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94
◈ 94화. 조금 빌려 써 볼까 (3)
깔끔하게 잘려 나간 홍귀의 오른팔에서 피가 솟구쳐 오름과 동시에 그는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곧바로 땅을 박찼다.
목표는 바로 검을 쥐고 있는 김주혁.
그는 김주혁이 도대체 어떻게 자신을 공격했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사실만을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미소를 지은 채 또 한 번 발검(拔劍)하려는 김주혁을 막아야 한다는 그 사실만은.
꽝!!!
흙먼지와 돌조각이 사방으로 튀자마자 홍귀와 김주혁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진다.
단 한 번의 도약.
그것만으로도 김주혁의 근처에 도달한 홍귀는 망설임 없이 주먹을 휘두르려 했으나-!
“늦었어.”
“!”
푸화아악!
김주혁의 한마디 말과 함께, 홍귀는 자신의 왼팔이 마찬가지로 잘려 나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왼팔이 보잘것없이 잘려 김주혁의 뒤로 날아가는 모습을 망연히 바라보는 홍귀.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아직 허공을 날고 있던 홍귀의 왼쪽 다리가.
발디딤을 하기 위해 땅을 향하고 있던 홍귀의 오른쪽 다리가.
김주혁의 짧은 발검과 동시에 순식간에 잘려 나간다.
그리고 그 마지막엔.
씨익-!
“내가 아무리 약해져도, 넌 나한테 안 돼.”
“네 녀석!!!”
서걱-!
김주혁은 망설임 없이 자신에게로 날아오며 불꽃을 터트리려고 하던 홍귀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그것으로 끝.
털썩-!
폭발적인 속도로 도약했던 홍귀의 몸은, 김주혁에게 도착했을 때는 이미 완벽하게 토막 나 사방을 뒹굴고 있었고.
“허…….”
쓰러진 채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던 베크는, 히어로 아카데미와 수십의 계약자들을 모조리 박살 내버린 괴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버린 김주혁을 보며,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XXXX
그렇게 김주혁이 홍귀를 죽이고 난 그날 밤.
[히어로 아카데미 테러! 전대미문의 큰 상처를 남기다!] [아카데미 관계자 “히어로 아카데미 복구 비용 천문학적”] [히어로 아카데미를 테러한 것은 배후성의 성좌인 ‘파괴하는 폭군’] [성좌 학회 “계약자의 몸이 완벽하게 성좌화 된 것으로 확인. 이번 일에 대해 심각하게 다뤄볼 것.”]“후-”
김주혁은 뉴스 헤드라인에 올라와 있는 기사들을 읽으며 자신에 관한 기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바르체는 김주혁이 아까 전 아델리아 벤트릭과 블랙 캣에게 자신에 관한 기사를 최대한 없애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을 떠올리며 물었다.
[이름이 알려지는 게 오히려 낫지 않나?]그런 바르체의 물음에 김주혁은 간단하게 답했다.
“귀찮아.”
[귀찮다고?]“그래, 안 그래도 할 것도 많은데 여기저기서 괜히 관심 가지면 귀찮거든.”
[그런가?]“그래.”
바르체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이곤 이내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아까 보여준 기술은 꽤 신기하더군.]“아까 전에 보여준 기술?”
[그래, 공간참(空間斬) 이라고 했던가?]바르체의 물음에 김주혁은 답했다.
“뭐, 확실히 발광이 기술이 신기하긴 하지.”
김주혁이 아까 전 홍귀를 상대할 때 사용했던 기술.
그것은 바로 ‘이면의 지배자’인 발광이의 기술이었고.
[확실히, 혹시 몰라 가계약을 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군.]“그러게 말이야.”
김주혁은 그런 바르체의 말에 동의하며 아까 전, 그가 아직 발할라 아카데미에서 출발하기 전을 상기했다.
막 발할라 아카데미에서 히어로 아카데미의 테러 사실을 알았을 때, 김주혁은 자신의 제자 중 한 명인 발광이에게 부탁해 한 번에 히어로 아카데미로 넘어갈 수 있었고.
그렇게 히어로 아카데미로 넘어가기 전 김주혁은 혹시나의 상황에 대비해 제자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이면의 지배자와 가계약을 맺었다.
물론 자신의 힘이 아닌 다른 사람의 힘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거부감이 들기는 했으나.
아직 김주혁은 자신이 전성기의 힘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그 덕분에 김주혁은 홍귀를 처리하기가 살짝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곧바로 발광이의 힘을 빌려 순식간에 홍귀를 처리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김주혁은 아무런 피해 없이 성공적으로 ‘홍귀’의 이름을 얻을 수 있었다.
[확실히 꽤 나쁘지 않기는 하군.]“뭐가?”
[계약 말이다.]“……뭐, 썩 나쁘진 않긴 하지.”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는 것은 썩 내키지 않았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김주혁은 어째서 현대의 사람들이 자신이 스스로 강해지려 노력하지 않고 성좌의 힘을 원하기만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확실히, 이렇게 편하게 강해지는 게 체감이 되면 너도나도 쓰고 싶긴 하겠네.’
물론 김주혁은 성좌들의 힘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긴 했다.
성좌와 계약을 하기만 한다면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도 분에 넘치는 힘을 얻을 수 있게 해주니까.
다만 실제로 느껴보니 김주혁의 생각보다도 성좌의 힘을 빌려 쓴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일이었다.
‘……뭐, 그렇다고 해도 결국 한계가 보이지만.’
김주혁은 아까의 감각을 떠올렸다.
분명 자신의 제자가 300년 전부터 가지고 있고 김주혁 본인도 알고 있는 ‘공간’에 관련한 능력을 자신이 사용할 수 있게 된 감각을.
‘나쁘지는 않았는데…….’
제자의 능력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느낀 감상은 딱 거기까지.
‘너무 한계가 명확하다.’
김주혁은 단 한 번 사용해 본 것만으로 이 계약의 문제점을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는 점.
‘남의 힘이니까.’
아무리 성좌와 계약해 그 성좌의 힘을 다루게 되었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의 힘이었다.
한마디로 온전한 자신의 힘이 아니라는 소리.
물론 아무런 대가 없이 얻은 힘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점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 힘은 편하게 얻은 힘이기 때문에 올라설 수 있는 경지의 한계가 명백하게 정해져 있다는 게 느껴졌고.
그렇기에 김주혁은 딱히 이 힘을 자주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김주혁이 바라는 것은 고작 이 정도의 힘이 아니니까.
‘뭐, 그래도 종종 이름을 얻으러 갈 때에는 사용하러 갈 수도 있겠지만.’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입을 열었다.
“야.”
[왜 그러지?]“그러고 보니까, 너는 계약 못 하냐?”
“그래, 너도 촌검을 성유물 삼아서 들어가 있는 거 아니야? 그럼 너도 계약할 수 있을 거 아냐?”
김주혁의 물음에 바르체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다만 나는 딱히 계약을 할 정도의 힘도 남아 있지 않다. 나는 원래 내 이름을 빼앗겼으니까.]“진짜 쓸모없네.”
[……뎃?]“뭐, 기대도 안 했어.”
[흠흠…….]김주혁의 말에 괜스레 뻘쭘하다는 듯 목소리를 가다듬은 바르체는 급하게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홍귀의 이름은 결국 어떻게 쓰는 거지? 아까 전에 홍귀가 죽자마자 네가 끼고 있는 반지에 흡수되는 건 봤는데 말이다.]“아 그건-”
바르체의 물음에 김주혁은 어깨를 으쓱이곤 입을 열려고 했다-
우우웅!
갑작스레 들리는 진동 소리에 이내 시선을 내려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진동이 울린 이유는 바로 메시지.
김주혁은 익숙하게 스마트폰을 조작해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확인했고.
옌랑 : 나 잠깐 설가에 갔다 올게.
옌랑 : (기묘하게 생긴 다람쥐가 퇴장하는 이모티콘)
김주혁 : 올 때 메로나.
그런 옌랑의 메시지에 김주혁은 시답잖은 톡을 남긴 뒤 바르체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XXXX
마켓 중앙에 있는 블랙 캣의 집무실에서.
“…….”
블랙 캣은 한 영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영상은 바로 오늘, 김주혁이 언론통제를 부탁해 히어로 아카데미의 다 부서져 가던 CCTV 영상을 회수한 것이었고.
그 영상에는 김주혁과 홍귀가 보이고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면의 지배자의 마력을 개방한 채 검을 쥐고 있는 김주혁의 모습과 팔이 잘린 채 도약하는 홍귀의 모습이 보였고.
그다음 순간, 도약했던 홍귀의 팔다리가 오체분시되어 김주혁의 주변으로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허…….”
이윽고 꺼져버린 화면을 보며, 블랙 캣은 자신의 팔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물론 CCTV는 그 상황을 담아내지는 못했다.
CCTV가 담아낸 것은 블랙 캣이 직접 보았던 것처럼 김주혁이 검을 들고 있는 모습뿐이었고.
그다음으로 보인 모습은 분명 오른팔만이 잘린 채 김주혁에게로 도약한 홍귀가 그에게 도착한 순간 오체분시 되어 토만난 시체가 되었다는 것뿐.
그러나 고작 그것만으로도 블랙 캣은 김주혁이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공간참(空間斬)’
블랙 캣은 김주혁이 공간참을 사용한 것을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눈치챈 순간, 블랙 캣은 그 영상을 돌려볼 수밖에 없었다.
1번에서 2번.
10번을 넘어 20번.
50번을 넘어 100번까지.
고작 3~4초 사이의, 그리 좋은 화질로 찍히지도 않은 CCTV를 계속해서 돌려보고 있던 블랙 캣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게…… 진짜 공간참이라고?”
블랙 캣은 공간참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는 마켓의 오너이자 이면의 지배자의 계약자였으니까.
그리고 그렇기에, 블랙 캣은 김주혁의 공간참을 보며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그가 알고 있는 공간참은, 김주혁이 사용하고 있는 공간참처럼 파괴력과 정확도가 높은 공격이 아니었으니까.
공간참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참격을 이면의 지배자의 능력을 활용해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공간참을 사용하려면 어마무시하게 빠른 발검 속도와 더불어 그 참격을 정확히 상대방에게 조준할 수 있는 능력의 정밀사용이 요구되었다.
그런데 김주혁은 어떤가?
‘단 한 번을 제대로 사용하기도 힘든 공간참을 연속으로 사용하면서, 심지어 CCTV에 잡히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는 성좌를 공중에서 오체분시해 버렸다고……?’
공간참을 한번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요구되는 집중력과 기본적인 공간참의 파괴력을 알고 있는 블랙 캣으로서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더 소름이 돋는 것은.
‘이번이, 성좌님의 능력을 사용하는 게 처음이라니……!’
바로 김주혁이 ‘공간’에 대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이번이 완전히 처음이었다는 사실.
단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능력을, 저렇게 정확하고 그 누구도 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사용한다?
“하……하하…….”
솔직히 말해 블랙 캣은 사실 자신의 성좌가 김주혁을 챙기고 있기는 했으나 딱히 그를 진심으로 대우하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형식적으로.
건방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존경심을 담아 대우하지 않는 것이 현재까지 블랙 캣이 김주혁을 대하는 태도였다.
그래, 지금까지는.
그러나 지금부터는.
“…….”
블랙 캣은 영상이 끝난 검은색만이 보이는 화면을 바라보며, 김주혁에 대한 자신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는 걸 스스로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