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환하게 떠오른 달이 세상에 은은한 빛을 뿌리고 있었고, 수없이 반짝이는 별들은 길 잃은 여행자를 위한 이정표와 같았다.
마치 쏟아질 것 같은 모습의 밤하늘은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것이었지만, 어둠이 자라나면서 빛을 지우기 시작했다.
– 커어어엉!
마치 먹구름처럼 웅성거리는 마기를 뚫고서 다시 한 번 포효가 세상을 울렸고, 방금 전보다 더욱 강해진 기운에 부르바스와 마크는 표정을 굳혔다.
“…… 먹힌 건가?”
“…… 지금만 봐서는 그럴지도 모르겠군. 봉인이 여섯 개야. 마룡의 절반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지. 그걸 개인이 조율한다는 게 말이 안 돼.”
봉인의 무서움은 봉인체가 아니면 모른다.
수없이 많은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거의 봉인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는 마크도 비상시를 대비해 마리오네트로 자기 자신에게 제어를 걸어놓을 정도였으니, 봉인의 무서움은 지독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봉인을 여섯 개나 그 몸에 박아 넣고 있는 쿨리크는 마크가 보기에는 완전히 돌아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제아무리 연구와 조치를 취했다지만, 그 끝에는 결국 마룡의 부활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마크는 확신했다.
찬란하게 빛나는 하늘 한쪽이 불길한 어둠으로 물들이는 모습은 마계화가 일어나는 것과 같았지만, 무작정 퍼지는 것과는 다르게 한 곳에 밀집해서 그 농도를 높여나가고 있었다.
“그가 상대할 수 있을까?”
불길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부르바스가 중얼거렸다.
아무리 아렌이 상식의 밖에 서 있는 괴물이라고는 하지만, 상대 역시 역사서의 한 페이지를 차지할 정도인 괴물의 화신이다.
전 대륙이 달려들어서야 겨우 토벌에 성공했던 괴물을 단신으로 저지하려 한다는 것에 회의감이 올라왔다.
“…… 가능성은 있어. 자네는 직접 맞아보지 않았으니 모르겠지.”
마크의 손이 슬며시 옆구리로 향했다가 떨어졌다.
지금은 완치되었지만 봉인체의 재생능력으로도 쉽게 치료되지 않았던 상처가 있던 자리를 의식하니 마음속에 희망이 솟는 것 같았다.
“혹시 모를 준비를 해야겠군.”
“그래야겠지.”
두 대마법사가 서로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는 준비하는 자.
철저한 준비만 이루어진다면 신과도 상대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자들이고, 그것은 아예 빈말은 아니다.
그런 마법사 중의 마법사가 이 자리에 둘이나 있었고, 적의 역량을 확인한 상태.
두 명의 대마법사가 각자 움직이면서 동굴 안의 마법진을 이리저리 조작했고, 그 모습을 밀드레드가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먹구름이 모여들고 있었다.
* * *
– 크어어어어엉!
“시끄럽군.”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심령을 자극하는 소리가 울렸지만, 아렌은 그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저편을 바라보았다.
마치 구름 같은 모양으로 뭉쳐있는 마기가 꿈틀거리며 밀도를 높여가고 있었고, 불길한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것이 저 안에서 무언가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마도 이성을 잃은 쿨리크가 마룡의 화신으로 변태하고 있을 것이지만 아렌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의 심상을 열었다.
우우웅.
몇 번의 기연으로 점점 완전해져 가는 여의주가 힘차게 맥동하기 시작했고, 신성의 씨앗이 희미하게 빛나며 힘을 더했다.
정수리에서 뻗어 나간 기운이 창공에 도달했고, 그 순간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쿠르르르릉!
순식간에 몰려든 먹구름이 그 세를 불리더니만 이내 수십 킬로 반경을 뒤덮었고, 천둥소리와 함께 전하가 춤추기 시작했다.
막강한 힘이 휘몰아치며 공기 중의 수분이 모여들었고, 이내 그것은 비가 되어서 떨어졌다.
콰릉!
한 줄기 낙뢰가 그 힘을 과시하듯 떨어지고, 일순간 세상이 환하게 빛나던 그때.
“크아아아아아!”
광기와 살기가 가득한 포효소리와 함께 마기의 구름 너머에서 무엇인가가 쑥 튀어나왔다.
사람 하나쯤은 간단히 씹어 삼킬 것 같은 크기의 거대한 입에 칼을 거꾸로 박아 넣은 것 같은 이빨이 빼곡히 박혀있었고, 사람의 몸통만 한 눈동자는 세로로 갈라져서 광기의 빛을 줄줄이 내뿜고 있었다.
산양의 뿔처럼 휘어진 두 개의 뿔은 이리저리 비틀려 있어서 이 존재가 결코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날카롭기 그지없는 손발톱은 세상 모든 것을 잘라내어 버릴 것만 같았고, 힘차게 뻗은 두 쌍의 날개는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척추에서 이어지는 꼬리에는 온통 돌기가 솟아나 있었으며, 찬란하게 빛나야 하는 비늘은 온통 칙칙한 검은색이다.
“쯧.”
한없이 불길하고 역겨운 생명체의 모습에 아렌은 혀를 찼다.
무릇 용이라는 것은 지고의 존재.
홀로 존재하며 그 위엄은 비할 데가 없고, 종을 떠난 아름다움은 보는 이를 감탄하게 만든다.
하지만 눈앞의 마룡은 아렌이 알고 있는 용의 상식에서 아득히 벗어났으니, 아렌은 왜 만신전의 신들이 필사적으로 차원방벽을 유지하며 외계의 침입을 막아내고 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아렌의 눈에 떠오른 경멸을 읽었던 걸까.
웅!
쿨리크가 커다랗게 입을 벌리니 막대한 힘이 모여들었다.
뭉클거리던 마기가 한 점으로 수렴해서 한없이 작게 압축되는가 싶더니 이내 그 힘을 풀어 헤쳤다.
콰아아아아!
브레스.
용의 힘을 상징하는 권능이 아렌의 온몸을 지워버릴 것처럼 달려들었고, 동시에 아렌이 양손을 앞으로 들어 튕기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정!
사방을 에워싸고 있는 먹구름에서 수십 발의 낙뢰가 떨어져 내렸고, 빛의 속도로 떨어져 내린 낙뢰가 아렌을 향해 나아가던 마기의 덩어리를 타격했다.
콰르릉!
빛은 마기의 천적이고 번개는 파사의 권능을 가진다.
제아무리 용의 권능을 상징하는 힘이라지만 천적의 타격에 힘차게 나아가던 브레스의 기세가 누그러들었고, 아렌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콰직!
거대한 용의 손이 나타나며 브레스를 휘감아 들어 올렸고, 아렌에게로 향하던 힘의 덩어리가 그대로 먹구름을 뚫고 하늘 밖으로 날아올랐다.
수십 킬로미터를 덮고 있어서 월광을 가리던 하늘이 일순간 뻥 뚫렸고, 별빛이 쏟아 내렸지만 그것도 잠시뿐.
다시금 하늘을 덮고 전하를 번쩍거리는 먹구름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쿨리크가 다시금 포효했다.
쿠르릉.
천둥소리가 더욱 크게 울리고, 아렌의 내부에 있는 여의주가 힘차게 돌아가며 아렌의 심상이 세상에 펼쳐졌다.
“오오!”
“…… 아름답군.”
아렌을 중심으로 기나긴 동체를 드러낸 흑룡의 모습에 부르바스와 마크가 절로 감탄사를 토했다.
같은 검은 용이지만, 유려하고 찬란한 비늘로 전신을 감싼 아렌의 흑룡은 보는 이를 매료시키는 힘이 있었다.
“크아아아아!”
모습을 드러낸 흑룡을 본 쿨리크가 분노한 찬 노성을 토하더니만 이내 마기를 휘감고 그 육체를 다시 한 번 변형했다.
우드드득.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근육이 괴기하게 움직이고, 전체적인 몸집이 불어났다.
광기에 찬 두 눈동자의 위쪽 살이 부들거리더니만 이내 쩍 갈라져 한 쌍의 눈동자가 더 생겼고, 기괴하게 꿈틀거리던 견갑골에서 피막에 구멍이 숭숭 뚫린 날개 한 쌍이 돋아났다.
옆구리를 찢으며 두 개의 팔이 자라났고, 꼬리는 세 갈래로 갈라졌으니 이제는 용이라고 불러주기도 어려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서 힘의 총량이 끝도 없이 늘어나고 있었으니, 이제는 주변의 공간에 아지랑이가 일렁일 정도였다.
손짓 한 번만으로 대륙을 반으로 갈라버릴 것 같은 강대한 기세가 솟아올랐지만, 아렌은 그저 인상을 찡그릴 뿐이었다.
“추하군.”
부정하고 악의로 가득 찬 생명체의 모습에 아렌이 진저리를 쳤다.
강대한 힘을 가진 자는 그에 어울리는 격이라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눈앞의 생명체에게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완전체인 마룡은 필히 그 힘에 어울리는 위엄과 격을 갖추고 있었겠지만, 오직 힘에 삼켜서 휘둘리는 쿨리크에게 그런 것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빨리 끝내자.”
본능적인 혐오감에 아렌이 주먹을 쥐었고, 그 순간 쿨리크가 그 거체를 움직여 아렌에게로 달려들었다.
* * *
“크아아아아!”
광기와 살의로 돌아간 네 쌍의 눈에서 섬뜩한 빛을 줄기줄기 뿜어내며 달려든 쿨리크가 크게 입을 벌려 달려들었다.
단번에 씹어먹어 버리겠다는 듯이 마기를 뭉클거리며 무저갱 같은 입을 벌린 모습에 아렌은 미간을 찡그리며 앞으로 나섰다.
인세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역겨운 냄새와 유황 냄새가 섞인 악취는 절로 구역질이 일어날 정도였지만, 아렌은 진지한 얼굴로 주먹을 뻗었다.
단순한 주먹질이었지만 일대의 마나와 대기가 호응해 아렌에게 힘을 더하니, 더 이상 단순한 주먹질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콰릉!
천둥번개소리와 함께 벌겋게 달아오른 주먹이 불똥을 튕기며 뻗어져 나갔고, 쿨리크의 체구에 비하면 작디작은 주먹이 콧잔등에 직격했다.
쾅!
“크아아아아!”
거대한 폭음과 함께 콧잔등을 비롯한 얼굴 위쪽이 날아가 버렸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부르바스와 마크가 절로 감탄사를 토했지만, 아렌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 정도로 봉인체는 죽지 않는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그것을 숙지한 아렌이 허공에서 크게 진각을 밟았다.
쩡!
먹구름과 용은 아렌의 심상이 적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공간의 주인이나 마찬가지인 아렌에게 환경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허공을 밟아 힘을 얻는다는 이적을 일으켰다.
깊게 밟은 발을 통해 힘이 솟아오르고, 그에 맞춰 전신을 뒤트는 아렌의 몸을 따라서 힘은 증폭을 더해갔다.
그렇게 커질 대로 커진 힘이 도달한 곳은 아렌의 어깨.
쾅!
그림 같은 어깨치기가 작렬하고 쿨리크의 남아있던 아래턱이 증발해 버렸다.
모든 생명체는 머리가 사라지면 죽는다.
그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나 마찬가지였지만, 아렌은 마음을 놓지 않았다.
쿠화학!
머리가 사라져 뻥 뚫린 공허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쿨리크의 네 개의 팔이 아렌을 짓이길 듯이 잡아채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신전의 기둥 같은 손톱은 살벌하기 그지없어서 스치는 것만으로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질 정도.
사방을 접하고 달려드는 스무 개의 손가락과 스무 개의 손톱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모양이었지만, 아렌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두 손을 놀렸다.
카가가가가각!
사량발천근, 이화접목, 건곤대나이 등등.
수천 년간 인간이 쌓아온 업이 아렌의 두 손에 깃들었고, 그 순간 스무 개의 손가락은 방향을 틀어 자기들끼리 얽혀들었다.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아렌이 눈을 빛내며 마룡의 몸통으로 파고들려던 그때.
“카악!”
거짓말처럼 다시 생겨난 쿨리크의 머리가 이번에야말로 아렌을 씹어버리겠다는 듯이 흉흉하게 달려들었다.
제아무리 봉인체라고는 하지만 마치 시간을 되돌린 것만 같은 재생력에 아렌은 눈을 찡그렸지만,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고, 이대로라면 아렌의 몸이 쿨리크의 입안으로 사라질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저! 저!”
“위험하다!”
창공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화적인 대결에 넋을 잃고 바라보던 두 마법사가 비명을 질렀고, 아렌이 쿨리크의 입 그림자에 가려버리려던 그때.
콰지직!
“크아아아아!”
아렌의 주변을 둥글게 말고 있던 흑룡이 커다란 입을 벌려 쿨리크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파지지지직!
흑룡의 온 몸을 타고 흐르는 번개가 쿨리크의 전신을 타격해 들었고, 신성의 씨앗과 합쳐진 번개는 마기를 역으로 불태우며 추악한 마룡의 육식을 옭아매었다.
마룡이 몸부림치며 뭉클거리는 마기를 뿜어내자, 몸집이 더욱더 기괴하게 변하고 증식했지만, 흑룡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이 전신에서 번개를 뿜어내며 마룡을 구속하고 있었다.
힘의 총량에서는 상대가 안 되지만, 무의 궁극에 도달한 것만 같은 아렌과 생각 없이 힘을 방사하기만 하는 마룡의 싸움은 결과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
커다란 흑룡의 몸체가 기기묘묘하게 움직이며 마룡을 구속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깊은 무학의 이치가 숨어 있었다.
콰직!
그런 마룡의 몸통을 아렌의 양손이 찢어발겼고, 생명체라고는 믿을 수 없게도 뻥 뚫린 공간으로 아렌이 발을 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