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콰르르릉!
방벽을 사이에 두고 양 군의 마력포가 쉴 새 없이 쏘아지며 서로의 목숨을 취하기 위해 경주하고 있었고, 끊임없이 소모되는 마석에 보급 장교가 뒷목을 잡았지만 그것을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쾅!
“와아아아아!”
“부셔라!”
거대한 골렘이 핵에서 연기를 날리며 무너지고 있었고, 아인이 눈을 부릅뜨며 뒷목을 잡았지만, 노아를 비롯한 마법사들은 골렘을 원호하고 마법을 쏘아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쟁이라는 것은 극한의 소모전.
이미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눈 그 순간부터 황금이 실시간으로 사라지는 곳이다.
콰콰콰콰쾅!
황제국은 마력포대는 실력이 좋았다.
귀족군의 마력포대가 끝없이 견제하는 와중에도 골렘을 향해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수십 기의 골렘이 겨우 한 자릿수로 떨어졌으니, 이 전쟁의 수훈을 따진다면 당연히 황제군 마력포대가 으뜸일 것이다.
하지만 황금을 물처럼 써서 만들어진 그라인드의 골렘은 돈값을 톡톡히 했고, 몇 기뿐이지만 결국 성벽에 접근을 허용하고 말았다.
쾅!
“어억!”
“마법사!”
아이가 조몰락거린 것처럼 엉성하기 그지없는 팔이었지만 집채만 한 흙덩이가 떨어지니 그 물리력만으로도 성벽이 단번에 흔들렸다.
생전 처음 보는 병기에 군기가 엄정하기 그지없는 황제군의 병사들마저 일순간 눈이 흔들렸고, 리헐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노아!”
“마력 집중!”
노아도 대마법사의 반열에 거의 다다른 존재.
어지간한 귀족에게도 존대를 받는 자신에게 반말로 소리치는 리헐트의 모습에 조금 마음이 상했지만, 노아는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이었다.
노아의 외침에 따라 골렘을 조종하던 마법사들이 힘을 더했고, 골렘의 핵에 새겨진 마법이 반응하며 골렘의 외형을 변형시켰다.
“좋은 모양이군!”
보병들의 속에 섞여서 이동하던 알렉세이가 그 모습을 보며 흉악하게 웃었다.
느리지만 묵직하게 성벽을 타격하고 있는 골렘들의 등에 이리저리 계단 같은 것이 생겼고, 급하지만 경사가 진 모습을 변했으니, 멀리서 본다면 가파른 계단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오러 능력자의 육체능력은 일반인을 아득히 벗어난 수준이다.
성벽에 있는 자그마한 요철에 의지해서 공성을 하는 자들인데, 이런 자들에게 저런 수단까지 마련된다면 밥상을 차려준 것이나 마찬가지.
흉악하게 웃는 알렉세이를 따라서 공성대에 포진된 모든 오러 능력자들이 비슷한 웃음을 지었다.
“돌격!”
“오!”
은밀히 이동하느라 자제했던 오러가 신체를 감싸고 동시에 수백 명의 기사들이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뭐야?!”
“기사들이다!”
전체 전장에 비하면 미미한 움직이었지만, 그 폭발적인 가속도는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황제군에게서는 경악이, 귀족군에게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런 젠장! 기사들 호출해! 화살 날려! 요격해라! 가까이 오게 하면 안 돼!”
대경실색한 지휘관이 중구난방으로 외쳐댔다.
병사들이 반사적으로 움직이며 화살이 날아들고, 마법사들의 마법이 허공을 수놓았지만 철저하게 골렘의 뒤로 숨어서 달려드는 기사들의 움직임을 저지할 수는 없었다.
“우와악!”
“반갑구만!”
가파른 평지처럼 뛰어 올라간 기사들이 골렘의 머리 위쪽에서 불쑥 솟아오르더니만 살벌한 칼부림과 함께 성벽에 난입했다.
쫘아아아악!
살벌한 소리와 함께 오러가 넘실거리는 검이 사정없이 휘둘려졌고, 무수한 병사들의 목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방벽제어실이 최우선이다!”
“써!”
부리부리한 눈빛을 한 일단의 기사들이 복명복창하며 성벽을 달렸고, 크게 검을 휘두른 알렉세이의 주변으로 피보라가 일었다.
“…… 좋구만.”
크게 숨을 쉬어 혈향을 빨아들인 알렉세이가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급 용병의 자식으로 태어나 자연스럽게 용병이 되었고, 뛰어난 재능으로 용병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용병들에게도 비전은 있었고, 흔치 않은 재능을 가진 알렉세이의 몸에 그 비전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으니, 어느덧 소드마스터가 되어서 제국 전역에 이름을 날렸다.
그런 알렉세이를 포섭하고자 하는 귀족들은 수없이 많았지만 알렉세이는 매번 고개를 저었다.
어디까지나 그는 용병이었고, 용병이 있어야 하는 곳은 전쟁터였으니까.
그리고 그런 전쟁터야말로 알렉세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장소였다.
비릿한 혈향과 철 냄새, 아릿하게 공기 중에 번지는 마법의 잔향까지.
세월이 흐르면서 건사해야 할 식구가 늘어나고 결국 장기계약의 형태로 그라인드에 정착을 한 알렉세이였지만, 전장의 냄새는 잠들어 있던 흉악한 본능을 일깨우는데 충분했다.
“다 죽여! 이 성벽은 이제 우리 거다!”
“써!”
교두보를 확보하고 마력포대를 향해 달려드는 기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알렉세이의 눈이 사방을 훑었다.
전장에는 어떠한 변수가 생길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공성대가 개척한 길을 따라 개미떼처럼 골렘에 달라붙는 병사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알렉세이의 세심함이 빛을 발했다.
콰가가가각!
“크아아악!”
“…… 소! 소드마스터!”
방벽제어실로 달려간 기사들이 있는 방향에서 살벌한 예기가 피어오르더니 갈기갈기 찢겨진 아군 기사들의 몸뚱이가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알렉세이를 비롯한 모두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졌고, 열 명의 기사가 저 멀리서 걸어 나왔다.
제각기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걸어오는 그들의 기세에 성벽의 모두가 움츠러들었고, 기사들이 오러를 끌어올리며 저항했지만, 적들의 얼굴에 어려 있는 것은 비웃음이다.
“…… 소드마스터가 열 명이라. 허 참! 꽤 많은 전장을 경험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군.”
알렉세이의 입에서 어이없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그런 그의 말을 들은 것인지 대표로 보이는 기사가 비릿하게 웃었다.
“푸른 늑대의 알렉세이로군. 명성이 꽤나 높다지?”
기사의 눈매가 좁아지며 살기가 쏟아졌다.
“베는 맛이 있겠어.”
“그렇지!”
“오랜만이긴 해!”
저마다 킬킬거리며 검을 장난스럽게 흔드는 모습에 알렉세이가 눈가를 찡그렸다.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자들은 각자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 치열한 노력과 재능으로 그 자리를 거머쥔 자들이다.
때문에 기본적인 품격이라는 것이 있는데 눈앞의 자들에게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용병이라고 무시 받으면서 개차반 같은 성격으로 유명한 알렉세이지만 그도 나름의 품격이 있는데 눈앞의 소드마스터들은 확실히 이상해 보였다.
“그자들이군요.”
모두가 긴장에 잠긴 사이로 청량하기 그지없는 미성이 울렸다.
차분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에는 마나가 잔뜩 실려 있어서 한순간 위축된 기사들의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주었고,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빛바랜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기사의 미모를 가리지는 못했고, 외려 그런 갑옷이 기사의 외모를 더욱 빛내주고 있었으니, 보기 드문 미남의 등장에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정도.
환한 미소를 달고 있는 도리안이 말을 이었다.
“만들어진 소드마스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나올 줄 알았는데 초반부터 투입이라. 황제군도 꽤나 신경을 썼군요.”
“초전의 결과가 사기를 좌우하니까.”
전쟁터의 한복판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담담한 목소리에 알렉세이 역시 차분하게 답했고, 그런 모습에 기사들도 냉정을 되찾았다.
적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은 대비책이 있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그들을 최종 지휘하는 자는 모략의 와이즈너.
제국 전체에 자자한 흉악한 명성이 거꾸로 그들을 안심시켰고, 실제로 리헐트는 대비책을 심어두었다.
“천박하군.”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한 발 앞으로 나선 데미안의 모습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조각 같은 외모였지만, 말 그대로 조각 같아서 사람 같지 않아 보이는 데미안의 모습에 모두가 기묘한 표정을 지었고, 그것은 황제군의 소드마스터들도 다르지 않았다.
피렌사 공작가의 당대 공작이 전쟁터 한가운데에 나타났으니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일 법도 하건만 데미안은 냉정한 눈초리로 황제군의 소드마스터들을 샅샅이 훑더니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가치가 없구나. 피렌사의 피에 도움이 될 일말의 가치도 없다.”
데미안의 말을 들은 공성대의 기사들은 묘한 표정을 지었고, 황제군의 소드마스터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재능 있는 자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의 피에 섞는 피렌사이니만큼 이들의 인재 보는 눈은 대륙 전역에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의 입에서 가치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비록 반쪽짜리라고는 하지만 끊임없이 죽을 위기를 넘겨서 소드마스터에 오른 그들에게는 크나큰 모욕이 된 것이다.
“…… 우리들의 가치는 우리가 정하는 거다.”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흉악한 얼굴을 한 기사가 앞으로 나섰고, 다른 소드마스터들도 흉흉한 기세를 피워 올렸다.
“네놈을 썰어주면 그 가치를 증명하게 되겠지.”
대륙에서 가장 유서 깊은 가문의 가주를 향해서 막말을 내뱉는 모습이 이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해 주었다.
“불가능한 일은 입에 담는 게 아니다.”
하지만 들려온 대답은 확고하기까지 한 부정.
제아무리 피렌사라고는 하지만 무려 열 명의 소드마스터를 앞에 두고서도 변하지 않는 그 모습에 귀족군의 사기가 들끓어 올랐다.
“이놈!”
부글부글 끓는 것처럼 얼굴이 벌게진 소드마스터들이 일제히 성벽을 박찼고, 동시에 알렉세이와 도리안을 비롯해서 몇몇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여기는 신경 쓰지 마라! 제압을 서둘러!”
“써!”
콰과광!
알렉세이의 외침과 동시에 천지를 뒤흔들 것 같은 굉음이 울렸고, 방벽이 휘청거렸다.
* * *
“방벽에서 적 소드마스터 열 명 등장! 교전에 들어갔습니다!”
다급한 통신마법사의 목소리에 지휘본부 내부가 술렁거렸지만, 리헐트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설마 했는데 진짜로 내보냈구먼.”
“그래 봤자 예측 범위 안쪽입니다.”
너무도 담담하게 문답을 주고받는 리헐트를 보면서 지휘본부에 있는 귀족 몇이 헛기침을 하며 말을 건넸다.
“공성대가 위험하지 않겠소? 제아무리 알렉세이 경이 전쟁에 능숙하다고는 하지만 소드마스터가 열 명이요. 지원을 보내야 함이 옳소!”
“하지만 어디서 소드마스터를 뽑아낸단 말인가!”
“…… 아렌 공자에게 부탁하면?”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지휘본부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귀족들이 저마다 입을 열었고, 순식간에 시장통처럼 변해버리자 리헐트의 눈가에 일순 경멸의 빛이 떠올랐다.
군대라는 것은 결국 명령 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나 귀족군 같이 중구난방인 군대에는 그것이 더욱 필요했고, 메카니와 그라인드가 자진해서 지휘권을 리헐트에게 넘기니 나머지 귀족들도 마지못해 지휘권을 지휘본부에 이양한 것이다.
당연히 불만이 있었고, 지휘본부에 엉덩이를 비비고 앉아 사사건건 참견하는 것으로 그 불만을 표출했으니 때때로 리헐트는 저들의 엉덩이를 꼬챙이로 쑤시는 상상을 할 정도였다.
그렇게 중구난방으로 떠들더니 이제는 자기들끼리 얼굴을 붉히며 멱살잡이까지 하려는 귀족들을 말려야 하나 하고 리헐트가 고민하던 그때였다.
“그만.”
나직한 목소리였고, 마나도 실려 있지 않은 연약한 목소리였지만, 거짓말처럼 귀족들의 움직임이 멈춘 것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알코르였기 때문이다.
이 전쟁에서 메카니와 함께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알코르의 말은 그만큼의 힘이 있었고, 이 자리의 어떤 귀족도 알코르를 무시하지 못했다.
그라인드의 금력도 금력이지만 진정 그들이 무서워하는 인물이 알코르의 뒤에 있기 때문이다.
아렌.
이 자리에 없는 아렌의 그림자가 알코르의 권위에 무한한 힘을 더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