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화산파 헌터들의 사고방식은 좀 뒤틀려 있는 부분이 있었다.
중국에서 한창 활동하다가 미국으로 망명해서 범죄조직으로 뛰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화산파란 이름보다는 화산채란 이름이 더 어울리는 이들.
하지만 최연승은 이들을 설득해야 했다.
최연승의 신도였으니까!
“그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지.”
“어… 이 엘프 놈들은 우릴 속여서 장기말로 쓰려고 했는데 그 정도는 괜찮지 않습니까?”
‘논리적이긴 하군.’
확실히 그건 그랬다.
“그건 그렇긴 하지만 앞으로의 일도 생각을 해야지. 어비스는 무한할 정도로 넓고 앞으로 곳곳에서 새로운 종족들이 나타날 텐데, 여기서 악명을 쌓으면 그들을 상대할 때 힘들어질 거다.”
지구의 인간들이 어비스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것처럼, 어비스의 종족들도 인간들에 대해 빠르게 적응해나갈 것이다.
지금이야 얼마 안 됐으니 지금 이 그렝노처럼 ‘지구라는 곳에 있는 인간 종족 나라들은 많아봤자 몇천명 정도겠지?’같은 착각을 하고 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이런 착각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마을을 비우고 안에 있는 걸 다 약탈하지 않아도 이득은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지.”
여러 나라들과 기업들이 어비스의 종족들을 발견하고 친해지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아직 모르는 어비스를 탐사하고, 새 스킬과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당장 여기 엘프들만 해도 엘프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이템들이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하찮은 물건이라도 어비스에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지구에서는 몇 배의 프리미엄이 붙었으니까.
“과연…!”
“하긴 다른 놈들을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최연승 헌터하고만 독점적으로 거래를 하게 하면 이득이 될 겁니다.”
“그렇지. 드디어 이해해줬나?”
“예! 그런 다음에 어느 정도 친해지면 저들 중에 쓸만한 자를 뽑아야겠군요.”
“오. 그건 어째서지?”
“다른 종족들에게 가서 최연승 헌터가 얼마나 위대하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인지 선전할 이들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엘프들의 인적사항을 정리하고 행동에 따라 충성도를 매겨서 쓸만한 이들을…”
“제발 중국에서 있었던 일은 머리에서 지워주면 안 되나?”
* * *
정신을 차린 판오강은 중국 헌터들의 보고에 당혹스러워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상황이 너무 어려웠고…”
“그 상황에서 희생자를 내지 않았으니 저희의 성공 아니겠습니까?”
“……”
판오강은 ‘이런 무능한 새끼들’이라고 욕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당장 그렇게 따지면 가장 먼저 기절한 판오강의 책임이 커졌으니까.
그리고 목숨을 건져 나온 게 기적적인 일이긴 했다. 다치고 박살난 놈들은 많았어도 그 상황에서 이렇게…
“역시 최연승을 데리고 오길 잘했군.”
공격 받은 게 불쾌하긴 했지만 판오강은 일단 입을 열었다.
어비스에 있던 최연승을 데리고 와서 같이 일을 한 것은 바로 판오강.
그의 공적 아니었던가.
“맞습니다. 역시 판오강 님이십니다.”
“판오강 님의 냉정한 판단이 아니었다면 여러모로 곤란해졌을 겁니다.”
헌터들은 그렇게 말하며 눈빛을 교환했다.
‘나중에 우리한테까지 질책이 들어오면 판오강을 팔아넘기자고.’
‘그러도록 하지.’
중국에서 헌터로 오래 살아남으려면 그냥 무력만 있어서는 안 됐다.
정치력!
당의 정치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눈치가 있어야 했다.
한 때 화산파 클랜의 대표로, 유일한 무공 사용자이자 A급 헌터로 각광받던 리 여원을 보라.
소신발언 몇 마디 했다고 정부에 찍혀서 조작 터지고 지원 끊겨서 클랜까지 박살나지 않았던가.
그런 점에서 여기 있는 소림사 헌터들은 그 경력만큼 정치싸움에 이골이 난 이들이었다.
판오강 한 명 팔아서 안전해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팔 수 있는 이들.
…그리고 판오강 또한 그런 부분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데 이 새끼들?’
눈알을 굴리는 게 영 수상쩍었던 것이다.
엘프들이야 외모가 워낙 아름답고 정보가 없어서 호구처럼 속았다지만, 중국 헌터들을 상대하는 데에는 경험이 많은 판오강이었다.
분위기가 수상하다!
“알겠다. 다들 쉬도록 해라.”
판오강은 소림사 헌터들을 돌려보낸 다음 언제나 갖고 다니던 녹음기와, 헌터들에게 붙여놨던 도청기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경악했다.
“이… 이런 비열한 놈들…!”
* * *
최연승은 중국 헌터들이 다른 것에 정신 팔린 동안 그렝노 상대로 계약을 완료했다.
“그렝노. 만약 인간 상대라고 계약 우습게 봤다가는 여러모로 귀찮아질 거다.”
“물… 물론입니다.”
속마음을 들킨 그렝노는 고개를 숙였다.
사실, 인간들과의 계약을 지킬 필요가 있나 속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연승의 눈빛은 그런 생각을 날려버릴 정도로 날카로웠다.
“그냥 몇 군데 찔러야 잊지 않을 것 같은데요?”
“됐다. 목이 여러 개면 한 번 시도해보겠지. 그리고 우리들도 사람을 보낼 텐데.”
그렝노와 엘프들이 있는 마을로 직원들이 가서 확인에 들어갈 것이다.
어떤 것들이 값나가고 어떤 것들이 쓸만할까?
“그, 그런데… 저기 중국 헌터들이 알면 화내지 않을까?”
아이리스가 주저하며 물었다.
당연히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 사람은 화 좀 나도 안 죽으니까 괜찮다.”
“…???”
질문에 대한 답이 이상하자 아이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최연승은 진심이었다.
원래 중국은 뭘 해도 불만이 많았다.
넘어온 몬스터를 잡아도 불만, 안 잡아도 불만, 가서 몬스터를 잡아줘도 불만, 안 잡아줘도 불만…
그렇다면 그냥 일을 저지르고 불만이 좀 터져도 상관없었다.
‘뭐 어쩌겠어?’
중국은 딱히 최연승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굳이 한다면 공장 다 쫓아내겠다고 협박하는 것 정도인데…
그 짓을 했다가는 당장 중국 노동자들만 손해 아닌가.
“잠깐! 잠깐!!”
“!”
중국 헌터들이 갑자기 달려오자, 화산파 헌터들은 깜짝 놀랐다.
“들킨 거 아닙니까?”
“아니… 우리가 감시하고 있었는데 엘프 놈이 갈아탄 걸 어떻게 알아?”
“이 자식이 통신기를 숨긴 거 아니야? 이 자식 뒤져!”
화산파 헌터들은 분노해서 그렝노의 옷을 찢어발기려고 했다. 그렝노는 울먹이며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연승 헌터! 잠시 도와주십시오!”
“…뭘??”
* * *
판오강은 만만치 않았다.
바로 밑의 놈들이 쓰레기 같아서 레이드에 실패했다고 보고서를 올려버린 것이다.
소림사 헌터들도 거기서 밀리지 않았다.
판오강이 보냈다는 소식을 뇌물 좀 바친 간부에게 듣자마자 바로 역으로 보고서를 올려버린 것이다.
자존심 강한 두 헌터들의 뜨거운 정치싸움.
이렇게 되자 연락을 받은 윗선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뭐하는 건가? 자랑스러운 중국의 헌터들이 서로 책임을 돌리다니!
-믿어주십시오! 소림사 헌터 놈들이 미쳐서 책임을 돌리는 겁니다.
-아닙니다! 판오강 헌터의 탓입니다. 그의 무능함은 우리 모두를 죽게 만들 뻔했습니다. 오죽하면 타국의 최연승 헌터가 우리의 목숨을 구해주려고 했겠습니까?
-혹시 그 엘프 부족이 준 정보가 처음부터 가짜였던 건 아닌가?
-엘프들에게 물어보니 그들이 의도하고 속인 건 아니었습니다.
-엘프들은 그럴 이들이 아닙니다.
-으음… 좋다. 최연승 헌터를 불러와라.
-예?
-예??
-뭘 ‘예’라는 건가? 둘의 의견이 그렇게 다르니 가장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에게 물어봐야지. 아직 멀리 가지 않았을 테니 빨리 불러오도록!
생각치도 못한 반응에 헌터들은 입을 쩍 벌렸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상황.
이렇게 된 이상 누구 하나는 확실하게 뒤지게 되어 있었다.
“최연승 헌터!! 최연승 헌터!”
“제가 사실 최연승 헌터를 평소부터 존경해왔던 걸 알고 계십니까? 제 무공은 모두 다 최연승 헌터 때문에 시작한 겁니다.”
“지구에 돌아오기 전에는 내 이름을 알지도 못했을 텐데 무슨 개소리를 그렇게 당당하게 지껄이는 거지?”
“……”
물론 최연승은 속보이는 아첨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바로 한 명씩 따로 불러낸 다음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그러니까 윗선에서 이번 일의 전말을 알기 위해 내 증언을 들으려고 한다!”
“그렇습니다. 최연승 헌터! 이건 정의와 공익을 위한 일입니다!”
-저 인간은 약간 미친 인간 같구나.
나태의 여신도 그렇게 말할 정도로 참 어이없는 진흙탕 싸움이었다.
상처투성이의 싸움!
‘그냥 둘 다 잘못하지 않았나?’
둘 다 딱히 한 거 없이 최연승과 화산파 헌터들이 다 잡은 것 같았는데…
판오강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최연승 헌터. 이번에 저를 도와주시면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저는 당 중앙위원회에도 끈이 있는 사람입니다.”
중국은 그 나라 덩치가 큰 만큼 조직도 많고 숫자도 많았다.
모든 헌터들은 기본적으로 당중앙헌터위원회 소속이고, 여기 헌터위원회는 군대도 동원 가능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진 조직이며, 이들의 위에 있는 게 공산당 핵심 조직인 당중앙위원회인데…
듣던 최연승은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대충 네 인맥 대단하다 이거 아닌가?”
“…맞긴 한데 그렇게 말하면 좀 너무…”
“흠.”
최연승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은 모습에, 판오강은 반색했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나?”
“…예?”
“보답한다면서?”
“……”
* * *
“내가 보기에 둘 다 잘못은 없었다. 둘 다 열심히 하려고 하다가 벌어진 문제지.”
-과연…
A급 헌터가 무게 잡고 말하는 것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은 드물었다.
최연승의 말에 중국 쪽에서 나온 간부는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최연승 헌터. 한 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게 되다니 그 풍채가 생각보다 훨씬 대단하구려. 생각이 있다면 한 번 중국으로 오시오. 정성을 다해 대접하겠소.
“그 제안 잘 생각해보도록 하지.”
‘내가 미쳤냐?’
최연승은 속으로 질색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워낙 뿌리 깊게 박힌 기억들이 많았던 것이다.
-후계자 정도면 어느 나라를 가든 빠져나올 실력은 되지 않니?
-그거야 그렇지만.
하긴 생각해보니 최연승 정도 되는 A급 헌터는 중국이 갑질을 하기도 힘들었다.
하는 순간 미국부터 시작해서 여러 나라들이 바로 압박을 가해 올 테니…
갑질도 결국 할 수 있는 상대한테만 하는 것이다.
-소림사 클랜의 헌터들은 어땠소? 물론 최연승 헌터보다는 부족하지만 꽤 대단한 무공을 갖고 있지 않았소? 우리 당의 자랑스러운 재원들이지.
“……”
최연승은 매우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소림사 헌터들 솔직히 무공 별로 안 뛰어났던 것이다.
마법과 무공을 같이 쓰는 게 장점이긴 했지만 무공의 숙련도가 너무 떨어졌다.
하지만 이걸 솔직하게 말하면 소림사 헌터들은 공안에 끌려가겠지?
“뛰어나더군.”
-역시!
최연승은 이름도 기억 안 나는 간부와의 대화를 잘 끝냈다.
“난 약속한 대로 해줬다. 이제 너희들이 약속을 지킬 차례겠지?”
“……”
“……”
중국 헌터들은 정말 지키기 싫지만 안 지키면 아작난다는 걸 잘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판오강도, 소림사 헌터들도 최연승에게 ‘내 부탁을 들어주면 뭐든지 하겠다!’라고 말했고…
최연승은 ‘그래 그러면 둘의 부탁을 모두 들어줄 테니 둘 다 내 말을 들으면 되겠군!’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물론 중국 헌터들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긴 했지만 이제 와서 따질 수도 없는 상황.
‘그래도 최연승 헌터 같은 사람이 이상한 걸 시키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