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92
◈ 292화 애들아…… (2)
퍼석!
나라심하의 머리통이 소름 돋는 소리와 함께 깨져나간다.
동시에.
“스승님! 처리 완료!”
나라심하의 머리통을 깔끔하게 분쇄해 버린 옌랑은 그의 피가 묻은 채로 파이팅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김주혁은 그런 옌랑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피 좀 닦고 하지.’
피가 안 묻어 있으면 모르겠으나 머리를 터트린 덕분에 피가 온몸에 묻어 있는 상황에 저런 자세를 취하니 제자가 조금 미친 여자가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나 김주혁은 우선 고개를 끄덕거리곤 종리권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이번에도 쉽게 끝났네.”
“그렇군.”
사실 이곳에 올 때도 김주혁은 딱히 이 상황이 그렇게 힘들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비록 나라심하의 부하들이 화신의 힘을 내려받아 상식 이상의 강함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애초에 그는 칼키라는 이름을 전부 찾은 상태였으니까.
거기에 더해 이미 제자들도 몇 명이나 돌아온 판이라 김주혁은 내심 나라심하를 소멸시키는 데 그리 큰 힘이 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싱겁게 끝날 줄은 또 몰랐네.’
김주혁은 이 봉인지에 들어와서 움직인 적이 없었다.
맨 처음 봉인지에 들어왔을 때 나라심하의 부하들을 모조리 몰살시킨 것은 이면의 지배자와 부리가면.
이면의 지배자는 나라심하의 부하들에게 용암을 들이부었으며 부리가면이 뿌린 독은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에 이 봉인지 전체에 퍼져 그의 부하들을 쇠약하게 만들었다.
그 뒤의 처리는 도왕과 무광, 그리고 백호가 했고.
이어져서 김주혁을 마력을 빨아먹은 윤회의 연꽃이 나라심하를 난쟁이의 시체에 현신시키자 그의 머리를 터트리는 것은 옌랑이 했다.
“…….”
그 덕분일까 최아린은 괜히 자신이 한 게 없는 탓인지 묘하게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확인했으나 김주혁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
순간 김주혁에게로 시선을 향하더니 순식간에 부루퉁한 표정을 지우고 입가에 미소를 짓는 최아린.
그런 그녀를 확인한 김주혁은 완벽하게 끝나버린 나라심하의 시체를 한번 바라보곤 이어서 입을 열었다.
“나라심하의 시체는?”
“이걸 회수해 갈 생각이오.”
종리권은 김주혁의 앞에 왕관 하나를 보여주었다.
“그건, 나라심하가 봉인되어 있던 물건이지?”
“맞소. 아마 봉인이 풀린다면 나라심하의 육체가 이곳에서 빠져나올 테니 회수해 놓았다가 처리하는 편이 좋을 거요.”
“나라심하는 안 써먹고?”
김주혁이 저번 쿠르마의 시체를 놔둔 것을 떠올리며 이야기하자 종리권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이야기를 듣기로 딱히 나라심하는 써먹을 필요가 없다고 하더군.”
“그렇다면야.”
김주혁은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내고 다른 이들을 돌아보며 이야기했다.
“그럼 일도 다 끝냈으니까 돌아가자.”
XXXX
“생각보다 빨리 왔네.”
미궁에 도착하자마자 들리는 목소리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뭐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나서. 애초에 오랜 시간이 걸릴 일도 아니었고 말이야.”
그런 말과 함께 우선 종리권과 무슨 일인지 그의 말을 듣겠다고 쉬러 가는 네 명의 제자들을 보낸 김주혁은 이내 자리에 앉아 윤회의 연꽃을 꺼내 들었다.
“이제 이걸 사용할 일은 없으려나.”
“아마도. 이제 슬슬 봉인이 깨지려고 하는 것 같거든.”
“그것도 알 수 있어?”
김주혁의 물음에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결국 그 봉인은 내가 만들어 놓은 거니까, 저번에는 조금 애매해서 말하기가 그랬지만 이번에는 확실해.”
“언제쯤 깨질 것 같은데?”
“이제 며칠도 안 남았어.”
“며칠도 남지 않았다라…….”
김주혁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침묵하자 길잡이는 질문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할 거냐니?”
“이제 조금 있으면 화신들이 봉인을 깨고 나타날 거야. 혹시 그때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봤어?”
길잡이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생각이야 해본 적 있지.”
“그럼 어떻게 할지도 결정했어?”
이어지는 길잡이의 물음에 김주혁은 잠시 침묵한 상태로 고민하다 답변했다.
“아마 그 녀석들은 봉인이 풀리자마자 모여들겠지?”
김주혁은 본능적으로 그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었다.
아마 봉인에서 깨어난 그 녀석들은 곧바로 자신들끼리 힘을 합칠 것이라는 걸.
그리고 그것은 뭔가 대단한 추리를 통해 결론된 도출이라기보단 너무나도 간단한 한 가지 상황 때문이었다.
‘그 녀석들은 나를 죽이려고 할 테니까.’
이미 화신들은 내가 다시금 살아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녀석들은 개개인은 나를 이길 수 없었다.
물론 아직 김주혁이 모든 기억과 힘을 찾는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녀석들의 입장에서는…….’
우선 김주혁을 소멸시키기 위해 모여들 것이 뻔할 뻔 자였다.
그 녀석들에게 있어서 자신은 눈엣가시보다도 더한 존재일 테니까.
“아마 이번에도 그럴 거야.”
생각하는 도중 입을 여는 길잡이의 말에 김주혁은 답변했다.
“그럼 어떻게 할지는 이미 정해졌네.”
“어떻게 하려고?”
“두말할 것도 없이 파라슈라마에게 가야지, 그 뒤 조금이라도 봉인이 깨지는 데 시차가 있다면 부처에게 먼저 가고 말이야.”
김주혁의 답변에 잠시 생각하던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합리적이네, 우선 파라슈라마와 부처에게 들어가 있는 녀석을 처리하고 화신들을 다시 되돌릴 거라는 생각이지?”
“부처는 몰라도 파라슈라마는 현재 칼파에 있으니까. 게다가 분명 육체를 되찾게 해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했고.”
김주혁의 말에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게 해서 파라슈라마나 부처 중 한 명이라도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상황이 확 바뀌지.”
“지금도 많이 바뀌었잖아?”
“그것도 맞긴 해.”
실제 김주혁의 말대로, 상황은 과거와는 판이하게 바뀌어 있었다.
당장 보이는 큰 변화는 바로 화신들.
원래 예전 그가 상대했던 화신들의 숫자는 그와 길잡이를 제외한 여덟 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당장 그가 윤회의 연꽃으로 죽인 화신이 두 명.
거기에 더해 봉인이 풀린 시점에 파라슈라마를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김주혁이 상대해야 하는 화신은 일곱이었다.
‘만약 거기에 부처까지 더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는 예전보다도 3명의 화신을 덜 상대해도 됐다.
‘거기에 이미 몇몇 녀석들의 수하들이 이미 싹 쓸어버리기도 했고.’
거기까지 생각한 김주혁은 새삼스레 아, 하는 탄성을 내뱉더니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들 봉인이 풀리기 전에 미리 같이 봉인되어 있는 부하들을 밀어버리는 건 어때?”
“같이 봉인되어 있는 녀석들을?”
“그래, 그럼 조금이라도 상대할 때 덜 벅찰 것 아니야?”
김주혁의 말에 길잡이는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으나 이내 이야기했다.
“그렇긴 한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렇게 의미 있는 상황은 아닐 거야.”
“왜?”
“알고 있잖아? 처리하려면 라마찬드라의 병력들이 제일 골치 아픈데 너도 알다시피 라마찬드라의 병력들은 그 녀석이 살아만 있으면 되살릴 수 있으니까.”
“아.”
부리가면의 말에 김주혁은 자신이 얻었던 기억 중 라마찬드라에 대항 정보가 떠오르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그 녀석의 군대는 그놈만 살아있으면 무한히 나타나지?”
“그렇지.”
“스읍…….”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김주혁은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야기했다.
“뭐, 그래도 이미 집단의 숫자가 꽤 많은 녀석들은 이미 자기들끼리 쳐들어오다 모조리 박살 났으니 진짜 굳이 그렇게 돌아다닐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네.”
“맞아.”
“그럼 지금은 봉인이 풀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 정도가 남은 과제인가.”
“생각도 다 끝나지 않았어? 그럼 이제 진짜 기다리는 것만 남은 거지.”
길잡이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거리다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까 이제 봉인이 풀리는 것도 얼마 안 남았는데 쿠르마의 시체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아, 그거.”
김주혁의 말에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연 길잡이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사실 최근까지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혀서 그냥 처리해 버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결국에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어떻게?”
길잡이의 말에 김주혁은 궁금증이 든다는 듯 그렇게 물음을 던졌고.
그에, 길잡이는 한동안 김주혁에게 쿠르마의 시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XXXX
그렇게 길잡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김주혁은 다시금 미궁 아래쪽으로 향했다.
그 이유는 바로 아까 전 나라심하를 잡기 위해 가볍게 인사만 하고 넘어갔던 제자들과의 회포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
그렇기에 김주혁은 부리가면과 이면의 지배자를 불러 본격적으로 회포를 풀기 시작했고.
김주혁은 그녀들에게서 지난 몇 개월간 그녀들이 이름을 얻기 위해 무슨 고생을 했는지 하나하나 들을 수 있었다.
“진짜 지옥이었어요. 계속해서 다른 곳으로 저를 날려 버리는데 진짜 암울하더라고요.”
“그거 진짜로 골치 아팠겠네.”
힘들었다고 하는 제자들의 말을 받아주며 이야기를 이어나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불현듯 자신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에 대해 열심히 입을 열고 있던 두 제자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잠시 침묵을 하더니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아주 잠깐 서로 눈을 마주치는 둘.
그러나 김주혁의 눈에는 그것이 똑똑히 보였기에 조그마한 의문을 가졌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부리가면과 이면의 지배자는 서로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거리는 데다가 자신의 앞에서는 딱히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그녀들은 계속해서 이따금 서로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
잠깐의 침묵.
그러나 김주혁은 그 둘이 무엇인가 할 말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 짐작하며 그저 가만히 둘이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기다려주었고.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더 흘렀을 때.
“저기, 스승님?”
“왜?”
“그, 제가…… 이야기를 하나 들은 게 있어서 그런데…… 혹여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까 전과는 다르게 조금은 딱딱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부리가면.
그 옆의 이면의 지배자가 덩달아 긴장하는 것이 보여 김주혁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봐.”
“그, 감사합니다.”
김주혁의 허락에 우선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부리가면.
그에 김주혁은 도대체 그 둘이 무슨 소리를 하려고 저렇게 침묵을 하는지 궁금하다는 듯 부리가면과 이면의 지배자를 바라보았고.
그렇게 또 한번 시간이 지났을 때.
“그…… 스승님의 다른 제자들 말입니다.”
“아, 옌랑이랑 최아린?”
“예.”
“걔들이 왜?”
“그…….”
“그?”
김주혁이 고개를 갸웃하자 부리가면은 괜스레 얼굴이 붉어진 상태로 김주혁과 땅을 번갈아 보기 시작하더니.
“흡…….”
이내 뭔가 결심했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김주혁을 마주 바라보며.
“그 둘이! 스승님과 갈 데까지 가고! 못 볼 거 다 보고! 동침까지 했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