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547)
547화
“그 전설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
몽마의 중얼거림에 자리에 있던 성좌들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전설을 말하는 거지?
“…설마… 아니겠지.”
“?”
최연승은 의 중얼거림에 갑자기 불길함을 느꼈다.
보통 저런 말을 할 때는 저게 정말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뭐지? 그냥 말하도록.”
“몽마들 사이에… 그… 이야기가 돌았던 적이 있었는데…”
의 영역에 방문했던 최연승.
짧은 방문이었지만 영역의 몽마들에게는 깊은 충격을 남겼다.
‘저런 욕망이 어비스에도 존재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충격!
그 정도로 최연승이 뿜어내고 있던 욕망은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최연승은 떠났지만 몽마들의 충격은 그대로 남았다. 그 결과 남은 몽마들에게는 일종의 전설 같은 소문이 돌게 되었다.
-어비스 외곽에서 겪은 일인데, 거기에 어떤 몽마도 본 적 없는 정순한 욕망을 갖고 있는 존재가 있다더군.
-어비스 어딘가에 모든 욕망을 다 합친 것보다도 순수한 욕망을 가진 존재가 있다던데.
-닿는 것만으로도 몽마의 존재를 몇 단계는 끌어올릴 수 있는 욕망이 있다고 하더군.
어비스에서 소문은 의외로 잘 퍼졌다.
그리고 그게 같은 몽마 종족일 경우에는 더더욱.
는 소문이 자신의 영역에서만 조금 돌고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소문은 점점 살이 붙어서 부풀어 오르더니 이제는 어비스 몽마들에게 일종의 전설이 되어버렸다.
“몽마들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전설을 믿을 리가 없잖…”
“라마르트의 말이 사실이었다니.”
일팔라트는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최연승 앞에 부복했다.
“나, 일팔라트는 진정한 욕망의 화신인 당신에게 간청합니다! 당신의 시종이 되어서 욕망의 조각이라도 나눠받을 수 있으면 영광이겠습니다!”
퉁퉁한 몽마가 갑자기 엎드려서 빌어대자 최연승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몽마들은 정말 만날 때마다 날 당황스럽게 하는군.’
“받아들이는 게 좋겠군.”
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최연승은 경악의 눈빛으로 요리사 성좌를 쳐다보았지만, 요리사 성좌는 진지했다.
“저기 하찮은 필멸자가 너를 섬기겠다는데 그걸 왜 거절하려고 하지?”
“그 필멸자가 내 욕망을 핥으려고 노려보고 있는 건 안 보이나?”
“당연히 보이지. 그게 바로 숭배니까!”
“……”
필멸자 출신 성좌인 최연승과, 날 때부터 성좌였던 는 사고방식이 달랐다.
요리사 성좌가 보기에 지금 일팔라트가 보여주는 모습은 아주 필멸자에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주인인 성좌를 너무나도 갈망해서 그 조각이라도 얻으려고 저렇게 복종하는 모습.
저게 바로 필멸자가 마땅히 가져야 할 태도였다.
“그래서 내 욕망을 넘기라고?”
“당연히 아니지. 갈망하면서 동시에 그걸 얻지 못하는 영원한 굴레 속에 갇히는 것이야말로 필멸자들에게 어울리는 운명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쁠 거다.”
‘미친놈인가?’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의 권속들은 너무 자유분방하지.”
“확실히…”
[도 동의합니다.]다른 성좌나 권속들까지 동의하자 최연승은 어이가 없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
-하지만 몽마들을 복속시키는 게 나쁜 전략은 아닌 것 같은데…
나태의 여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물론 몽마들이 좀 기분 나쁘긴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몽마들을 굴복시키는 건 좋은 전략이었다.
성좌들이 여럿 있다지만 여기는 의 영역.
괜히 상대의 공격에 오래 노출되었다가는 생각치도 못한 변수가 생길 수 있었다.
-……
최연승도 그 사실을 알았기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좋다. 몽마들을 굴복시켜보도록 하지.
-잘 생각했단다!
최연승은 고개를 들고 일팔라트를 내려다보았다.
“그래. 날 따라다니면서 내 시종 노릇을 하는 걸 허락하겠다.”
“감사합니다! 진정한 욕망의 화신이시여!”
* * *
나름 어비스에서 손꼽힐 정도로 오래된 존재였지만, 은 오늘처럼 황당한 일은 경험한 적이 없었다.
수많은 몽마들이 최연승의 뒤를 흐느적대며 쫓아가고 있었다.
마치 설탕물에 꼬인 개미들처럼 몽마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은 할 말을 잃었다.
몽마들에게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하고, 그것을 얻을 자신이 있다면 마음껏 갈취하라고 말한 것은 성좌 본인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가끔은 욕망도 좀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후회가 됐다.
무슨 첫사랑에 빠진 어린 필멸자처럼 몽마들이 얼굴을 붉히며 최연승의 뒤를 쫓는 걸 보니 기가 막힐 뿐이었다.
차라리 덮치기라도 하지, 왜 덮치지 않는 거냐?
-전력의 차이가 나서 두려움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여신의 분노를 이해했는지 근처에 있던 몽마들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신은 고개를 저었다.
저건 두려워해서가 아니다.
상대가 성좌의 조각이라 하더라도 여기 영역의 몽마들은 겁먹고 물러날 이들이 아니었다.
의 영역에서 주인을 믿지 않고 겁을 먹는 건 말도 안 되는 불충.
몽마들이 그 정도로 약하진 않았다.
몽마들이 지금 저러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상대의 욕망이 너무 아름다워서 감히 덤벼들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저기 그림자에라도 닿으면 욕망이 변질되거나 부서질까봐 거리만 두고 헥헥대는 몽마들의 모습에, 은 두통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성좌들이 한낱 필멸자를 돕기 위해 저러는 것도 믿기질 않았는데 정말로…
성좌들이 최연승과 같이 시련에 뛰어든 걸 이 모를 리 없었다.
규칙의 허점을 찌른 거라 말릴 수가 없었다. 그럴 생각도 없었고.
솔직히 대체 저 성좌들이 무엇 때문에 저렇게까지 하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정말로 이 음모를 꾸미고 있단 말인가?
저 성좌들이 자신의 존재력을 잃을 각오를 할 정도로?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저 의 권속과 함께 시련을 도전하는 건 여전히 믿기지가 않았다.
저 권속이 대체 어떤 존재길래 자존심 강한 성좌들의 저런 도움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저희가 가서 배반자들을 처리할까요?
됐다. 내버려둬라. 일이 끝나고 솎아낼 놈들은 솎아내야겠지. 어디 어떻게 하는지 보자꾸나.
은 욕망에 넘어간 권속들을 탓하지 않았다.
여신은 상당히 방임주의적인 성격이었다.
넘어간 녀석들이 있다면 버리고, 넘어가지 않은 녀석들을 높게 쳐주면 그만이었다.
설마 영역에 대기하고 있던 몽마들이 전부 다 넘어가지는 않을 것 아닌가.
* * *
[의 권능이 발동합니다.] [이 몽마들을 뒤흔듭니다!]예전에 얻었던, 희귀한 무공 스킬이 자연스럽게 발동되었다.
쓸 일이 없는 색공 계열의 스킬이 발동되더니 버티는 몽마들을 휩쓸었다.
“크악… 크아악!”
“크아아아악!”
을 향한 충성심으로 버티던 몽마들은 최연승의 전신에서 욕망이 증폭되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데굴데굴 글렀다.
“……”
최연승은 자신이 갖고 있던 무공이 마치 성좌의 권능처럼 발동되는 모습에 놀라워했다.
-성좌가 관장하는 영역의 힘이란 게 그런 거란다.
나태의 여신이 입을 열었다.
성좌가 쓰면 단순한 스킬들도 점점 변화하기 마련이었다.
가지고 있는 존재력으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존재들인만큼, 성좌의 손에 익은 스킬들은 점점 더 스킬이란 한계를 넘어 성좌만의 독립적인 권능으로 바뀌곤 했다.
최연승의 무공은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성좌들 중에서 오롯이 최연승만이 관장하고 있는 영역.
당연히 최연승의 존재력이 강해질수록 그 무공들은 권능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멋대로 발동하지?
-그게… 이게 저 색공 스킬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번에 몽마들이 흡성대법 스킬을 쓰는 걸 보면… 아마 저 색공도 몽마들 영향을 받아서 만든 모양인데…
나태의 여신은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흡성대법이 그랬듯이 저 색공도 몽마들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몽마들이 누군가를 유혹할 때 일일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하지는 않잖니. 상대를 유혹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전신에서 권능이 발동되지.
-……
그러니까 최연승이 버티는 몽마들을 설득해서 무릎 꿇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 탓에 자연스럽게 권능이 발동되었다는 것인가?
-…무슨 이런 권능을…
-실질적으로 후계자 네가 만든 권능이라 다른 성좌들이 보면 네가 그렇게 만든 거라고 생각할 걸.
실제로 성좌 같은 경우에는 감탄하고 있었다.
“무공이란 스킬을 이렇게 응용할 수도 있었군. 마치 몽마들이 쓰는 정신 계열 마법 같지만 그 위력은 훨씬 더 강하다니! 혹시 몽마 종족 말고 다른 종족도 유혹 가능한가? 을 섬기는 타르두스 같은 놈도?”
성좌들이 진심을 담아 감탄했지만 최연승의 기분은 좋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묘하게 불쾌했다.
‘성좌 놈들 괜히 데리고 왔나…?’
“여기는 의 영역. 너희 필멸자들은… 큭. 컥.”
“그런 욕망으로 나를 유혹하려고 해봤자… 크흑!”
“…비켜라. 방해하지 말고.”
점점 더 의 궁전이 가까워지자 강력한 몽마들이 길을 막고 방해하려고 들었다.
그러나 최연승은 눈빛만으로 몽마들을 제압했다. 쓰러진 몽마들은 분한 표정으로 부들부들 떨었다.
“분하다…! 저렇게 유혹을 잘 할 줄이야…!”
“한낱 인간에게 유혹으로 패하다니!”
* * *
은 궁전의 옥좌에 앉아 있었지만 그 모습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심드렁한 목소리가 뒤에서 흘러나왔다.
여기까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렇게 올 줄은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지.
“영광이군.”
성좌들은 최연승을 응원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 있는 수많은 몽마들도 아직도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님.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인간의 유혹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말은 미안하다고 하면서 발은 절대로 최연승 근처에서 떨어지지 않는 몽마들의 모습에 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왜 이 베일을 치고 있는지 아나?
“?”
이 베일을 걷는 순간 여기 있는 모든 필멸자들은 미쳐버릴 테니까.
여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건 허세가 아니라 단순한 사실이었다.
어비스에 존재하는 모든 쾌락이 모여 있는 여신의 겉모습을 보는 순간 필멸자는 그대로 쾌락에 미쳐버릴지도 몰랐다.
그러나…
???
은 이상함을 느꼈다.
성좌들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여신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내 말을 못 믿겠다는 건가? 이 자리에 있는 비겁한 성좌들. 대답해봐라. 내 말이 믿기지가 않나?
“믿기는 하는데… 최연승은 견뎌낼 수 있을 거다.”
가 살짝 미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상대가 어떻게 알겠는가.
여기 완연한 존재의 성좌가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