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48
제148화
#148. Forward Unto Dawn
SR의 행보를 보면 대부분 유럽이나 일본, 미국 같은 선진국에 집중돼 있다.
얼라이언스의 지사부터 공장까지 대부분이 말이다.
이는 일반적인 기업들과 완전한 반대 방향이다.
“그야 SR은 인건비 걱정이 없으니까 그렇지!”
“SR은 인건비보단 인프라와 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가 더 사업 하기 좋으니까!”
그리고 대다수 사람은 그 이유를 아주 잘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SR은 정말 대단하단 말이지.”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들은 인건비만 비싼 게 아니잖아?”
“각종 물류비부터 전기료, 환경 규제 그리고 법인세까지…….”
“아무리 10년 내로 로봇세가 정착된다고 해도!”
“서방 국가에 공장 짓는 것은 미친 짓이야!”
SR을 제외한 기업들은 SR이 선진국에서 주로 사업 하는 이유를 앎에도 여전히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짓는 스탠스를 유지했다.
단순히 인건비만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건비 싸다고 무작정 인도나 아프리카 같은 곳에 가진 않아!”
“정치적으로 안정된 곳이어야 하지.”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고 인건비도 싸고 바다에 접한 나라!”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베트남, EU에서는 폴란드와 헝가리, 남미에서는 살짝 불안하지만 멕시코가 최고지.”
“최근에는 인도네시아랑 미얀마도 꽤 안정되고 있지 않나?”
“그러고 보니 미얀마에 SR이 진출했던데?”
기업인들은 너도나도 미래 산업 구조와 국제 정세에 대해 계산기를 돌렸다.
생산 단가를 1원이라도 줄이는 것이 그들의 숙명이기 때문.
“그런데 로봇세가 곧 등장할 거라서…….”
“에이~ 로봇세가 등장한다고 해도 인간의 노동이 과연 가치 없어질까?”
“로봇과 AI도 하지 않는 찌꺼기 같은 일들을 사람이 하는 시대가 올 거야.”
“고스트 워크 말이군.”
“단가가 너무 낮아서 로봇과 AI로 생산하는 것보다 개발도상국의 인건비가 더 저렴한 산업이 있지.”
“그럼 지금부터라도 인도나 아프리카에 진출해야 하나?”
“인도? 아프리카? 아서라, 거기 들어갈 바엔 차라리 중국에 가는 게 낫지.”
그리고 이런 기업인들의 계산기에서 하나같이 OUT 되는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인도와 아프리카다.
일단 아프리카는 정치적으로 너무 불안한 동네라서 패스.
인도는 겉으로 보기엔 정치적으로 안정돼 보이지만 실상을 보면 지옥도 이런 지옥이 따로 없다.
“아니! 중앙 정부에서 승인을 해 줬다니깐요?”
“주 정부를 무시하냐! 중앙 정부 승인받았으면 이제 주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지! 한 5년 정도 기다려 보세요.”
뇌물을 써서 1년 후.
“중앙 정부와 주 정부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공장 세우게 허락해 주세요.”
“우리 시 행정부의 승인도 받아야 합니다. 3년 정도 걸립니다.”
“……?”
다시 뇌물을 써서 6개월 후.
“사업을…….”
“우리 마을에서는 못 한다, 이놈들아!”
“…….”
이 인도라는 나라는 중앙 정부 따로, 주 정부 따로, 도시 행정부 따로, 마을 공동체가 따로 놀았고, 뇌물이 없으면 일이 진행이 안 될 정도로 나라 전체가 부패했다.
“아오! 이놈의 나라는 도대체가 제대로 굴러가는 게 하나도 없어!”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은 중앙 정부만 잘 설득하면 일사천리인데!”
그뿐인가? 행정 절차부터 법안 통과까지, 모든 것이 굉장히 느렸다.
참고로 인도에는 20년째 계류 중인 법안만 5천만 건이 넘었다.
“인도야말로 AI 판사와 AI 공무원을 도입해야 한다!”
“정부는 뭐 하나? SR의 AI 기술이 가장 잘 쓰일 수 있는 곳이 바로 인도다!”
SR의 AI 판사와 AI 공무원을 도입하자는 여론이 전 세계에서 인도가 제일 높았지만.
“미쳤냐! AI 판사 도입하면 우리 법조인들은 뭐 먹고 살라고?!”
“행정에 AI를? 그러면 뒷돈 못 챙기잖아!”
“AI를 법률 보조로 쓰자고?! 그러다가 나중에 주종관계가 역전되면?”
“왜 20년째 법안이 계류 중일까? 빨리 통과되길 원한다면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원래 한 사회의 문제는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닌, 해결할 의지가 없어서인 법.
한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도 안 되는 일이 인도 같은 나라에서 받아들여질 리가 없었다.
거기다 사은품으로.
“외국 기업이 인도의 인력과 자원을 수탈하게 둬선 안 됩니다!”
“우리 인도의 아다니 그룹이 외세의 침략을 막겠습니다!”
악명 높은 인도의 정경유착과 외국 기업에 지나칠 정도로 높은 관세는 인도라는 14억 단일 시장을 신기루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인도에서 사업을 할 바엔 그냥 본국에서 사업 하는 게 낫지.”
“중국이 더럽고 치사해도, 인도에 비하면 천국이야.”
“인도에서 성공적으로 공장 세우고 사업하는 외국 기업은 진짜 대단한 거야!”
즉, 인도는 자유민주주의 안 좋은 점만 모아 놓은 커다란 예시 그 자체였다.
“인도? 자원은 많지. 그런데 그 자원들 무사히 개발은 가능하고?”
“인도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동, 동남아 국가도 마찬가지야.”
“인구가 많으면 뭐 해? 인구 중 절대다수가 극빈곤층이라 진짜 소비 인구는 그저 그런데.”
SR이 굳이 인도나 동남아, 아프리카, 중동에 사업적으로 진출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기껏해야 그 나라 안의 상류층을 대상으로 십수 개 남짓의 SR스테이션만 운영할 뿐이다.
왜 SR이 블랙드래곤을 만들어서 꾸역꾸역 중국의 피를 뽑아 먹으려는지 알 수 있는 이유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내냐고?
“인도에 SR의 무기를 팔아 달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SSR. 이미 미국의 승인은 받았습니다.”
지금 내 앞에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가 와 계시거든.
“예, 얼라이언스 미국 대사께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럼 얘기가 쉽겠군요.”
“저희야 돈만 주시면 SR의 무기들을 판매하겠습니다.”
“인도는 중국과 더불어 14억 단일 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중국 못지않게 적도 많습니다. 즉, 무기 시장이 넓다는 겁니다.”
솔직히 인도 총리가 직접 오는 게 아니었다면 이 건은 그냥 김희국 상무에게 토스했을 것이다.
그제 인도네시아 국방 장관 때처럼.
“인도는 SR의 무기를 많이 살 겁니다. 그러니…….”
뭔가 김희국 상무가 내게 보고한 것과 비슷한 내용이 인도 총리의 입에서 나올 필이다.
그래도 일단 일국의 총리이니 경청하는 태도를 갖추자.
“라이선스 비용은 원하는 대로 줄 테니 현지의 우리 인도 기업에 위탁 생산할 것을 요청합니다. 드론과 전자 전기에 사용되는 AI와 소프트웨어 또한 기술 지원 바랍니다.”
그렇게 이어진 인도 총리의 말.
“또 SR의 다른 제품에 대한 관세를 깎아 드릴 테니, SR의 무기뿐 아니라 각종 가전에 대한 기술 이전도 요구합니다.”
“…….”
그제 인도네시아 국방 장관이 우리에게 했던 요구와 비슷하다.
아! 차관이나 현물 거래 같은 금융지원 프로그램 요청은 안 했으니 그나마 양반일까?
[저번 인도네시아 때도 그렇고, 미국은 무슨 생각으로 이걸 허락했을까요?] ‘어차피 우리가 거절할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 설령 일부 판매가 되어도 중국 견제용으로 딱이지.’
[미국 입장에선 제3세계 국가로부터 인심도 얻고, 실리도 챙긴 셈이군요.] ‘그런 셈이지. 우린 이렇게 짬 처리당해 버렸고.’
[누구 아이디어일까요? 트럼프? 바이든?] ‘둘 다. 이런 부분에선 말하지 않아도 서로 잘 통하는 법이지.’
[아하!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악역은 익숙하잖아? 이참에 쉬운 기업으로 안 보이게 이미지 관리도 하고.’
[헤에~.]
당연하지만, 나와 세라는 결코 저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다.
“일단 총리님께 SR의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후우, 나는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사회 초년생에게 포괄 임금제를 설명하는 사업주가 된 기분으로 입을 열었다.
“저희 SR웨폰은 해외의 다른 방산업체와 다릅니다. 우리의 무기들은 팔아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이라는 겁니다. 기술 지원이요? 안 됩니다. 현지 생산이요? 안 됩니다.”
“……!”
“미국이 허락했으니 팔아는 드리죠. 하지만 정가로, 오직 얼라이언스를 통해서만 구입 가능하십니다. 정비도 오직 얼라이언스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이어지는 내 말에 인도 총리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리고 나이트 같은 경우에는 판매가 제한됩니다. 이건 미국으로부터 설명 들으셨을 겁니다.”
지금은 너무나 부럽고 아름다운 인구 피라미드를 갖춘 나라의 수장을 보았다.
모디 총리의 표정은 대놓고 굳었고, 양손은 세게 주먹을 쥐고 있다.
총리 뒤에 있는 관료들도 비슷비슷.
‘뭐, 째려보면 어쩌려고?’
원역사에서는 AI와 로봇의 등장으로 높은 출생률과 생산 인구는 재앙이 된다. 저출생이 축복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다.
스캐빈저 출신이 가장 많은 곳도 이쪽 동네들이다.
지하자원? 핵융합과 반물질이 산업 현장에 등장하고 달과 소행성에서 자원을 채굴하는 시대라서 메리트도 없다.
기껏해야 식량 정도가 있긴 한데, 이 또한 팜 빌딩과 배양육으로 대체 가능해진다.
‘중국이야 부자만 수천만 명이니까 빨아 먹을 게 있다지만, 인도는 글쎄……?’
아마 모디 총리는 이런 대우를 처음 받아 봤을 거다.
아무리 중앙과 지방 정부가 따로 노는 인도지만 거대한 인구와 잠재적 소비 시장을 생각하면 어느 나라의 어느 기업이든 헥헥거리면서 꼬리를 흔들었으니까.
“……SSR의 생각은 잘 들었네. 더 나눌 얘기는 없는 것 같으니 이만 가 보지.”
결국 SR 본사에 방문한 인도 총리는 그제 방문한 인도네시아와 마찬가지로 어떤 MOU 하나 없이 돌아가 버렸다.
나중에 듣기론 국내의 다른 방산업체와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덕분에 털을 바짝 세운 방산 카르텔들도 조용해졌다.
어떤 의미에선 상생이 된 셈이다.
* * *
인도 총리와의 대화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점심이 후딱 지나가 있었다.
나는 세라와 함께 회장실 안에 있는 집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요리 로봇이 해 주는 요리를 먹었다.
사내 식당에서 해결할 수도 있지만, 나 정도 되는 양반이 그런 데 가면 서민 코스프레 하는 민폐가 된다.
소탈한 행보? 임직원들이 단체로 체할 거다.
그래도 메뉴는 설렁탕으로 충분히 서민적이니, 이 정도로 타협하자.
“곧 정식 SR 연구소가 완공되나?”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세라에게 흘리듯 물었다.
찰칵, 찰칵.
그러자 집에서 서민 음식을 먹고 있는 내 모습을 사진 찍고는 막 SNS에 올리던 세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참으로 길었던 것이에요.”
“이제 소량이지만 오리진 입자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겠지.”
“텔로미어부터 핵융합, 반중력, 상온 초전도체, 반물질, 바이오 안드로이드 그리고 워프까지, 진정한 퀀텀 점프가 곧 시작돼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현재 수상 착륙까지 성공했나?”
“작년에 성공했고, 지금은 이미 상업용으로 써먹고 있어요. 원역사보다 훨씬 빠르지요.”
내 물음에 답한 세라가 눈을 빛내며 묻는다.
“본격적으로 우주 산업 진출하실 거면, 로켓부터 준비할까요?”
“그래, 로켓 기술은 어쨌든 필요하니깐.”
“4캠퍼스 부지도 슬슬 정해야겠네요?”
“사업추진부에 준비하라 전해. 이번엔 충청도 쪽으로.”
“균형 발전이군요? 충북 음성 옆에 목성시가 있던데, 거기가 괜찮아 보여요.”
반중력 엔진이나 반물질, 핵융합 엔진이 탄생한다고 해서 로켓 기술이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섬세하고 정밀하고 강력한 로켓 기술이 필요하다.
지상에서 중력이 사라지면 지구의 자전 속도에 맞춰 지평좌표계를 맞춰야 하고, 이를 위해선 스마트 로켓 같은 섬세한 추진체 기술이 필요하거든.
또 드넓은 태양계를 항해하려면 섬세한 로켓뿐 아니라 강력한 추진체도 필요하다.
“오리진 입자의 일정한 생산이 시작되면 제일 먼저 뭐부터 하실 건가요? 핵융합? 반중력?”
우주 얘기가 나와서 그런지 세라는 당장이라도 스페이스 센터를 지을 기세였다.
“일단 약속부터 지켜야지.”
“약속이요? 아……!”
나는 그런 세라를 진정시켰다.
텔로미어도 핵융합도 반중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제일 급선무는 약속의 이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