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303
제303화
와글와글.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
“거기 새치기하지 마세요!”
“먼저 한다고 결과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결과 확인한 분들은 돌아가세요! 두 번 한다고 바뀌지 않습니다.”
커다란 체육관.
그 안에는 캡슐을 닮은 기기 수백 개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유리 뚜껑이 달려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접속에 필요한 특수 액체가 흘러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은 순서가 되자 안내에 따라 캡슐형 기기에 들어가 누웠고, 몇 개의 선을 연결한 뒤 검사를 받았다.
체육관 정면 벽에는 커다랗게 현수막이 걸려 있었으니.
-커넥트 적합성 임시 검사소.
이곳은 바로 커넥트에 접속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임시 검사소였던 것이다.
오픈 베타 서비스 종료 공지가 나온 후, 충격을 받은 것은 단순히 커넥트 플레이어뿐만이 아니었다.
“운이 없어서 캡슐에 당첨되지 못한 사람은 어쩌라고!”
“캡슐 가진 놈들만 선택권을 준다는 건 명백한 차별이다!”
“정부는 뭐 하는가? 우리에게도 정식 서비스를 선택할 기회 정도는 줘야 하는 것 아니냐!”
분개한 시민들이 ㈜커넥트 본사 앞에서 시위를 시작한 것은 물론이었고, 그 불똥이 각국 정부에게까지 튀었다.
지구의 본신을 포기하고 커넥트에 접속한다는 선택지가 정말 말이 되는가, 실현 가능성이 있는가는 문제가 아니었다.
두 번의 게이트 웨이브가 터지고 난 뒤 사람들은 깨달았다.
죽음이라는 게 그리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폐허가 된 도시와 흉악한 몬스터를 마주한 이들은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커넥트 정식 서비스는 혹시 모를 재액을 맞이했을 때 기댈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이었다.
실제로 각종 매체와 커뮤니티에서 캡슐로 인해 가까스로 생존한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현실에서 사망했지만 커넥트에 살아 있는 이들의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믿기진 않지만, 만약의 경우엔 그곳에서라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제길. 어차피 집도 직장도 다 잃은 마당에 이렇게 괴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곳에 계속 남아 있을 필요가 어딨겠어?’
그런 심리가 모이고 모여 단체 행동이 시작된 것이다.
혹자는 몇 달 전 상용화된 ‘보급형 공용 캡슐’을 사용하면 되지 않냐고 했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했다.
공용 캡슐이 저장할 수 있는 계정의 수는 열 개.
게다가 사람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세팅을 해줘야 하니, 접속해서 계정만 설정한다 해도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인원수는 열 명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애초에 캡슐방은 예약제와 기간제로 운용되고 있기도 했고.
어쨌든 다행히 문제가 커지기 전에 ㈜커넥트에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커텍트에 바로 접속할 수는 없지만, 임시 계정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각국의 특정 지점에 간이 접속기(검사기)를 대량으로 설치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공개된 사실이 있었다.
-모두가 커넥트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캡슐을 통해 커넥트에 접속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적합도(싱크로율)가 필요했다.
그렇기에 캡슐 신청을 받을 때 머리카락 등 개인의 DNA정보를 요구했던 것이고.
“어쩐지. 초기 접속자들 가운데 랭커들이 많다 했다.”
“단순히 플레이 타임이 길어서 그랬던 게 아니었구나.”
정보가 공개되자 궁금증이 풀렸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분개하는 이들이 많았으니.
“그러면 여태까지 적합도가 높은 사람 위주로 추첨했다는 뜻 아니야?”
“추첨이래서 똑같은 확률인 줄 알았는데… 이건 사기잖아!”
물론 ㈜커넥트는 당첨 확률에 대해 공지한 바가 없었다.
어쨌든 이제 와서 잘잘못을 따져봤자 뭐가 바뀌겠는가.
사람들은 불만을 삼키며 삼삼오오 검사소로 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부디 적합자이기를 바라며.
* * *
“말도 안 돼! 어째서 내가 부적합자냐고?”
“선생님, 제발 다시 검사해 주세요.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해요!”
“어째서 우리 아이가 부적합자란 말입니까? 측정 방식이 잘못된 건 아닌가요?”
검사가 진행되며 불만이 쏟아졌다.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적합 판정을 받는 이들의 수가 너무나도 적었기 때문이었다.
비율로 따진다면 채 10%가 되지 않는 수준.
열 명 중 한 명만이 적합 판정을 받는다는 뜻이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캡슐은 어찌 보면 차원 간 영혼 전송 장치였다.
적합도라는 건 결국 차원 전송을 버텨낼 만큼 강력한 영혼의 힘을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너무 어린아이들은 영혼이 불안정했기에 차원 전송의 압력을 버텨낼 수 없었다.
나이가 많은 이들은 기존 육체와 영혼의 결합이 너무 강력했고, 영혼 자체의 힘이 많이 소진되어 있었다.
결국 적합도가 높은 건 이십 대에서 사십 대까지 청, 장년층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다수가 캡슐로 커넥트에 접속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뒤늦게 검사를 받는 이들의 적합 판정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커넥트에선 처음부터 젊고 강인한 지구인들을 필요로 했단 뜻이겠지.’
누가 커넥트 시스템을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냉정한 이가 아닐 수 없었다.
라울은 씁쓸한 표정으로 항의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긴 화면을 바라봤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임을.
㈜커넥트에선 거듭 적합도가 떨어지는 이들은 접속 도중 사망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었으니.
실제론 사망 정도가 아니라 영혼이 소멸할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라울의 마음이 씁쓸해진 이유가 있었다.
‘적합성이 낮더라도 커넥트에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까.’
㈜커넥트는 모든 것을 대중에 공개한 게 아니었다.
보급형이 아닌 오리지널 캡슐.
그걸 통해서는 적합성이 아무리 낮더라도 커넥트에 접속할 수 있었다.
다만 그 공급량이 워낙 적었기에 모두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없을 뿐.
그리고 현재 그 오리지널 캡슐은 특별한 이들에게만 비밀리에 공급되고 있었다.
일 순위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각국 정부의 요인들과 정치인들이었다.
아무리 ㈜커넥트가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고,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지만 각국 정부의 협력 없이는 사업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초기부터 각 정부에 따로 배정된 물량이 있었고, 현재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는 영향력이 큰 기업가 혹은 유명 인물들.
캡슐 생산에 협조하고 있는 기업들은 물론이고, 커넥트에 도움이 될 만한 저명인사나 학자, 연구자 등에게 이미 캡슐이 전달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커넥트 상위 랭커들의 가족이 그 대상이었으니.
혹시나 가족이 족쇄가 되어 커넥트를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라울도 한때는 불공정한 처사라 생각했다.
대중에게 이런 사실을 공개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안 될 일이었다.
만약 진실이 공개된다면, 과연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을까?
‘그럴 리 없지.’
분명 오리지널 캡슐은 한 사람만을 위해 제작된 귀속 장비였다.
하지만 절박해진 이는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게 마련이었다.
사람들은 자신, 혹은 자신의 가족을 위해 오리지널 캡슐을 구하려고 무슨 일이든 하려 할 것이다.
단순히 강도질로 끝나면 다행이지, 자칫 반정부 시위나 폭동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았다.
언제 또 게이트 웨이브가 시작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들에 대한 통제를 잃게 된다는 건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또 하나.
랭커 플레이어들을 원하는 건 라울도 마찬가지라는 사실.
지구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라울의 고향은 지구가 아닌 커넥트였다.
그 커넥트를 지키기 위해선 단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실력자가 필요했다.
이기적이라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라울에게 더 중요한 건 커넥트였으니까.
일우에게 커넥트로 넘어올 것을 권유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고.
어쨌든 지구인들이 모두 커넥트로 넘어올 수 없다는 건 많은 것을 시사했다.
‘예상보다 커넥트를 선택하는 이들이 적을지도 모르겠어.’
라울의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
* * *
“회장님, 만남을 청해온 이들의 명단과 제안서입니다.”
칼립스 성의 집무실.
양복을 차려입은 이들이 라울과 미팅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바로 ㈜퍼스트 컴퍼니의 임원들.
실질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실무진들이었다.
“하, 이것 참.”
라울은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서류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그래서 대충 어디 어디서 연락이 온 겁니까?”
“G20 회원국뿐만 아니라, 한국에 외교관을 상주시킨 거의 모든 정부입니다. 그리고 글로벌 대기업 상당수도 연락을 해왔습니다.”
“후우.”
라울은 적당히 몇 개의 서류철을 꺼내 내용을 살펴보았다.
탁.
탁.
탁.
점점 읽어 내려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적혀 있는 내용이 거의 대동소이했기 때문이다.
턱.
읽던 서류를 탁자 위에 내려놓은 라울이 머리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살짝 주무르며 의자에 기대앉았다.
‘이런 X 같은 놈들.’
라울은 튀어나오려는 욕을 겨우 집어삼키며 화를 식혔다.
각 정부의 요청은 대충 이랬다.
-만약 지구의 상황이 더욱 나빠진다면, 국민과 국가의 유지를 위해 커넥트로 이주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아무래도 지구와 커넥트는 정치 체계나 환경이 다른 만큼, 적응을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
-수많은 이들이 이주하면서 생길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금역에 임시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을 내어줬으면 좋겠다. 아울러 재건을 위한 자금과 자원도 지원해주길 바란다.
-만약 협조해 준다면, 앞으로도 지금처럼 플레이어들이 퍼플 길드에서 활동하는 것을 허가하겠다.
분명 커넥트로 올 수 있는 이들보다 남겨질 이들의 수가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이주를 고려한다는 뜻은 남겨진 이들을 버리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게다가 더 괘씸한 것은 저들의 태도가 굉장히 당당하다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군.’
자신들의 상황이 어떤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협조해 준다면 플레이어들의 활동을 허가해 주겠다는 것.
역으로 말해서 협조하지 않으면 플레이어들의 길드 활동을 제한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구에서나 국가 정부고 국민들을 통제할 수 있는 거지, 설마 커넥트에 이주하고 나서도 자신들이 플레이어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바짝 엎드려서 호의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협박이라니?’
특히 강대국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했으니, 라울은 그저 코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그리고 기업들의 제안도 말만 다르지 내용이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들 또한 커넥트의 땅과 골드를 원했고, 그 대가로 지구의 화폐나 지분, 특허 등을 넘기겠다고 해왔다.
‘이제 와서 그런 게 무슨 소용이라고?’
이미 게이트가 나타난 순간부터 ㈜퍼스트 컴퍼니는 골드 환전 업무를 완전히 중단한 상태였다.
어차피 지구와 커넥트의 연결이 끊어지면, 라울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들이었다.
설마 지구의 기술이 이곳에서 대단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었다.
“제안은 모두 거절합니다. 협상을 원한다면 제대로 된 조건을 제시하라고 전하세요. 아,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건… …입니다. 대충 그것들 위주로 받아낼 수 있도록 잘 조율해보세요.”
라울이 원하는 것들을 전해 들은 임원들이 하나같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그걸 넘겨줄까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지시하신 대로 진행해 보겠습니다.”
의구심 어린 표정으로 떠나가는 그들을 보며 라울이 슬쩍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지금이야 그렇겠지만, 과연 나중에도 그럴까?’
이미 속내를 드러낸 상대만큼 쉬운 먹잇감은 없었다.
라울은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저들에게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뜯어낼 생각이었다.
라울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지구에 남겨지게 될 이들을 위해서.
한편, 지구에서는 퍼스트 컴퍼니의 직원과 그 가족들이 탑승한 수백 대의 버스가 줄지어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 대열의 선두를 이끌던 일우가 눈을 빛냈다.
‘저긴가?’
별다른 건물도 보이지 않는 야산.
그 너머에 새로운 보금자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