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61
제261화
크롸롸롸!
구오오오!
몬스터들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평소라면 던전 깊숙한 곳에서나 볼법한 중, 대형 몬스터들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긴장하지 말고 매뉴얼대로 대응해!”
성벽 위에선 각 부대의 지휘관들과 길드 간부들이 고함을 치며 동요하는 이들을 단속했다.
“방어벽은 견고하다! 명령만 잘 따르면 안 죽으니까, 귓구멍 잘 열고 시키는 대로만 해!”
지휘관들이 핏대를 높여 소리치는 건, 그들 또한 불안했기 때문이리라.
다른 전선에 비해 유독 신병과 갓 졸업한 플레이어들이 많이 배치되었다.
반면 지금 시작된 몬스터 웨이브는 전에 없이 위협적이었다.
성벽 너머 펼쳐진 넓은 평원 전체가 온통 몬스터, 몬스터, 그리고 몬스터로 뒤덮여 있었다.
‘제길, 이쪽은 웨이브가 적어서 신병을 배치한 것 아니었나?’
하급 지휘관 케니안은 쉴 새 없이 고함을 치며 신병들을 다독였지만, 속이 타들어 가긴 마찬가지였다.
애쉬튼 후작령과 라울 백작령의 경계 부근에 위치한 요새 펠로프.
성벽 높이만 10m가량 되는 견고한 신축 요새였지만, 별로 위안이 되진 않았다.
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전담 기사단이 배치되지 않은 상태.
게다가 파견된 플레이어들도 실전 경험이 거의 없는 초짜들이 대부분이었으니….
‘도대체 지휘부는 무슨 생각이지? 여기가 뚫리면 영지 전체가 휩쓸리는 건 순식간일 텐데.’
위대한 라울 백작님을 동경하여 입대하고 처음 배치된 곳이 이런 사지라니.
하지만 케니안은 이내 고개를 털고 상황에 집중했다.
이미 라울 백작님은 여러 사건들과 내전을 통해 그 능력을 입증해왔다.
신의 사자이신 그분께서 아무런 생각 없이 초임 지휘관과 신병들을 이곳에 몰아놓지는 않았으리라.
휘리리릭, 콰과광!
“…미친.”
포레스트 자이언트가 집어던진 거대한 나무 기둥이 요새 성벽을 두들겼다.
그뿐만 아니라 신장 5m가 넘는 사이클롭스와 오우거들이 주변의 몬스터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서 성벽을 향해 집어 던졌다.
퍼억.
후두두둑.
다행히 요새의 방어 장벽은 그 기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허공에 생겨난 반투명한 역장이 날아오는 물체들을 완벽하게 차단해준 것이다.
고블린, 놈, 갈퀴늑대 따위의 소형 몬스터들이 역장에 부딪혀 피떡이 되어 흘러내렸다.
“봐, 봤지? 동요할 필요 없다! 요새는 우리를 확실히 지켜줄 것이다. 전원 사격 준비!”
몬스터들의 투척에 맞춰 이쪽의 플레이어들이 이미 대응 사격에 들어갔다.
각종 찬란한 마법과 투사체들이 몬스터들의 파도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병사들의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소 잡는 데 닭 잡는 칼을 쓸 필요가 없듯, 웨이브의 상당수를 차지한 하급 몬스터를 처리하는 건 병사들의 몫이었다.
“지금이다, 장궁병 발사!”
터엉! 터더덩!
오로지 크고 긴 화살을 멀리 쏘아낼 목적으로 개발된 장궁.
명중률은 기대할 수 없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강력한 병기였다.
사방이 몬스터 천지니 어디로 쏴도 맞지 않겠는가.
그리고 몬스터 웨이브의 선두열이 마침내 성벽 백 미터 이내까지 당도했다.
“조준! 발사!”
촤락, 챠라락!
성벽 위에 삼 열로 자리 잡은 병사들이 일제히 석궁을 발사했다.
장전에 시간이 걸리고, 곡사가 어려운 석궁.
하지만 파괴력 하나만큼은 강력했으니, 하급 몬스터의 가죽을 뚫기엔 충분했다.
“쏴! 쉬지 말고 쏴라!”
널찍한 성벽 후열에선 발사한 석궁에 볼트를 재장전하는 이들로 분주했고, 전열로 전달된 장전된 석궁이 사수들에 의해 끊임없이 발사되었다.
케갱.
꾸에액!
요새에서 쏟아져 내리는 각종 공격에 몬스터들의 선두열이 무너진다.
하지만 중과부적(衆寡不敵).
쓰러지는 숫자 이상으로 몬스터들이 달려드니, 원거리에서 저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일반병사들의 공격으론 가죽에 상처조차 입지 않는 중대형 몬스터들이 서서히 접근 중이었다.
“제길. 끝이 안보여.”
“저 많은 놈들을 어떻게 다 쓰러트린단 말이야?”
점차 가까워지는 몬스터들을 보며 병사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숫자의 몬스터가 요새로 몰려드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저런 거대한 결계라니! 말로는 들었지만, 정말 엄청나구나!’
요새를 기준으로 좌우로 넓게 펼쳐진 어떤 결계.
금역의 경계를 따라 요새를 포인트로 길게 이어진 그 결계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몬스터를 밀어냈다.
어떤 원리인지, 또 어디까지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건 그 긴 결계의 경계를 따라 몬스터들이 요새로 모여든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이곳만 지켜낸다면, 영지의 가족들이 위험에 처할 일은 없어!’
그렇게 생각하니 없던 힘도 솟아나는 느낌이었다.
꾸욱.
케니안이 자신의 창을 움켜쥐었다.
“근접전 진형으로! 사수들은 이 열로 물러나 후방의 몬스터들을 노려라!”
“옛!”
방패와 장창으로 무장한 근접 병사들이 성벽 앞에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3m 길이의 창이라면 충분히 몬스터들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지잉, 구오오.
병사들의 소대 사이사이 배치된 플레이어 파티들도 각자의 무기에서 마나 블레이드를 뽑아냈다.
기본기는 부족할지 몰라도 파워만큼은 확실한 이들.
기사들만큼은 아닐지라도 중상위 몬스터를 막아내는 데 큰 힘이 되리라.
휘릭, 탁. 타다닥.
성벽 아래에서 집어 던진 갈고리들이 방벽에 걸렸다.
“밧줄을 잘라! 놈들이 올라오는 것을 막아라!”
코볼트, 고블린, 놈, 오크 등 이족보행 몬스터들이 각종 공성장비를 동원해 요새를 넘으려 했다.
평소에는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에 놓인 몬스터들이 한데 뭉쳐 오로지 인간만을 노려오는 모습은 역시 정상적이지 않았다.
‘이것이 몬스터 웨이브!’
경력이 있는 선임병이나 기사들이 그렇게 경고하고 주의를 준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들의 입으로 전해들은 것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압박감.
인간을 향한 저들의 순수한 ‘악의’가 심장을 떨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찔러!”
“핫!”
어느새 성벽 중턱을 넘어 기어 올라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기다란 창을 찔러 넣는다.
일부 병사들은 후열에서 전해준 석궁으로 몬스터들을 쏘아 떨어뜨렸다.
하지만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표도 나지 않았으니….
“아아, 우린 다 죽을 거야!”
“이, 이건 정말 이길 수 없는 싸움이야.”
멘탈이 약한 병사들은 벌써부터 약한 소리를 내뱉었다.
후우웅, 콰광!
그때 케니안이 마나 스피어가 솟아난 창을 비틀며 아래를 향해 여러 번 내질렀다.
마치 작은 토네이도가 몰아치는 것처럼 회전하는 창날이 성벽에 달라붙은 몬스터 이십여 마리를 단번에 갈아버렸다.
라울 백작이 지휘관들을 위해 공개한 [리베라 창술(B)]의 위력이었다.
“정신 차려! 놈들의 숫자가 아무리 많다 한들 이 성벽을 넘을 수 없다! 그동안 받아온 훈련과 동료들을 믿어라! 우리 가족을 우리 손으로 지키는 거다!”
“와아아!”
순간적으로 병사들의 기세가 살아났다.
성벽 위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뛰어난 실력의 지휘관들이 함께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창을 잡은 병사들의 손에 힘이 실렸고, 몬스터들은 쉽사리 성벽에 올라설 수 없었다.
쾅!
그오오오.
그리고 마침내 진짜 위협적인 적들이 성벽 앞에 당도했다.
금역의 힘으로 강화된 중대형 몬스터들이 어마어마한 힘으로 성벽을 내려찍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방어 역장이 충격을 흡수하며 성벽을 보호했지만, 그럼에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위력이었다.
“큰 놈들은 노리지 마! 작은 놈들을 우선적으로 막아!”
사람의 본능이랄까.
더 크고 무서운 몬스터를 향해 병사들의 공격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마나를 느끼는 수준의 병사들로선 놈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무리였다.
놈들은 케니안 같은 지휘관과 플레이어들의 몫이었다.
‘죽어랏!’
케니안이 투창에 최대한 마나를 불어넣어 던졌다.
쐐애액! 푸슉!
“음머어어!”
커다란 도끼로 성벽을 내려치던 키4m의 소머리 괴물, 미노타우르스의 어깨에 투창이 박혀들었다.
‘제길, 얕았나?’
1m 길이의 투창이 절반이나 박혔지만, 미노타우르스는 쓰러지기는커녕 오히려 흉포해진 두 눈을 부릅뜨며 더 빨리 성벽을 내려쳤다.
어쩔 수 없이 한 번 더 투창을 던지려던 찰나.
콰앙!
커다란 돌덩어리가 투창에 박히며 깊숙이 밀어 넣었다.
덕분에 심장이 꿰뚫린 미노타우르스가 나지막한 신음과 함께 바닥에 쓰러져 내렸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한 블럭 옆의 마법사가 눈을 마주치곤 살짝 미소 지었다.
‘그래, 혼자가 아니지.’
케니안도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다음 타겟을 노렸다.
아직 처리할 몬스터들은 넘쳐나고 있었으니까.
* * *
“생각보다 훌륭한데?”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내고 있는 요새 펠로프의 상공.
라울이 홀로그램 화면을 곳곳에 띄워둔 채 전장을 살피고 있었다.
“당연하지요! 누가 훈련시킨 녀석들인데.”
라울의 옆에서 같이 전장을 지켜보던 제이크가 턱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인식 장애와 기피 결계도 잘 작동하는 모양이네. 수고했어, 라벨. 그리고 나키아도.”
“이 정도야 기본이지.”
“다 마스터의 지원 덕분입니다.”
라울의 오른쪽 편엔 라벨을 어깨 위에 태운 나키아가 결계를 살피고 있었다.
금역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면, 크든 적든 피해가 생기곤 했다.
영지 전체를 성벽으로 감싸지 않는 이상, 요새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몬스터 전부를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일이 없었다.
뛰어난 두 마법사의 협력으로 요새와 요새 사이로 이어진 기다란 방어 결계가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결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마나석과 그걸 유지할 마법사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정도 쯤이야.’
늘어난 게이트 숫자만큼이나 마나석 확보량도 늘어났고, 라울의 명성을 듣고 퍼스트 마탑에 가입하려는 마법사들도 많았다.
덕분에 애쉬튼 후작령과 라울 백작령, 왕국 서부를 가로지르는 금역의 경계를 다 커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만큼 요새에 가해지는 부담은 커지는 게 당연했다.
그렇다 해도 라울은 걱정하지 않았다.
지난 6개월.
후작가와 백작가의 마스터는 점점 늘어나 이제는 20명을 넘어섰다.
퍼스트 기사단 5개 전투단의 단장과 부단장이 모두 마스터로 채워졌고, 기사들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군에서도 초인이 탄생하기 시작했으니.
“버나드, 직접 전장을 내려다보니 어때?”
“지금 그런 감상을 말할 때는 아닌 듯합니다만. 언제까지 구경만 하실 겁니까? 지금 요새의 방어 장막을 유지하느라 소모되는 마나석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계십니까? 그리고 어차피 신병과 초급 지휘관들에 대한 데이터는 충분한데, 이제 와서 뭘 또 시험하신다고….”
버나드의 잔소리가 터져 나오자 라울이 아차하고는 이마를 짚었다.
‘그래, 이 녀석은 전장 스타일은 아니었지.’
버나드는 얼마 전 ‘상급 바람술사’의 경지에 올라섰다.
라울이 직접 지도한 부하 초능력자들 가운데 최초로 초인이 된 것이다.
백작령을 관리하는 총책을 맡으면서 수련을 병행하여 초인의 경지까지 올랐으니, 버나드의 재능도 보통이 아니었다.
현재 요새 펠로프 상공에 떠있는 이는 넷.
라울, 제이크, 나키아, 버나드.
그들을 공중에 띄워놓은 것은 라울의 염동력이 아닌 버나드의 바람술이었다.
‘기분전환 겸 전장에 데리고 왔는데, 실패였군.’
계속해서 눈짓으로 압박하는 버나드.
라울은 더 버티지 못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가서 정리하자.”
라울의 신형이 요새를 향해 떨어져 내리며 그의 등 뒤로 무기의 군단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손맛 좀 볼까?”
제이크는 자신의 키보다 큰 대검을 꺼내들며 신이 나서 몬스터들 가운데로 뛰어내렸고.
“마나석이 아깝긴 하네요. 병사분들도 좀 쉬어야 할 것 같고.”
나키아가 짝 손뼉을 치자 그녀의 앞에 작은 마법진이 새겨났다.
마법진을 오른손으로 잡은 채 요새 성벽 앞을 가리킨 채 천천히 움직이자.
화르르륵!
파란 불길의 벽이 솟구치며 성벽 앞쪽의 몬스터들을 불태우고, 놈들의 접근을 막아섰다.
“나키아 양, 다 태워버리면 곤란합니다! 사체는 깔끔하게 회수해야지요!”
버나드의 몸 주위에서 보이지 않는 바람의 송곳이 생겨나 몬스터들의 심장을 깔끔하게 꿰뚫었다.
그렇게 케니안 요새를 덮친 금역의 몬스터 웨이브는 하루 만에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군.’
라울이 금역 너머를 바라보며 눈을 번뜩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