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520)
520화
몇 번의 거절 끝에(최연승은 ‘솔직히 한두번은 재밌어서 내보낸 거지?’라고 묻는 나태의 여신에게 강하게 부정하지 못했다), 외교관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중국의 외교관들은 팬더가 정원에서 느긋하게 뒹굴거리는 모습에 부들부들 떨었다.
드래곤 황이 중국 정부에서 반쯤 강탈한 저 팬더는 치욕스러운 수치의 상징이었다.
감히…!
“저 팬더!”
“?”
외교관들이 들어오는 걸 보고 있던 아다콰니엘이 의아해했다.
저 검고 흰 곰 종족을 보고 왜 저러는 거지?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저 팬더는 여기 저택의 주인이 강탈한 것이란 말이오!”
“……”
아다콰니엘이 정색했다.
레벨 높은 천사가 정색하자 외교관들은 그대로 압도되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충격에 외교관 한 명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왜… 왜 그러시는…”
“최연승 헌터의 명예를 모욕하고서도 여기 계속 있을 수는 없습니다.”
“최연승 헌터… 이야기가 아니라… 드래곤… 드래곤 황…”
“아.”
아다콰니엘은 오해했다는 걸 알고 압박을 풀었다. 외교관들은 숨찬 목소리로 헐떡였다.
“다행이군요.”
‘이래서 천사들은…!’
외교관들은 어비스에서 들어오고 있는 외부 종족들을 속으로 욕했다.
성좌의 권속으로 안 그래도 오만한 이들은, 지구에서 각종 문제와 사건을 일으키고 있었다.
몇몇 헌터들은 천사나 엘프 같은 종족들의 아름다운 외형만 보고 숭배하거나 동경의 눈빛을 보냈지만, 아주 멍청한 짓이었다.
“빨리 안으로 들어가기나 합시다.”
외교관들은 아다콰니엘을 피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길고 긴 협상을 해야 하는데 천사 따위한테 힘을 낭비하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헌터들이란 진짜… 인류에 도움이 안 되는…”
“하여간 헌터 놈들은…”
외교관들은 온갖 불평과 투덜거림을 늘어놓으며 저택 입구로 향했다.
앞의 정원에 있던 일라파엘은 외교관들의 말을 듣고 진노했다.
“어디서 지금 헌터들을 모욕하는 거냐!”
“???”
“감히 애써 싸우고 있는 헌터들을 모욕해?? 같은 인간으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라!”
“아, 아니. 최연승 헌터를 욕한 게 아니라…”
“닥치고 꺼져라! 꺼지지 않으면 베겠다!”
외교관들은 졸지에 벼락이 쏟아지자 허겁지겁 밖으로 도망쳤다.
일라파엘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최연승 헌터가 봤어도 만족스러워할 것 같았다.
“일라파엘. 혹시 여기 오던 놈들 쫓아보냈나?”
안에 있던 최연승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일라파엘은 당황했다.
“쫓, 쫓아보내면 안 되는 거였…?”
“아니. 쫓아내도 되는 놈들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미, 미안하다. 다시 불러오겠다.”
“정말 괜찮다니까.”
최연승은 그렇게 말했지만 일라파엘은 완전히 시무룩해졌다.
결국 정말로 괜찮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최연승은 외교관들을 또 한 번 부른 다음 다시 쫓아내야 했다.
“이제 정말 괜찮다는 걸 믿을 수 있겠나?”
일라파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 외교관들이 울분에 차서 고함을 질러댔다.
-정말 너무한 거 아니오!!
* * *
수많은 소란 끝에 특사들은 드디어 최연승의 얼굴을 대면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욕을 퍼붓고 저주를 하고 협박을 하고 싶었다. 실제로 외교관들의 특기 중 하나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비공식 외교관의 장점은 보는 눈이 적은 만큼 외교적 수사에 얽매이지 않는 화려한 욕설이 가능하다는 점이었고…
단점은 자기들도 역으로 당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중국이라는 강대한 나라의 힘을 업고 기세등등한 대화만 주로 해왔던 외교관들에게, 이런 불리한 자리는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A급 헌터들을 돌려주십시오. 최연승 헌터.”
“오해가 있는 것 같군. 나는 망명한 헌터들과 아무 상관이 없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은 그만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합시다. 당신이 타고 온 전용기를 빌려 망명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아. 그거 말인가. A급 헌터들이 멋대로 뺏어서 탄 거다. 정말 아깝더군.”
“……”
“……”
외교관들은 진심으로 멱살을 잡고 싶었다.
차라리 솔직하게 탐욕스러운 다른 상급 헌터들이 낫지, 저 최연승이란 헌터는 정계와 재계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더니 절대 꼬투리를 잡히지 않을 정도로 능수능란해져 있었다.
누가 외교관인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였다.
“내가 항의를 했는데도 저쪽에서 무시하고 있으니 어쩌겠나.”
상대방을 한참 열받게 만든 다음 최연승은 입을 열었다.
원하는 게 없지는 않았던 것이다.
애초에 아예 없었다면 아쉬울 것도 없는 만큼 특사들을 들여보내지도 않았을 터.
“하지만…”
“!”
드디어 최연승이 본론을 꺼낼 것 같자 외교관들은 긴장했다.
방금까지 나온 것들은 일종의 인사치레였다.
이제 진짜 거래가 나올 차례.
“웨이창이란 헌터는 내가 어떻게든 설득해서 중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군. 내가 설득을 한다면 그쪽에서 뭘 제공할 수 있을지 궁금한데.”
“…?”
“???”
중국 외교관들은 귀를 의심했다.
지금 망명 시도한 헌터들 수십명도 아니고, 새 A급 헌터인 가오룽이나 위쯔린도 아니고, 심지어 마쥔도 빼버린 다음에, 웨이창 한 명만 달랑 돌려주겠다고?
…개양아치새끼가 아니라면 절대 할 수 없는 막되먹은 제안이었다.
“웨이창… 한 명만… 말입니까…?”
외교관들이 폭발하지 않은 건 그들의 경력도 있지만 최연승이 S급 헌터여서였다.
그들은 감정적으로만 폭발할 수 있었지만 최연승은 물리적으로 그들의 머리통을 폭발시킬 수 있었으니까.
“설득이 될 것 같은 게 웨이창 한 명 뿐인 걸 어떡하나. 잠깐. 지금 날 탓하는 건가? 이 사태에서 억울하게 전용기를 탈취당하고, 중국 헌터들한테 공격당하고, 말도 안 되는 루머로 비판 받은 나를??”
-후계자는 정말… 훌륭한 악당이 다 되었구나…
나태의 여신은 보면서 감탄했다.
처음에 왔을 때 순수하던 전사는 어디로 가고 이제 교활한 제왕이 다 되어 있었다.
“설마 그런 건 아니겠지?? 지금 날 탓하는 건가?”
“아, 아닙니다… 물론 아닙니다…”
외교관들은 힘없는 자의 설움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에… 잠시 연락을 해도 되겠습니까?”
“그러도록.”
외교관들은 잠시 자리를 비우더니 윗선에 연락을 시도했다.
아마 마음이 복잡할 것이다.
최소한 마쥔과 웨이창은 무조건 돌려받고, 거기에 이번 망명한 헌터들 중 A급 헌터들까지 어떻게든 돌려받으려고 작정하고 왔을 텐데…
최연승이 저렇게 뻔뻔하게 배째라고 나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특히 최연승의 이미지가 있는 만큼 더더욱!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나! 이런 미친&@#@^!*&…
‘목소리가 꽤 시끄럽군.’
방음을 저렇게 해놓는데도 이렇게 들리는 걸 보니, 외교관들의 상관이 꽤 많이 화가 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세상일이란 게 이런 법이었다.
온갖 욕설과 고함과 협벅과 외교관들의 눈물 끝에, 위에서 포기하고 일단 웨이창부터 회수하라고 이야기가 매듭지어졌다.
외교관들은 십년은 늙은 얼굴로 돌아왔다.
“웨이창 헌터 설득을…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나한테 뭐가 떨어지지?”
어비스에서 언데드 무한공장을 돌리는 탐욕스러운 기업가답게, 최연승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외교관들을 쳐다보았다.
외교관들은 ‘당장 우리가 널 죽이려고 하지 않는 걸로 감사하게 여겨라’라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먼저 이번 일에 관해 최연승 헌터를 비판한 것을 취소하고, 책임을 지지 않게 해드릴 것을…”
“지금 설마 피해자인 나한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대가로 말하는 건가?!”
최연승은 분노한 듯이 말했다. 외교관들은 허겁지겁 말을 바꿨다.
“당연히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해야 할 일이니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고맙군. 오해하고 화를 낼 뻔했잖나.”
“향후 중국 쪽에서 진행하실 사업에 있어서 무조건적인 특혜를…”
“글쎄. 저번에 몬스터들한테 워낙 피해를 봐서 할지 안 할지 잘 모르겠군.”
“…그것에 대한 배상도…”
최연승은 더 해보라는 듯이 은근하게 손짓했다.
나태의 여신도 흥미진진하게 구경했다.
이 인간들의 말싸움이란 것도 일류 헌터들의 싸움만큼이나 흥미진진한 면모가 있었던 것이다.
* * *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겠다!”
쩡즈윈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한 때 중국 전체를 다스리는 최중요위원회의 일원이었다가 정쟁에 패배해 밀려난 것도 억울한데, 그 상황에서 이런 개망신을 당했으니 분노가 뼈에 사무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온갖 책임이란 책임은 다 지게 된 쩡즈윈은 이제 복수의 화신이었다.
“가능한 모든 걸 동원해서 복수하고야 말겠다. 그 잡놈의 재산을 찢어발기고야 말겠다!”
많은 것을 잃었지만 쩡즈윈은 여전히 마음만 먹으면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였다.
위원회에 있을 때 만들어뒀던 인맥들은 물론이고 이번 상황에 공감하는 윗선들까지 동원한다면, 중국의 기업들이나 클랜들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으리라.
“하, 하지만 쩡즈윈 님. 최연승이 갖고 있는 기업체의 공장들은 이미 철수한데다가 그것 관련해서는 이미 밀약을…”
웨이창을 돌려받았다지만 아직 마쥔은 잡혀 있는 상황.
약속 깨뜨리는 게 중국 외교관들의 취미긴 했지만 그것도 때와 장소를 봐가면서 해야 했다.
최연승은 분명 그걸 알고 마쥔을 안 돌려주는 게 분명했다.
“공장을 건드리란 소리가 아니다. 다른 부분을 건드리란 소리다! 수출을 잠가버려! 놈들에게 물건을 대는 기업들에게 명령을 해서 수출을 잠가버리란 말이다.”
레이드 시대에 어떤 국가도 자기 나라에서 나오는 것만으로 산업을 굴리지 않았다.
중국은 그 덩치가 덩치인 만큼 전세계에 어마어마한 물자들을 수출하고 있었다.
먼저…
“코어! 코어를…”
말하던 쩡즈윈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아무리 중국이 저가형 몬스터 코어 시장에서 압도적인 판매처긴 했지만, 상대는 최근에 몇 번이고 레이드를 성공시킨 S급 헌터였다.
아마 확보하고 있는 에너지로만 비교하면 저쪽이 더 높을 가능성이 컸다.
국가 대 기업인데도!
그만큼 순도 높고 강력한 코어의 가치는 천문학적인 것이다.
“아티팩트를…”
“……”
부하는 진땀을 흘렸다.
저가형 인공 아티팩트도 중국 쪽에서 많이 수출하고, 온갖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 물자였지만…
…드래곤 인더스트리는 지금 전세계 공장들이 파괴되거나 문을 닫는 동안에도 미친놈처럼 물량을 맞춰서 제작을 돌리고 있었다.
중국 쪽에서 끊어버리면 ‘어 그래? 새 업체 찾지 뭐’하고 바꿔버릴 가능성이 컸다.
“희토류! 희토류는?”
“아, 희토류는 가능성이 조금 있겠습니다!”
각종 첨단 기술에 사용되는 희토류 원소들은 레이드 시대에도 가치를 잃지 않은 귀중한 전략물자였다.
석유나 가스는 몬스터 코어 때문에 가치가 쇠락했지만, 희토류는 코어 정제와 가공으로 활용도가 오히려 더 올라간 것이다.
중국은 드넓은 광산과 환경오염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화끈함으로 상당한 물자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
이 원소의 수출을 막아버리고 조여 버리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하더라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문제가 커질…”
“시끄럽다. 기껏해야 일개 헌터가 대국에 저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겠다! 일을 준비해라. 허가가 떨어지는 즉시 개시할 테니!”
그러나 쩡즈윈의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다.
새로운 위기가 닥쳐온 것이다.
최연승이 불러온 위기가 아니었다.
그건 이 불러 온 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