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ess's Shield Protects the Kingdom RAW novel - Chapter (359)
제359화
쩌어어어어어엉!
사람이 다루는 무기와는 그 크기부터 다른 대검과 철퇴가 맞부딪치며, 마치 종소리가 울리듯이 사방을 떨쳐 울린다.
-우워어어어어어!
“차하아아아앗!”
괴성을 지르며 재차 부딪치는 두 거인.
두 거인들은 거대한 무기를 마치 종잇장 다루듯이 가볍게 휘두르며 충돌을 이어갔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두 거인은, 키클롭스들 가운데에서도 특별한 이들이었으니까.
바로 삼귀와 브론테스였다.
“…스테로페스…!”
물론 브론테스의 눈에는 삼귀가 아닌 다른 이로 보였지만 말이다.
브론테스가 하나뿐인 눈을 찌푸리며 삼귀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스테로페스는 본디 전사가 아닌 장인이었다.
물론 산맥의 다른 평범한 몬스터들과는 그 수준을 비교하는 것이 실례일 정도로 강한 것이 사실이었지만, 적어도 망치 대신 검을 쥐는 걸 선택한 자신과 이리 대등하게 싸우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크우우우우우우….
부족을 떠나고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스테로페스의 무력은 극한의 훈련을 쌓아 다다른 자신의 경지에도 그렇게 밀리지 않았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자신조차 등골이 서늘할 만큼의 압박감이 밀려왔다.
그 모습에 로드, 아르게스는 몇 번이고 자신을 도와주겠다며 권하였지만.
브론테스는 절대로 그 말을 따를 수 없었다.
자신은 일족의 수호 전사다.
그러니, 일족의 이단아였던 이를 처단하는 것 또한 응당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니.
‘이 이상 로드를 걱정시키는 것은, 곤란한 일이겠지.’
스테로페스를 향해 쭉 뻗은 손.
엄지와 검지의 마디 사이로, 거대한 칼이 올라간다.
마치 화살을 겨누듯이 팽팽하게 당겨진 어깨와 칼날이.
삼귀의 몸통을 겨냥한다.
“그대가, 어째서 그런 몰골로 영락하였는지는 모른다.”
아니,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아르게스가 로드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끝까지 방해했던 일족의 이단아.
그런 자에게 되지도 않는 동정을 표하는 것조차 사치였다.
하지만.
“적어도, 한때는 우리의 지도자 자리를 놓고 다투었던 자였던 만큼, 그 능력 하나는 우수했던 그대이니.”
땅의 신 곁으로 고통 없이 보내주는 정도의 예우는, 표해주어도 괜찮으리라.
파아악!
한껏 응축된 거대한 근육이 움직이며, 전면을 향해 달려가는 브론테스.
일점(一點).
눈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극한의 찌르기가, 삼귀의 명치를 향해 정확히 나아간다.
-워어어어어어어어어!
후우우우우웅!
삼귀, 스테로페스가 휘두른 철퇴가 대기의 바람을 난폭하게 빨아들인다.
이윽고 찔러오는 대검 위로 내려쳐지는 철퇴.
철퇴와 대검의 칼날이 정면에서 맞부딪친다.
콰아아아앙!
거센 폭음과 함께 철퇴와 칼날이 대치하는 가운데, 철퇴가 빨아들였던 바람을 거세게 토해냈다.
푸화악!
바람의 세기가 어찌나 강한지, 철퇴가 만들어낸 바람은 브론테스가 찌르는 대검의 방향마저 바꿀 정도였다.
방향을 바꾼 대검이 노리는 곳은 바로 일점을 펼쳤던 브론테스, 그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철퇴에 축적된 에너지를 모아,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향으로 뿜어내는 장치.
대장장이로 이름 높은 키클롭스들 가운데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다룰 수 있는 최상승의 기예였다.
“…과연. 멋진 한 수다.”
만약 과거의 브론테스였다면, 이 가공할 기예에 별다른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스테로페스의 철퇴에 설치된 장치는 보기 드문 기술이었으니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미 비슷한 공격에 된통 당했던 적이 있어서 말이야.”
과거, 오크들의 북진을 막고자 하던 시기.
자신과 일전을 겨루었던 한 명의 작은 인간이 펼쳤던 기예를 떠올린다.
황금빛의 오러를 다루며, 자신의 혼을 실었던 일격을 되돌렸던 새파랗게 어린 인간의 모습을.
빙글!
팔의 근육을 이용하여 뻗었던 칼날에 회전력을 가한다.
발끝에서, 무릎, 허리, 가슴, 어깨, 팔 끝으로 이동하며 그 힘을 더한 회전력은.
이윽고 칼날의 주변으로 회오리를 만들어낸다.
휘류류류류류류류류!
-!
발목의 움직임에서는 미풍과도 같았던 회오리는 어느새 그 크기를 더해 폭풍과도 같이 성장한다.
그렇게 힘을 더한 회오리는 삼귀의 바람을 강제로 찢어발기고 대검의 방향을 유지시켰다.
자신의 검을 되돌렸던 인간, 제롬과의 일전을 겪으며 얻은 깨달음.
힘을 흘려낸다면, 더 큰 힘을 더해 흘려낼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것이, 내 검이 나아갈 방향일지니.
오의(奧義), 진권풍(塵卷風).
빠직!
대검의 거력을 견디지 못하고 육중한 철퇴에 금이 새겨진다.
빠지지지직!
손가락만큼 작았던 실금은 점점 더 그 범위를 늘려가고, 마침내 철 조각들로 분쇄된다.
콰차아아앙!
-!
부서진 철퇴 뒤.
당황한 삼귀의 표정과, 뻥 뚫린 삼귀의 몸통만이.
두 거인의 싸움이 끝이 났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무리 키클롭스가 생명력이 강하다고 하나, 그들 역시 엄연히 살아 있는 생명체다.
심장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는 없는 일.
서서히 초점이 사라지는 삼귀를 바라보며 브론테스가 자신의 검을 수습했다.
이미 생이 끊어졌을 삼귀였지만.
어째서인지 브론테스는, 흐릿해진 삼귀의 외눈에서 하나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 눈은, 마치.
-고…맙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로드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분을 참지 못하고 일족을 박차고 나갔던 비운의 천재.
불운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천재는 한 인간에게 사로잡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전투 기계로 화했었다.
그 참담한 운명에 종지부를 찍어준, 일족의 전사에게 올리는 감사의 표시였던 걸지도 모른다.
“부디, 편히 가기를.”
삼귀의 시신을 뒤로한 채, 브론테스는 다른 전장을 향해 다시금 검을 들었다.
자신의 종족을 욕보인, 북부의 인간들을 벌하기 위해서.
* * *
위이이이이이이잉!
마치 수만의 벌 떼가 우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는 전장.
‘격’을 넘어 선조들의 상징과도 같은 기술을 다루는 두 오크들의 격돌은 그만큼 위협적이었다.
카아아아앙!
대부와 블레이드가 다시금 마주한다.
“취이이익! 전사의 수치와도 같은 놈!!”
-…….
거세게 일귀를 매도하는 하탄과 달리, 일귀는 하탄의 분노에도 그저 기계적으로 블레이드를 휘두를 뿐이었다.
그런 일귀의 모습은, 가뜩이나 분노한 하탄의 화를 머리끝까지 차오르게 만들었다.
진동(振動).
먼저 발할라로 떠난, 위대한 선조들의 힘.
격에 오르지 않은 전사는 결코 다룰 수 없다고 알려진 이 힘을, 다른 이도 아닌.
추한 욕심으로 부족의 용맹한 젊은 전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발할라는커녕 땅에 묻힐 자격조차 없는 버러지가 사용하다니.
이런 버러지와 무기를 맞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하탄을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콰아아아앙!
일귀가 블레이드로 하탄의 도끼를 밀어내고 주먹을 짧게 끊어 친다.
빠아악!
“…크륵!”
자신이, 이 수치스러운 버러지를. 끝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취이이이익! 전사의 수치로다…!’
제롬의 부탁으로 야른비드르로 찾아왔던 인간.
맹약에 따라 도움을 주겠다고 전사로서 맹세하고 기세등등하게 산맥을 내려왔건만.
고작, 부족의 배신자였던 추악한 노괴 하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버벅이고 있다니.
이 얼마나, 치욕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쉬이이이잉!
일귀, 네르단의 블레이드가 하탄의 도끼를 비집고 들어온다.
과거에도 칼질에 일족의 전사답지 않은 음험함이 묻어 있더니, 그 모습은 자아를 잃은 지금도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 같았다.
“크아아아아아아!”
분노한 하탄이 도끼를 휘둘러 네르단에게 반격했지만.
촤자자자자작!
일귀, 네르단의 블레이드는 흥분하여 동작이 커진 하탄의 도끼를 농락하며 더욱더 커진 틈새를 파고들 뿐이었다.
피슉! 피슈슉!
“……!!”
하탄의 거대한 체구에 새겨진 자상에서 핏물이 흘러나온다.
그 덩치만큼이나 많은 양의 핏물이 가히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인간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출혈량이었지만, 하탄은 평범한 오크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하이 오크.
그에게 있어서 이 출혈은, 오히려 뜨거워진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과거 제롬과 야른비드르에서 붙었던 막고라를 떠올린다.
서로의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타를 감내하며 전력으로 부딪쳤던, 생각만 해도 절로 즐거워지는 전투.
‘…취익! 과연. 그런 건가.’
뒤늦게나마 깨닫는다.
자신이 어째서, 아직도 일귀의 숨통을 끊지 못하고 있는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비겁한 변절자를 상대함에 있어서, 전사로서 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 때문이었다.
자신 역시도, 전사가 아니었다.
“…취익! 내가 바보 같았군.”
쿠와악!
피로 칠갑을 한 채 도끼를 움켜쥔 하탄의 표정에 결의가 차오른다.
터어어어엉!
일귀를 향해 나아가는 하탄의 발걸음에 가속도가 붙는다.
쾌애애애애액!
네르단의 머리통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도끼날.
-!
비록 이지를 잃은 일귀였지만,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번 도끼의 일격은 무언가 다르다는 사실을.
키이이이잉!
정면으로 도끼를 마주하지 않고 옆으로 흘려내며 블레이드 날을 기울여 찔러 넣는다.
지금까지의 경험대로라면, 하탄은 분명 도끼를 휘둘러 자신의 블레이드를 쳐낼 것이다.
도끼는 블레이드보다 크고 무겁다.
그러니, 튕겨진 블레이드를 다시금 휘둘러 도끼의 빈틈을 파고들면 될 뿐이었다.
하지만, 하탄의 선택은 달랐다.
푸우우욱!
-?!!
일귀의 예상과 달리 블레이드의 날은 너무나도 부드럽게 하탄의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흐으읍!”
꽈아아아악!
종의 한계를 초월한, 가히 다이아몬드와 같은 밀도의 근육이 블레이드를 단단히 고정시킨다.
“취이익! 드디어 잡았다.”
-취이이이이…!!
일귀가 다급하게 하탄의 몸에 박힌 블레이드를 빼내려 애썼지만.
하탄의 강철 같은 근육은 네르단의 블레이드를 몇 초 동안 붙잡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다.
몇 초라는 시간은 극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탄이 도끼를 휘두르는 데는, 가히 영겁이나 마찬가지인 시간이었다.
콰지직!
하탄의 거대한 도끼가, 일귀의 머리통을 무자비하게 쪼개버렸다.
쿠우우우웅!
머리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박살 난 일귀의 시신이 허무하게 쓰러져 내렸고, 하탄은 그런 일귀의 시신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중요한 것은 오롯이 나 자신의 생각뿐. 상대가 무엇이든 중요한 것이 아니었거늘.”
먹이에 지나지 않았던 인간.
아이러니하게도, 하탄의 삶 속에서 가장 짜릿했던 전투는 바로 그 인간과의 전투였다.
상대의 본질은 중요하지 않다.
전사로서의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왕이 가져야 할 자세였던 것이다.
일귀의 시신을 뒤로한 채, 하탄이 블러드 울프의 등 위에 올라탔다.
처음에는 그저, 맹약과 더불어 종족의 욕망을 위해 북부 인간들을 공격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브론테스와 마찬가지로, 하탄은 종족의 수치인 네르단을 되살린 인간들을 결코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취이이이이이이! 단 한 놈도 살아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일귀라는 멍에를 부순 하탄의 함성이 전장을 뒤흔들었다.
* * *
드래곤 산맥, 나락의 절벽.
한때 산맥 서북부의 패자였던 와이번들의 둥지였던 이곳은, 주인인 와이번들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생명체들의 접근을 허락지 않았다.
인간은 물론이거니와, 날개가 달리지 않은 생명체들에게는 결코 자신을 허락할 수 없다는 듯이 고고하게 자리 잡은 나락의 절벽.
그 절벽은 지금, 다른 어떤 생명체도 아닌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쓴 두 반신의 격돌 아래 처절하게 부서져가고 있었다.
화르르르르륵!
제노스의 머리 위로 검은 불꽃이 피어오른다.
자연에서는 결코 발생할 수 없는 흑염(黑炎)은, 공격 마법의 극치라고 불리는 지옥의 불이었다.
“헬 파이어.”
평범한 마법사들은 한 번 사용하기는커녕, 영원히 그 오의(奧義) 근처에도 다가가보지 못한다는 궁극의 불꽃을 제노스는 마치 파이어볼 사용하듯 거침없이 생성했다.
화르르르르르르륵!
한 번 닿으면, 닿은 상대가 한 줌의 잿더미가 될 때까지 절대로 꺼지지 않는다는 지옥의 불이 카르마를 향해 나아갔다.
미간을 뜨끈하게 만드는 헬 파이어의 열기에 카르마의 눈가가 잔뜩 찌푸려진다.
“으음, 정말이지 고약한 불이로다.”
불꽃이란 물을 만나면 응당 사그라지는 것이 진리. 하지만 저 불꽃은 강물마저도 태워버릴 불이었다.
자연은 저런 불꽃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저 불은, 자연의 완벽한 대척점에 있는 결과물이었다.
터억!
바닥에 쪼그려 앉은 카르마가 기운을 집중하자, 주변의 공기가 서늘해진다.
마치 높은 고도로 인해 바람이 불어 늘 차가운 나락의 절벽이 가진 공기가 한 공간에 모이듯이 말이다.
휘류류류류류류!
극도로 낮아진 온도는 카르마의 앞에 조그마한 얼음덩이 하나를 생성해낸다.
“빙정(氷晶).”
단순한 얼음덩어리.
대기를 일그러뜨리다 못해 주변의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제노스의 헬 파이어에 비해, 카르마의 빙정은 너무도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그 둘이 맞닿는 순간.
푸화아아아악!
어마어마한 수증기가 피어오르며 주변의 시야를 모조리 가려버렸다.
물론 제노스나, 카르마가 고작해야 시야에 영향을 받는 수준의 인물들은 아니었기에.
“히드노라(Hydnora).”
딱!
쿠르르르르르릉!
카르마가 튕긴 손가락을 신호로 여긴 무언가가, 엄청난 진동을 일으키며 제노스의 발밑을 향해 돌진했다.
-시이이이이이이이!
바닥을 뚫고 나온 거대한 식물. 잎줄기가 셋으로 나뉘어 있고, 암술과 수술이 있을 자리에는 거대한 입이 위치하고 있었다.
흡사 몬스터와 같이 징그러운 식물의 모습에 제노스가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도 그렇고, 이런 식물들이 그대의 취향인가? 악취미로군!”
촤아아아악!
제노스의 손에서 일어난 바람의 칼날이 식물을 세 등분으로 잘라버렸다.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자연은 결코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고. 그리고 말일세.”
제노스의 뒤편.
바람의 칼날에 조각조각 잘린 절단면을 이어 붙인 식물이 엄청난 속도로 재차 제노스에게 달려들었다.
-시이이이이잇!
“자연은, 그대가 생각하고 뜻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을 만큼 나약하지 않아.”
“뭣…!”
카르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히드노라가 순식간에 잎사귀를 닫으며 제노스를 집어삼켰다.
터어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