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99
제99화
#99. 또 다른 생일 선물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충격이 크듯이 사업 또한 마찬가지다.
요즘 그는 다시 예전처럼 밑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은 위기감에 악몽마저 꿨다.
“SR얼라이언스의 스마트카! 테슬라를 최소 10배 압도!”
“테슬라 주가 7일 연속 하락!”
“포드, GM 등 기존 자동차 업계, 전기차로 대전환 선언!”
“SSR의 반PC 스탠스와 AI 음모론으로 하락세였던 얼라이언스 주가, 2주 연속 최고가 갱신!”
“얼라이언스 주식 품귀 현상. 돈이 있어도 살 수가 없다!”
“세계 굴지의 화학 회사들 너도나도 한국행. 작전명! 세라 배터리 3.0 라이선스를 구하라!”
“테슬라보다 더 폭락한 주식이 있다?! 한국의 미래, 지아자동차에 무슨 일이?”
지금도 뉴스 위젯만 열면 테슬라의 몰락을 노래하는 기사가 저렇게 가득하기 때문이다.
“……메리.”
멍하니 하늘을 보던 머스크는 자신의 AI 비서 메리를 불렀다.
[네.]그러자 그가 손목에 찬 루나워치에서 AI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
그는 잠시 동안 말없이 손목에 찬 루나워치를 노려보았다.
증오하면서도 경외하는 경쟁자, 세기의 천재 SSR이 만든 걸작 중에 걸작.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도저히 버릴 수 없는 AI.
“애플의 팀 쿡과 만나자고 해.”
[팀 쿡의 AI 비서 토미에게 전달하겠습니다. 미팅 내용은 뭐라고 할까요?]
“테슬라 모터스를…… 애플에서 인수할 의향이 있냐고.”
[알겠습니다.]
AI 비서 메리에게 지시를 내리는 머스크의 표정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
정말이지 최악의 생일이 아닐 수 없었다.
* * *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모터즈는 아직까진 이름빨과 배출권으로 먹고사는 회사다.
기존 거대 자동차 회사들과 비비기엔 무리가 있었다.
현재 개발 중인 모델3가 양산된다면 좀 달라질 것 같았지만, 그 전에 SR의 스마트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압도적인 성능, 완성도, 충전속도, 이름값, 생산량.
기존 테슬라가 가지고 있던 장점들이 전부 사라져 버렸다. 하루아침에.
‘아무리 SSR이라고 해도 전고체 배터리를 독식할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세라 배터리 3.0이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가 있었다.
물론, 아무리 성세류라고 해도 이 기술을 독식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전처럼 적당한 라이선스 값을 받고 상생을 택할 것이다.
‘세라 배터리 3.0이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게도 납품되는 순간, 테슬라의 존재 이유마저 사라져.’
하지만 이게 정작 머스크의 테슬라에게는 아킬레스건이 되었다.
‘주가는 계속 내려갈 거야.’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돈을 뺐고, 그렇게 뺀 그 돈으로 얼라이언스 주식을 샀다. 얼라이언스 주식이 품귀 현상이라 못 사게 되면 아쉬운 대로 배터리 회사들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듣기론 세라 배터리 3.0 라이선스를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제공한다고 했지?’
배터리 회사에서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신형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생산 라인을 전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 약 1년에서 2년 사이.
‘최대한 빨리 애플에 테슬라를 넘겨야 해. 애플은 잡스 때부터 애플카를 만들고 싶어 했으니까.’
머스크가 테슬라를 애플에 넘기려고 결심한 이유에는 이러한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렇게 테슬라를 판 돈으로 눈앞의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에 올인할 각오였다.
“일론, 유감이군.”
그때였다. 뒤에서 누군가 다가와 머스크의 우울한 상념을 깨트렸다.
“제프.”
“나는 자네의 기분을 지극히 공감해.”
바로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였다.
“심지어 오늘은 자네 생일이잖아? 생일날 이렇게 실패하다니.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
베이조스는 입을 손으로 가리면 슬픈 표정을 지었다.
“……입 가린 손 치워 봐.”
머스크는 자신을 위로하러 온 제프 베이조스에게 차갑게 쏘듯 대꾸했다.
“이런, 들켰네?”
베이조스는 입 가린 손을 치웠다. 그의 하관은 얄미울 정도로 기쁜 미소를 담고 있었다.
“기껏 초대해 줬더니 은혜를 비열하게 갚는군.”
머스크는 진심 어린 분노를 담아 불청객을 대했다.
“엿들으려던 건 아닌데, 방금 테슬라를 애플에 판다고 하지 않았나?”
“왜? 아마존에서 테슬라를 인수하시게?”
“우리 AWS(Amazon Web Services)도 곧 MS에 넘길 거야.”
“…….”
그러다가 불청객의 툭 던진 말에 분노를 접어야 했다.
“자네의 지금 심정이 어떤지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알아.”
“클라우드 사업, 완전히 포기하는 거야?”
“AI 없는 클라우딩 컴퓨터야. 망할 수밖에 없지. 차라리 조금이라도 더 비쌀 때 MS에 넘기는 게 나아. 자네의 테슬라처럼.”
베이조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미 감정과 미련을 전부 정리한 듯한 그의 모습은 머스크에게 적지 않은 위로를 줬다.
“이제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는 거지.”
“물류랑 유통업?”
“맞아, 그 범위를 지상에서 우주로 확장할 뿐이지.”
“블루 오리진은 잘되어 가나?”
“참 빨리도 물어보시네? 우리도 9월에 로켓 지상 회수 실시할 거야.”
“9월? 원래 11월 아니었어?”
“내가 아랍 왕자님이랑 친하잖아? 투자를 아주 두둑하게 받았지.”
“물주 만나서 참 좋으시겠어? 그래 봤자 너희 로켓은 지구 궤도에서 내려온 거 회수하는 수준이잖아? 반쪽짜리지.”
“원래 기술 개발은 스텝 바이 스텝으로 차곡차곡 시도하는 거야. 스페이스X의 우주 로켓 회수는 너무 욕심이 과해.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애한테 전력 질주를 요구하는 꼴이야.”
베이조스는 그렇게 말하다가 목소리를 살짝 낮추고는 무거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우린 SSR이 아니라고.”
“…….”
베이조스의 입에서 SSR이 언급되자, 잠시 들떴던 머스크의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나저나 저 재활용 로켓 팰컨9 말이야. SR의 인공지능은 뭐라고 안 해?”
베이조스는 그런 머스크의 기분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미 해 봤지. AI 비서의 권능 밖이라고 딱 잘라 답하더군.”
“그 말은 SR 본사의 AI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겠지?”
“……그렇겠지.”
“SSR에게 자존심 굽히고 도와 달라 그러지?”
베이조스는 머스크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머스크의 대답에 따라, 베이조스의 내일 일정이 한국행이 될지 사우디행이 될지가 결정된다.
“해 봤어.”
“어?”
“내가 가진 스페이스X 지분의 90퍼센트를 넘기라는군. 경영권 중 일부도.”
“도와주지 않겠다는 말을 아주 살벌하게도 하는군.”
제프는 성세류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을 바로 접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우주밖에 없어.”
머스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무리 세기의 천재 SSR이라고 해도 그가 다 먹기엔 우주는 너무나 크지.”
베이조스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SSR도 언젠간 우주 사업에 뛰어들겠지?”
“그 전에 최대한 멀리 격차를 벌려야 해.”
“하긴, 나도 블루 오리진으로 우주 사업 경험해 봐서 아는데, 이거 진~짜 장난 아니야.”
“맞아, 전기차나 AI와는 급이 다르지, 우주는.”
“아무리 SSR이라고 해도 하루아침에 절대 못 해.”
“순식간에 따라잡으려면 로켓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리 세기의 천재라 해도 그건 말이 안 되지.”
지가 스타워즈에 나오는 반중력 물질을 만들 거야, 워프 엔진 같은 걸 만들 거야?
둘의 생각은 지극히 상식적인 거였다.
“아! 내일 MBS를 만나러 갈 생각인데, 같이 갈래?”
“MBS? 네 물주, 빈 살만?”
“요즘 자금 압박 심하지 않나? MBS라면 흔쾌히 투자해 줄 거야. 투자 조건도 SSR처럼 각박하지 않을 테고.”
“아니, 괜찮아.”
베이조스의 제안을 머스크는 단호히 거절했다.
“니가 투자를 거절한다고?”
머스크의 반응에 베이조스가 눈을 크게 떴다. 그가 아는 머스크라면 득달같이 합류했어야 정상이었다.
‘스페이스X 지분은 최대한 사수해야 해.’
아마 테슬라가 저렇게 나가리 되지 않았다면 머스크 또한 흔쾌히 투자를 받았을 터.
하지만 지금 머스크에게 남은 것은 사실상 스페이스X뿐인지라 보수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돈 나올 구석이라도 있는 거야?”
이어서 베이조스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하나 있어.”
베이조스의 물음에 머스크는 루나폰을 켰다.
그의 루나폰 홈 화면에는 위젯이 하나 있었는데, 그 위젯에는 X코인의 실시간 시세가 표시돼 있었다.
‘이게 도대체 왜 오르는 것일까?’
X코인을 직접 만들어 발행한 머스크지만, 이 코인이 왜 오르는지는 지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해피 버스데이, 머스크.
그저 우울한 자신에게 세상이 건넨 생일 선물 정도로 여길 뿐이다.
* * *
2015년의 7월은 특별했다.
특히나 곧 차를 바꾸거나 사야 할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한국 시간으로 7월 1일 00시가 되자마자.
-SR스마트카 예약 판매 시작!
SR모터즈 공식 홈페이지에 스마트카 예약 구매 화면이 떴다.
수천만 명이 동시 접속했음에도 SR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답게 다운 한번 되지 않았고, 사람들은 마치 보물 지도를 읽듯이 SR스마트카 예약 구매 사이트를 살폈다.
“모델명은 S, R, SR, SSR로 나뉘네? 루나 시리즈와 비슷하군.”
SR데이 때문에 스펙을 비롯한 자세한 사항들을 비공개했다지만, 명색이 예약 구매인데 최소한의 정보마저 숨길 순 없는 법.
가격과 옵션, 모델명이 예약 구매 화면에 표시됐다.
“잠깐, 잠깐? 이 가격 맞아?”
“숫자 잘못 입력한 거 아니야?”
모두가 홈페이지에 표시된 스마트카 가격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SR의 무인 공정이라고 해도, 명색이 전기차인데…….”
“배터리는 둘째치고 차의 디자인이 양산 자체가 기적일 정도로 유려한 디자인인데! 저걸 이 가격에 출시한다고?!”
전기차 가격에 대한 상식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경차형 스마트카 가격이 1,900만 원이라고?!”
“가장 저렴한 스마트카 사려고 준비한 예산이었는데, 이 가격이면 중형 스마트카도 가능하겠는데?”
제일 저렴한 경차형 스마트카 S1의 가격부터 중형 세단 S3와 중형 SUV인 R3의 가격은 소비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저렴했다.
“여기다가 전기차 보조금까지 받으면……?”
“굳이 할부로 살 필요도 없겠어!”
합리적인 것을 넘어서 너무 저렴해 두 눈을 의심했을 정도.
“최고급 세단은 확실히 비싸긴 하네. 2억부터 시작이라니.”
“그 유명한 SR 임원들이 타는 차라잖아? 하차감 생각하면 2억도 저렴한 거지.”
SR에서 출시한 스마트카의 모델과 가격대는 매우 다양했다.
“화물차와 승합차, 중형 트럭도 있어!”
“버스도 준비 중인가 본대?”
“오토바이도 있어! 오토바이는 아키라에 나오는 그 오토바이랑 디자인이 비슷하네? 이거 문제 되는 거 아니냐? 뭐? 고단샤를 SR엔터가 인수했다고?”
“그냥 애니나 게임, 영화에서 본 디자인이다 싶으면 그냥 SR엔터에서 인수했거니 생각하자.”
모두가, 정확히는 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예약 구매 홈페이지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지간한 게임이나 드라마보다 이게 더 재밌었기 때문.
“미친! 레이싱카랑 슈퍼카, 하이퍼카도 준비 중이라네? 도대체 없는 게 뭐야?”
“아주 SR이 다 해 먹겠군.”
“당장 예약해야지. 계약금으로 100만 원 먼저 내면 되는 거지?!”
“고민은 출하만 늦출 뿐! S2로 결정했어! 바로 100만 원 입금한다!”
“SR데이!! 빨리 와라! 제발 빨리!”
“이렇게 누군가의 생일을 고대한 것은 처음이야.”
“그냥 의식 잃고 있다가 9월 1일에 깨어났으면 좋겠어.”
그렇게 진정한 게임 체인저이자, 생태 교란종의 포효가 네트워크를 타고 전 세계를 울렸다.
한국 시간으로 2015년 7월 1일 오픈한 SR스마트카 예약 구매는 전 차종을 다 합쳐 첫날에만 100만여 건의 선주문을 받아 냈고, 이틀째에는 210만 건을 돌파했으며, 1주일 후에는 660만 건을 돌파했다.
한국의 네이버 실시간 검색 순위는 물론, 유튜브와 구글, 똑똑,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 등등, 인간이 거주하는 모든 네트워크에서는 SR스마트카에 대한 얘기가 꺼질 줄 모르고 타올랐다.
참고로 스마트카를 홍보하기 위해 사용한 SR의 마케팅 예산은 지금까지 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