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
“아렌 드 그라인드 …….”
“…… 이번에 시성이 추진된다는 초인인가.”
“…… 확실히 비범하군.”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아렌의 모습을 본 귀족들이 수군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아렌의 명성은 하늘 끝까지 올라가 있는 상황.
어린 나이에 가진 불가사의한 힘도 그렇지만, 단신으로 악마를 패퇴시켰으며 그것을 헬리오스가 인정했다.
두각을 나타내는 모험가나 기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용사가 없는 시대다.
그런 상황에서 용사라고 불리기 충분하고도 남을 업적을 쌓았으니, 자연히 아렌을 보는 눈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 과연 그라인드의 괴물이군.”
“사람을 괴물이라고 부르지 마라.”
말투는 험악했지만 감탄을 숨기지 않는 케로베의 말에 아렌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 모습조차도 미려하기 그지없었으니, 자리에 차려한 몇몇 귀족가의 여인들의 얼굴이 자연스레 붉어졌다.
“자격은 충분해.”
아렌의 말에 마르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강대하기 이를 데 없는 동맹이 자신을 동등하게 대하고 신뢰하는 모습에서 더없이 든든함을 느낀 것이다.
“직접적으로 공격을 당했으니 일어설 명분은 충분하고 능력도 모자라지 않는다. 여기에 모인 너희들의 모습이 증명하지 않나?”
“크흠!”
담담하지만 가슴을 후비는 말에 몇몇의 얼굴이 불쾌해졌지만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힘이 없는 자의 외침은 공허하다.
만약 메카니가 아닌 그저 그런 영지가 이러한 일을 당하고 복수를 천명하여 일어섰다면 이러한 호응을 얻기는 힘들었을 거라는 이야기에 대부분의 귀족들이 동의한 것이다.
결국 귀족들은 영지의 안전과 힘의 방향에 민감한 인물들이고 모두들 메카니의 행동과 발언에서 거대한 흐름을 느꼈기에 두말없이 이 자리에 모였다.
“혹여 라도 모자라는 것이 있다면 그라인드가 채우겠다.”
“…… 알코르.”
지치고 음울한 표정으로 조용히 앉아 있던 알코르의 한 마디가 쐐기를 박았다.
아렌 자체만으로도 강력한데 거기에 그라인드가 가세한다면 마르틴의 권위에 흠집을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피렌사도 지지한다.”
듣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묵직한 저음이 그 뒤를 이었다.
알코르의 옆 자리에 앉아 있는 금발의 중년인이었고, 조각과도 같은 외모에 모두들 감탄함과 동시에 눈을 크게 떴다.
“…… 피렌사라고?”
“…… 소문이 사실이었나? 피렌사가 외부에 나왔다는 게?!”
피렌사의 이름을 모르는 귀족들은 없지만 정작 피렌사가 외부로 노출하는 사람은 적다.
그런데 그런 피렌사의 가주로 보이는 사람이 이 자리에 나타났으니 모두들 오늘의 일이 보통이 아님을 가슴으로 느꼈다.
“…… 오랜만이군. 데미안.”
“늙었군. 케로베.”
데미안 드 피렌사의 말에 케로베가 미간을 찌푸렸다.
외견상으로는 아버지와 자식 같은 분위기를 풍겼지만, 실제로 둘은 동년배다.
다만 데미안은 케로베보다 일찍 경지에 들어서 노화가 멈추었고, 무엇보다 피렌사 특유의 혈통이 데미안을 나이보다 아득히 젊어 보이게 하고 있었다.
“쯧.”
자신이 노쇠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 당연히 케로베도 기분이 나빴지만, 데미안은 원래 저런 사람이다.
오로지 피렌사의 숙원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괴물이 이 자리에 나타났다는 것에서 케로베 역시 자신의 생각보다 이 일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럼 됐다. 쪼잔한 메카니치고는 대단하군.”
8대 귀족의 하나와 전 대륙에서 가장 오래됐을지도 모르는 가문이 보증했으니 마르틴의 권위를 의심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한 마디를 덧붙여서 마르틴의 속을 긁어 놓았으니 케로베 역시 속이 그리 넓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어수선한 분위기를 가라앉힌 마르틴이 말을 이어 나갔다.
“안건은 간단하오. 황제의 폭정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는 것!”
“음!”
“흠.”
아무런 미사여구 없는 직설적인 말에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눈을 빛냈다.
“황제가 대단한 사람인거는 인정하오. 불멸의 업적을 쌓았지.”
마르틴의 말에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은 별개로 허허벌판에 도시를 세우고 지금의 제국을 만들어 낸 황제의 능력을 폄하하는 어리석은 자는 이 자리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 고해서 이 제국과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모두를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소!”
진실을 말할 때 사람의 말에는 힘이 실린다.
지금 이 순간 마르틴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말에 진심을 담았고, 그 울림은 온갖 계략과 음모술수로 가득한 귀족들의 마음에까지 닿았다.
“…… 그렇지.”
“…… 생각해 보면 이래저래 많이 당했어.”
위대한 제국을 건설한다는 이념하나로 황제는 전쟁을 계속해 왔고, 그 뒤를 받쳐 준 것은 귀족들이다.
그중에는 간간히 무리한 요구도 끼어 있었으니, 영지를 가진 귀족치고 황제에게 유감이 없는 이가 드물 정도였다.
“그래. 황제니 그럴 수도 있소. 무소불위의 자리이고 충성의 대상이니까. 하지만 악마소환은 아니지 않는가! 그것도 봉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메카니의 땅에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울분이 솟아오르는지 마르틴의 목소리가 격앙되었다.
악마를 비롯한 외계는 중간계의 적이다.
지금도 만신전의 신들은 그들의 침략을 방어하며 이 중간계를 지키고 있는데, 황제라는 자가 악마를 소환해서 풀어놓은 것이다.
적국에 풀어놓았다면 비인간적이라고 매도당할 것이고, 실험의 차원에서 소환했다면 그것도 쉬쉬해야 할 일인데, 그 장소가 충성을 맹세한 봉신가문의 영토.
이것은 어떻게 변명을 해 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증거는 있습니까?”
마르틴의 감정에 동화된 것인지 후끈 달아오르는 회의장을 가로지르는 목소리에 모두들 감정을 식혔다.
차분해 보이는 인상의 귀족의 말에 마르틴이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개하겠소. 태양신전의 루안 주교이시오.”
“반갑습니다.”
회의장의 한쪽 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루안과 몇몇의 인물들이 들어섰다.
* * *
담담한 인상의 중년인인 루안의 눈빛은 신실하기 그지없었으니 과연 성직자라고 할 수 있었겠지만, 뒤따라 나오는 검은 로브의 사내들을 본 귀족들이 하나같이 어깨를 움츠렸다.
“…… 이단심문관.”
나직한 목소리에 공포심이 가득했지만, 이단심문관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들에게 공포와 외경어린 시선은 일상이나 마찬가지.
오로지 신의 뜻을 쫒아 악을 멸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 이들에게 그런 사치스런 감정 따위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분의 종 루안입니다.”
만신전의 주교쯤 되면 귀족들이 얼굴을 알아두기 마련이다.
당연히 루안의 얼굴을 대부분의 귀족들은 알고 있었고, 신앙심 깊은 몇몇은 성호를 그으며 인사를 건넸다.
마주 성호를 그어 보인 루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공작님의 요청으로 나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담담한 말투였지만 루안의 눈에서 불통이 튀었고, 그 살벌한 기세에 담이 약한 귀족들이 흠칫 거렸다.
“실로 불경하기 짝이 없는 장소였죠. 악마가 자리를 잡고 마기를 사방으로 뿌렸고, 대지가 오염되는 것을 똑똑히 경험했습니다.”
루안의 눈이 잠시 아렌에게로 향했다.
“저기 계시는 아렌 공자가 아니었으면 메카니 본성까지 마계화가 당도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실로 중간계의 위기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확실한 증인의 등장에 모두가 경외어린 눈빛으로 아렌을 바라보았다.
“그런 와중에 거동이 수상한 자들을 잡아들일 수 있었고, 거기에는 도리안 공자와 디어뮈드 경의 도움이 컸습니다. 아마 두 분이 아니었으면 실패했을지도 모르지요.”
상세한 이야기에 모두들 눈을 빛냈고, 몇몇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완숙한 소드마스터와 그에 준하는 도리안이라는 인력이 투입되어서 겨우 잡아 올 수 있었다는 말에 일반적인 자들이 아님을 눈치 챈 것이다.
웅.
준비해 온 수정구가 빛을 발했고, 회의장의 허공에 커다란 화면이 나타났다.
“흠.”
“어머!”
몇몇의 여인들이 눈을 돌릴 정도로 끔찍한 몰골의 사내들이 화면에 나타났지만, 대부분의 귀족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대부분 영지를 소유하거나 그에 준하는 힘을 가진 자들.
제각각의 수라장을 거친 이들이니 어지간한 것에는 시선을 돌리지 않을 정도의 담력과 각오가 있었다.
– 소속을 말해라.
– …… 공안 3과 특무대 회수팀.
“진짜였나!”
“정말 공안이라고!”
이단심문관의 물음에 넋이 나간 채로 대답하는 사내의 말에 귀족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 메카니에 온 목적은?
– …… 요원의 회수와 증거 인멸.
차분한 이단심문관의 목소리와 멍하니 대답하는 사내의 문답이 이어졌고, 말이 더해짐에 따라 귀족들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 갔다.
공안을 좋아하는 귀족들은 없다.
황제의 사냥개라고 불리는 공안이 음지에서 제국을 수호하는 것은 인정하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귀족들을 견제하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공안의 공작에 당한 가문들이 많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었고 황제의 권위에 짓눌려서 쉬쉬하며 넘어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귀족들은 때로 심증만으로도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니 자연히 마음속에 쌓인 것이 적지 않았고 명확한 증거와 자백이 나타난 지금 그간 억눌려 있던 분노가 폭발했다.
“…… 황제!”
그것은 8대 귀족이라고 다르지 않았고, 거꾸로 8대 귀족이었기 황제와 공안에게 집중적인 견제를 받았으니 케로베의 입에서도 억눌린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그렇게 짧은 영상이 꺼졌지만 달아오른 분위기는 식을 줄을 몰랐고 거꾸로 폭발을 준비하는 화산처럼 더욱 달궈져만 갔다.
마르틴이 쐐기를 박았다.
“영상을 제도에 보내고 해명을 요구했지. 하지만 황제와 공안은 아니라고 잡아떼더군. 그런 인물들은 공안의 명부에 없다면서 말이야!”
“꼬리를 잘랐군.”
“무엇보다 난 이번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소.”
“…… 자세히 말해 봐.”
케로베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물었다.
“황제는 유능하지. 그런 황제가 이런 무기를 손에 쥐었는데 메카니에게만 쓰고 말까? 난 아니라는데 내기도 걸 수 있는데?”
마르틴의 대답에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들이 아는 황제는 치밀한 사람이다.
그런 자가 일을 벌였다면 이미 어느 정도 확신이 있는 상태에서 일을 벌였을 것이니 마르틴의 말이 전혀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헬리오스의 생각도 같습니다. 교황성하께서 황제와 제도에 사찰을 요구하신 것은 다들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헌데 답이 없군요. 신권이 황권을 넘볼 수는 없다는 답변만 하고 있습니다.”
종교와 정치는 서로를 침범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니 황제의 말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지만, 상황이 상황 아닌가.
권력자쯤 되면 숨기는 것이 있기 마련이고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 주는 행위 자체가 약점이 되기 때문에 꺼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작금의 상황에서까지 그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문제는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노기가 분분한 가운데 이어지는 루안의 말은 기름을 붓는 것과 같았다.
“이번의 일과 토론 끝에 황제의 목적을 유추해 낼 수 있었습니다.
루안의 시선이 아렌과 데미안에게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