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47)
247화
대체 그놈의 역사와 전통이 뭔지 모르겠지만 A급 헌터가 저렇게까지 반복해서 말하자 슬슬 적염귀 헌터들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실 역사와 전통이 중요한 거였나?
“야. 두억시니 클랜에 진짜 뭐라도 있는 거 아니냐?”
“성좌가 묻어 놓은 비밀 아이템이라도 있나??”
“그런 게 클랜에 왜 있어?”
혼란스러웠지만 그것과 별개로 시합은 진행되어야 했다.
적염귀 헌터들은 일단 준비했다.
원래라면 두억시니 클랜의 헌터들이라고 해서 얕봤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A급 헌터다. 절대 얕보면 안 돼.”
“그런데 최연승 헌터가 SSL 경험이 있었나?”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있으니까 저기에 끼어들었겠지. 그게 아니라면 A급 헌터가 뭐가 아쉬워서 저기 끼겠어.”
“과연 그렇군.”
적염귀 헌터들은 수군거리면서 결의를 다졌다.
다혈질에 공격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적염귀 헌터들은 확실히 실력이 있는 이들이었다.
경험이 많고 전략, 전술을 이해할 줄 알며 서로 손발이 잘 맞았다.
괜히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들은 벌써 최연승을 상대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우리는 뭐 없습니까?”
“당연히 없지. 하루 지났는데.”
이창식은 최연승의 질문에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술이고 전략이고 뭐고 없는 것이다.
“일단 원래 라인업을 기반으로 짜봤다.”
“음.”
최연승은 이번에 같이 싸우게 될 헌터들을 훑어보았다.
한숨이 나오는 능력치였지만 그건 상관없었고, 중요한 건 스킬들.
‘내가 무슨 사기 스킬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이건 좀 지나치게 가혹한 것 아닌가?’
스킬에 이나 , 같은 게 보이면 한숨이 나왔다.
약하면 성실하기라도 살아야지 대체 왜?
“…내가 지휘를 맡습니다.”
“그러냐? 그래라.”
나름 두억시니 클랜의 에이스, 고준원이 입을 열었다. 최연승은 그러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솔직히 누가 지휘를 맡든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고준원에게는 중요한 의미였다.
A급 헌터가 그의 지시를 따라주고 있는 것이다!
“봤냐??”
“뭘?”
“최연승 헌터도 내 지휘를 따른다고 하잖나.”
“그냥 별 생각 없으신 것 같은데?”
“……”
원래라면 말 한 마디에 죽는 시늉도 했을 놈들이 클랜 분위기 바뀌었다고 뻗대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지만, 솔직히 고준원도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이었다.
최연승이 뒤에서 어슬렁거리는데 여기 다른 헌터들에게 시비를 걸 수도 없고…
“너 자꾸 그렇게 나와 봐라.”
“아. 뭘 또 왜.”
“네가 이제 아쉬운 게 없다고 생각하나 본데, 그건 착각이다. 지금 이창식 헌터가 누굴 뽑았지?”
“…?”
“날 뽑았지. 최연승 헌터도 나한테 지휘를 맡겼고. 이게 무슨 뜻 같냐?”
고준원의 말에 시큰둥한 표정을 짓던 헌터들도 솔깃해했다.
확실히 그럴듯했던 것이다.
고준원이 성격 더럽고 자기 패거리 만들어서 분위기 깽판치는 놈이긴 하지만, 일단 팬들에게 인기 있고 실력은 어느 정도 있는 놈 아닌가.
새로 온 감독이나 클랜 주인이라고 해도 고준원을 안 쓸 것 같지는 않았다.
선수들을 평가할 때도 어느 정도 고준원의 말을 듣지 않겠는가.
“이제 이해했냐?”
“하하하. 준원이 형님. 왜 이러십니까.”
“맞아요. 저희가 형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시큰둥하던 헌터들은 바로 태도를 바꿨다.
고준원은 속으로 혀를 찼다.
그도 스스로가 성격이 좋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의 곁에 모인 놈들은 한술 더 뜨는 것 같았다.
* * *
“나는 윗길밖에 안 가봤고 윗길로 갈 거다.”
“아. 예. 그러시죠.”
어차피 최연승이 윗길로 갈 줄 알았기에 고준원은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하급 텔레파시.
고준원은 선수들에게 하급 텔레파시 마법을 걸었다.
지휘를 내리는 입장에서 이런 마법은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는 기껏해야 2서클 마법이면서 시장에서 그 가격이 상당했지만…
고준원은 이 마법을 사서 후회한 경험이 없었다. 그만큼 요긴했으니까.
“너희 둘은 아랫길로. 너는 날 따라오고… 적염귀 놈들, 어떤 놈들인지 잘 알지?”
“당연히 알죠. 형.”
“그래. 알아서 잘 해라. 사고치지 말고.”
고준원이 무슨 천재적인 전략가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후달리는데 뛰어난 묘책을 생각해낼 순 없었다.
적염귀 헌터들이 사납고 공격적이니, 탑을 끼고 버티면서 상대를 끌어들인 다음 실수를 유발한다.
실제로 적염귀 헌터들은 공격적인 만큼 그만큼 실수도 잦았다.
“저 새끼들 우리를 너무 얕보는 거 아니냐??”
“그러게 말입니다.”
이번 던전은 . 13년 전에 지구에 나타났던 던전이자 꽤 인기 많은 이면세계 던전이었다.
나오는 몬스터들은 식물 계열에 맵 곳곳에 숨을 수 있는 지형들이 많아 온갖 기발한 전략들이 나오곤 했던 것이다.
그런 만큼 적염귀 헌터들도 이 던전을 아주 좋아했다.
그들의 성격과 딱 맞는 던전!
적염귀 헌터, 오광규는 동료와 같이 아랫길로 내려왔다가 상대 헌터가 탑 근처에 버티고 몬스터를 하나씩 잡는 모습에 혀를 찼다.
저기서 저러고 있으면 우리가 뭐 못 건드릴 줄 아나?
“야. 가자.”
“지금 말입니까? 초반부터 너무…”
“상대가 누군데? 두억시니잖아.”
“하긴 그러네요. 갑시다.”
적염귀 헌터들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
-.
2서클 마법 .
그렇게 강한 분신도 아니었고, 가까이서 보면 티가 났지만 은 안개가 많이 끼고 지형지물이 많은 던전.
멀리서 눈치 채기는 더 힘들었다.
두 분신이 마치 곧 공격이라도 할 것처럼 얼씬거리기 시작하자 두억시니 헌터들은 극도로 긴장해서 머뭇거렸다.
‘공격 들어오나?’
‘적염귀 놈들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텐데…’
설마 초반에 마법 탑의 지원까지 있는데 덤벼들까 싶었지만, 적염귀 헌터들은 원래 사납기로 소문 난 이들.
두억시니 헌터들은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적염귀 헌터들은 가운뎃길로 이동했다.
-저희 왔습니다.
-벌써?
-저 놈들 그냥 잡아버리죠. 어이구. 주제에 에이스라고 앞으로 나와 있는 거 봐.
고준원과 다른 두억시니 헌터 한 명은 나름 실력에 자신이 있었는지 탑 앞으로 나와서 몬스터를 잡고 있었다.
벌써 여기에 네 명이 모인 적염귀 입장에서는 군침이 도는 먹잇감일 뿐.
-마법 차단!
“가자!”
적염귀 헌터들은 텔레파시 마법부터 잘라버린 다음 돌격을 시작했다.
갑자기 네 명의 헌터들이 빠르게 뛰쳐나오자 고준원은 기겁했다.
“뭔…?!”
* * *
‘으음. 역시 난 적성에 안 맞는 것 같군.’
최연승은 그렇게 생각하며 나무 정령들을 때려 잡았다.
1:1로 붙는 UHC까지는 그래도 나름 적응이 됐지만, SSL은 정말…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던전을 공략하면 공략하지 여기 나오는 몬스터들을 끊임없이 잡으면서 다른 헌터들도 견제하고 자기 기지도 지켜야 하고 이게 뭐하는 건지…
“뭐하세요??”
윗길을 맡은 적염귀 헌터, 나은아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최연승에게 말을 걸었다.
보통 경기 도중에 말이 몇 마디 오가긴 했지만, 보통은 ‘덤벼봐 덤벼봐 이 새끼야’같은 도발이나 ‘너 진짜 오면 죽는다?? 나 마법 장전 끝났다??’같은 말들인 것이다.
그러나 나은아 입장에서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최연승이…
너무 앞까지 와있었던 것이다.
뭐지? 도발인가??
“뭐하시는 거냐고요?”
“어… 몬스터 잡고 있지?”
최연승은 일단 대답해줬다. 그 대답이 너무 산뜻해서, 나은아는 지금 둘이 같이 던전 도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살짝 했다.
하지만 이건 던전이 아니라 시합이었고, 최연승은 적이었다.
‘자기가 아무리 A급 헌터라고 해도 여기서는 똑같잖아?’
“야!”
“가고 있다!”
곧바로 옆으로 난 길에서 적염귀 헌터 한 명이 더 튀어나왔다.
혹시 최연승이 어마어마한 고수일지도 몰라서 한 명을 더 붙여 놓고 대비한 것이다.
적염귀 클랜이 이번에 유일하게 걱정하고 있는 변수가 바로 최연승!
최연승이 사실 미국의 뛰어난 헌터들과 같이 SSL을 준비한 대단한 사람이라면…
“최연승 헌터. 아무리 그래도 우리를 너무 얕보셨습니다!”
“도망 못 치게 막아!”
-소형 늪 소환!
원래라면 몬스터를 못 오게 막거나 추적을 막는 스킬이었지만, 이번에는 최연승의 발걸음을 묶을 용도로 사용되었다.
길에 늪이 생기며 이동을 막은 것이다.
“…?”
그러나 최연승은 당황하거나 뒤로 도망칠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진, 진짜 싸우시겠다고요?”
“싸우면 안 되나?”
“최연승 헌터. 여기서 2:1로 만나면 보통 도망을 쳐야 하는데요.”
오죽 황당했는지 적염귀 헌터들이 최연승한테 SSL 어떻게 하는지 조언을 할 정도였다.
SSL 해본 적이 없나 이 사람?
“으음. 그래도 뭐 어쩌겠나. 싸워봐야지.”
“…예.”
“잘 부탁드립니다?”
“넌 왜 그딴 인사를 해??”
“아, 아니. 뭔가 그런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고.”
적염귀 헌터들은 인사를 마친 뒤 덤벼들었다.
* * *
-야. 가운뎃길에 있는 두억시니 두 놈 잡았고, 아랫길에 있는 놈들도 꼬여내서 잡았다.
-초반부터 네 명 잡았으니까 게임 끝났지.
적염귀 클랜 헌터들은 훈훈하게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눴다.
부활해서 돌아오고 있다지만 원래 초반에 이런 꼴을 당하면 기세가 꺾이기 마련.
두억시니 헌터들은 경기고 뭐고 지금쯤 빨리 끝낸 다음 집에 가고 싶을 것이다.
여기서 겪는 고통과 공포는 모두 다 헌터 자신이 체험하는 것.
오래 버텨봤자 험한 꼴밖에 안 당하지 않겠는가.
-윗길 어떻게 됐냐? 왜 말이 없어?
-…당했어…
-뭐???
-그러니까 내가 방심하지 말라고 몇 번 말했냐! 아무리 그래도 A급 헌터잖아.
-진정해. 1:1에서 실수 한 번 하면 원래 누구나 질 수 있지.
-…2:1로 졌어.
-아. 2:1로?? 동료가 있었나보군. 괜찮아. 다른 쪽 다 압도하고 있다.
-아니. 우리가 2야…
-…너희 대체 뭐하고 있냐???
다른 곳에 있던 적염귀 헌터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로 경악에 빠졌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둘이서 한 명한테 진단 말인가.
-자꾸 마법 쏘는 거 피하길래 그냥 근접해서 끝낼려고 다가갔더니 갑자기… 그… 훅 하고 접근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잘 안 나.
-마법을 쏘려고 하니까 갑자기 방패로 들고 막…
-…어쨌든 알겠으니까 수비! 수비적으로 버티기만 하라고. 이상하게 말아먹지 말고!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우리 수비적으로 했…
적염귀 헌터들은 황당했지만 곧 상황을 받아들였다.
황당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게 던전 아니겠는가.
“안 되겠다. 최연승 헌터를 이쪽으로 끌어내자. 이번에는 텔레파시 마법 끊지 말고 그냥 공격해. 그러면 가운뎃길로 모이겠지.”
“안 부르고 버틸 수도 있습니다.”
“한 번 죽은 놈들이라 겁나서 무 조건 부른다. 딱 보니까 자기밖에 모르는 놈들인데.”
적염귀 헌터들은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다시 한 번 고준원을 노렸다.
고준원이 허겁지겁 물러서면서 다른 헌터들을 부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 와라!
“…안 오는데??”
“안 올 리가 있나. 오겠지.”
“아니… 진짜 안 오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