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65
065화
가슴 정 중앙에 커다랗게 구멍이 뚫린 베럭이 움직임을 멈춤과 동시에 전장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요동치던 투기도 구름처럼 피어오르던 검은 기운도 일순 움직임을 멈추었으니, 그 모습에 부르바스를 위시한 모두의 눈에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 제압했나?”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부르바스의 정신을 환기시켰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봉인을 더 강화시켜! 마무리를 지어야 해!”
부르바스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것처럼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의 마나가 베럭의 봉인에 집중되면서 빛을 일어가던 봉인이 다시금 찬란하게 빛났고, 신관의 도움으로 검은 기운을 몰아낸 기사들이 구속구를 들고 베럭에게 접근했다.
식은땀을 비처럼 흘리며 해쓱해진 안색의 주교가 다시금 기도를 올리기 시작하니,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기둥이 다시금 위세를 찾았다.
“······ 이제 시작이군.”
어찌어찌 하나를 잡았지만, 나머지 여섯을 생각하며 대처를 생각하던 그때, 부르바스의 귀에 들려서는 안 될 소리가 들렸다.
“크흐흐흐.”
구속구를 들고 다가가던 기사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모두의 얼굴이 굳으며 시선이 모여들었다.
“짜릿하군.”
가슴이 뻥 뚫린 베럭이 고개를 들고 흉악하게 웃고 있었다.
뚫린 가슴 너머로 불타오르는 숲의 모습이 보이는데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베럭의 모습에 모두의 얼굴에 경악이 깃들었다.
“······ 어떻게.”
어느 마법사의 중얼거림이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지만 베럭은 친절하게 해명해 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크하하하하!”
심령을 강타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베럭의 전신에서 검붉은 기운이 폭발하듯 솟아올랐다.
“크학!”
“막아라!”
“접촉하지 마! 오염 된다!”
스르르륵.
검은 기운이 베럭의 가슴에 집중되는가 싶더니 이질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살덩이가 이내 가슴의 구멍을 메어버렸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광경에 모두의 눈이 커지고 부르바스의 거친 목소리가 울렸다.
“······ 이미 인간이 아니군.”
“크흐흐. 무슨 말이지? 아직 이 몸은 정진정명한 인간이다.”
“어떤 인간이 그런 모습을 보인단 말이냐!”
분노한 베네프트의 목소리가 울렸지만 베럭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답했다.
“크흐흣. 네 작은 상식으로 세상을 재단하지 마라. 마법사.”
검붉은 기운을 풀풀 풍기는 광전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기가 서려있었지만, 베네프트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이를 갈며 노려보는 베네프트를 비웃은 베럭이 부르바스를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크흐! 이제 마무리를 짓자. 부르바스.”
“······ 네 뜻대로는 안 될 거다.”
엄숙한 얼굴로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 부르바스를 보면서 베럭의 얼굴에 떠오른 광기가 더 짙어졌다.
“크하하하하! 그럼 막아봐라!”
쿠르릉!
천둥치는 소리와 함께 베럭의 몸에서 거대한 힘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고,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막아!”
부르바스를 비롯한 모두의 몸에서 휘황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검붉은 기운에 대항했지만, 순식간에 불어난 검은 기운이 모든 것을 먹어치울 것처럼 주변을 감싸 버렸다.
“크하하하하!”
쿠쿠쿠쿠쿵!
베럭의 광기어린 웃음과 함께 검은 기운이 연쇄적으로 폭발해버렸고, 세상의 종말 같은 소리가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 * *
사방에 자욱했던 먼지 구름이 걷히자 처참한 광경이 드러났다.
베럭을 잡아두던 빛기둥은 사라져버렸고, 오연히 서있던 베럭을 중심으로 한 공간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건물도, 숲도 공평하게 파괴의 여파에 날아가 버렸고, 희미하게 빛나는 마법의 잔재들만이 그곳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크으으으 ······.”
“커헉!”
신음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하는 자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
대부분의 인원들이 시체의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채 먼지로 사라져 버렸으니까.
“······ 베럭!”
자신이 일으킨 대파괴의 현장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베럭이 흉악하게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크흐흐. 용케 견뎠군. 하긴 그래야 부르바스지!”
이리저리 흔들리는 방호 마법으로 몇몇의 인원을 감싼 채, 악귀 같은 표정을 진 부르바스를 본 베럭이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 표정이다! 그 표정을 보고 싶었다!”
“······ 미친 놈!”
황홀하다는 듯한 베럭의 얼굴을 보며 부르바스가 이를 갈았지만 베럭은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하! 내가 미친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베럭은 본래 남부 대수림 출신의 전사였고, 자신의 피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을 분쇄하는 그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광전사라 부르며 두려워했었다.
“자. 이제 끝내자. 부르바스.”
돌연 웃음을 멈춘 베럭이 검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몽둥이를 들어 올렸고, 부르바스의 두 눈에 분노와 암담함이 깃들었다.
그때였다.
콰지직!
세상 그 무엇보다도 단단해 보였던 베럭의 몽둥이가 찢겨져 나갔고, 갑작스런 상황에 놀란 베럭의 가슴에 거대한 충격이 작렬했다.
쾅!
“커억!”
비명을 지르며 물러서는 베럭의 모습에 부르바스를 비롯한 일행의 눈이 크게 떠졌고, 그 순간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천지분간 못하는 놈이군.”
흙먼지 너머로 붉은 기운을 휘감은 아렌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 * *
“크흣! 뭐하는 놈이냐?”
짓이겨진 베럭의 가슴이 꾸물거리며 재생하는 모습을 본 아렌의 눈이 빛났다.
상대의 정보를 하나라도 더 취합하는 쪽이 승리하는 법이고, 아렌의 머릿속에는 베럭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갱신되고 있었다.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만.”
나직한 목소리로 말한 아렌의 시선이 부르바스를 비롯한 베네프트, 루드비히에게 닿았다.
그 무저갱 같은 시선에 모두의 몸이 흠칫 떨렸지만, 무감정한 눈은 이내 베럭에게로 향했다.
“아카데미라는 이 말도 안 되는 시설에 흥미가 떨어져서 말이지.”
비꼬는 듯한 목소리에 부르바스의 고개가 숙여졌다.
제국의 미래를 육성한다는 아카데미는 사실 초인 감금시설이었고, 불법적인 연구의 온상이었다.
물론 아카데미의 출발이 목적에 충실했었던 점은 참작의 여지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아닌가.
아렌의 비난이 부르바스의 가슴을 후볐다.
“자업자득이야.”
아렌의 시선이 불타오르는 아카데미를 쳐다보더니만 이내 부르바스를 바라보았다.
무저갱 같은 눈빛이 부르바스를 직시했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부르바스가 고개를 숙였다.
사방에서 비명이 메아리쳤지만, 아렌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베럭이 차가운 눈으로 아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 왜 끼어든 거냐.”
베럭을 아는 사람이라면 놀랄만한 모습이었다.
말보다는 몸의 대화를 선호하고 일단 적을 분쇄하고 보는 그의 성격상, 한방 먼저 맞은 상태에서 말을 이어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인 것이다.
“왜냐고 물었느냐?”
아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네가 먼저 손을 쓰지 않았더냐.”
아렌의 말레 베럭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
베럭의 시선이 닿은 곳에 아렌의 일행이 한데 뭉쳐 방호마법을 전개하고 있었다.
검은 기운을 폭발시킨 방금 전의 광역 공격이 아렌과 그의 일행에게까지 닿은 것이다.
“그렇군.”
쿠르릉.
베럭의 몸에서 천둥치는 소리와 함께 검붉은 기운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손을 쓴 게 맞구나.”
방금 전보다 더욱 강하게 표출되기 시작한 기세에 부르바스를 비롯한 사람들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후웅!
부러진 몽둥이의 잔해에서 기운이 뭉클거리더니만 이내 하나로 뭉쳐서 거대한 기둥을 만들어내었다.
“······ 말도 안 되는 오러군.”
도리안의 중얼거림이 아니더라도 이곳에 모인 모두는 기가 질려 버렸다.
마스터의 상징이라는 강기를 저렇게 쉽고 크게 만들어낸 베럭의 힘은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다.
“크흐흣!”
오러의 몽둥이를 가볍게 흔드는 베럭의 모습을 보면서도 아렌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럼 마무리를 지어야지!”
광기어린 외침과 함께 강기의 몽둥이가 아렌의 전신을 분쇄할 것 같은 기색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렌!”
“피해라!”
대경실색한 비명이 울려 퍼졌고, 당장이라도 아렌의 전신이 분쇄되어버릴 것 같은 모습이 눈에 떠올랐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콱!
어느새 슬쩍 올라간 아렌의 팔에서 뻗어나간 거대한 짐승의 손이 몽둥이를 잡았다.
“뭐?”
온통 붉은색으로 이루어진 짐승의 손이 강기의 덩어리를 잡아버린 믿기 힘든 모습에 베럭의 입에서 허망한 물음이 나왔고.
콰지직!
아렌의 다른 손이 슬쩍 흔들리는가 싶더니 거대한 발톱이 허공에 나타나 베럭을 갈라버렸다.
“크하학!”
베럭의 거대한 상체가 쩍 갈라지고 내장이 드러나며 피분수가 터졌다.
당장이라도 목숨을 잃는 것이 당연하게 보이는 치명상.
비명과 함께 뒷걸음치는 베럭의 모습에 부르바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고, 모두가 믿기 힘든 광경을 보면서 경악에 빠졌지만, 아렌은 심유한 눈빛으로 베럭을 응시하고 있었다.
“크핫!”
베럭의 외침과 함께 검붉은 기운이 일어나더니 상처를 감쌌고, 꿈틀거리기 시작한 살덩이가 순식간에 상처를 메꾸어갔다.
인간이라고는 믿기 힘든 재생능력에 끔찍한 것을 본다는 시선이 모여들었고, 뒷걸음치던 베럭이 멈춰 섰다.
“크흐흐. 어쩐지 예감이 이상하더라니. 상상 이상의 괴물이구나.”
누가 봐도 공포심을 일으킬만한 괴인이 말끔한 귀공자를 보고 괴물이라고 부르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순간에 아카데미를 폐허로 몰아넣은 초인을 몰아붙이고 있는 아렌은 차고도 넘칠 정도의 괴물인 것이다.
“하지만 어림없다. 계속 싸우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이기겠지.”
흉흉한 말투에 모두의 안색이 찡그려졌다.
죽이는 것이 불가능해서 가둬놓은 것이 베럭이다.
제 아무리 아렌이 강하다 해도 죽지 않는 상대를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아렌은 전혀 상관없다는 태도로 손을 들어올렸다.
아렌의 전신에 어린 붉은색이 점점 진해졌고, 시선이 베럭의 양팔과 다리를 훑었다.
“제 실력을 내지는 못하는 상황인거 같다마는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아렌의 양 손끝으로 붉은색 손톱이 자라났다.
“받아봐라.”
말과 함께 사라진 아렌이 어느새 베럭의 앞에 떠 있었고 붉은색 손톱이 허공을 가르며 베럭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크흣!”
갑작스런 공격에 놀란 것도 잠시, 베럭이 팔을 들어 올려 아렌의 손을 막으려 했고, 동시에 베력의 팔에 아렌의 손톱이 박혀들었다.
쫘자악!
“큭!”
종이가 찢어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너무도 쉽게 아렌의 손톱이 베럭의 팔을 가르며 빠져나왔고, 동시에 아렌의 몸통만한 주먹이 아렌을 뭉개버리겠다는 듯이 쇄도했다.
콰자작!
하지만 아렌의 다른 손이 슬며시 내밀어지더니만 붉은색 손톱으로 베럭의 주먹을 난자해버렸고, 마치 무게가 없는 사람인양 둥실 떠오른 아렌의 몸이 뒤로 날아가 바닥에 내려앉았다.
겉보기에는 베럭의 팔과 주먹 하나에 심각한 상처를 입힌 아렌의 승리지만 모두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이 까짓것!”
검붉은 기운이 상처로 몰려가는 모습에 다시금 재생할 것을 예감한 것이다.
“뭐! 뭐냐!”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검붉은 기운과 호응한 살덩이가 꿈틀거리며 상처를 향해 몰려들었지만, 동시에 상처 부위에서 일어난 붉디붉은 기운이 상처를 벌려놓기 시작한 것이다.
그 기운의 정체를 추측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아렌의 손끝에서 유려하게 솟아있는 손톱과 너무도 같은 색이었으니까.
제생은커녕 점점 벌어지기 시작한 상처의 모습에 모두의 시선이 아렌에게로 몰렸다.
아렌의 입가가 꿈틀거리며 살벌한 미소가 떠올랐다.
보기 드문 살기어린 모습에 모두의 안색이 시퍼레지고 등줄기에 소름이 달릴 무렵 아렌의 목소리가 모두에게 파고들었다.
“아직도 네가 이길 것으로 생각하느냐?”
베럭은 그 말에 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