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아. 원래 이런 건 철저하게 따져야 하지 않습니까.”
“……”
황경룡과 이창식의 차이점은 이런 부분에서 눈에 띄었다.
한국에 남은 이창식은 A급 헌터라지만 매우 상식적으로 살았다.
상대하는 국회의원이나 기업들이 갑질을 하더라도 칼을 뽑는 대신 이성의 끈을 꽉 붙잡고 최대한 설득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그에 비해 황경룡은 한국을 뜬 다음부터는 미련이 사라졌는지 시비 붙으면 그 사람 집부터 찾아가곤 했다.
목에 힘 뻣뻣하게 준 상원의원도 저택에서 서로 얼굴 맞대고 대화하다보면 이해와 화해가 싹트곤 하는 것이다.
“됐습니다. 잘못했다고 하는군요.”
최연승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화를 마쳤다.
강하게 말하니 저쪽에서도 이해를 해준 것이다.
‘저래도 되나?’
이창식은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이게 해외면 그냥 알아서 살라고 했을 텐데 여긴 한국인데…
그러나 이창식이 고민을 끝내기도 전에 최연승은 다음으로 움직였다.
“그래서 추원성 팀장. 경기를 취소할 순 없을 거고, 잡혀 있는 다음 경기가 어떻게 되지?”
“적염귀 클랜과 내일 경기가 잡혀 있습니다.”
“뭐 어쩌겠나. 오합지졸이라도 내보내야지.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두억시니인데 뭔가 있겠지?”
최연승은 두억시니의 이름값을 믿었다.
나름 한국 1세대 때부터 있던 전통 깊은 클랜인데, 주축 헌터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지만 아무것도 없지는 않을 것 아닌가.
“있지?”
“……”
추원성은 등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헌터들이 이탈한 게 딱히 그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이번에 클랜 인수한 A급 헌터가 앞에서 대놓고 물어보는데 긴장 안 할 사람은 없었다.
“그게… 전력이… 많이 부족하긴…”
“적염귀 클랜은 나름 강한 클랜이다.”
보다 못한 이창식이 대신 나서서 설명을 시작했다.
“저는 들어본 적 없는데, 신생 클랜입니까?”
“이제 와서 신생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 바로 네 다음 세대 헌터들이 세운 클랜이니까. 인천 쪽 대형 클랜인데, 꽤 거칠고 호전적인 자들이니 주의하는 게 좋을 거다.”
SSL은 스포츠화 되긴 했지만 가장 전투적이고 살벌한 스포츠라고 할 수 있었다.
이면세계 안에서 싸운다지만 서로가 느끼는 감각과 감정은 진짜인 것이다.
닿는 순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마법을 날리고 무기를 휘두르는 스포츠라 정신적인 이유로 은퇴하는 헌터들도 꽤 많았고…
그만큼 거친 헌터들도 눈에 띄었다.
“SSL 뛰면 보통 등급 높은 헌터들이 아니잖아요?”
“그렇지.”
“등급도 그리 안 높은데 호전적이고 거칠다고요?”
“그야 만나는 상대가 보통 A급 헌터가 아니니까 그렇겠지.”
이창식의 말에 최연승은 납득했다.
하긴 그것도 그래!
“음. 아까 상태 보니까 그냥 제가 한 자리 채워서 나가는 게 그나마 나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할까요?”
“그래도… 되겠나?”
이창식은 깜짝 놀랐다.
“안 될 게 있습니까?”
“A급 헌터로서 체면이 있으니까?”
“그거 경기 나가서 진다고 제 체면이 달라지진 않습니다만.”
최연승은 이런 경기에 나가서 한 번 지고 이긴다고 딱히 체면이 꺾이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최연승은 레이드를 뛰고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헌터였지 경기에 나가는 선수가 아니었으니까!
이거 진다고 시비 거는 놈이 있다면 현실에서 몬스터를 어떻게 잡는지 직접 보여주면 그만이었다.
“제가 나가는 게 더 불리해 보이십니까?”
“아니. 그건 아닐 거다.”
이창식은 곧바로 대답했다.
두억시니 헌터들을 봤을 때 최연승이 나가는 게 무조건적으로 유리했다.
이창식의 즉답에 최연승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헌터들이 얼마나 엉망이길래 저렇게 바로 대답하시는 거야?’
* * *
“이 자식들. 내일이 다른 클랜과 시합인데 이렇게 보내고 있어??”
“아. 괜찮습니다. 어차피 두억시니가 상대 아닙니까!”
적염귀 헌터들은 간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코웃음을 쳤다.
원래 경기 전날에는 가벼운 훈련과 함께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는 법이었지만, 그러기에는 상대가 너무 약했다.
유명한 헌터들은 다 빠져나간 두억시니 클랜 아닌가.
그걸 알고 있었기에 클랜 간부도 못마땅한 표정만 짓고 있었지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다.
“방심하지 마라. 물론 이번에야 상대가 두억시니지만 다른 놈들을 상대할 때도 이렇게 굴 수는 없는 법이다.”
“알고 있습니다. 걱정 그만 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신나게 웃고 떠들던 적염귀 클랜 쪽으로 정보 하나가 들어왔다.
“…???”
“왜 그러십니까?”
“두억시니 클랜 주인이 바뀌었다고?”
“그 클랜을 누가 사갔습니까?”
“뭐야? 누가 사갔어? 그걸?”
“레이드 잘하는 것도 아니고 경기 잘 뛰는 것도 아니고 뭐하러 사가지?”
적염귀 헌터들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아무리 전통과 역사가 있다지만 클랜은 매우 비싼 매물.
돈 주고 살 때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했다.
거기 남은 헌터들이 얼마나 있다고…
“뭐 돈 썩어나는 부자 놈이 샀나보지.”
“중국인이 산 거 아니야? 중국 애들 클랜 사는 거 좋아하잖아.”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냥 이름값만 보고 산 걸 수도 있지.”
“아랍 부자들이 사간 거 아닌가?”
간부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여기 있는 헌터들의 모든 추리가 틀린 것이다.
“최연승 헌터가 인수했다고 연락이 들어왔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창식 헌터가 맡았다고 하는군.”
“철… 철혈빙제…?!?”
“철혈빙제가!??!”
아무래도 여기 있는 헌터들에게는 최연승의 이름보다는 이창식의 이름이 더 크게 와닿을 수밖에 없었다.
경악하던 헌터들은 뒤늦게 최연승의 이름도 깨달았다.
“최연승이면 그 A급 헌터 아닙니까?? 그 할아버지 헌터??”
“젊던데?”
“어비스에 휘말렸다가 돌아와서 그렇다잖아.”
“아. 그런 거였어? 난 무공 익히면 젊어지는 줄.”
적염귀 헌터들은 놀란 표정으로 수군거렸다. 계속 시끄럽게 떠들기만 하자 간부가 벽을 주먹으로 강하게 쳤다.
“시끄럽다! 하여튼 간에 지금 상황이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걸 명심해라. 두억시니 클랜 같은 곳에게 지면 얼마나 망신이겠나!”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두억시니 클랜에게 지겠습니까?”
헌터들은 코웃음을 쳤다.
물론 A급 헌터들의 이름을 들었을 때에는 놀랐지만, 잘 생각해보니 거기에 겁먹을 이유가 없었다.
A급 헌터라고 상황을 다 뒤집을 수 있는 거면 이창식이 한국대표팀을 맡아서 그렇게 욕 먹을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
“방심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팀장님. 우리 가슴에 손을 얹고 이야기해봅시다. 솔직히 인수한 지 며칠도 안 된 두억시니 헌터들한테 우리가 질 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방심하지 말라는 거다!”
“방금 대답 바로 못 하셨지?”
“그래. 못 하셨네.”
헌터들은 낄낄대며 웃었다. 클랜 간부는 얼굴을 붉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기 헌터들은 자신감을 가질 자격이 있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길 테니까.”
“그래도 그 철혈빙제에, 최연승 헌터까지 만나게 되다니. 이거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겠는데.”
“큭큭. 맞는 말이야. 걸맞는 준비를 해야겠어.”
적염귀 헌터들은 살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불안해진 간부가 경고했다.
“절대 사고 치지 마라. 힘으로 치면 너희들 목 정도는 쉽게 꺾을 수 있는 헌터들이니까.”
“우리를 뭘로 보시고 그러는 겁니까??”
“저번에 관중들한테 욕했다가 경기 금지 당한 놈들로 보이지.”
“아, 그건 그놈들이 먼저 우리 부모님을 홀수로 만들었는데 진짜!”
“시끄럽고! 난 분명히 말했다!”
간부가 문을 거세게 닫고 돌아가자, 남은 헌터들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했다.
원래라면 그냥 이길 생각이었지만 상대 쪽에 철혈빙제 같은 거물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이건 어떻게 보면 기회 아니겠는가?
“철혈빙제 같은 사람을 또 언제 만나겠어.”
“맞아. 큭큭.”
* * *
“사인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렬로 서도록.”
그 사납던 적염귀 헌터들은 순한 강아지가 되어서 이창식 앞에 일렬로 섰다.
몇몇 헌터들은 최연승 앞에 수줍게 섰다.
“혹시 사인 한 장 받을 수 있겠습니까? 몬스터 웨이브 때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무공을 익히는 게 노화 방지의 비결인가요? 제가 지금 고민 중인데…”
생각보다 훨씬 더 순한 헌터들의 반응에, 최연승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이창식을 쳐다보았다.
“사납고 성질 더럽고 난폭한 놈들이라면서요?”
“으음.”
이창식은 못 들은 척 시선을 피했다. 최연승은 투덜거렸다.
“저 형 은근히 불리한 말은 못 들은 척 하신단 말이지.”
“으으음.”
상황을 보니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었다.
적염귀 클랜 헌터들 중에 이창식 팬이 꽤 많은 모양이었다. 심지어 최연승 본인의 팬도.
하긴 레이드를 그렇게 뛰었는데 감명 받은 사람이 안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 최연승 헌터. 두억시니 클랜 같은 곳은 왜 인수하신 겁니까? 차라리 저희 클랜을 인수하시지!”
“너 클랜장한테 보고해도 되냐?”
“아, 아니. 내가 클랜장한테 불만이 있는 게 아니라… 임마! 클랜장의 자리는 클랜장에게 주고! 지분을 사란 뜻이었어!”
최연승은 대답을 뭐라고 해야 할까 살짝 고민했다.
‘대형 클랜 중에 살 수 있을 정도로 망한 클랜이 두억시니밖에 없었다’고 말하면 옆에 있는 두억시니 헌터들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으니…
“역사와 전통이 있어서.”
“…으하하하하하!”
“크핫핫핫핫!”
“푸핫핫… 켁, 켁켁.”
“야. 내 앞에서 웃을 때는 목숨 걸고 웃어라.”
최연승이 멱살부터 잡자 헌터는 숨이 막혀서 켁켁댔다.
다른 헌터들이 당황해서 팔을 붙잡고 떼놓으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A급 헌터, 그것도 무공 사용자의 피지컬!
보통 다른 헌터들과 힘싸움을 해서 밀린 적이 없었던 적염귀 헌터들이었기에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힘이 장난이 아니다!’
‘이게 진짜 레이드 뛰는 헌터의 힘인가??’
“켁… 최연승 헌터를 놀리려는 게 아니었습니다.”
원래라면 거칠게 맞받아쳤을 테지만, 적염귀 헌터들은 최연승에게 압도되었는지 고분고분히 사과했다.
“역사와 전통 때문에 사셨다는 게 이해가 안 가서… 그게…”
“역사와 전통은 중요한 가치지.”
옆에 있던 이창식이 최연승을 돕기 위해 말했다.
이창식은 그 특유의 중후한 분위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해도 묵직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이창식까지 그렇게 말하자 적염귀 헌터들은 더더욱 놀랐다.
아니…
역사와 전통이 그렇게까지 대단하다고??
‘진짜 우리가 역사와 전통 때문에 두억시니한테 밀렸다고?’
‘두억시니 놈들이 대체 뭐가 그리 굉장해서??’
그들도 마음 같아서는 A급 헌터한테 인수당하거나 관리 받고 싶었는데 저런 말을 들으니 매우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당황스러움은 아직 시작일 뿐이었다.
“여기 최연승 헌터도 경기에 나갈 테니, 잘 부탁하지.”
이창식의 말에 적염귀 헌터들의 놀라움은 이제 황당할 지경으로 변했다.
“????”
“왜요??”
“A급 헌터면… 이 짓거리를 할 이유 없지 않습니까?”
“야. 넌 이 짓거리라고 하면 어떡해.”
“아니. 말이 헛나왔네. 그러니까 이 ■같… 그러니까 재밌고 훌륭한 경기… 그… 아오. 하여튼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적염귀 헌터들의 말에 최연승은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성좌라서’로 시작하는 설명을 일반인한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역사와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