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68
◈ 68화 말버릇 좀 고쳐라 (1)
새 학기가 시작됐다.
텅텅 빈 발할라에는 다시금 학생들이 돌아와 수업을 듣기 시작했고.
김주혁은 단련장에서 릴리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절대로 안 해.”
“하안~번만 하면 안 될까……?”
괜스레 시선을 위로 올리며 불쌍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릴리야.
그러나 김주혁은 짜게 식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곤 말했다.
“나이를 생각하세요, 제발…… 예?”
“내 나이가 어때서? 22살이라니까?”
“나랑 나이 차이는?”
“……다섯 살?”
“그럼 내 눈에는 뭐로 보일 것 같다?”
김주혁의 질문에 릴리야는 잠시 으음- 하는 고민을 하더니 이내 슬쩍 웃음을 짓곤 입을 열었다.
“귀여운 누나가 애교를 부린다?”
“지랄도 적당히 떨어야 귀엽게 봐줄 수 있으니까 지랄하지 마세요.”
김주혁이 손을 휘적거리며 대답하자
“그러니까 한 번만……응?”
“싫어, 그보다 애초에 특별반 교사가 됐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있어도 되는 거야?”
릴리야가 현재 아직 수업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김주혁과 같이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릴리야가 특별반의 담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뭐, 나도 당장은 들어갈 수업이 없으니까 상관없지?”
특별반.
그것은 며칠 전 자퇴를 하겠다고 한 김주혁을 막기 위해 이사장이 그를 위해 새롭게 만든 반이었다.
우선 특별반에 속해 있으면 더 이상 수업을 듣지 않아도 상관없었으며 아무 때나 발할라의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어찌보면 ‘굉장히’라고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특권.
허나 그렇다고 해도 특별반에 불만이 나오는 경우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사장이 특별반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
그 조건은 바로 ‘모든 교관들과 이사진이 이 학생에게 더 이상 발할라의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는 평가를 할 때 특별반에 들어갈 수 있다.’라는 조건을.
그 조건과 더불어 특별반에 들어가 있는 학생이 김주혁밖에 없었기에 학생들은 딱히 이렇다 할 불만을 표현하지 않았다.
왜냐고?
적어도 학생들이 생각하기에, 김주혁은 정말 명백할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강했기 때문에.
물론 그럼에도 불만을 품는 이들이 있기는 있었고, 몇몇 학생들이 발할라의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몇 번 정도 김주혁이 특혜를 받는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으나.
[아ㅋㅋㅋㅋㅋ 김주혁이면 인정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ㅈㅇㅈ 또 인정인 부분 김주혁한테 혜택 안 주면 도대체 누구한테 줌???] [혹시 꼬우신가요? 꼬우면 너도 김주혁처럼 악인 두 번 잡고 학교 대항전 혼자서 다 컷 하던가~ 조건에 걸려 있잖아?] [벤트릭? 또 너야???] [솔직히 지금 김주혁 까는 애들 존나 이해 안 된다. 이건 뭐 특혜의 영역이 아니라 그냥 김주혁이 합당한 대우 받고 있는 거 아님?] [이 새끼는 김주혁 까는 게 ㅂㅅ인 게 지금 김주혁이 발할라 수준 더 끌어 올려주고 있는데 그걸 모르네 ㅋㅋㅋㅋ 병신 아가리 다물고 낙수효과나 조용히 처드세요~] [솔직히 김주혁만큼 하면 특혜 줘도 인정이지, 자기 혼자 1등이 아니라 발할라를 자기 혼자 격상시키는 중이다못해 혼자서 들어 올리고 있는 중인데ㅋㅋㅋㅋ 내가 이사장이라도 특혜준다 ㅇㅈ?] [ㅇㅈ] [ㅇㅈ] [ㅇㅈ]생각보다 좋은 학생들의 여론 덕에 특별반에 대한 잡음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아무튼 그 덕에 김주혁은 이사장에게 약속받은 대로 수업을 전혀 나가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으나.
“다 좋은데 말이야.”
“?”
“너만 없으면 베스트인데.”
“만약 동반자가 되어준다고 하면…….”
“절대 안 한다니까? 이제 그만 포기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던데?”
“열 번이 아니라 백 번 넘게 찍었는데 안 넘어갔잖아?”
“그럼 천 번 찍어볼게!”
당당하게 입을 여는 릴리야를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던 김주혁은 이내 알았다는 듯 손을 휘적거렸고.
“아니…… 선생님 아니야?”
그 옆에서 황당하다는 듯 그 대화를 듣고 있던 옌랑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맞는데?”
“……근데 그런 취급?”
옌랑이 굉장히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김주혁과 릴리야를 번갈아 봤다.
적어도 옌랑이 알고 있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이렇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옌랑이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든 말든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니 근데, 너한테는 정말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니까?”
“필요 없어.”
저게 정녕 고등학생과 선생의 대화가 맞는가 싶은 대화를 쏟아내는 김주혁과 릴리야.
옌랑은 단련을 하며 그들이 떠드는 것을 멍하니 듣고 있었고,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아, 다음 수업 들어가야 되네, 우선 가볼게! 그리고 주혁아 이번에 말한 거 생각 좀 해봐!”
릴리야는 시간이 다 되었다는 듯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그대로 단련실을 빠져나가 버렸고.
“……엄청 마이웨이네.”
옌랑은 그렇게 나가버린 릴리야를 바라보며 굉장히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고는 기묘한 표정으로 김주혁을 쳐다봤다.
릴리야가 나간 뒤 아무렇지도 않게 단련을 계속하는 김주혁.
그런 그를 보며 옌랑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왜 인간관계에 멀쩡한 인간이 없어 보이지?’
물론 옌랑 본인도 스스로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어느 정도 자각하고 있었다.
가문의 일 때문에 혼자 몇 년 동안 백련궁에 처박혀 있는 그녀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본인도 잘 자각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김주혁의 주변에 있는 녀석들은 그런 옌랑의 생각이 평범해 보일 정도로 묘하게 맛탱이가 가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오히려 옌랑을 혼란을 느꼈다.
‘에? 오히려 내가 못 따라가고 있는 건가?’
가벼운 혼란.
옌랑이 그렇게 묘한 혼란에 빠져 있을 때.
김주혁은.
‘그래서, 도대체 언제 알려준다는 거야?’
길잡이를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제 슬슬 부를 때 아니야?’
길잡이를 한 달 반 전에 만났을 당시 그녀가 재앙이 일어날 거라고 말했던 때는 석 달 뒤.
그 말은 곧 지금 이 시점에 재앙이 일어날 시기가 고작 한 달 반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뭐 그렇게 짧지는 않은 시간이다만.’
반대로 생각했을 때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긴 것은 또 아니었기에 김주혁은 길잡이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길잡이는 그 뒤로 딱히 연락을 주지 않고 있었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호출을 할 수 있게라도 만들어야지 원.’
물론 길잡이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 말고도 김주혁에게는 수련이라는 할 일이 있기는 했다.
지금의 김주혁은 충분히 강했으나 아직 300년 전의 모습을 따라가기에는 한참이라는 말을 해도 될 정도로 부족했으니까.
그렇기에.
“잠깐! 이거 또 해!?”
“응, 또 해.”
“아니이이이, 방금 전에도 했잖아!!”
“그러니까 또 하는 거잖아?”
“어제는 한 번만 했잖아!”
“그러니까 오늘은 두 번 해야지, 계속 한 번만 하면 실력이 느나?”
“그갸아아아악!”
김주혁은 이제는 익숙한 옌랑의 비명과 함께 미친 듯이 수련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오전 훈련이 끝났을 때.
“헤에에엑……헤에에엑!”
옌랑은 자신의 폐가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김주혁 이…… 미친 새끼……!’
김주혁은 분명 잘 가르친다.
그것은 사실이었고 실제로 옌랑의 실력은 지난 한 달 전과 비교해서 한 차원 높은 곳으로 갔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상승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과정.
“죽겠……써어…….”
김주혁의 훈련은 스파르타식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지옥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끔찍했다.
어느 정도냐고 하면, 보통 자존심을 굽히지 않아 자기가 하겠다고 생각한 일은 무조건 다 해내고 마는 옌랑마저도 요즘에는 김주혁의 입에서 ‘한 번 더’라는 말이 나오면 슬슬 눈치를 볼 정도.
솔직히 말해서 만약 김주혁이 이 훈련을 그녀와 똑같이 하지 않았다면 옌랑은 분명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자신을 바라보며 피식거리는 웃음을 짓고 있을 김주혁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으나.
“뭐야?”
김주혁은 그녀의 주변에 없었고.
그에 이상함을 느끼며 옌랑이 시선을 여기저기로 돌릴 때,
“……오랜만이에요 옌랑.”
“…….”
옌랑은,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보곤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XXXX
한편 옌랑과 같이 훈련을 뛰고 있던 김주혁은 갑작스레 눈앞이 새하얗게 변함과 동시에 자신이 판자촌으로 소환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오랜만이야.”
김주혁은 저번과 같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길잡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하자마자 부르네.”
“알아내야 할 내용은 전부 알아냈거든, 이제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길잡이는 그렇게 말하곤 김주혁에게 앉으라는 듯 가볍게 손짓했고.
“말해봐.”
그런 길잡이의 손짓에 김주혁은 그녀의 맞은편에 있는 낡은 의자에 앉았다.
끼익, 하고 조금은 불편한 소리를 내는 의자.
김주혁은 끼익거리는 의자를 한번 바라보곤 이내 시선을 돌려 길잡이를 바라봤고.
그에 길잡이는 곧 생각을 정리하는 듯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선 재앙이 터지는 장소를 알아냈어.”
“어딘데?”
“너희 세계에서는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이라는 곳이야.”
“한국?”
“그래.”
“뭐야, 그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데잖아?”
“네가 사는 곳이라고?”
김주혁이 약간의 불만을 담아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슬쩍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를 그런 표정으로 봐도 어쩔 수 없어. 애초에 재앙을 일으키는 건 내가 아니라 그 새끼니까 말이야.”
“……그 이외의 정보는?”
“그 이외?”
“뭐, 우선 한국에서 일어난다는 건 알겠는데, 한국에도 지역이 꽤 여러 가지가 있거든.”
김주혁의 물음에 그녀는 약간 애매하다는 표정으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거기까지는 모르겠네.”
“모르겠다고?”
“그래, 내가 어디까지나 이 상태에서 특정할 수 있는 건 대략적인 위치뿐이니까.”
“그것 참, 별로네.”
“……네가 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이 정도 알아낸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큰일을 한 거거든? 나때는 말이야……!”
마치 갑작스레 옛날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에 김주혁은 곧바로 입을 열었고.
“그래서, 한 달 반 뒤에 한국에서 나타난 뒤에 해야 할 일은? 그냥 미궁을 없애기만 하면 되는 건가?”
그녀는 김주혁의 질문에 하던 말을 끊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재앙을 없애려면 그냥 미궁을 끝내기만 하면 되지만 그렇게만 되면 미궁주한테 엿을 못 먹이잖아?”
“그럼?”
김주혁의 되물음.
그에 길잡이는 씨익 웃으며.
“우리는 미궁을 클리어하는 걸 넘어서 ‘이름’을 빼앗을 거야.”
그렇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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