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19
◈ 219화. 멸망의 탑이라는데요? (4)
대공동 내부에 있는 무신문의 분위기는 한동안 그리 좋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최근 들어 무신문의 분위기는 급격하게 바뀌었다.
그 이유는 아직 내려오지 않은 이름 때문.
얼마 전 김주혁은 미궁의 위쪽에 올라가 제자들의 이름을 구해주었다.
거기에 더불어 제자들은 지금까지 대공동에서는 찾지 못했던 다섯 번째 제자인 죽창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당시 무신문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아니, 사실 그 이후에 김주혁이 제자들한테 이름을 받고 내려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을 때만 해도 무신문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허나 문제는 그다음.
멸망의 탑을 소환하는 포탈이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 제자들의 기분은 서서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바로 자신들의 이름이 한참을 지나도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
이름이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은 곧 김주혁이 시킨 일인 멸망의 탑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었기에 제자들의 신경은 조금씩 날카로워지기 시작했고.
반대로 그런 무신문의 제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설난신은 정말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도왕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정말, 볼 때마다 신기하군.”
“뭐가 신기하다는 소리지?”
“무신의 제자들을 말하는 거다. 보통 스승님이 한 말을 지키지 못한다고 해서 저렇게 저기압이 되나? 물론 전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설난신이 그렇게 말을 흘리며 조금은 신기한 표정으로 무신문의 제자들을 바라보자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던 도왕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해한다는 듯 이야기했다.
“뭐, 사실 처음 쟤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긴 해.”
“그럼 너는 저 모습이 이해가 되는 건가?”
되묻는 설난신.
그에 도왕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무신문의 제자들을 한번 바라보고는 이야기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나도 이해를 하는 건 아니지.”
“그렇다면?”
“뭐랄까…… 하도 저런 모습을 많이 봐서 익숙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가?”
설난신의 물음.
그에 도왕은 곧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이야기했다.
“뭐, 자기 스승님 욕했다고 도시도 그냥 통째로 날려버리는 녀석들인데.”
“…….”
도왕의 말에 침묵하는 설난신.
아무튼 도왕과 설난신은 기분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는 제자들을 보며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고 그렇게 시간이지나 결국 멸망의 탑이 나타나는 당일 무신문의 분위기는 최악을 찍었다.
말 그대로 최악의 분위기.
괜히 하나라도 트집을 잡히는 순간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무엇인가가 일어날 정도로 파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나 정말 다행히도 그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사저들! 이름이 내려옵니다!”
“!!”
“드디어!”
정말 다행하게도 멸망의 탑에 지상에 떨어지는 시점에 맞춰 김주혁이 내려보냈다고 한 이름이 검은 구멍을 통해 빠져나왔기 때문이었다.
마치 혼령같이 하얀색의 빛을 뿌리며 곧바로 무신문으로 다가오는 그것들은 순식간에 무신문에 모여 있던 네 명의 제자들과 더불어 도왕과 설난신의 몸으로 들어갔고.
다음 순간 무신문에 모여 있던 제자들은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지상으로 내려가 버렸다.
“……빠르군.”
“그러게.”
그 모습을 보며 감탄이라도 하는 듯 답하는 설난신과 도왕.
얼마나 급한지 이름을 받자마자 이야기도 안 하고 곧바로 내려가는 모습에 설난신은 며칠 전 보았던 제자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어떻게 제자들을 키우면 저런 식이 되는거지?”
“어떻게 제자들을 키우면?”
도왕이 되묻자 설난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제자들을 여럿 키워봤지만 나한테 저렇게까지 진심인 녀석은 없었다. 그런데 무신의 제자들은…… 아마 무신이 이야기하면 웃으면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군.”
“……확실히 내가 봐도 그럴 것 같긴 해.”
도왕의 대답.
“도대체 어떻게 저런 제자들을 키우는 걸까.”
설난신은 그런 도왕의 대답을 듣고는 그렇게 중얼거렸으나 그는 곧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우선 내려가자, 우리도 괜히 이름을 돌려받은 게 아니니까 말이야.”
“그러도록 하지.”
도왕의 말에 거리낌 없이 지상으로 내려갈 준비를 한 둘은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마력을 일으켜 순식간에 지상으로 이동했고.
그렇게 이동한 그곳에서 설난신과 도와은 이미 멸망의 탑의 입구에 도착해 있는 무신문의 제자들과 더불어 매우 익숙한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바로 김주혁이 지상에서 키운 제자들임과 더불어 각각 설난신과 도왕, 그리고 무신문의 제자들과 계약되어 있는 제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난 그들에게서 무신문의 제자들과 도왕 설난신은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몬스터가 안 나오고 있다고?”
“예…….”
확인하듯 되묻는 부리가면의 물음에 슬쩍 눈치를 보며 이야기하는 아델리아 벤트릭.
“아예, 한 마리도 없습니까?”
투귀의 물음에도 아델리아 벤트릭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우선 확인된 것으로는 멸망의 탑이 내려와 던전 폭주가 일어나 전 세계에서 던전이 폭주한 건 맞는 것 같은데…….”
“정작 몬스터가 제일 많이 터져 나와야 할 멸망의 탑에는 몬스터가 단 한 마리도 안 나오고 있다?”
“예. 지금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전호법이 멸망의 탑 주변을 돌아보고 있지만 몬스터가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전혀?”
“예.”
대답하는 아델리아 벤트릭.
그에 잠시 생각하던 도왕은 곧 시선을 돌려 멸망의 탑을 바라보았다.
아델리아 벤트릭의 말대로, 몬스터라고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 멸망의 탑.
“…….”
그런 멸망의 탑을, 도왕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XXXX
김주혁은 악의 어린 마력이 순식간에 주변을 잠식하는 것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긴장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그는 자신의 제자인 죽창이 덕분에 여동빈 때와 마찬가지로 매우 큰 상처를 입기는 했으나 현재 그가 내뿜는 마력은 김주혁을 포함한 다른 이들을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역시, 뒷치기 한 방에 죽는 걸 바라는 건 너무했나?’
물론 김주혁은 자신의 제자인 죽창이가 미궁주의 뒤를 칠 거라는 사실은 몰랐으나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미궁주가 깔끔하게 죽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뭐 하지만 이 정도도 감지덕지하지.’
김주혁은 마력을 끌어 올리며 이번에는 냉정하게 미궁주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미륵이라 이야기한 미궁주는 어느새 블라인드를 거치고 나와 자신의 손에 있는 보탑을 기준으로 마력을 흩뿌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가 공간을 장악하는 미궁주의 마력.
그러나 김주혁은 오히려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
김주혁은 미궁주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호기롭게 외치며 마력을 흩뿌리고 있기는 했으나 아까의 뒷치기의 후유증이 매우 큰 것인지 미궁주는 은근히 힘에 부치는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김주혁은 전의를 불태우며 그런 미궁주에게 대항하듯 마력을 끌어 올렸고.
그 순간.
“굳이 힘 쓰실 필요 없습니다 스승님.”
“……?”
김주혁은 들려온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죽창이를 바라보았다.
그 특유의 무표정을 지은 채 김주혁을 바라보고 있는 죽창이.
그에 김주혁은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힘을 쓸 필요가 없다니?”
“말 그대로입니다 스승님, 스승님은 그냥 편하게 구경하시면 됩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죽창이.
그에 김주혁은 순간 고개를 갸웃하며 제자인 죽창이가 혼자 싸움을 벌이겠다는 소리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는 했으나 곧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현재 김주혁이 보고 있는 죽창이의 기량은 분명 예전과 비교하면 상승해 있기는 했으나 미궁주를 처리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김주혁은 오히려 더더욱 의문을 느끼며 물었다.
“어떻게 하려고?”
“딱히 제가 손쓸 필요도 없습니다.”
가볍게 대꾸하는 죽창이.
그런 죽창이의 말을 들은 김주혁은 슬쩍 시선을 돌려 미궁주를 바라보았다.
조금 힘에 부친듯한 느낌이 있기는 했으나 여전히 마력을 사방으로 뿌리고 있는 미궁주.
‘손쓸 필요도 없는 것 치고는 멀쩡해 보이는데.’
그런 미궁주를 보며 김주혁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크학!?”
돌연 미궁주의 입에서 그런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와 함께 굉장히 당황하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둘러보던 미궁주는 이내 무엇인가를 알아챘다는 듯 두 눈을 부릅 뜨더니 곧 아까 전과 같은 표정으로 죽창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녀석! 도대체 어떻게 적부(赤符)를……!!”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는 듯, 굉장히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여는 미궁주.
그러나 그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은 미궁주와는 다르게, 죽창이는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받았다.”
“받……았다고? 도대체 누구에게!!”
“그건 아마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죽창이의 말.
그에 미궁주는 곧 두 눈을 부릅 뜨더니.
“……종리권!!!”
그렇게 이야기했고.
“정답이다.”
그런 미궁주의 말에 죽창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더니 곧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실, 300년을 준비했다만 솔직히 이렇게까지 일이 잘 풀리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애초에 종리권에게 적부를 받을 수 있을 줄도 몰랐으니까 말이야.”
“네가, 네가……!!”
두 눈을 부릅뜨며 이야기 하는 미궁주.
그러나 감정의 격앙이 두 눈에 보이는 그와는 다르게 죽창이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혹시라도 배신에 대해 이야기 할 생각이라면 하지 않는 게 좋다. 애초에 나는 배신을 하지 않았으니까.”
“뭐, 라고?”
되묻는 미궁주.
그에 죽창이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움직인 적 없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고는.
“애초에 네 밑에 있었던 적이 없었는데 배신이라는 말 자체가 웃기지 않나?”
그렇게 이야기했고.
그에.
“이 빌어먹을 새끼가아아아!!!”
미궁주는 금방이라도 그런 죽창이를 죽일 듯 달려드는 듯 했으나.
턱-!
미궁주가 한 걸음을 움직이는 그 순간, 그의 몸이 멈춤과 동시에 그의 몸이 산산이 부숴지기 시작했다.
마치 원래부터 육체가 아니었다는 듯 마치 흙이 부숴지는 것 마냥 사이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미궁주.
“반드시…… 네 녀석만은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죽창이를 바라보며 저주어린 목소리를 흩뿌리는 미궁주.
그러나 죽창이는 서서히 몸이 붕괴되기 시작한 미궁주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콰드드드득!
붕괴하고 있는 미궁주의 몸을 창을 한번 휘두르는 것으로 완전히 붕괴시켜 버렸고.
그렇게 완전히 박살이 나 회색빛의 가루만 남기게 된 미궁주의 유해를 한번 바라본 죽창이는 이내 시선을 돌려 김주혁을 바라보고는.
“스승님을 위해 준비한 자리입니다.”
이내 그렇게 이야기하며 아까 전까지 미궁주가 앉아 있던 의자를 정중하게 가리켰고.
“……어, 그래.”
김주혁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