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1
제11화
라울이 앞으로 나서자 부하들이 겨누고 있던 검을 거두었다.
칼날 같은 살기가 조금 옅어지자 숨을 돌린 랜달가의 기사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라울을 바라봤다.
‘뭐야? 대련이라도 하자는 건가?’
‘무슨 생각이지? 설마 혼자 우리를 상대하겠다고?’
하지만 그런 의문도 잠시뿐이었다.
싹뚝!
“끄아악!!”
득달같이 달려든 라울이 내리친 바스타드 소드가 멍청하게 서 있던 기사 하나의 팔을 잘라버렸다. 그리고 이어진 횡베기가 다른 기사의 허벅지를 베고 지나갔다.
“뭐, 뭐야! 진짜 해보겠다는 거냐!!”
정말 혼자 달려들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제리가 황급히 뒷걸음질 치며 소리쳤다.
랜달가의 기사들이 서둘러 검을 겨누는 사이 막내인 케일이 모닝스타를 휘두르며 라울에게 달려들었다.
“애송이가 건방지게!!”
이미 완숙한 소드 유저의 경지에 도달한 케일은 자신이 질 거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소문에 의하면 라울은 검을 제대로 다룰 줄도 모르는 15살 꼬맹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라울이 바스타드 소드로 자신의 모닝스타를 가로막는 것을 본 순간 케일은 모닝스타에 마나를 불어넣으며 썩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곧 마나를 머금은 모닝스타가 바스타드 소드를 박살 내버리고 라울의 머리를 내리찍을 게 분명했다.
챙!!
‘어랏…!?’
하지만 상황은 케일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모닝스타는 맥없이 옆으로 튕겨 나갔고 바스타드 소드의 뭉툭한 날이 케일의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잠ㄲ…!”
퍼석!
억울한 표정의 케일이 뭔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이미 라울의 바스타드 소드가 그의 머리 절반을 짓뭉개고 지나가 버렸다.
‘멍청한 놈. 자유 도시 내에서 검기를 쓸 수 없다는 건 상식인데.’
라울이 한심하단 표정으로 케일을 힐끗 쳐다보곤 다음 먹잇감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자유 도시 미라를 비롯한 시작도시들에선 무분별한 PK(PLAYER KILL)로부터 초보 유저를 보호하기 위해 마나를 사용하는 기술에 제약이 걸려 있었다.
NPC 기사들이 사용하는 마나 소드, 마나 블레이드, 오러 블레이드 등의 기술들도 당연히 발동되지 않았다.
라울이 혼자 나선 것도 그런 이유였다. 저들이 아무리 정식 기사라고 한들 가장 큰 무기인 검기류의 스킬이 봉쇄된 상태에선 라울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뭐해! 어서 저놈을 처리하라고!!”
어느새 대열의 가장 뒤로 물러선 제리가 악에 받친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여전히 랜달가의 기사들은 머뭇거리고 있었다.
기사로서 다수가 한 명을 핍박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점, 주변을 포위당했다는 점, 상대가 15살에 불과한 어린애라는 점 등이 그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호위 대상 둘이 쓰러졌고 동료들이 공격받은 상황에서 더 이상 주저하긴 어려워 보였다.
‘어쩔 수 없군.’
랜달 백작가의 호위단장인 제레미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곤 주변의 기사들에게 턱짓했다. 그러자 몇몇 기사들이 본격적으로 라울에게 손을 쓰기 시작했다.
일단은 앞에서 날뛰고 있는 라울을 제압한 뒤 저쪽의 호위단장과 협상을 통해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우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놈들도 당최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아무리 명령을 받았다지만 진짜 손 놓고 구경을 하다니…. 덕분에 일이 편해지긴 했지만.’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애쉬튼 백작가의 병사들은 정말로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기사로 보이는 몇몇 이들은 걱정도 되지 않는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감탄사만 내뱉고 있었다.
‘감탄사…?’
위화감에 다시 시선을 돌려 전투장소를 바라본 제레미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잠깐 눈을 뗀 사이에 기사 서넛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챙!!
“크흑!”
게다가 다른 기사들도 곳곳에 핏물을 튀기며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아무리 백작가의 정규 기사단이 아닌 방계 가문의 기사라고 해도 15살짜리 애송이에게 일방적으로 당한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았다.
‘소문하고 너무 다르잖아!’
저게 어딜 봐서 허약하고 검도 다룰 줄 모르는 나약한 샌님이란 말인가?
지금도 백작가의 애송이가 힘차게 휘두른 바스타드 소드에 기사 둘이 밀려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무식한 애쉬튼 백작가 놈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
애쉬튼 백작가의 검술은 커다란 양손 대검을 사용한 강력한 파괴력과 넓은 공격 범위가 특징이었다.
인간보다 체형이 큰 몬스터들을 상대로 실전을 거듭하며 정립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백작가의 인물들은 대검을 사용하기에 적합한 신체적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평균신장이 2m가 넘었고 팔다리가 길었다. 실제로 라울의 아버지와 두 형도 2m가 넘는 거구에 근육질 체형이었다.
그에 반해 환생 직후의 라울에게 가문의 검술은 적합하지 않았다.
골격은 몰라도 비쩍 마른 빈약한 근육은 파워풀한 움직임을 받쳐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문의 검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충분한 훈련과 레벨업을 통해 스탯을 쌓은 덕에 충분히 무거운 검을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때였다.
“끄악! 어떤 새끼야!!”
머리가 박살 났던 라몬이 어느새 회복하곤 소리를 질렀다.
호위단장 제레미는 아차 싶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흐르다 보니 호위 대상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조용히 상황 파악이나 할 것이지.’
아니나 다를까. 소리를 들은 애쉬튼 백작가의 애송이가 슬쩍 뒤로 물러나며 바스타드 소드로 라몬의 입을 쪼개버렸다.
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제레미가 한숨을 내쉬고는 바로 옆에 있던 세 명의 기사에게 말했다.
“쯧. 가서 정리하도록.”
그러자 세 기사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허리춤에서 얇은 레이피어를 꺼내 들고는 앞으로 나섰다.
랜달 백작가의 가주인 허드슨 백작의 주무기는 레이피어였다.
그는 얇은 쇠꼬챙이 같은 레이피어로 소드 마스터에 올랐고 그의 검술은 가문의 혈족과 정규 기사단인 랜달 기사단원에게만 전해졌다.
호위대 인물들 중 레이피어를 착용한 이는 단장을 포함해 단 네 명뿐.
즉, 지금 나선 이들은 랜달 백작가에서도 실력으로 인정받은 알짜배기 기사들이란 얘기였다.
그사이 벌써 절반이 넘는 일반 기사들이 라울의 손에 쓰러져 있었다.
랜달 기사단원 하나가 슬쩍 인상을 구기며 팔을 앞으로 내질렀다.
슈우욱, 챙!
거침없이 검을 휘두르던 라울이 처음으로 뒤로 밀려났다.
검면으로 날카로운 레이피어의 검끝을 막아낸 라울의 눈이 살짝 빛났다.
*이름 : 제레미(37세)
*레벨 : 65
*직업 : 기사(소드 엑스퍼트 초급)
*소속 : 랜달 백작가, 랜달 기사단
*스탯 : 잠재능력(B등급)
[근력 66] [민첩 72] [체력 68] [지력 48] [정신력 63] [마력 70] [감각 55]*고유 특성
잔혹함(C)
호위단장인 제레미의 레벨은 65. 다른 랜달 기사단원들의 레벨은 60대 초반이었다.
유저와 엑스퍼트의 경계가 50레벨이란 걸 생각하면 어느 정도 숙련된 엑스퍼트급 기사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머지 호위기사들은 45~50레벨 전후. 대부분은 소드 유저 상급에서 최상급 수준에 불과했다.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다른 기사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기사라고 다 같은 기사는 아니었으니.
“후우.”
살짝 호흡을 가다듬은 라울이 허공에 검을 한번 쉭 휘두르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사이 랜달 기사단원 셋도 급할 것 없다는 듯 검끝을 바닥으로 향한 채 천천히 라울을 향해 다가섰다.
그들의 표정은 자신만만하다 못해 거만해 보였다.
그중 가운데 선 이가 말을 꺼냈다.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어떻겠소? 그 정도면 화풀이도 충분히 한 것 같은데.”
“글쎄, 내가 왜?”
“지금까지야 눈감아 줬지만 진짜로 덤비면 다칠 거요. 솔직히 검가끼리의 다툼에 끼어들고 싶은 생각은 없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레이피어 끝에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게 누구의 피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라울이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말했다.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덤벼라. 입으로 싸울 생각이냐?”
“거 참. 뒤에 서 있는 호위들을 믿고 날뛰나 본데, 랜달의 검은 바람보다, 크흡!”
퍼억!
라울의 바스타드 소드가 기사의 레이피어를 짓누르며 이마까지 박살 내 버렸다.
손가락 굵기만 한 레이피어의 얇은 날로는 무게 5kg에 가까운 묵직한 바스타드 소드의 내려찍기를 막는 게 불가능했다.
‘그러니까 떠들 시간에 먼저 공격을 했어야지.’
먼저 시비를 걸어놓고 상황이 불리해지니까 화해하자고?
애초에 말로 끝낼 것 같았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 이 싸움은 그가 원하는 결말을 얻기 전까진 절대로 끝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런 비겁한!”
“이제 후회해도 소용없다!!”
옆에 서 있던 두 기사가 날카로운 레이피어를 찔러왔다.
라울은 자신의 목을 노린 검끝을 넥가드를 이용해 흘려내고 남은 하나의 레이피어는 바스타드 소드로 쳐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라울의 어깨를 이용한 돌진 공격.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기사 하나가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고 라울은 그 반탄력을 이용해 몸을 회전하며 검을 휘둘렀다.
챠르륵.
하지만 그들도 엄연히 소드 엑스퍼트. 그 짧은 사이에 레이피어의 날이 라울의 견갑 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라울은 불에 덴 듯 화끈한 고통을 뒤로하고 레이피어를 회수하고 있는 기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앗!”
양손으로 움켜쥔 바스타드 소드를 대각선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기사는 그 살벌한 기세에 감히 막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몸을 뒤로 피했다.
하지만 올려치기는 페이크에 불과했다.
풍압에 밀려 올라온 모래가 기사의 눈을 찔렀고 그가 잠깐 멈칫한 사이 라울의 돌려차기가 기사의 가슴팍을 가격했다.
‘지금이다! 베어 스트라이크!!’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기사를 향해 뛰어오른 라울이 떨어져 내리며 힘차게 검을 내리쳤다.
콰앙!
곰이 앞발을 내려치는 것처럼 흉험한 기세로 떨어져 내린 바스타드 소드는 레이피어를 부수고도 모자라 기사의 몸을 두 쪽으로 갈라버렸다.
제약으로 인해 스킬이 제대로 발동하지 않아 마나가 실리지 않았음에도 가공할 만한 파괴력이었다.
그때였다.
쉬쉬쉬식!!
라울은 등 뒤의 날카로운 기운을 느끼고는 재빨리 앞으로 몸을 날렸다.
간발의 차이로 찌지직 소리가 나며 라울의 등쪽 갑옷에 몇 줄기 날카로운 자국이 패였다.
땅을 한 바퀴 구르고는 검으로 정면을 막아서자 레이피어와 바스타드 소드가 연속으로 부딪치며 쇳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어 올랐다.
그리고 그 불똥 사이로 제레미의 냉혹한 얼굴이 번뜩이고 있었다.
챙챙챙챙!
호위단장 자리는 그냥 딴 것이 아니라는 듯 제레미가 레이피어를 내지를 때마다 검끝이 흔들리며 한 번에 세 곳의 급소를 노려왔다.
‘세븐 슈팅스타’라는 랜달 백작의 기술 중 하나였다.
거기에 밀려났던 다른 기사 하나가 옆에서 라울의 빈틈을 노리며 레이피어를 찔러왔다.
1m 50cm 길이의 양손검인 바스타드 소드로 80cm 남짓한 짧은 레이피어의 연속 찌르기를 막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이미 두 기사가 라울의 지근거리 까지 간격을 좁혀온 상태에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그래서일까 라울이 막아내지 못한 레이피어가 그의 갑옷을 긁고 지나가기 시작했고 라울은 완전히 수세에 몰려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