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519)
520화
고통보다는 황당함이 앞서 몰려왔다.
날 튕겨냈다고?
감히 어떤 놈이?!
웨이창은 고개를 홱 들었다. 그 위로 마법이 하나 더 날아들었다.
“뒈져! 이 중국 인민의 적!”
어디서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웨이창이 당 간부들과 손을 잡고 이탈했을 때 중국 당 언론지에서 맹렬히 비판했던 표현!
-중국 인민의 적…
-서구의 물이 든 반동…
순간 웨이창은 당의 명령을 받은 헌터들이 암살하러 온 줄 알았다.
그러나 마법 공격을 날린 건 한국의 A급 헌터인 한세하였다.
“…뭐야?!?!”
웨이창은 욱신거리는 몸을 붙잡으며 외쳤다.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웨이창이 당의 뒤통수를 치고 멋대로 굴긴 했지만, 욕을 하더라도 중국인들이 욕해야지 왜 한국인이 ‘중국 인민의 적’이라고 욕한단 말인가.
뭔가 억울했다.
“감히 네가 나한테…?”
“10억 중국 인민을 대표해 내가 널 심판한다!”
한세하는 당당하게 외치며 달려들었다. 최연승은 뒤에서 말했다.
“세하야. 굳이 그런 말 일일이 안 해도 된다. 어차피 CCTV는 다 끊어 놨다.”
“아. 그래요?”
한세하는 최연승의 말을 듣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중에 중국 정부 쪽에서 ‘웨이창을 공격하다니!’하고 책임을 물으면 ‘너희들이 웨이창 싫어해서 내가 대신 처리해준 거다!’라고 우기려고 했던 것이다.
지금 웨이창이 중국 정부와 사이가 안 좋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 헌터가 처리하는 걸 좋아할 리 없었다.
A급 헌터는 어디서 쉽게 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그냥 죽어라!”
“이 개…”
웨이창은 검을 들고 스킬을 발동시켰다. 스킬, 이 주변을 찢듯이 터져나왔다.
A급의 자리에 오른 헌터들은 단순히 레벨을 올리고 마법 스킬을 닥치는 대로 익혀서 오르지 않았다. A급 헌터 정도 되면 본인만의 독특한 전투 스타일이 있었다.
웨이창의 전투 스타일은 검술과 음파 마법 스킬을 조합시킨 딜러형 헌터였다.
쨍그랑!
은 강렬한 마력을 담은 음량으로 주변을 뒤흔들었다.
주변 공항의 유리는 물론이고 근처에 주차된 자동차들이 뒤집어지고 시설들이 부서졌다.
달려들려던 한세하도 곧바로 방어 스킬을 켜고 막아냈다.
웨이창의 공격은 대인전에서 더 유리한 타입이었지만, 역으로 말하자면 화력이 부족한 타입이었다.
하급 헌터라면 모를까 같은 A급 헌터는 작정하면 방어하기 쉬운 것이다.
“웨이창! 공항에 모인 시민들을 공격하다니. 널 제압하겠다!”
“개소리 지껄이지 마라, 이 강도 놈들아! 이게 대체 무슨 짓거리냐!”
웨이창은 펄펄 뛰었다.
몇 대 맞고 나서야 상황 파악이 끝난 것이다.
국가대항전에 참가했던 중국 헌터들이 공항으로 도주해 망명 시도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는데, 한국의 A급 헌터가 여기 있다니.
미친놈들이 망명을 도운 게 분명했다.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갔구나!’
웨이창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 일에 끼어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이 끝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어떻게 치르게 할지는 잘 떠오르지 않았지만, 돌아가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분명히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웨이창은 상황을 아직 덜 파악하고 있었다.
한세하는 진짜 웨이창을 개박살날 생각이었던 것이다.
“죽어라, 시민들의 원수!!”
“!!!”
웨이창은 기겁해서 몸을 날렸다. 한세하가 스킬들을 켜고 돌진을 개시한 것이다.
웨이창이 견제를 위해 날려대는 충격파는 마법장갑을 두른 한세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붉은 머리칼이 휘날리며 웨이창에게 공격을 꽂아 넣었다.
와 계약한 한세하는 이런 진흙탕 난전에서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인파이터였다.
서로 검을 교환하고 맞붙어서 후려갈기는데도 웨이창은 순식간에 자신이 몰리는 것을 느꼈다.
안 그래도 기습적으로 공격을 당한 만큼 체력이 빠지고 마력이 고갈되기 시작했다.
‘이 자식… 진짜 나를 죽이려고…’
웨이창은 한세하가 공항으로 들어오는 길만 막을 줄 알았다.
안 그래도 사고 크게 쳤는데 거기서 더 칠 수는 없는 게 정상이니까.
그러나 한세하는 작정하고 웨이창한테 살기 넘치는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이유야 시민들의 원수라고 하지만 한세하의 악명을 들어서 알고 있는 웨이창 입장에서는 개소리일 뿐이었다.
언제부터 니가…!
“한세하 님! 부탁드립니다!”
“웨이창을 죽여주세요!!”
“??!?”
공항 근처에 있던 중국 시민들이 한세하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웨이창은 다급히 거리를 벌리면서 외쳤다.
“미친 거냐, 이 매국노 놈들아!”
“닥쳐! 이 인민의 적!”
“당을 배신한 놈아!”
“……”
웨이창은 그제야 자신이 당의 뒤통수를 때렸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여기 상하이 사람들이야 웨이창 욕하는 기사만 봤을 테니 오해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멍청한 쓰레기들아! 지금 상황을 봐라! 어느 누가 뭘 하고 있는지…”
“한세하 헌터!! 힘내세요!!”
“웨이창 저 개자식을 죽여버려요!”
웨이창의 욕설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애초에 이미지가 좋았다면 모를까, 이미지도 안 좋은 놈이 돌진하면서 민간 피해란 피해는 다 냈으니….
“제기랄…!”
웨이창은 미친개처럼 달려드는 한세하를 막기 위해 아껴뒀던 아티팩트를 꺼내고 물약까지 닥치는 대로 사용했다.
아까운 걸 떠나서 몸에 부담이 심하게 갈 테지만 지금 일단 살고 봐야 했다.
웨이창이 자랑하는 스킬, 가 검을 휘감았다. 살벌한 죽음의 음(音)이 깃든 검이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막강한 파괴를 불러왔다.
쩍!
웨이창이 휘두른 검격이 서늘한 소리를 내며 한세하의 마법갑옷을 한 겹 잘라냈다.
주변에 남아 있던 가로등들이 같이 박살나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웨이창은 다시 한 번 한세하를 공격하기 위해 검을 조준했다.
‘숨통을…’
“이 새끼가 어디서.”
퍽!
공격 중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은 당하는 사람이 예상하지 못하는 공격이었다.
웨이창은 자신의 의식 밖에서 정확히 들어오는 묵직한 공격에 온몸이 뒤틀리는 고통을 느꼈다.
웨이창이 한세하를 노리는 걸 본 최연승이 합류한 것이다.
“뭔…”
퍼퍼퍼퍼퍼퍼퍽!
최연승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순식간에 흰 섬광과 함께 혼원권을 웨이창의 전신에 꽂아 넣었다.
웨이창이 갖고 있던 명검, 태아검이 그대로 부러졌다.
장대한 역사를 가진, 그 자체로도 역사적 가치가 있는 A급 아티팩트였다.
동시에 웨이창이 차고 있던 갑옷이 강기의 충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박살이 났다. 중국 정부가 확보하기 위해 1세대 때 관련자 수백 명을 처리했다는 전설적인 아티팩트 묵왕의 갑옷이었다.
그리고 최연승은 당황했다.
‘아차. 아티팩트는 뺏을 거 그랬나?’
-다 부숴졌으니 그냥 패야지 어쩌겠니.
나태의 여신이 하는 말에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최연승은 다시 공격을 집어넣었다. A급 헌터라서 그런지 상당히 튼튼했다.
웨이창은 완전히 전투불능 상태가 되어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최… 최연승…! 이건… 국제문제…”
“닥쳐라! 시민을 멋대로 공격하고, 널 제압하려는 한세하 헌터까지 공격하려고 하다니. 이 A급 헌터의 수치 같은 놈!”
“네놈이 납ㅊ…”
최연승은 웨이창의 입을 막아버렸다. 상황을 모르는 시민들은 환호했다.
“최연승 헌터 만세!!”
“감사합니다!”
“다들 걱정할 거 없다. 이 놈은 내가 붙잡아서 처리하도록 하지.”
“읍읍읍읍!”
멀쩡한 채로 잡혀 있던 마쥔이 고개를 미친듯이 흔들었다.
공항 안에서 상황이 얼마나 꼬이고 있는지 두 눈으로 목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대체…!’
여기서 더 어떻게 꼬일 수 있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권영승은 좀 미안했는지 대신 사과했다.
“그, 최연승 헌터께서 나쁘게 대하시진 않을 겁니다.”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구하려다가 같이 붙잡혀 온 마쥔의 부하들이 황당하다는 듯이 외쳤다.
“어떻게 최연승 헌터 같은 분이 이런 짓을 할 수 있습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이건 정말 국제적인 문제가…”
권영승은 묵묵히 듣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마쥔의 부하들 입을 다시 막아버렸다.
“읍읍읍읍읍!”
한세하나 최연승도 아닌, 그 권영승이 이런 짓을 하자 마쥔의 부하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당신이!
“미안합니다. 그러니까 적당히 하셨어야죠.”
권영승은 못 본 척 발걸음을 돌렸다.
* * *
-국가대항전 현장에서 난투극… 각국 헌터들끼리 피튀기는 싸움…
-대형 망명극! 중국 측은 납치라고 주장!
-중국 A급 헌터의 폭주, 시민 공격은 사실인가?
-중국 정부, ‘A급 헌터가 시민을 공격한 일은 절대로 없었다’고 밝혀… 돌아다니는 영상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
-중국 외교부장, 격렬한 공식 발표… ‘귀중한 중국 헌터들을 납치한 미국과 한국 정부는 지금 당장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동아시아의 평화를 망가뜨리는 깡패들…’
-한국 정부, ‘우리는 이번 망명과 아무 상관이 없다…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
-미국 정부 ‘헌터들의 망명은 자기들의 자유의지’, ‘우리는 헌터들의 의지를 존중한다’…
사건이 터지고 나자 당연히 언론은 불이 났다.
A급 헌터가 이렇게 많이 탈주한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대항전에 참가했던 신인 A급 헌터 둘에, 중국을 대표하는 A급 헌터인 마쥔과 웨이창까지 미국으로 망명하다니!
물론 중국 측은 납치라고 부들부들 떨며 주장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걸 믿는 사람은 중국 쪽에서도 얼마 없었다.
-내 사돈의 팔촌이 헌터인데, 다들 망명 기회만 노리고 있다더라.
-하여간 헌터 놈들은! 애국심이라고는 조금도 없지!
-위에서 그렇게 쪼아대는데 남고 싶겠어? 아무리 몬스터 잡아봤자 보상은 당 간부한테 돌아간다고.
-웨이창 그 반역자 놈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쥔 헌터까지? 믿을 수 없어!
-마쥔 헌터는 납치당한 거야!
-퍽이나 그런 소리 하는군. 마쥔 헌터도 사람이야. A급 헌터 중에 반란 안 일으킨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마쥔도 때가 된 거지.
-마쥔 헌터는 현장에 있었는데 왜 못 막았겠나? 본인이 협조자였으니까 그랬겠지.
-위에서 한국의 A급 헌터들이 망명을 도왔다고 하던데?
-그걸 믿나? 이번 대항전 패배를 돌리려는 속셈이지!
사람들의 반응은 중국 정부를 환장하게 만들었다.
뭘 해도 국가대항전의 패배를 감추려는 음모라고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정말로 납치였는데!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삭제된…
중국 정부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면서도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먼저 인터넷에서 가짜 뉴스로 떠드는 놈들의 입을 닥치게 만든 다음, 최연승 쪽에 물밑 접촉을 시도했다.
-최연승. 당장 납치한 헌터들을 내놓지 않으면…
-최연승 헌터. 납치한 헌터들에 대해 상의 좀 합시다.
-최연승 헌터. 일단 좀 만나서 이야기라도 합시다…
중국 정부 측에서 보낸 비밀 외교 특사는 처음에는 습관적으로 거만하게 굴었다.
그리고 당연히 쫓겨났다.
정신 못 차리고 펄펄 뛰고 협박하던 특사들은 계속 내버려두자 머리가 좀 식었는지 공손하게 다시 요청해왔다.
“들여보내라.”
몇 번 더 거절하던 최연승은 슬슬 괜찮을 것 같아서 대저택의 문을 열어주라고 명령했다.
황경룡이 쓰던 거대한 자택의 정문이 천천히 열렸다. 특사로 온 외교관들은 정문을 지키는 경호원들에게 따졌다.
“어떻게 이렇게 푸대접을…”
-다시 쫓아내라.
“쫓아내라고 하십니다.”
“최연승 헌터! 최연승 헌터!! 이러지 마시오! 보고 있는 거 다 알고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