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14
제214화
#214. SR독립전쟁 (1)
2022년 3월 3일.
원역사보다 한 달 정도 빨리 대선 투표가 시작되었다.
“이자명! 이자명 후보가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이자명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
원역사와 완전히 다른 결과.
“0.51퍼센트라는 아슬아슬한 표 차이로 이자명 후보가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원역사에서 20대 대통령이었던 윤정열은 패배했다.
공화당의 젊은 대표와 일시적으로 손을 잡고, 민중당 친문의 지원을 받고, 여가부 폐지와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도 내고, 한철수와 단일화도 하고, 성세류와 사진도 몇 장 찍었지만.
윤정열은 패배했다.
“윤정열 후보는 패배를 인정한다면서 공화당에 남아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의 일원이 되겠다고 앞으로의 거처를 밝혔습니다.”
“민중당의 이낙원 전 의원은 미국 출국길에 올랐습니다. 일각에선 정치 보복을 피하기 위한 피신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자명은 승리했다.
이자명의 승리는 이자명을 따르는 사람들의 승리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승자의 권리, 전리품 분배가 시작되었다.
“문경인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비리가 하나둘씩 거론되고 있습니다.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 국가보안법 위반 의혹, 마약 범죄 유착 의혹, 새만금 잼버리 비리 의혹까지.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의혹들입니다.”
제일 먼저 이제 임기가 한 달 남은 문경인 대통령을 향한 무력시위가 시작되었다.
-아내는 논문 조작, 장모는 주가 조작?! 윤정열 공화당 전 대선 후보의 친인척 비리가 도마에 오르다.
패장을 향한 처형식도 빠지면 섭하다.
-이자명 대통령직 인수위, 기본소득과 로봇세, 대대적으로 손볼 것!
-여성에게 더 많은 기본소득 줄 것! 남성과 비교해 최대 50만 원 이상 차이 날 듯.
-여성 전용 기본소득 정책이 남녀 차별이라는 주장에, 남자들은 이미 군대와 예비군으로 혜택받고 있다는 납득할 수 없는 답변 돌아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승리에 도움을 준 지지자들에게도 전리품을 나눠 줘야 했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SR 다음으로 인기 있는 직장은 시민 단체가 될 것 같습니다. 인수위에서 시민 단체에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는 발표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대한민국 노동, 시민 단체에서는 이자명 정부를 크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선에서 논란이 되었던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인수위에서는 못을 박았습니다. 인수위 관계자는 오히려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장하고, 내년부터 막대한 성인지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전리품은 시민, 노동 단체들에만 가지 않았다.
이번 대선은 남녀 갈등의 대리전이기도 했고, 이자명은 자신의 당선에 엄청난 기여를 한 개혁의 딸들, 일명 ‘개딸’들에게도 보은을 해야만 했다.
“저희 민중당은 무고죄 폐지를 발의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여성 전용 주택 추가 보급과 여성 전용 거리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겠습니다.”
“여성 전용 좌석과 여성 전용 주차장을 더 늘리고, 이를 장애인석과 마찬가지로 의무화하는 법률을 발의하겠습니다.”
“여경과 여군의 체력 시험 기준을 낮추겠습니다. 또 모든 공무원, 공기업에 여성 할당제와 가산점을 의무화해 채용과 진급에 반영하겠습니다.”
“민중당에서 발의한 남녀 임금 격차 해소 법안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내 모든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는 여성 특별 수당이라는 급여가 신설되며, 생리휴가 또한 유급휴가로 바뀌게 됩니다.”
온갖 비상식적인 여성 정책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인수위 때부터 이자명은 미친 듯이 나라를 찢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이자명의 칼춤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 * *
경기도 화성시 순양구.
SR 제1캠퍼스.
창조의 피라미드 지하 SRSC.
흰색 SR 유니폼을 입은 성세류와 검은 정장을 입은 이자명이 마주 보고 앉았다.
그런 두 사람 뒤에는 흰색,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SR 임원들과 검은색 정장을 입은 이자명의 보좌진들이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좀 더 바깥에는 회색 유니폼을 입은 가디언즈와 검은색 보디가드 정장을 입은 경호원이 사이좋게 울타리를 치고 있었다.
“이야~ 대통령 당선인쯤 되니까 SRSC에 겨우 와 보는군요?”
현직 대통령보다 더 권력이 막강하다는 대통령 당선인이 SRSC 내부를 둘러보며 감탄을 담아 말했다.
“당선 전에 오셨어도 안내해 드렸을 겁니다.”
이에, 성세류는 잔뜩 굳은 표정을 애써 연기하면서 이자명을 대했다.
‘내가 당선될 줄 정말 몰랐나 보군.’
그런 성세류의 굳은 표정(세라의 코치를 받은 연기다)을 본 이자명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요? 난 또 성 회장님이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지~.”
“…….”
이자명은 잔뜩 굳은 성세류와 성세류 뒤에 있는 SR 임원들의 표정을 보곤 사냥꾼의 눈빛을 빛냈다.
‘SR! 진짜 전리품은 SR이지!’
그의 입속에서 군침이 쉬지 않고 생성됐다. 아마 자신의 측근들도 비슷할 터.
“요즘 SR을 비롯한 기업들 때문에 국민들 원성이 자자합니다. 제가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그 원성 때문이고요.”
서론은 필요 없다고 봤다.
자신도, 눈앞의 성세류도, 시급이 아주아주 비싼 사람이니깐.
“원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성세류 또한 이자명과 같은 생각인지 바로 본론을 물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지난 대선에서 충분히 목이 쉬어라 외친 것으로 압니다만?”
“……SR인더스트리의 국유화 말입니까?”
“잘 아시는군요.”
“여긴 중국이나 북한이 아닙니다.”
“예, 그렇죠.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를 채택한 국가지요.”
“그걸 아시는 분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업이 법을 잘 지키고! 국가와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았을 경우에나 해당됩니다!”
“……!”
SRSC의 공기가 차갑다 못해 따가웠다.
“성세류 회장! 당신과 당신네 회사는 선을 넘어도 너무 많이 넘었어! 법 위에! 그것도 대한민국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죄! 법 위에 서서 무수한 국민들을 억압하고 해한 죄!”
마친 재판장에서 검사가 피의자를 다루는 것처럼. 이자명은 성세류를 혼내듯 윽박질렀다.
이런 이자명 뒤에 있는 측근들 또한 자신들이 무슨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듯 팔짱을 끼고 사나운 눈으로 성세류와 SR 임원들을 노려봤다.
[푸웁!]그런 이자명과 측근들을 보던 세라가 속으로 웃었다.
‘야, 웃지 마! 표정 관리 힘들다고!’
이에 성세류가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면서 속으로 나무랐다.
“SR인더스트리를 넘기면 임원들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하는 것 정도는 눈감아 드리죠. 단! 한국에 있는 SR의 인프라는 털끝만큼도 가져가선 안 됩니다. 필요에 따라선 인수인계도 해 줘야 하고요.”
“하! 장난하십니까? 저와 임원들이 없는데 SR인더스트리가 순순히 굴러갈 것이라 생각합니까?”
“다 알고 하는 말입니다. SR인더스트리의 진짜 본체는 성세류 당신이 오래전에 만든 강인공지능이 아닙니까?”
“!!”
이자명의 말에 성세류는 눈을 부릅떴다.
“SR에는 세계 최강의 PMC, 가디언즈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에는 자랑스러운 국군이 있지요. 참고로 SRSF와 얼라이언스 가디언즈의 소유주가 미국이라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자명의 말이 이어질수록 성세류의 얼굴은 굳다 못해 파리해졌다.
“한국에는 핵심 기업 권리 특별보장법이 있습니다. 법, 법이 SR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성세류의 목소리는 대놓고 떨리고 있었다.
“법이야 개정하면 그만이지요.”
반면, 이자명의 목소리는 갈수록 여유와 능청스러움이 가득했다.
“지금 국회 의석을 알고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너무나 잘 알죠. 정치인이라는 동물들은 자기 잇속이 확실하다면 언제든 초당적인 합의를 할 수 있는 종속들입니다.”
이자명은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긴 국군이 언제든 포위할 수 있는 대한민국 땅입니다.”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미국은 오히려 이 상황을 반길지도 모릅니다.”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미국으로 망명해서 그곳에서 제2의 기업을 세우든가 하세요.”
그 말을 마친 이자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곧장 성세류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살벌하게 속삭였다.
“잘 들어! 이 머리만 좋고 버르장머리는 하나도 없는 새끼야.”
“?!”
“문경인도, 그 이전 대통령인 박은혜도, 왜 너와 SR에게 꼼짝 못 했는지 알아?”
성세류는 그런 이자명의 속삭임을 이를 악물고 들어야 했다.
“바로 민심! 민심이 너와 SR에 있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너희는 민심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이제 그 민심은 나에게 있어!”
고작 0.51퍼센트 차이로 이긴 주제에, 30퍼센트 차이로 이긴 것처럼 굴었다.
“여하튼 대통령 취임식이 열릴 때까지 잘 생각해 보시라고. 미리 망명 준비를 하라는 뜻이야. 내가 너와 너의 회사를 찢.어. 버리기 전에.”
말을 마친 이자명은 성세류를 향해 숙였던 상체를 뒤로 뺐다.
“가지.”
그리고 바로 뒤로 돌아 출구로 걸었다.
“아! 유치하게 암살이나 스캔들 같은 건 하지 말자고.”
그렇게 막 SRSC를 나서려던 이자명은 마지막으로 생각났다는 듯 뒤를 돌아 말을 이었다.
“스캔들이야 대선에서 지겹도록 틀어서 이제 효과는 없을 테고.”
“…….”
“…….”
그런 이자명의 말을 성세류와 SR 임원들이 비통한 표정으로 묵묵히 들었다.
“남은 건 암살일 텐데, 알잖아? 나도 이쪽 분야에서는 프로페셔널인 걸. 게다가 최근엔 중국에서도 나를 보호해 주고 있고.”
이자명의 시선이 성세류 뒤에 있는 마민수 전무와 고요한 오라클 국장을 훑었다.
그렇게 마지막 말까지 후련히 마친 그는, 곧장 몸을 돌려 SRSC를 나섰다.
* * *
성세류와 이자명의 비밀 회담이 끝나고, 시간이 흘러 2022년 4월.
“대한민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임을 굳게 다짐합니다.”
이자명이 대통령이 되었다.
SR과 성세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를 침묵으로 이자명 시대를 맞이했다.
“저 이자명은! 대한민국을 SR과 성세류의 손아귀에서 구해 내겠습니다.”
대통령이 된 이자명은 그런 SR과 성세류에게 벼르고 벼르던 칼을 곧장 휘둘렀다.
-대선 때부터 삐걱거렸던 이자명과 SR.
-SR과 성세류를 향한 대대적인 정치 보복이 시작됐다!
-이자명 정부는 정말 공약대로 SR을 국유화할 것인가?
-살인, 살인 교사, 협박, 상해치사 등등, SR 임원과 성세류 회장에게 조준된 혐의들.
-SR과 성세류가 없는 대한민국 경제 어쩌나 하는 우려와, SR의 폭정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국민 여론 맞붙어.
“긴급 속보입니다! 검찰에서 성세류 특검팀을 꾸린다는 소식입니다. 경찰에서도 SR 수사를 전담할 태스크포스를 조직할 예정입니다.”
“민중당은 ‘핵심 기업 권리 특별보장법’ 개정을 발의했습니다. 거세게 반발할 줄 알았던 공화당과 민중당 내 친문에서도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대통령과 정부의 권한이 가장 막강할 때, 바로 취임 직후.
이자명은 이때를 놓치지 않았고 바로 대SR 총력전에 돌입했다.
이 총력전은 진보와 보수도, 계파도 초월한 한국 정치권의 총의였다.
“허허허허, 이자명과 의견이 일치한 적은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군요.”
“그럼……?”
“저야 이제 막 퇴임한 뒷방 늙은이 아닙니까?”
“그래도 한 말씀 해 주시는 게…….”
“대한민국을 지켜 달라고 그렇게만 전해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참, 공화당에서는 뭐랍니까?”
“그들도 전 대통령님과 같은 우국충정의 마음입니다.”
“허허허허허, 이것 참. 역시 나라가 위태로워야 숨겨 뒀던 애국심도 나오고 그런가 봅니다.”
이이제이를 원하고 있던 문경인과 공화당 내 원로 의원들 또한 이를 암묵적으로 지원했다.
그리고 SR도 몰래 이 모든 상황을 지원하거나 방관했다.
“아니, 핵심 기업 권리 특별보장법 개정안 통과에 기권표를 던지라고?!”
“지금 그 개정안이 통과되면 검찰과 경찰은 마음대로 SR을 압수 수색할 수 있어요. 그걸 알고 하시는 말인가요, 마 전무님?”
“그렇습니다, 이희문 원내 대표님 그리고 윤정열 비대위원장님. 성세류 회장님의 의지는 분명합니다.”
대격변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피 냄새를 한가득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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