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73
제173화
대성 길드의 한길주가 처벌받은 이후, 자유 도시 마리아크네의 플레이어 범죄율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일반적인 커넥트 주민이 도시에서 추방되면 몬스터나 도적, 노예상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기에 상당한 중벌에 해당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달랐다.
도시에서 추방을 당한다 해도 게임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데 감옥에 갇히게 되면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안 그래도 도시 내 범죄자 검거율이 거의 100%라는데 사려야지.”
“일단 자유 도시에선 조용히 지내야겠어.”
플레이어들은 숨죽였다.
이미 시장들이 보유한 권능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도시 내부에서 지정한 인원이 절대 죽지 않는 불사성의 부여.
지정한 인원 외에 마나를 사용한 스킬 사용 억제.
특정한 범죄가 벌어진 장소와 범인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감지력.
그로 인해 플레이어가 주민에게 해를 입히는 경우 어떻게 알았는지 도시의 가드들이 바로 찾아오곤 했다.
예전에는 가벼운 벌금형, 노역형 위주의 처벌과 심해봤자 추방 정도였는데, 감금형이라니.
플레이어들이 조심하게 되는 건 당연했다.
“감옥 증축까지 지원해 주신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라울 자작님.”
“아닙니다. 동업자로서 이 정도는 당연히 해드려야지요. 그리고 방문객이 많은 도시는 치안 유지가 필수 아니겠습니까?”
“정말 이번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언제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떠나려던 라울이 문득 떠오른 생각에 조언을 하나 보탰다.
“아, 그리고 어쩌면 신전에서 연락이 올지도 모릅니다. 이방인들에게 과한 처벌을 내리지 말라고 하겠지요.”
“끄응. 곤란하군요. 이제 겨우 방도를 찾았는가 싶었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본보기로 5년을 선고했지만, 실제론 1개월 정도만 가둬놔도 충분할 겁니다. 신전에는 최장 6개월 까지만 선고하겠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렇습니까? 솔직히 기간이 너무 짧은 것은 아닌지…. 그리고 신전에서 납득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충분합니다. 저만 믿으세요. 신전에는 저도 따로 연락을 넣어 두겠습니다.”
라울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에겐도르 시장도 한숨을 놓은 듯했다.
‘한 달이면 충분하지.’
게임 좀 해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이런 실시간 경쟁 게임에서 남들보다 한 달을 뒤처지게 된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그리고 반 년간 접속을 못 한다?
99.9%의 플레이어는 게임을 접을 것이다. 다시 돌아온다 해도 이미 랭커와는 거리가 멀 테고.
‘뭐, 진짜 돈 많은 놈들은 아무 상관없겠지만, 충분해.’
커넥트가 제공하는 초보 패키지, 성장 패키지 등 부스터를 사용한다면 뒤처진 시간을 따라잡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커넥트는 레벨과 스탯이 전부인 게임이 아니었다.
실전 경험과 숙련도 차이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안 그랬으면 전생에 모든 길드 마스터가 랭커였겠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지.’
어쨌든 기간이 줄어든다 해도 감금형은 충분한 범죄 억제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리고 자유 도시가 아닌 본 대륙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걸린다면….
‘굳이 내가 손을 쓸 필요도 없지.’
영주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자유 도시에서야 목숨을 잃지 않고 보호받으니 처형당하지 않겠지만, 진짜 영지에선 얄짤 없었다.
아마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중세 귀족이 어떤 존재인지 깨닫게 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그럼 이만 다음 목적지로 가볼까?’
근 한 달 가까운 시간을 각국의 자유 도시를 돌며 시장들과 새로운 투자에 대한 협약을 맺고, 대형길드의 싹을 밟아줬다.
그사이 퍼플 길드원들 가운데서도 졸업의 탑 통과자들이 나왔다.
그리고 파티 플레이와 길드 전용 레이드 시험의 최초 통과는 퍼플 길드의 차지가 되었다.
만약 타 길드에 뺏길 것 같았으면 라울이 직접 참가할 생각도 있었지만, 다행히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전생의 최상위 랭커와 재능충들만 모아놨는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지.’
겨우 졸업의 탑 정도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라울이 그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그들을 지원한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퍼플 길드를 시작으로 다른 플레이어 사이에서도 졸업자들이 나오기 시작하며, 드디어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세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 *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네요.”
오랜만에 라울을 따라 외출한 버나드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그렇죠? 마탑은 아무래도 외형이 개성적이고 독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법사들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나키아 또한 오랜만에 돌아온 도시를 돌아보며 감회 깊은 표정으로 일행들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기기묘묘한 형태의 건물들이 불규칙하면서도 묘하게 규칙적으로 들어서 있는 이곳.
여기가 바로 마법 왕국이라 불리는 레슬리 왕국의 수도, 마법도시 [크리스틸렌]이었다.
라울은 나키아, 버나드, 케인, 피어스까지 넷의 동료와 함께 제1외성 내부에 위치한 마탑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높아야 4층 정도 건물들이 즐비한 루벤 왕국 수도 투리엄과 달리, 이곳은 최고 10층에 이르는 고층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마탑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아주 높은 탑을 연상하곤 하는데 실제로는 조금 달라요.”
나키아가 가장 눈에 띄는 10층짜리 건물을 가리켰다.
“얼핏 보면 저곳이 가장 큰 마탑으로 보일지 몰라도 실제론 중하위 수준의 마탑이에요. 진짜 대형 마탑들은 오히려 낮게 짓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그럴 이유가 있을까요? 이래서야 저 마탑이 가장 눈에 띄는데요.”
버나드가 궁금하다는 듯 묻자 나키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일반적으론 그렇게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마탑의 기원과 구조를 알게 되면 생각이 바뀌게 되죠.”
그녀가 살짝 몸을 틀어 전방의 6각형 모양의 5층 정도 높이의 건물을 가리켰다.
“저 건물의 층수가 몇 층일 것 같나요, 마스터?”
라울은 대충 답을 알고 있었지만, 뭔가 설명해주고 싶은 나키아의 기분에 맞춰주려 적당히 대답했다.
“건물 높이나 창문, 외형으로 봐선 그냥 5층짜리 건물이 아닐까?”
그러자 그녀가 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만, 실제로 저 건물의 높이는 20층이 넘어요. 지하까지 포함하면 30층이라고도 하죠. ‘마탑’이라 함은 저렇게 탑 같은 건물 안에 공간 확장 마법진과 공간 압축 마법, 중력 마법, 강화 마법 등 다양한 마법진을 통해 내부 크기를 늘려가는 곳을 지칭하기도 해요.”
그녀의 손가락이 다시 원래 건물을 가리켰다.
“그러니까 건축 제한 상한까지 지어놓은 저 10층짜리 마탑은 실제론 실력이 떨어지는 마탑일 수도 있는 거죠.”
“그렇군요. 그래서 대형 마탑 지부들은 하나같이 높이가 낮았던 모양입니다.”
케인이 좋은 정보를 얻었다며 수첩에 메모까지 하는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루벤 왕국 쪽 사람들은 마법하곤 거리가 멀군.’
뛰어난 정보원인 케인조차 마탑에 대해선 아는 바가 부족하다는 걸 보니 체감이 되었다.
그리고 라울이 일행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한 이유도 바로 그 부족한 ‘마법’ 전력을 보충하기 위해서였으니.
“아, 저긴가 보네요.”
나키아가 가리킨 곳엔 평범해 보이는 3층짜리 건물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의 기괴한 형태의 마탑들(거꾸로 세워둔 꽃병, 볼링핀, 길쭉한 별, 야수의 머리 형태 등)의 사이에 있으니 오히려 이쪽이 특이해 보였다.
“아, 저도 이곳을 방문하는 건 처음이라 너무 긴장되는데요.”
나키아가 걸음을 멈춰 옷매무새를 고쳤다.
“너무 긴장하지 마. 오늘은 그레이 님도 안 계시니까.”
그렇다.
라울 일행이 방문한 곳은 바로 대현자 그레이가 세운 ‘그레이 마탑’의 레슬리 왕국 지부였다.
대륙 3현자 중 하나가 세운 마탑인 만큼 소속 마법사들의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영향력도 클 테지만, 실제로 그들은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외부 의뢰나 손님도 거의 받지 않는 만큼, 건물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당연해 보이긴 했다.
그런 조금은 폐쇄적인 마탑이긴 하지만, 라울은 전혀 거리낌 없이 벨을 눌렀다.
‘이미 그레이 님께 말해놓았으니까.’
실제로 만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레이와는 마법통신구로 종종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아무래도 제국 첩보부와 가장 충돌이 잦았던 부분도 있고, 새로 커넥트에 유입된 이방인들에 대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도 라울이었기 때문이다.
띠리릭, 철컹.
이미 연락이 들어가 있었는지 철문이 잠금 해제되었다.
끼리릭.
녹슨 것처럼 경첩에서 소리가 나는 철문을 밀고 들어가니 아담해 보이는 정원 너머로 3층 건물의 진짜 출입구가 보였다.
“좀 불친절하군요.”
피어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아무런 안내도 없고 경비병조차 없이 일행들만 덩그러니 정원을 걸어가려니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하기는 루벤 왕국 어느 영지를 방문해도 성문 입구부터 친절하게 환대하는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도 당연했다.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생각해. 폐쇄적인 마탑의 경우 아무리 벨을 눌러도 응답조차 하지 않는 곳이 허다하니까.”
연구에 열중인 마법사들은 손님들의 방문을 꺼리기 마련이고, 특히 영업점이 아닌 일반 마탑의 경우 그런 특성이 더 강했다.
우여곡절 끝에 건물의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자 1층 카운터에 약간 심드렁한 표정의 인물이 그들을 맞이했다.
여기저기 구멍 난 로브를 입은 50대 마법사는 방금 전까지 무슨 실험을 하고 있었는지 수염이 반쯤 타버리고 얼굴에 그을음이 묻어 있었다.
“라울 자작님과 그 일행들이오?”
“그렇습니다.”
“잠깐 기다리쇼. 수석마법사님은 잠시 자리를 비웠으니까. 입이 심심하면 알아서 먹을 거 찾아 드시고.”
그렇게 제 할 말을 마친 마법사는 뭐가 그리 급한지, 그 자리에서 순간이동 마법을 발동해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흠, 상당한 실력자네요. 저렇게 쉽게 성공시킬 주문이 아닐 텐데.”
적어도 5서클 이상의 마법사로 보였다.
보아하니 따로 접객 담당이 없어서 잠시 내려온 마법사인 듯했다.
“편하게들 기다리지. 마법사의 ‘잠깐’은 좀 길 수도 있으니 말이야.”
라울이 그렇게 말하며 나키아를 쳐다보자 그녀가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라울의 말처럼 그들이 1층 로비에서 1시간을 기다리고 나서야 외출했던 마법사가 돌아왔다.
“이런.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스스로를 엘머라고 소개한 마법사가 굉장히 미안한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마법사 같지 않은데?’
애초에 복장도 로브가 아닌 정장 차림이었고, 머리도 잘 정리해 빗어 넘긴 것이 마법사라기보단 행정관, 혹은 사업가로 보였다.
“하하, 제가 마법사처럼 보이지 않아서 이상합니까? 많이들 그렇게 놀라곤 하시죠.”
하지만 실제로 그는 그레이 마탑의 수석마법사이자 6서클 마스터로 굉장한 실력자였다.
“후우, 손님들께 말씀드리긴 부끄러운 얘기긴 합니다만, 마탑에서 사교성, 아니 평범하게 손님을 맞을 만한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말이지요. 덕분에 이런 외부의 일은 제가 도맡아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레이 마탑의 ‘경영지원부’ 책임자라며 다시금 자신을 소개했다.
‘도대체 마탑 소속 마법사들 성격이 어떻기에 6서클 마법사가….’
보통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은 수습마법사, 혹은 잘해야 4서클 수준 마법사가 책임자로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중형 마탑의 마탑주 수준 인재가 접객 담당이라니.
라울이 전생에 들렀던 일반적인 마탑과는 확실히 달라 보였다.
“아시다시피 탑주님께서 탑의 일에 크게 신경을 안 쓰시는지라. 가끔 인재라고 데려오는 이들을 제외하곤 마탑 식구가 늘질 않아서 제가 이렇게 고생 중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라울 자작님께서 탑주님께 잘 좀 말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러면서 마탑의 재정 관리나 운영에 신경을 쓰는 건 자신을 포함한 몇 명에 불과하니 수백 명의 마탑 식구를 먹여 살리기 힘들다는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진짜, 라울 자작님이 탑주님을 통해 마나석과 코어를 융통해주시지 않았다면, 길거리에 나앉았을지도 모릅니다!”
어쩐지 아까 마법사와 달리 라울에게 굉장히 친절하고 호의적인 듯하더니 이유가 따로 있었다.
“저,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레이 님께는 제가 한번 잘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오오! 정말 그래 주시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진짜 고맙습니다!”
나이 50이 넘는 마법사가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눈물을 글썽거리니 라울은 난감했다.
‘이분도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
이러다가 정말 펑펑 우는 건 아닌지 몰라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혹시 부탁한 것은 알아보셨습니까?”
그제야 정신을 차린 마법사 엘머가 손바닥을 딱 치며 말했다.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외출했다 오는 길입니다. 여기.”
그가 허공에서 손짓을 하자 두툼한 서류 뭉치가 생겨났다.
가장 위에 적힌 제목은 ‘파산 위기의 마탑 목록’.
서류를 바라보는 라울의 눈빛이 번뜩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