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36)
336화
‘욕 좀 하겠는데…’
상대방이 아무리 불리한 입장이라도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는 상황.
“음. 몬스터가 아니라 헌터가 소란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면… 무력으로 제압하기보다는 협상으로 안에 남은 사람들을 빼오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미 한국 쪽 교민들이나 드래곤 인더스트리 관련된 직원들은 대피를 시켜 놓은 뒤였지만, 세상에는 꼭 말을 안 듣는 사람들이 있었다.
미국 쪽 다른 기업 직원들부터 시작해서 여러 사람들이 아직 도시 안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최연승의 활동 영역이 주로 미국이었던 만큼 완전히 버려둘 수는 없었다.
사실 지금도 미국 정부 쪽에서 연락이 들어오고 있었다.
-최연승 헌터. 선량한 미국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난 한국 출…
-사실상 미국인의 영혼을 갖고 있지 않으십니까?
-그런 게 있…?
-최연승 헌터께서 나서신다면 다른 A급 헌터들도 설득에 응할지 모릅니다.
-지금 혹시 내가 제일 만만해서 나부터 설득하려는 건가?
-…그, 그,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기분이 편찮으시다면 다음에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가장 급한 건 중국 정부였지만…
도시가 워낙 대도시다보니 거기에 자국 국민들이 갇혀 있는 다른 나라들도 어떻게든 헌터들을 동원해서 구출하려고 애쓸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A급 헌터들한테도 연락이 갔다.
그리고 최연승은 솔직히 A급 헌터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집중적으로 연락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나였어도 나한테 먼저 연락했겠다.’
최근에 활동을 활발하게 했는가? (O).
민간인을 죽이거나, 불법으로 금지된 마약을 했거나, 혹은 기타 범죄 전적이 있는가? (X).
돈에 미친 새끼인가? (X).
…아무리 생각해도 최연승이 다른 A급 헌터보다 훨씬 더 믿음직스럽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미국 국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연승의 말에, 아이네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다 부끄러워.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그냥 버려두고 싶고. 당신이 그렇게 나오라고 할 때는 무시해놓고 말이야…”
아이네는 입술을 깨물었다.
솔직히 최연승은 그냥 자기 사람들만 챙겨도 됐다.
남의 기업 직원들 죽어나가면 그 기업 주가가 내려가고 기업이 휘청이지 최연승과 드래곤 인더스트리에는 아무런 손해가 없었으니까.
실제로 비서 중 한 사람이 그런 의견을 내놓았었다.
-굳이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까?
-…너 싸이코패스야??
-아, 아니… 아니…
-나까지 같이 취급 받기 싫으니까 조용히 하고 있어.
정말 아이네가 생각해도 살면서 이 정도 선행을 한 적이 없을 정도였다.
이 정도면 산타클로스가 찾아와서 선물 줘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미국의 다른 기업 놈들은 정말로 말을 듣지 않았다.
-무슨 대피는 대피… 그거 대피하면 할당량은 그쪽이 채워줄 거요?
-이거 드래곤 인더스트리가 견제하려고 이러는 거 아닌가?
-헌터가 몇 명인데 대피를 합니까? 너무 안전에 집착하다가는 이윤을 낼 수 없어요!
다행히 드래곤 인더스트리 쪽 라인은 ‘뒤지기 싫으면 알아서 빼라’로 대피시켰고, 친분이 좀 있는 사람들도 강하게 압력을 넣어서 일단 대피시키긴 했지만 많은 미국인들이 남아 있었다.
그 사람들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남아 있으라고 명령한 위의 상사들이 문제지.
아이네는 푸념하듯이 말했다.
“한국인들은 다 질서정연하게 나왔는데 진짜 미국 사람들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
최연승은 침묵했다.
그걸 본 아이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한국인들도 다 안 빠져나왔어?”
“그래. 좀 남아 있더군.”
“……”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했다.
-괜찮아. 안 죽어.
-하지만 최연승 헌터가 위험하다고 하셨으면…
-네 자리는 안 위험한 거 같냐? 몬스터가 여기까지 올 지 안 올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빠져나가면 네 자리가 없어지는 건 100% 확실해.
이런 식으로 남아 있는 한국인들도 꽤 됐다.
“그래도 한국인들은 좀 적은 편이긴 하지.”
“역시 시민의식의 차이가…”
“아니. 세하가 쌍욕 박아서 위협하더군.”
“……”
진실을 알게 된 아이네는 말문이 막혔다.
“…그래도 협박이 통한다는 건 시민의식이 좋은 게 아닐까?”
“그런 칭찬을 해봤자 별로 뿌듯하진 않군…”
어쨌든 둘은 머리를 맞대고 협상 계획을 꾸몄다.
“협상하기 전에 일단 여기 남아 있는 기업들한테 돈은 받자. 이건 진짜 받아야 해. 내가 싸이코패스처럼 생각되겠지만…”
“…나 정말 아무 생각도 안 했다.”
최연승은 조카를 살짝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냥 편하게 해도 되는데 왜 자꾸 변명을…
“아, 당신이 자꾸 그렇게 사니까 내가 자꾸 자본주의의 괴물처럼 느껴지잖아!”
“미… 미안하다?”
최연승은 딱히 잘못한 게 없지만 일단 사과를 했다.
“어쨌든 받을 건 받고! 정부한테도 받고! 기업한테도 받고! 그래야 앞으로 경고를 했을 때도 효과가 있을 거야.”
“이해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최연승은 조카가 자신을 호구로 보나 살짝 의심했다.
‘날 호구로 보는 건 아니겠지?’
-후계자가 호구는 아니지.
[가 화신은 호구가 아니라고 말합니다.]‘그렇지?’
최연승은 딱히 스스로를 호구로 생각하진 않았다.
철혈빙제라고 불리는 이창식 정도 되면 호구라고 할 만했다.
정부에서 쪼이고 언론에서 쪼이고 사람들도 쪼는데 미국으로 안 가고 한국에 남아서 사람들을 위해 싸웠으니까.
하지만 최연승은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래. 난 호구가 아닌 게 확실하지.’
-…듣다 보니 지구 개념으로는 호구 같…?
* * *
“문제는 상대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는 건데…”
-나도 알마고리아란 뱀파이어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구나.
성좌들이라고 모든 존재에 대해 다 아는 건 아니었다.
어비스는 무한한 곳이었고, 외곽으로 가면 갈수록 영혼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고독한 곳으로 변했다.
당장 최연승이 어비스 외곽에서 성좌 쓰러뜨리는 성좌로 악명을 떨쳤지만 거기에 대해 아는 성좌들이 지구 근처에 없는 것만 봐도 그랬다.
지금도 어비스 외곽 곳곳에서 수많은 필멸자 영웅들이 나타났다 사라져 가고 있을 것이다.
-뱀파이어라면 아마 같은 뱀파이어들이 알 가능성이 높겠지. 그들은 오래 사는 종족이고, 종족의 역사를 기록하는 종족이니까.
-혹시 뱀파이어 권속 있는 성좌 있나?
최연승은 혹시나 몰라서 물었다.
성좌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입을 다물었다.
[가 이번에 새로 들인 고양이가 발톱으로 피보는 걸 좋아한다고…]-…쓸모가 없군.
그 냉정한 반응에 조종자 성좌는 괜히 나서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몽마들도 어떻게 보면 흡정을 하는 자들이니 뱀파이어들과 비슷하지 않냐고 말하려고 했던 것이다.
-음… 천칭의 여신에게 한 번 물어봐야겠다.
최연승은 천칭의 여신에게 부탁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여신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그냥…
‘양심에 좀 찔릴 뿐이지…’
진실을 공유하고 있는 다른 성좌들과 달리, 천칭의 여신은 진실을 속이고 손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속임수는 성좌라면 가져야 할 미덕인데?
-…나도 다른 성좌 속이는 건 상관하지 않아. 악신 성좌나 나태의 여신 너를 속인다고 미안하진 않을 테니까.
-그렇지. …잠깐. 뭐라고?
게다가 꼭 동맹을 속인다고 죄책감이 드는 건 아니었다.
도 일종의 동맹이었지만 최연승은 속이면서 별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서로 목적을 위해서 협조하는 관계.
방향이 틀어지면 언제든지 충돌할 수 있는 냉정한 세계인 것이다.
…근데 천칭의 여신은 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안함이 있단 말이지…’
어린애의 사탕을 속여서 뺏는 것 같은 미안함!
그런 미안함이 있었다.
-미인계라니깐.
[가 미인계 맞다고 말합니다.] [가 그냥 외모로 홀리는 것만이 미인계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상대의 약점을 정확히 노리는…]-다들 닥치도록.
최연승은 성좌들을 닥치게 만든 다음 천칭의 여신에게 물었다.
-여신님. 혹시 권속이나 하수인들 중 뱀파이어들이 있으십니까?
[이 황급히 깨어납니다!] [이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다른 성좌한테 부탁하기 전에 조금만 기다리라고 간절하게 부탁합니다!]-…저, 저는 괜찮으니 천천히 하십시오.
나태의 여신은 이 대화를 참으로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대체 누가 누구한테 미인계를 펼치는 건지 구분이 힘든 희귀한 광경.
거의 어비스의 시작을 함께한 나태의 여신도 정말 천칭의 여신이 연기를 하는 건지 진심인 건지 확신이 가지 않았다.
잠시 후.
[이 하수인이나 권속 중에 뱀파이어는 없다고 침울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이 도움이 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이 혹시 또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부담 가지지 말고 말해달라고 부탁합니다.]-…예. 알겠습니다.
최연승은 한동안 천칭의 여신에게 말을 걸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 *
놀랍게도 최연승이 아는 뱀파이어가 하나 있긴 했다.
그것도 보통 뱀파이어가 아니었다.
무려 한 가문의 우두머리인, 뱀파이어 왕!
문제는…
-의 권속 아니니?
-그게 문제긴 하지.
수집가 성좌.
아마 최연승을 가장 싫어할 악신 성좌 중 하나였다.
힘의 원천 중 하나였던 알짜배기 땅이었던 영국을 빼앗겼으니 그 충격이 오죽할까.
힘이 밀리면 바로 공격당하는 악신 성좌답게 수집가 성좌는 최근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패배를 복구하기 위해 칩거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수집가의 왕국에 사람을 보내서 만나자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는데.
-해서 손해볼 건 없으니 한 번 보내보기나 하려무나.
나태의 여신이 하는 말도 일리가 있었다.
최연승은 새로 얻은 악마 권속 중 수집가의 왕국에 나가 있는 악마에게 명령을 내렸다.
뱀파이어 왕, 가르한샤와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주인님. 제가 이야기를 전달하겠지만… 폭발 성좌의 영역과 수집가 성좌의 영역은 좀 다릅니다. 이들은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노련한 악마들도 회의적이었다.
무시하거나 오히려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가르한샤는 최연승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 * *
“이렇게 와줄 줄은 몰랐는데.”
“아마 그게 맞겠지.”
가르한샤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라면 적대 성좌의 권속이 보낸 초대 따위는 무시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가르한샤는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명예로운 인간이여. 왜 그런지 알겠는가?”
“혹시 수집가 성좌한테 불만이 많아서인가?”
“…아니… 그대의 명예를 존중해서지.”
가르한샤는 황당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아. 내 명예?”
“그래. 그대의 명예다.”
저번에 영국에서 벌였던 성좌전.
그 성좌전에서 최연승이 보여준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자기가 좋아하지도 않는 약자들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
자기 성좌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냥 지켜봐야 했었다.
하지만 최연승은 그러지 않았다.
그 모습에 가르한샤는 깨달았다.
최연승은 가르한샤만큼이나 명예로운 존재라는 것을.
‘…저 놈 성좌전에서 속았다는 건 잊어버린 건가?’
-아마 후계자가 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어쨌든 상대가 좋게 착각해준다면 고마울 뿐.
최연승은 손수 의자를 꺼내고 마실 걸 따라줬다. 가르한샤는 품위 넘치는 동작으로 받았다.
선명한 붉은 액체와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가르한샤를 기쁘게 만들었다.
“으음. 아주 좋군. 나를 위해서 피를 준비한 건가?”
세심한 준비.
이런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역시 명예를 아는…
“미안하군. 토마토 주스인데. 피가 좋았나?”
“…괜찮다. 딱히 피가 필요한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