갈 건가, 아니면 저 밖 사막에 묻히겠나?”
“…생각해보니 같은 주인을 모시게 될 수도 있으니, 이 정도 일은 도와주도록 하지.”
* * *
한국의 전설적인 헌터, 이창식은 앓는 소리를 내며 화면을 껐다.
선수들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윗 라인 맡은 놈은 눈 돌아가서 들이박다가 죽고 가운데 라인 맡은 놈은 어설프게 지휘 내리다가 몬스터 놓치고 아래 라인 맡은 놈들은 손발이 안 맞아서 나가 죽고…
이게 팀인가???
이 팀은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되는 거 아닐까?
“대표님.”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말도록.”
“감독님.”
“감독님이라고도 부르지 말고.”
“작작 좀 해라 창식아.”
“…무슨 일인데?”
이창식은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인터넷에서는 ‘감독새끼 뒤져라!’라고 욕을 먹어도, 이창식 면전에서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A급 헌터라는 건 그런 자리였다.
말을 건 것은 김준규였다.
황경룡, 최연승 등과 같이 클랜에 있던 헌터!
비록 C급에서 은퇴한지 좀 된, 실력으로 따지고 보면 한참 부족한 헌터였지만…
이창식은 그의 분석력과 경험을 신뢰했다. 그 때문에 이렇게 불러서 도움을 받고 있는 거였다.
“재미있는 거 봤다. 같이 보자고.”
“저번처럼 ‘답이 없는 한국의 수비’ 같은 거면 널 죽여 버릴지도 모른다.”
“아니. 연승이가 올린 영상이야. 지금 엄청 화제던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