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35)
335화
결과를 본 비서는 놀랐다.
‘생각보다 인내심이 있잖아?’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다고 전해주시오.
-예. 알겠습니다.
보통은 ‘최연승 헌터가 미국의 손을 잡고 비합리적으로 선량한 다른 국가를 괴롭히고 있다! 이건 용서할 수 없는 제국주의적이고 패권주의적인 뭐시기저시기 등등’의 욕이 나와야 하는데 정말 끝까지 참은 것이다.
매우 놀라운 결과!
“너무 애태우지는 마. 보통 옹졸한 상대가 아니니까.”
아이네가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어느 나라가 안 그러겠냐만은, 중국 정부는 좀 심할 정도로 원한을 길게 기억하는 편이었다.
보통 다른 나라에서 ‘그쪽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이 좀 심한 것 같네요’하면 불쾌하더라도 그게 맞는 말이면 겉으로는 넘기는 편인데, 중국은 그냥 ‘감히 우리 나라에 간섭을 해!?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보복해주마!’라며 후려치는 것이다.
지금이야 아쉬우니 최연승한테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지만, 나중에 잊지 않고 보복할 가능성이 있었다.
“나한테 보복이라면…”
“가장 쉬운 게 를 노리는 거겠지.”
드래곤 인더스트리 관련 물건들을 판매 금지시키고, 각종 원자재 수출을 막고, 중국에 있는 공장들 앞에 소란 일으키고…
“그러면 그쪽도 만만찮게 타격이 갈 텐데?”
원래 한 대 치면 그쪽도 맞을 각오를 해야하는 게 당연한 이치.
게다가 는 미국 기업이었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맞는 걸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원래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휘두르는 놈들이잖아…”
“하긴 그것도 맞는 말이군.”
최연승은 납득했다.
하긴 원래 그랬지!
“그것과 별개로 이건 좀 놀라운데… 왜 이렇게 연락을 하는 거지? A급 헌터가 부족한 것도 아닐 텐데.”
“당신이 이 상황의 정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
“!”
아이네의 말에 최연승은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지금 최연승이 이 상황을 꿰고 있다고 오해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몬스터 빼돌리지 말라고 경고했지, 빼돌린 다음에는 위험할 수 있으니 갖고 오라고 경고했지, 그거 무시하고 갖고 간 다음에는 위험하니까 조심하라고 경고했지…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면 말이나 듣던가 이 새끼들.’
말은 더럽게 안 듣다가 이러는 게 매우 괘씸했다.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나도 아는 게 별로 없지 않나?’
최연승도 지금 상황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미래 예지로 참상을 보긴 했지만 그 이상을 알려주진 않는 것이다.
“나도 이 이상으로 아는 게 없는데…”
“저런. 그쪽은 큰일났네.”
“상대가 오해하고 있다면 그걸 이용해서 정보를 얻어낼 순 없나? 너무 양심 없는 짓인가?”
최연승의 말에 아이네가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즉답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당연히 그래도 되지! 연락해! 당신은 그래도 돼!”
“그렇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쪽 상황을 알려주면 고민해보겠다.
사실 예상한 게 아예 없지는 않았다.
아마 특이한 몬스터가 나타나서 중요 구역을 점령한 바람에, 피해 없이 레이드가 불가능해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겠지.
…그러나 보낸 연락에 돌아온 대답은 최연승의 상상을 초월했다.
* * *
중국의 C-급 헌터, 쉬아링은 클랜 소속의 평범한 헌터였다.
C급에 발을 디딘 헌터는 두 부류로 나뉘었다.
하나는 더 높은 랭크를 얻고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야망으로 불타올랐다.
대다수의 헌터들이 D, E 랭크에서 은퇴하거나 포기하는 상황에서 C급은 분명 선망 받는 위치긴 했지만…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화려하고 방탕한 헌터의 삶을 살려면 최소한 B급 가까이는 가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헌터들이 그러진 않았다.
꽤 많은 C급 헌터들이 여기까지 운 좋게 올라온 것에 감사하며 욕심을 접곤 했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에도 몬스터를 상대하며 죽을 위기를 몇 번이고 넘겼는데 B급으로 올라가려면 대체 얼마나 싸워야 한단 말인가?
-그냥 재산 잘 모아서 은퇴나 해야지. 재테크 잘 하면 어지간한 부자 안 부럽다.
-난 방송으로 가려고.
-나는 이번에 기업 초대를 받아서 기업 쪽으로…
쉬아링은 전형적인 후자였다.
그런 만큼 광저우에서 사건이 터졌을 때는 짜증만 났다.
-어떤 미친 놈이 몬스터를 밀반입한 거야?!
-쉿. 조용히 해. 공안이 들어서 좋을 거 없다. 아마 정부도 묵인해줬을 텐데.
-몬스터 웨이브도 끝나서 이제 좀 느긋하게 살아도 되나 했는데.
최근 몇 년 간은 중국 헌터들에게 시련의 시간이었다.
몬스터 웨이브 때문에 S급 몬스터가 대륙을 횡단하질 않나, 당에서 성좌의 영역을 무리하게 공략하라고 하질 않나…
다른 나라 같은 경우는 정부에서 무리한 명령이 내려오면 클랜에서 ‘우리가 미쳤냐 그걸 하게?’하고 씹었지만, 중국 같은 경우는 그렇게 씹었다가는 바로 특수교도소로 가게 됐다.
아무리 짜증나도 참고 웃으면서 해야 했다.
힘을 원하는가?
-…??
힘을 원하는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성, 성좌인가? 어느 성좌신지…
나는 성좌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성좌보다 더 강한 힘을 제공해줄 수 있는 몸이지.
-…안, 안 믿어. 뭐하는 놈인진 모르겠지만 정체를 드러내! 여기 뒤에 헌터들만 수십 명이 대기하고 있어!
어리석군. 인간. 하지만 괜찮다. 내가 직접 알려줄 테니까. 내 이름은 알마고리아. 무한한 어비스의 모든 뱀파이어들을 지배하는 왕중왕이다!
-???
푹!
뒷덜미가 따끔하더니 쉬아링의 의식은 그걸로 끊겼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쉬아링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는 결심했어.”
“??”
“뭔 개소리야 쉬아링?”
“나는… 광저우의 왕이야. 내가 광저우의 왕이란 말이야!”
“……”
“……”
“참, 참신한데? 정신 착란을 일으켜서 이 도시에서 빠져나가려는 건가?”
“미친놈들아 말려! 클랜 단위로 처벌받고 싶냐!”
동료들은 기겁해서 쉬아링을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쉬아링은 설득되지 않았다.
“나는 광저우의 왕이다!”
콱!
“헉!”
순식간에 방어를 뚫고 끌려와서 목을 붙잡힌 헌터는 신음소리를 흘렸다.
쉬아링이 이렇게 강했었나?!
눈에는 붉은 안광을 두르고, 온몸에서는 막대한 마력을 내뿜고 있는 쉬아링.
저번에 S급 몬스터를 멀리서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막막함과 공포.
“왕… 왕 맞아! 너 왕 해! 너 왕이야!”
살기 위해서 헌터는 다급히 외쳤다. 쉬아링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왕이야. 너는 처음으로 인정을 했으니 재상을 시켜줄게.”
“……”
‘시발 미쳐도 곱게 미칠 것이지…’
헌터들은 쉬아링이 뭔가 정신 공격을 당했거나 정신 오염을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대체 뭔…
콱!
“커헉…!?”
“감히 왕을 그렇게 쳐다봐?”
“아, 아닙니다! 폐하! 죄송합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쉬아링은 멈추지 않았다.
클랜 헌터들을 다 무릎 꿇린 다음 다른 클랜이 있는 구역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헌터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다른 곳으로 가면 이 지랄도 끝나겠지…?’
‘설마. 여기 헌터가 몇인데.’
약을 잘못 먹었거나, 성좌의 힘을 잘못 받았거나. 어쨌든 그래봤자 C급 헌터.
헌터들은 다른 구역의 헌터들이 개입하면 이 상황도 끝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쾅!
“웨… 웨이창 님?!”
무려 중국의 A급 헌터인 웨이창이 그대로 쉬아링한테 당한 것이다.
웨이창은 믿기 힘들다는 듯이 부러진 검과 쉬아링을 연달아 쳐다보았다.
아무리 상대를 얕봤다지만 이렇게 강할 줄이야!?
자신 있게 펼쳤던 마법검술이 그대로 막히고 아티팩트도 박살이 나다니.
“웨이창 님이 패배한 거야!?”
“미친 소리 하지 마라, 멍청한 놈! 웨이창 님이 질 리가 있나! 이제 제대로 보여주실 거다!”
뒤에서 다른 헌터들이 그렇게 외치는 소리에 웨이창은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안 그래도 폭발 성좌가 준비한 던전에서 추태만 보인 탓에 중국 내부에서도 ‘A급 헌터란 놈들이 깨라는 던전은 못 깨고 있는데 뭐하냐?’같은 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제대로 가주겠다!”
웨이창은 마력을 끌어내며 사납게 외쳤다.
이제 정말 진심으로 마법을…
콰직!
“…?!”
웨이창은 경악했다.
어느새 자신의 몸을 붉은 기운이 휘감고 있었던 것이다.
꽈아악!
[알마고리아의 피가 마력을 흡수합니다!] [상대의 스킬을 봉쇄합니다!] [알마고리아의 피가 상대에게 명령을 강제합니다!]차오르는 힘과 권능에 쉬아링은 박장대소했다.
“아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
“……”
믿었던 A급 헌터가 대가리 박고 제압되는 모습에, 자리에 있던 헌터들은 모두 할 말을 잃고 침묵했다.
마치 세상의 종말이라도 찾아온 것 같은 표정이었다.
“폐하라고 해 이 새끼야!”
“크… 크윽. 죽어라. 어디서 이 C급 헌터 따위가…”
“흥!”
“크아아아아악!”
“폐하라고 할 거야 안 할 거야!”
“크아아악! 크악! 폐… 폐하!”
“그래! 자. 다들 어쩔 거지?”
“…폐, 폐하!”
“폐하…!”
쉬아링은 그렇게 도시에 있던 클랜들을 하나씩 굴복시켜나갔다.
몇몇 상위 헌터들이 수상쩍은 피에 오염되고 굴복하자, 그 밑의 헌터들은 도망치거나 반항할 수가 없어졌다.
정보 통제하느라 바빴던 중국 정부는 뒤늦게 이 상황을 깨달았다.
-…클랜들이 왜 명령 받은 구역이 아니라 한 곳에 모여 있지??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하라!
-나는 왕이다! 꺼져! 당에 전해라. 여긴 이제 내 왕국이니, 공식적으로 내 왕국을 인정하고 외교관을 보내라고! 허튼 수작을 했다가는 이 주변을 부숴버리겠다!
-무… 무슨 미친 개소리를 하는 거냐!?
기겁한 정부가 군을 동원하고 외부 헌터들을 동원했지만, 쉬아링은 만만치 않았다.
뱀파이어들을 불러내고 붙잡은 헌터들에게 명령을 해서 공세를 몇 번이나 막아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결과 지금 광저우는 반쯤 독립한 왕국 상태로 변해버렸다.
* * *
“…창의적이군.”
최연승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헌터들을 보면 정말 창의적으로 개짓거리를 하곤 했다.
호텔 빌려서 마법으로 누가 더 안에 빨리 부수나 대결하기, 마약과 환각 마법을 어떻게 조합해야 가장 뿅 가는지 찾기, 시속 300km 넘게 달리는 차를 시내에서 컨트롤하기 등등.
하지만 이건 정말 창의적이었다.
나라가 멀쩡히 있는데 땅을 점령하고 독립국 선언을 하다니.
-후계자도 가서 저거 하면 안 되냐고 묻습니다.
“……”
최연승은 순간 솔깃했다가 금세 정신을 차렸다.
‘아차. 내가 미친 소리를…’
말이 국가였지 저게 인정 받을 가능성은 없었다. 아무리 중국을 싫어하는 나라들도 저걸 인정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오래 가기도 힘들었고…
“치안이 불안정한 곳에는 실제로 클랜들이 세운 국가들이 있긴 해. 남미나 아프리카 쪽에… 동유럽 쪽에도 헌터 출신 독재자가 앉아 있는 국가가 있고. 그런데 이렇게 당당하게 선언할 줄은 몰랐는데.”
아이네도 이건 예상 밖인 모양이었다.
그냥 몬스터 문제가 터진 줄 알았지 웬 미친 헌터가 나라를 선언할 줄이야.
“하지만 몬스터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오히려 다행 아닌가? 협상이 된다면 안에 갇힌 사람들을 빼올 수 있겠군.”
“그건 그렇지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비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답변을 기다리고 계시는데 뭐라고 전할까요?”
온갖 굴욕을 참고 최연승에게 연락을 건 다음 귀중한 정보까지 준 만큼, 최연승도 성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이 상황에 도움이 되는 조언!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라고 전해주도록.”
“…어, 진짜 그렇게 전해도 됩니까?”
“그래. 그렇게 전해라.”
아이네는 상대방이 처음으로 불쌍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