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하지만 화산파 헌터들의 얼굴에는 순수함이 가득했다.
정말 최연승이 싸우는 걸 보고 배운 것이다.
“…처리나 해라. 놈의 숨통을 끊어.”
“예!”
중국 헌터들이 어그로를 끌어 준 덕분에 화산파 헌터들은 빠르게 내달렸다.
헌터들이 펼친 진법은 계속해서 싸우면 싸울수록 그 안에 힘이 모여 헌터들의 능력을 증폭시켜주는 형태.
그 결과 원래는 검기를 뽑을 수 없는 화산파 헌터들이 검기를 뽑아냈다.
약하고 불안정했지만 그건 분명히 검기였다.
콰드득!
-■■■■!
계속해서 공격을 받은 식인나무는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굉음과 함께 주변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저, 저런…!”
중국 헌터들은 그제야 현실감각이 돌아왔다.
거의 아무것도 못하는 사이 최연승이 끌고 온 헌터들이 전부 다 처리를 해버린 것이다.
‘큰일 났다!’
정부에서 맡긴 일인데 이렇게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주다니.
다른 나라 헌터들이 거의 혼자서 사냥하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면 보통 징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 헌터들은 시선을 교환했다.
‘어떡하지?’
‘이런다고 답이 나오진 않을 거 아니야. 최소한 핑계라도 있어야지.’
‘…판오강 저 놈을 핑계로 대면 안 되나?’
‘!’
중국 헌터들은 급히 해낸 이 생각이 의외로 그럴듯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휘도 실패했고(엘프들 때문이었지만), 도중에 기절해서 짐만 되지 않았던가.
탓하기 딱 좋은 상황!
‘괜찮은데??’
수군거리는 중국 헌터들을 보며 최연승은 고개를 저었다.
“저 친구, 돌아가면 곤욕 좀 치르겠군.”
“무슨 말이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다 챙겼나?”
“예!”
“좋아. 밖으로 나가서 엘프들을 만나보자고.”
중국 헌터들은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탓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지만, 최연승은 엘프들을 처음부터 믿고 있지 않았다.
모르는 척 속아 넘어가줬으니 이제 이걸로 엘프들을 추궁할 차례였다.
* * *
“영웅들이 돌아오셨군요! 대단하십니다!!”
그렝노는 최연승과 헌터들이 돌아오는 걸 보자 기쁜 목소리로 인사했다.
다른 엘프들도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헌터들을 반겼다.
그 태도가 너무 진심 같아서, 화를 내려던 중국 헌터들도 멈칫했다.
‘오해가 있었나?’
‘엘프들도 식인나무가 있었던 걸 몰랐던 걸지도…’
엘프들의 외모는 노련한 헌터들도 넘어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엘프들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반기자 헌터들은 추궁하려다가도 멈칫했다.
“잠깐 이야기 좀 하지.”
“예?”
“이리 오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최연승은 그렝노를 데리고 한쪽으로 이동했다. 중국 헌터들이 보지 못하도록.
화산파 헌터들이 그렝노를 빙 둘러쌌다.
“????”
“식인나무가 있는 걸 알면서 우리를 보내다니. 감히 우릴 미끼로 쓰려고 했겠다?”
“예? 오, 오해십니다!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최연승의 말에 화산파 헌터들은 깜짝 놀랐지만, 곧 태세를 전환했다.
최연승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는 것이다.
설사 최연승이 거짓말을 했더라도 그들은 최연승의 말을 진실로 만들어야 했다.
“이 자식이 감히 어디서!”
“네 이빨부터 뽑아줄까!”
화산파 헌터들은 바로 칼부터 뽑아들었다.
생각치도 못한 살기에 그렝노는 질색했다.
“무…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기 저 중국이라는 나라 인간들을 불러 주십시오! 해명해주실 겁니다!”
“됐고. 인정할 거냐, 인정 안 할 거냐?”
최연승은 기세를 뿜어내며 그렝노를 압박했다.
화산파 헌터들이 뿜어내는 살기가 면도칼 수준이었다면, 최연승이 작정하고 뿜어내는 기세는 커다란 바윗덩이 같았다.
온몸을 그대로 터뜨릴 것처럼 눌러 오는 기세!
그렝노는 그대로 심장이 멈출 것 같은 공포를 느껴야 했다.
“인… 인정하겠습니다. 인정할 테니…”
“뭘 했지?”
“그게… 그게 정말 미끼로 쓴 게 아니라…”
그렝노한테도 약간 억울한 게 있기는 했다.
생각해보니 저기 저 중국 쪽 헌터들을 미끼로 삼은 거지, 최연승 쪽 헌터들은 딱히 미끼로 삼은 게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들 때문에 잡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저, 저는… 여러분들이 영웅이라고 생각해서 저들을 희생해서 몬스터를 쓰러뜨리게…”
“오…”
“뭘 ‘오’야? 속지 말라니까.”
최연승은 어이없다는 듯이 화산파의 젊은 헌터를 힐책했다. 그렝노의 외모 때문에 순간 넘어간 헌터는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붉혔다.
“내… 내가, 내가 심문해볼게.”
“흠. 그래. 한 번 해봐.”
아이리스가 나서자 최연승은 궁금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매번 두들겨 패고 쓰러뜨리기만 했던 최연승과 달리, 는 세련된 심문 방법을 여럿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렝노가 일단 굴복했으니 화산파의 방법을 쓴다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탁!
“뭐하나!?”
아이리스가 단검으로 그렝노를 찌르려고 하자 최연승은 당황해서 손을 잡았다.
그러자 아이리스가 더 당황했다.
“기… 기, 기본인데 이게…”
“저희는 몸에 구멍을 몇 개 뚫고 시작합니다. 최연승 헌터.”
화산파 헌터들이 흉흉한 소리를 해놓았다. 그 마음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지만 최연승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중국 헌터들이 멀지 않은 곳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몸에 구멍을 뚫어 놓으면 나왔을 때 볼 거 아니야.”
“아아…!”
“저희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래. 그걸 엄두에 두고 다시 심문해주겠나?”
“그, 그러면 눈에 안 보이는 곳을 찌르면…”
“찌르지 말라니까…!”
흉흉한 대화에 그렝노는 창백하게 질려갔다.
완전히 갖고 놀고 있다고 생각했던 하찮은 종족에게 이런 꼴을 당할 줄이야.
“좋다. 내가 보여주지. 이건 무공을 응용한 심문 수법이다.”
“!”
최연승의 말에 화산파 헌터들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숨소리도 죽였다.
무공의 최고 고수가 보여주는 실전수법 아닌가.
몇백만 달러를 줘도 보기 힘든 대단한 스킬이었다.
“주먹으로 그냥 두들겨 패면 겉으로 흔적이 남을 뿐더러 의외로 견디기 쉽지. 하지만 내공을 담아서 안을 때리면 겉으로는 흔적도 남지 않을 뿐더러 더욱 견디기 힘들게 만들어준다. 점혈과 비슷한 요령이지만 안을 더욱 강하게 뒤흔들 수 있어야 해.”
최연승은 상대의 혈도를 어떻게 파악하고 내공을 어떻게 집어넣어서 괴롭힐 수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 내공의 운기법에 화산파 헌터들은 감탄하며 구절을 스마트폰에 녹음하기 시작했다.
이런 비법이 있다니!
[스킬, 을 새로 만듭니다!] [무공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신도들을 향한 깊은 관심으로 인해, 스킬 전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집니다.] [존재의 힘이 크게 오릅니다!]‘한 번에?’
가르쳐 준 최연승이 더 놀랐다.
화산파 헌터들이 스킬을 너무 쉽게, 바로 익혔던 것이다.
랭크:B
내공으로 상대의 근골을 뒤틀고 나눠지게 해 강력한 고통을 선사합니다.
분근착골 스킬이 어려운 스킬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랭크가 무려 B인 스킬이었다.
여기 있는 헌터들이 바로 듣자마자 방법을 깨달을 수 있는 건 아닌 것이다.
-권속이나 신도들이 가진 장점은 바로 이런 것이지.
나태의 여신은 놀랍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하나하나는 약하디 약한 이들이지만, 강한 믿음을 가진 이들을 잘 보살피다보면 놀라운 힘을 보여주곤 한단다.
-…여신이 그렇게 성실하게 신도를 보살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최연승의 말에 나태의 여신은 살짝 발끈했다.
-나도 현역에서 활동할 때는 꽤 부지런하게 살았단다. 내 왕국을 누가 만들어줬겠니?
‘능력 있는 권속들이 다 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
천칭의 여신 때문에 다른 성좌들도 다 그런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천칭의 여신은 성좌 중에서도 특이한 편이었다.
대부분의 성좌들은 여신 성좌처럼 선하지 않았고, 실수를 많이 하지도 않았으며, 권속들을 믿지도 않았다.
일정 능력 이상의 권속은 언젠가 자신을 배신하고 자신을 위협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가 자기 권속 관리도 못하는 성좌들은 성좌 자격이 없지 않냐고 비웃습니다.] [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자기들 강한 권속 없다고 막말하는 거 봐라.’
두 성좌 모두 강한 권속을 키우지 않은 성좌였다.
밑의 신도들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그냥 둘 다 그리 세력이 크지 않은 성좌여서 그랬다.
그에 비해 천칭의 여신은 그 세력이 강대함에도 불구하고 권속들을 많이 믿는 호ㄱ… 아니, 선량한 성좌였다.
‘애초에 믿지 않을 놈을 권속으로 만드는 게 멍청한 짓 같은데…’
-어비스의 일이 다 그렇게 쉽진 않지. 물론 믿음직스러운 권속은 그만한 장점이 있단다. 지금 보렴. 네 신도들이 보여준 능력을.
서로를 향한 신뢰로 엮인 관계는 생각보다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잘 알아들은 것 같군.”
“최연승 헌터께서 잘 가르쳐주셨기 때문입니다!”
“좋아. 그러면 우리 다 같이 이 엘프한테 연습해보자.”
“예!”
“…예???”
듣고 있던 그렝노는 기겁했다.
이런 미친 인간 새끼들이!
* * *
“그렇군. 그래서 중국 헌터들과 손을 잡은 건가.”
“예…”
“중국 헌터들은 우리보다 성질이 더 더러운데 속이고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많아봤자 백 명 정도 아닙니까? 얼마든지 우리가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렝노는 축 늘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엘프들이 약해서 식인나무 처리를 못한 게 아니었다. 괜한 희생자가 나오기 싫어서 그런 것이었다.
그들이 있는 마을에 깔린 각종 마법과 어비스 특유의 지형이 가진 힘을 빌린다면, 중국 헌터들 정도 되는 전사들은 백 명이 와도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그렝노의 말에 최연승과 화산파 헌터들은 어이없다는 듯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저 엘프는 대체 우리가 몇 명쯤 되는 줄 아는 겁니까?”
“한 수천 명 되는 부족인 줄 아나본데?”
중국 쪽 헌터들은 숫자가 많은 걸로 악명이 높았다.
십억이 넘는 인구 중 0.1%만 각성해도 백만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어비스라고 해도 헌터들 정도는 보낼 수 있었다.
약한 헌터들이라 하더라도 현대병기를 굴리면서 같이 싸운다면…
“문제가 생기면 최소 몇 만 단위로 올 수 있을 텐데?”
그렝노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웃었다.
“그게 말이 됩니까?”
“…다시 분근착골 스킬 연습해봐라.”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잠깐의 설득 후 그렝노는 최연승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호구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호구였던 것이다.
숫자로 유명한 오크나 고블린 같은 종족들도 저 중국처럼 숫자가 많진 않았다.
“대… 대체 무슨 스킬을 갖고 있길래 저렇게 숫자가 많은 겁니까?”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군. 그나저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저 중국 헌터들이지.”
“…!!”
그렝노는 공포에 빠졌다.
저런 헌터들이 몇 만 단위로 온다면 아무리 막아도 버티기 힘들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밥 먹고 자식만 낳는 게 아니라면…
“도와주랴?”
최연승의 질문에 화산파 헌터들은 질색했다.
“저 엘프 놈을 뭘 믿고 도와줍니까? 언제든지 최연승 헌터를 배신할 놈입니다!”
“제 할머니께서 그러셨는데, 낯짝 반반한 놈은 믿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아니… 말이 도와준 거지 저 엘프들이 갖고 있는 걸 나도 받아야지. 그래야 정당한 거래가 되지 않겠나?”
최연승의 말에 화산파 헌터들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렇지?”
“예! 엘프들을 살려주는 대신 마을의 모든 값나가는 것들을 챙기고, 엘프들은 강제 이주를 시키는 거군요.”
“…우리 다시 처음부터 이야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