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적의 신병기 출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메카니가 날뛰고 있습니다!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중소귀족들은 관망세!”
“북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황궁에 있는 대회의실에 마련된 전쟁본부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제도 마탑은 전쟁을 위한 마법의 개발에 집중했던 곳이고, 그중에 특히나 통신 마법에 힘을 쏟았다.
그렇게 개발된 마법은 다양한 전장에서 실전 테스트를 거칠 수 있었고, 지금에 와서는 전장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전쟁에서 유기적이고 신속한 움직임만큼 적을 빠르게 제압하는 방법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쟁 위주의 마법 개발은 제국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초석이 되었지만, 같은 제국 내부의 적을 상대로 하는 상황에서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통신 마법을 기밀로 지정했어야 했어.”
드라고의 한탄에 루드비히가 예의 기이한 목소리로 답했다.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죠. 전쟁 관련 마법을 내놓지 않았더라면 이번 쿠데타가 더 일찍 일어났었을지도 모릅니다.”
국력이 집중되어서 만들어지고, 풍부한 실전 경험을 토대로 완벽하게 개량된 마법의 존재는 귀족들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었고, 황제를 향해 강한 압력을 가하게 만들었다.
음지에서는 어떻게든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 피가 마를 날이 없었고, 제국 귀족 회의에서는 연일 황제를 향해 거품을 물었으니 한창 정복 전쟁 중이던 황제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전쟁본부 한쪽에 마련된 감청팀에서는 실시간으로 귀족군의 마법사들과 정보전을 벌이고 있었고, 신경이 바짝 올라있는 공안들도 그쪽으로는 접근하지 않았다.
“상황은 어떤가.”
“이제 첫날이니 뭐라고 섣불리 말하기는 그렇지만 ……. 예상외로 타격이 큽니다.”
“…… 그렇겠지.”
루드비히의 대답에 드라고가 앓는 소리를 내었다.
애초에 드라고는 공안 내부에서도 온건한 쪽에 속하는 성향이었고, 그가 온건한 성향을 가지게 된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수십 년간 쌓인 귀족들의 힘.
특히나 8대 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어서 견제하는 와중에서도 무섭게 저력을 쌓아가고 있던 여덟 가문이 문제가 될 소지가 높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물밑에서 공작을 벌이며 어떻게든 8대 귀족의 힘을 깎아내려고 노력했고, 어쩌면 가장 위험한 자들인 와이즈너의 손발을 묶었다.
거기에 2개의 가문은 거의 회유하는데 성공했으니, 정복욕에 불타는 황제도 드라고의 성과를 치하하며 묵묵히 참을 수 있었던 것이고.
그런데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하더니만 결국 그렇게 우려하던 8대 귀족이 힘을 합쳐버렸으니, 그 여파는 생각 이상으로 대단했다.
문제는 귀족군의 힘이 앞으로 더 불어날 것이라는 것.
메카니와 그라인드의 연합만으로도 이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데, 거기에 와이즈너가 음습한 지혜를 더했다.
꽤나 신경 쓴 란체스도 상황을 거의 정리하고 제도를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고 하니, 북중부에 포진한 귀족들을 포섭했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란체스의 강철군단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란체스에 붙지나 않으면 다행이겠군.”
“요원들을 붙여놓았습니다. 여차하면 가주들을 암살하고 혼란을 일으킬 겁니다.”
“시간 벌이는 되겠군.”
드라고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고, 루드비히 역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않음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것이 최선이었다.
“그나마 게하르를 그라인드하고 엮어서 다행이군. 프라크까지 밀고 내려왔으면 손쓰기가 어려웠을 거다.”
드라고의 말에 루드비히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북부에서 몬스터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하고 있는 프라크 후작가.
태어날 때부터 죽음과 익숙하고 전장에서 죽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은 사실상 제국 최강의 무력집단이었고, 그 안에 어떤 괴물이 숨어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초인의 위계에 오른 혈족까지 있다는 소문이 있으니, 그러한 자들이 밀고 내려온다면 제아무리 위대한 황제라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판은 만들어졌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우리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죠. 그렇다면 이대로 일을 끌고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 그래.”
루드비히의 말에 드라고 역시 눈을 빛냈다.
개인의 성향을 떠나서 이미 판은 벌어졌고, 전쟁이 시작된 이상 패배는 있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은 위대한 황제폐하와 인류의 번영을 위해서.
확고한 신념이 드라고의 표정에 들어찼고, 루드비히는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흐헉!”
“폐하!”
“무슨 일이십니까!”
깊은 한숨과 함께 눈을 뜨고 자리를 일어난 황제의 모습에 근위기사단이 화들짝 놀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언제나처럼 황금 옥좌에 앉아 고고하게 세상을 굽어보던 황제가 갑자기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였으니, 냉정하기 그지없는 근위기사단의 기사들도 마음이 일렁거린 것이다.
“…… 별일 아니다.”
“…… 하지만 폐하. 안색이 창백해 보이십니다.”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하는 근위기사들을 보면서 황제가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그런 황제의 모습도 불안해 보였는지 기사단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기사단장 역시 원숙한 소드마스터에 도달한 무인.
거기에 황제가 지금까지 개발하고 습득한 온갖 비술을 한 몸에 받고도 살아남은 존재였으니, 그 전투능력은 평범한 소드마스터와는 비견될 수 없었고, 자연히 눈에 보이는 것이 많았다.
“…… 괜찮다고 하지 않느냐.”
“…… 알겠습니다. 폐하.”
머리가 지끈거리고 신성의 흐름이 흐트러졌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은 황제가 황금 옥좌에서 일어섰다.
쿵!
그 모습을 본 근위기사들이 발을 구르며 황제에게 경의를 표했지만, 전혀 시선을 주지 않은 황제의 몸이 슬며시 떠오르더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간단한 부양술이었지만, 황금빛 후광을 내뿜으며 이동하는 황제의 모습에 근위 기사들의 얼굴에 감동의 표정이 떠올랐고, 그것은 황궁에선 마주치는 모든 이들이 짓는 표정이었으니, 이미 그들에게 황제는 신이나 마찬가지였다.
근위기사단장과 몇몇의 근위기사만이 황제의 뒤를 묵묵히 따랐고, 어느덧 황궁의 깊은 곳을 지나, 지하로까지 내려온 황제의 앞에 온갖 마법진으로 도배된 문이 보였다.
끼이.
거대한 문이 빛을 발하며 저절로 열렸고, 그 안쪽에서 음습하게 일렁거리는 마기의 모습에 근위기사들이 절로 인상을 찌푸렸지만, 황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그 속으로 들어섰다.
화아악.
놀랍게도 황제의 후광이 마기를 철저히 억누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다시금 감동에 찬 표정을 한 근위기사들을 대동하며 거대한 공동으로 파고들었다.
“황제 폐하 만세!”
“그래.”
마기를 헤치고 황제의 모습이 나타나자 온통 검은 로브를 뒤집어써 모습을 알 수 없는 마법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부복했다.
오직 비욘만이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황제를 맞이하니, 비욘의 위치와 위세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고, 기사단장이 대놓고 얼굴을 찌푸렸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느냐.”
“90% 정도 분리해냈습니다. 며칠 내로 완료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황제와 비욘의 시선이 거대하기 짝이 없는 큐빅으로 향했다.
온갖 선이 연결되고 무수히 많은 마법진이 점멸하는 커다란 큐빅은 온통 검은 빛이었지만, 황제와 비욘, 기사단장의 눈에는 큐빅 내부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는 쿨리크의 모습이 보였다.
온갖 마법진이 달라붙어서 쿨리크의 몸을 구속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그의 명치 부분에서 검은 구체가 조금씩 밀려 나오고 있는 모습이었으니, 황제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감미롭군.”
고통에 몸부림치며 온갖 감정을 내뿜고 있는 쿨리크의 감정은 색다른 맛이 있었고, 황제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며 입맛을 다셨다.
“정화율은?”
“깨끗합니다. 사념이 완전히 소멸되었더군요.”
봉인에 남아있던 마룡의 잔류 사념은 마룡을 실체화함으로써 사라졌고, 이제 봉인은 순수한 힘의 덩어리나 다름없었다.
황제 정도의 초인에게 영약이 큰 힘을 발휘할 수는 없지만, 마룡의 봉인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고, 반신이나 다름없는 마룡의 격을 생각했을 때, 황제에게 비약적인 발전을 보장할 것이 확실했으니까.
“…… 놈!”
그리고 분리되는 봉인을 보는 순간, 황제는 아렌의 얼굴을 떠올리며 입을 꽉 다물었다.
여섯 개의 봉인을 차지하고 단숨에 신격으로 올라갈 생각이었는데, 그중 반이 사라져버렸으니 타격도 이런 타격이 없었다.
심대한 위험을 느낀 황제가 아렌의 감각이 뻗어오는 것을 놓치지 않고 사념을 접촉시켜 아렌을 굴복시키려 했지만, 거꾸로 심상에 타격을 입었으니 이제 황제는 아렌을 완전한 대적자로 규정한 것이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모든 것이 소용없지요.”
그런 황제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욘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황제의 몸에 차곡차곡 쌓이는 신성력은 그 크기만을 따졌을 때,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
단순히 힘만을 따진다면 마룡도 제압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으니 비욘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 비록 숫자는 적어졌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격이지요. 충분히 만족하실 수 있을 겁니다.”
“네 말이 옳구나.”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비욘이 황송한 듯 고개를 깊게 숙였다.
비욘을 비롯한 제도 마탑의 일원들 역시 황제가 직접 거둔 자들이다.
권력자를 무시하고 신에 대한 경배가 없는 마법사라고는 하지만, 어릴 적부터 황제를 보며 살아온 이들에게 황제는 신이나 마찬가지였으니, 그 충성심은 공안에 절대 뒤지지 않았다.
“지름길이 끊어졌으니, 묵묵히 걸어야겠지.”
황제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지만, 결국 모든 것은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었고, 일그러진 마음이 가라앉으며 황제의 뒤편에 떠오른 후광이 더욱 강렬한 빛을 발했다.
“오오!”
“황제 폐하 만세!”
마법사들과 근위기사들의 환희에 찬 목소리가 가득 울렸고, 그들이 보내는 광기가 황제에게 힘을 더해주었으니, 황제의 입가에 만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이 모든 것은 인류의 영원한 번영과 평화를 위해서이니 너희들은 한 치의 의심도 하지 말거라!”
“황제 폐하 만세!”
과도한 감정에 취해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자들을 보며 황제가 준엄한 목소리로 외쳤다.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날! 너희들은 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세상의 모든 영광과 복락을 누릴 것이다!”
“황제 폐하 만세!”
환희, 탐욕, 애정 등등.
온갖 긍정적인 감정이 폭발적으로 황제에게 쏟아졌고, 그 각별한 맛을 음미하던 황제의 시선에 쿨리크의 몸에서 분리되고 있는 봉인이 들어섰다.
“…… 이제 금방이다.”
진리안이 비춰주는 봉인 내부에 고이 잠들어있는 신성의 파편을 바라보며 황제는 입맛을 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