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93)
493화
하긴 최연승이 생각해도 ‘너 성좌 아니야?’라고 의심하는 놈이 있다는 건 말이 안 됐다.
어떤 미친 놈이 그딴 의심을 한단 말인가.
‘그나저나 날 무슨 종족으로 오해할지 궁금하군.’
-아마 무공에 특화된 특이한 종족으로 변했다고 생각하겠지.
그럴듯한 말이었다.
확실히 최연승의 무공 실력은 지구의 인간들과 차원이 달랐으니…
내친 김에 최연승은 4층까지 올라가보았다.
4층은 정말 한적했다. 심지어 요리사 성좌의 권속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종족을 위한 구역도 없이 살풍경한 곳에는 몇 명의 필멸자들만이 존재했다.
그들은 최연승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드디어!”
“놈을 잡아라!”
“!”
최연승은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필멸자들의 모습에 당황…
…하지는 않고 매우 침착하게 두들겨 팼다.
‘뭐지 이 놈은?’
괜히 4층이 아니라는 듯이, 상대는 최연승도 처음 보는 희한한 종족이었다.
살아 있는 피부 대신 딱딱한 대리석을, 깜박이는 눈 대신 희고 반짝이는 보석을.
마치 살아 움직이는 골렘이나 조각상 같은 놈이었다.
“크윽! 도와줘! 놈이 이상한 스킬을 쓴다!”
[의 권능이 라이네드를 보호합니다!] [미의 숨결이…] […]상대의 맷집은 확실히 대단했다.
일단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닌 만큼 혈도나 내가중수법 같은 것을 시도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일단 기본적으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단단했다.
-성좌가 직접 만들었구나! 존재력으로 생명을 불어넣었어!
-뭐? 그런 게 가능하다고?
-불가능하진 않지. 너희 인간들도 새 생명을 만들어내잖니.
-아니…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면 앞에 라이네드라는 놈은 라는 성좌가 직접 깎아 만든 권속이란 말인가?
무슨 신화 속에 나올 법한 이야기도 아니고…
‘내가 할 소리가 아니긴 하군.’
상대의 출신이 어이가 없긴 했지만, 그보다 더 어이없는 건 방어력이었다.
성좌가 직접 단단한 암석에 존재력을 불어 넣은 탓에 보통 방어력이 아니었던 것이다.
최연승이 지금 혼원권을 전력으로 펼치고 있지는 않았지만 일격 일격에 뼈가 부서지고 피를 토할 정도의 힘은 실려 있었는데 그걸 그냥 받아내다니.
‘강기를 쓴다.’
최연승의 손끝에 흰 빛이 맴돌았다. 무공을 잘 모르는 라이네드도 지금 앞에서 번쩍이는 게 위협적인 스킬이라는 건 깨달은 모양이었다.
[의 권능이 라이네드를 보호합니다.] [아름다움의 장막이 라이네드를 가립니다.]순간 세상에서 라이네드가 지워졌다. 최연승은 당황하지 않았다. 시각을 교란하는 몬스터 정도는 너무 많이 상대해서 질릴 정도였던 것이다.
‘후각으로.’
[의 권능이 라이네드를 보호합니다.] [찬미의 향이 라이네드를 가립니다.]‘…아니 성좌가 너무 챙겨주는 것 아닌가?’
최연승은 살짝 당황했다.
보통 성좌가 저렇게 권속 하나하나 다 떠먹여주면서 챙겨주는 건 정말 보기 드문 일이었던 것이다.
나태의 여신처럼 한가하게 옆으로 드러누워서 24시간 구경만 하는 성좌가 또 있을 리는 없을 테고…
-미래 예지.
최연승은 미래 예지의 권능을 가동했다.
많이 익숙해져서 그런지 예전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예지가 펼쳐졌다.
‘왼쪽.’
숨어 있는 라이네드를 향해 최연승은 그대로 강기가 깃든 혼원권을 날렸다.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라이네드가 뒤로 나뒹굴었다.
[가 그만하라고 외칩니다!]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지불할 테니 자신의 걸작을 부수지 말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최연승은 이상하게 자신이 악당이 된 기분을 느꼈다.
‘내가 먼저 공격을 받지 않았나?’
* * *
4층에 있던 권속들이 최연승을 제압하려고 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쪽이 선장일 수밖에 없지 않나.”
“……”
그들도 지금 선장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권속들의 논리는 간단했다.
여기 배에 들어와 있는 수많은 필멸자들.
이런 필멸자들 사이에 선장이 그냥 숨어 있겠는가?
그럴 리 없었다.
선장이라면 분명히 의미 있고 그 위엄을 드러낼 수 있는 곳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게 여기 4층이라고?”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층을 구분한 이유가 뭐가 있겠나?”
4층에 올라온 권속들은 확신하고 있었다.
이렇게 층을 나눈 이유는 가 힌트를 주기 위해서라고.
선장을 찾기 위해서는 무슨 수를 서서라도 위로 올라가라!
“그게 바로 가 말하고 싶은 거겠지.”
권속들은 단단히 확신에 차있었다.
선장은 저 아래 층에 있는 놈들이 아닌, 여기 4층에 올라온 놈들 중 하나일 거라고.
‘일리가 있긴 한데… 근거가 빈약하군.’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저 권속들의 말이 맞긴 했다.
그냥 층을 나눴겠는가?
무언가 의미가 있어서 나눴을 것이다, 가장 올라가기 힘든 층에 선장이 숨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연승은 성좌인 만큼 어느 정도 성좌의 시각에서 생각할 수 있었다.
성좌들은…
‘기본적으로 괴팍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놈들이라 남이 추측하는 게 사실상 별 의미가 없지.’
게다가 가 보여준 광기를 생각해보면 요리사 성좌도 멀쩡한 성좌는 아니었다.
최연승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솔직하게 말해라. 네가 선장이지?”
“난 신분을 증명할 수 있다. 의 권속이니까.”
“아니…?”
“이런 말도 안 되는!”
권속들은 탄식했다.
최연승까지 신분이 증명되면 대체 어떤 자가 선장이란 말인가.
“3층에 숨어 있는 것 아닌가? 아까 그 거인 놈이 수상하던데.”
“거인 놈은 원래 말이 적잖나. 그리고 내가 물어봤는데 그 거인은 신분이 확실한 자라는군. 흑요석 부족에서 본 자가 있대.”
[의 배가 멈춰섭니다.] [적이 배에 올라탑니다!]“…?!”
“뭐야?!”
권속들의 대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배가 멈춰서더니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 * *
‘크라켄이군.’
최연승은 낯익은 모습에 반가움까지 느꼈다.
어비스의 바다괴물 중 꽤 잘 알려져 있는, 문어나 오징어를 연상시키는 생김새를 갖고 있는 몬스터, 크라켄.
지구에서의 등급은 그리 높지 않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구에서의 이야기.
어비스에서 오래 산 크라켄의 강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오래 살면 살수록 끝없이 덩치가 커지고, 그에 걸맞은 스킬과 강함을 가지게 되는 괴수 몬스터인 것이다.
‘그리고 꽤 먹을만하지.’
-……
최연승의 생각에 나태의 여신은 살짝 당황했다.
지금 그런 생각을 할 때는 아니었던 것이다.
‘어차피 지금 내가 잡지 않아도 잡을 놈들이 많지 않나?’
-그렇긴 하구나.
지구와 달리 여기 어비스 바다 한가운데의 배 위는 강한 필멸자들이 여럿 있었다.
벌써 몇몇 영웅들이 배의 난간으로 나와 크라켄에게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이봐, 저것도 가 준비한 시련인가? 무슨 속셈이지?!”
“시련에 관한 것은 대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저 자식이…”
“됐어. 내버려둬! 무시하고 싸우자!”
엘프 궁수들이 한 곳에 모이더니 활을 들어올렸다. 거대한 마력이 일점에 집중되며 주변을 찢어발기는 돌풍을 만들어냈다.
배를 휘감으려고 덤벼드는 크라켄의 다리 하나가 그대로 날아갔다.
“엘프 놈들이 왜 저렇게 싸우는 거지?”
“저 크라켄을 잡는 놈에게 가 힌트를 준다는군!”
“질 수 없지! 준비해라!”
드워프들은 들고 있던 방패들을 꺼내더니 앞에 단단히 박아 넣었다. 방패에 담긴 힘이 주변에 방어막을 만들었다.
여러 구역에 있던 종족들이 나와서 싸움을 시작하자, 1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헌터들도 당황해서 최연승을 불렀다.
“저희도 전투에 참가할까요?”
“굳이?”
내려온 최연승은 그럴 필요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여러 종족들 사이에서 ‘저 크라켄을 잡으면 뭔가 성좌가 특혜를 주나보다’같은 소문이 돌고 있었지만, 최연승은 믿지 않았다.
애초에 근거가 없지 않은가.
‘헛소문이다.’
요리사 성좌의 권속들은 아무 질문에도 대답해주지 않고 있는데 괜히 힘을 낭비할 필요 없었다.
그럴 바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느 누가 수상하게 행동하는지 찾는 게 나았다.
‘하지만 정말 모르겠군. 혹시 통제가 아니라 전원 제거가 답인가? 전원을 전부 다 배 밖으로 내보내야 하나?’
최연승은 통제와 탐사가 아닌, 전원 제거가 해답인가 고민했다.
확실히 가 보여준 광기라면 그게 해답일 수도 있겠다 싶은데…
“인간 전사! 인간 전사!”
“?”
“네 도움이 필요하다!”
갑자기 위층에서 엘프들이 급히 달려 내려왔다. 헌터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금 허가도 안 받고…”
“…쓰면 되잖나!”
엘프들은 빠르게 태블릿을 잡아채더니 읽고 체크하고 서명했다.
정말로 번개 같은 빠르기였다.
“동료가 몬스터에게 잡혀갔다!”
“그렇군.”
“네가 바다 위에서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스킬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만약 동료를 구해준다면 그에 걸맞은 보답을 하겠다!”
“!”
“!!”
옆에 있던 헌터들이 더 놀랐다.
어비스의 부유한 엘프들이 갖고 있는 재산은 인간 헌터들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오래되고 값을 비교할 수 없는 아티팩트들!
“어떤 보답을 할 생각이지?”
엘프들은 최연승의 질문에 주머니를 뒤져 동전을 꺼냈다. 100원, 25센트 동전 등 다양한 동전이 나왔다.
“너희 인간들은 이 돈을 탐낸다고 들었다. 이걸 주겠다!”
“…추방시킬까요?”
“!?”
엘프들은 헌터들의 분위기가 갑자기 험악해지자 당황했다.
어째서?
“그런 돈은 필요 없다.”
최연승의 말에 엘프들은 깜짝 놀랐다.
“같이 배에 탄 것도 인연이니 구해주겠다. 대신 너희 엘프들이 배 안에 있는 동안 명령에 따라줬으면 하는군.”
“명령이라고? 고작 그것뿐인가? 잠깐, 설마 말도 안 되는 명령을…”
“성좌의 명예에 걸고 불명예스러운 명령 같은 건 내리지 않겠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엘프들은 웅성거리며 자기들끼리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구할 수 있다면… 네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 * *
엘프 영웅, 탄골은 간신히 크라켄에게서 벗어났다.
하지만 배로 돌아가는 일은 녹록치 않았다.
저번에 배에서 강제로 추방되었을 때는 어떻게든 배로 돌아갔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랐던 것이다.
사나운 괴수 몬스터가 바다 속에서 노리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마법이나 스킬을 쓸 수가 없었다. 간신히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엘프의 명예를 걸고, 이렇게 죽지는 않겠다! 이 괴물 놈!”
고함을 지르며 싸울 준비를 하던 탄골은 갑자기 하늘에서 날아드는 그림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배에서 봤던 인간 권속 놈이 바다로 뛰어든 것이다.
‘설마 날 구해주려고?’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 명예로운 엘프로서 다른 종족의 도움 따위는…”
“그래 그럼 혼자 빠져나와라.”
최연승은 탄골의 멱살을 잡고 다시 크라켄한테 집어 던졌다.
배 위에 있던 엘프들이 비명을 질렀다.
“계약! 계약했잖습니까!”
“자기가 싫다는데 어쩌라는 건가?”
“탄골, 멍청하게 굴지 마라! 인간의 도움을 받아!”
엘프들은 외쳤지만 탄골은 크라켄의 촉수한테 붙잡혀 위로 날아가고 옆으로 날아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급한 동료들은 탄골 대신 외쳤다.
“탄골이 원래 생각이 짧고 건방져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
“탄골 놈의 말은 무시하십시오!”
다른 구역에서 싸우던 종족들은 그 말을 듣고 술렁거렸다.
“탄골이란 놈이 어지간히도 별로인 모양이군.”
“제법 대단한 영웅이라고 들었는데 헛소문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