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307
제307화
“야, 영상 봤냐?”
“당연하지. 지금 메인에 떠 있는 게 그거잖아.”
“…하, 솔직히 보기 낯부끄럽더라. 정치인들이야 원래 그렇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여기까지 와서 그럴 줄은.”
“흥. 솔직히 한번 당해봐야지. 지들이 뭔데 땅을 내놓으라 마라야? 그거 전부 우리가 피똥 싸면서 만든 곳인데!”
플레이어들이 모인 곳이면 어디든 최근 올라온 회담 영상으로 시끌벅적했다.
애초에 처음 올라온 영상의 제목은 노골적이었다.
-퍼스트 길드의 횡포. 지구인들을 무시하는 퍼스트 길드의 무도함을 규탄한다!
짧은 영상에는 회담장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이 제3자 구도에서 잘 찍혀 있었다.
처음 영상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아무리 그래도 회담장에서 폭력을 쓴 것은 잘못이야. 그리고 지구인들을 조금이라도 배려한다면, 적응할 때까지라도 제대로 된 땅을 제공해야지!”
이런 말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커넥트에 처음 접속한 뉴비들.
어찌 보면 그들이 앞으로 머물 장소가 될 수도 있었으니 연합 정부(지구의 각국 정부 연합)의 손을 들어주는 게 당연해 보였다.
반면 기존 커넥트 생활을 거쳐 자리를 잡은 이들은 생각이 완전히 달랐다.
“무슨 도둑놈들도 아니고! 머물 곳을 내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지.”
“어이가 없네. 몬스터 숲과 평원 절반 이상은 우리들이 관리하면서 개발한 곳이라고! 누구 마음대로 달라 말라야?”
현재 서쪽 금역 몬스터 숲의 소유권은 퍼스트 길드가 가지고 있긴 했다.
하지만 직접 관리하는 직영지는 중심지인 핵심 도시 몇 곳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협력 길드나 플레이어들에게 개발과 관리를 맡기고 있었다.
그러니 그곳을 관리하고 있는 플레이어들 입장에선 무슨 말 같잖은 소리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그렇게 여론이 반반 갈리는 듯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근데 참석자들 보니 웬만한 국가 수장들은 다 보이는데. 설마 전부 다 커넥트로 넘어온 건가?”
“연합 정부 임시 홈피 가보면 명단 나와 있어. 대충 살펴보니 각국 정부 그냥 복붙한 거 같던데. 게다가 현역 국회의원 90% 이상이 넘어온 듯.”
“야, 그럼 지구엔 도대체 누가 남은 거야?”
“…그러게.”
연합 정부 입장에선 이주한 플레이어들을 안심시키려고 만든 홈페이지가 오히려 독이 되었다.
영화 속에서처럼 국민들을 위해 희생하는 지도자까진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남겨질 이들을 책임질 누군가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물론 크게 공론화가 되진 않았다.
어차피 지구를 포기하고 커넥트로 이주한 건 모두 마찬가지였으니.
허나 적어도 지도자라면, 국민들이 뽑아준 대표라면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였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수틀리면 또 자기 보신에 급급할지도.’
불신이 퍼지는 건 당연했다.
또 한 가지.
“그런데 여기서도 저들이 대표가 되는 게 맞나?”
“그러게. 지구도 아니고, 이곳 사정에 대해선 제대로 알지도 못하잖아?”
만약 커넥트에 대해서 조금만 더 깊게 공부하거나 조사했다면, 회담장에서의 실태는 없었을 것이다.
“뭐, 좀 빡칠 수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퍼스트 길드에 들이받을 줄이야.”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딱 그 꼴이지 뭐.”
“솔직히 지금 단일 세력으로 퍼스트 길드에 비빌 만한 곳이 있기나 할까? 각 왕국도 라울 백작님 눈치를 본다는데.”
“그나저나 버나드 총관도 괴물일 줄이야. 눈빛만으로 랭커들 무릎 꿇리는 거 봤냐? 간지가 그냥!”
“하여튼 걱정이다, 걱정. 저렇게 세상 물정 모르는 이들이 대표다 뭐다 또 나대고 있으니.”
기존 플레이어들에게도 이번 일은 조금 충격적이긴 했다.
커넥트 서비스가 시작된 지도 5년을 지나 6년을 향해가고 있었다.
이제 랭커라 불리는 이들은 상당수 초인의 경지라는 100레벨의 벽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커넥트의 NPC 초인들에게도 비벼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아예 급이 다르네. 초인이라고 같은 초인이 아니라는 건 확실해.’
직접 붙은 것도 아니고 기세와 무형의 힘만으로 50명의 랭커들을 찍어 눌러버렸으니.
힘의 우위가 어느 쪽에 있는지는 굳이 계산기를 두르려 볼 필요도 없었다.
그 외에도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지들이 뭔데 우리가 협력을 하네 마네를 결정하는 거야?”
“설마 연합 정부에서 퍼스트 길드에 협력하지 말라고 하면, 우리가 그걸 따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연합 정부의 대표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새롭게 커넥트에 접속한 신규 플레이어라면 모를까.
기존에 이미 커넥트에서 활동하던 이들은 이번 회담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구에서라면 모를까.
이곳은 커넥트.
이미 곳곳에 자신의 터전을 마련하고 재산을 축적한 이들이 연합 정부를 따를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하나의 공지 사항이 떠올랐다.
[공지 사항]-정식 서비스를 이용해 주시는 플레이어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시나리오 [정착]과 관련해 공지해 드립니다.
-모든 플레이어는 한 달 이내에 자신이 원하는 세력에 전입 신고를 마쳐주셔야 합니다.
-기한 내에 소속을 정해 등록하지 않은 플레이어는 ‘유랑민’ 신분이 확정됩니다.
-유랑민은 각 왕국의 도시나 특정 장소의 출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각종 불이익을 받는 것은 물론, 외부의 위협에서 보호받을 수 없게 됩니다.
-한 번 세력에 소속된 이후 소속을 변경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신중하게 고민하시고 결정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기존 커넥트의 세력에 등록하실 분들은 해당 세력의 관청에 서류를 접수해 주십시오.
-플레이어들이 만든 세력에 등록하실 분들은 ‘커뮤니티 시스템’의 전입 신고 항목을 이용해 주십시오.
공지 사항을 확인한 플레이어들은 어리둥절했다.
여태까지 아무런 국적이나 소속 없이 잘 활동해 왔는데, 이제 와서 어느 한 곳을 선택하라는 공지가 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지를 확인한 라울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이렇게 될 수밖에 없겠지.’
인원수가 적었을 때는 굳이 어딘가에 적을 두고 활동할 필요가 없었다.
각 왕국 입장에서도 그저 값싸고 쓸 만한 용병들이라 생각하면 그만이었으니.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정식 서비스 전에도 플레이어의 유입이 가파르게 늘어나긴 했었다.
그때는 라울이 퍼플 협회를 통해 신규 플레이어들을 적절히 분산했기에 문제가 없었다.
허나 지금은?
2억 가까웠던 기존 플레이어 절반이 지구를 선택했고, 새롭게 4억에 가까운 플레이어가 유입되었다.
이미 16곳의 자유 도시는 포화 상태를 넘어 기능이 마비되기 직전까지 몰렸다.
그리고 미리 협의되어 있던 4개 왕국의 수십 영지에서 나머지 인원들을 수용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역부족이지.’
라울이 몇 달간 이주민이 머물 임시 거처와 식량, 생필품 등을 준비해 두긴 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
4억이나 되는 신규 플레이어가 유입될 줄은 라울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라울이 무슨 자선 사업가도 아니고 그 많은 이들을 아무 대가 없이 먹여 살릴 수는 없었다.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도 이대로 임시 거처에서 평생 머물 수는 없었다.
새로운 거처와 일자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려면 소속이 정해져야 하는 것은 당연했으니.
‘당분간 조금 시끄럽겠구나.’
라울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 * *
-지구인들의 권익과 생존을 위한 최선의 선택. [연합 정부]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독립을 이뤄낸 플레이어만의 왕국. [파이어니어 협회]에서 여러분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십시오!
-기사들의 성지. [루벤 왕국]이 이주민 여러분들을….
-마나의 모든 것. 마법의 축복을 받을 자, [레슬리 왕국]으로….
임시 거처 곳곳에 비치된 커다란 게시판에 각종 세력의 광고 문구가 부착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손에 쥐어진 신문에는 각종 세력에 대한 분석 기사와 그들이 약속한 혜택이 적혀 있었고.
커넥트 커뮤니티에 새롭게 생긴 전용 게시판에서도 플레이어들을 위한 각종 정보들이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새로운 플레이어들을 원하는 건 비단 지구 출신 단체뿐만이 아니었다.
4개 왕국도 각종 매체를 통해 홍보하는 한편, 실제 수용소로 실무자들을 파견해 분위기를 살폈다.
이렇게 대륙 전체가 새로운 플레이어들을 환영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커넥트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었다.
지금은 안정되었다고 하지만, 게이트와 던전은 계속해서 큰 위협이 되고 있었다.
몇 번의 전쟁과 게이트 사태로 수많은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고, 어느 영지든 인력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각 영지에는 유실한 이후 개발되지 않은 버려진 땅들이 넘쳐났고, 몬스터만 밀어내면 영지로 편입할 수 있는 곳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게다가 식량을 걱정할 이유도 없으니까.’
게이트를 통해 유입된 풍부한 마나는 식물의 생장을 빠르게 만들어 주었고, 현재 커넥트 대륙에선 식량이 넘쳐나면 넘쳐났지 부족할 일이 없었다.
오히려 지나친 식량 생산으로 곡물가가 폭락하지 않도록 왕국과 영지에서 생산량을 조절할 정도였다.
그러니 시스템의 보조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인력을 환영하지 않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쾅!
“이게 무슨 X같은 경우란 말입니까?”
허틀리 마일즈 전 미국 대통령이 탁상을 내려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건 자리에 배석해 있는 다른 국가의 수장들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도대체 저들은 생각이란 게 없단 말입니까? 제 발로 걸어서 중세 귀족 사회에 편입되겠다고요? 그게 정상적인 사고에서 나올 수 있는 판단이란 말입니까!”
그가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는 바로 마법 스크린에 펼쳐진 여론 조사 결과 때문이었다.
솔직히 연합 정부는 결과를 낙관하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지구에서 커넥트라는 낯선 세계로 도망쳤다.
불안한 시민들은 의지할 곳이 필요했고, 그건 당연히 기존에 그들을 보호해왔던 각국 정부가 되는 게 당연했다.
인간은 위기에 처했을 때, 모험보단 안정을 택하는 게 본능이었으니까.
헌데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단 말인가?
[플레이어들의 세력 선호도]연합정부 (15%)
파이어니어 협회 (8%)
루벤 왕국 (6%)
브레넌 공화국 (4.3%)
…
…
*결정 보류(55%)
“파이어니어 협회까진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하지만 4대 왕국의 선호도가 우리보다 높다는 건 도대체 무슨 이유란 말입니까!”
“아마도 각 왕국이 약속한 보상이 상당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것에 비한다면….”
왕국들은 이미 가진 것이 많았다.
넓은 영토는 물론이고, 다양한 혜택을 부여할 수 있음이 당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확실한 안전 보장을 약속했으니….
아직 제대로 된 부대 편성조차 마치지 못한 연합 정부에 비하면 훨씬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건 당연했다.
오히려 그런 측면에선 파이어니어 협회도 매력적이었다.
연합 정부가 커넥트에 넘어오면서, 파이어니어 협회 소속의 국가 플레이어들이 대거 이탈했다.
하지만 반대로 기존 지구의 기업가들과 유명 인사들이 소속 길드원들과 그동안 끌어모은 골드와 함께 협회로 합류했으니.
당장 자금 상황이나, 기존에 구축한 인프라를 생각하면 연합 정부보다 나은 점도 많았다.
“…오히려 문제는 결정을 보류하고 있는 이들입니다.”
일순 회의실에 침묵이 감돌았다.
참석자들의 안색도 하나같이 어두워 보였다.
여론 조사 하단에 붙어 있는 추가 설문 결과.
결정을 보류하고 있는 이유에 대한 대답은 압도적이었다.
-퍼스트 길드가 아직 이주민 모집 창구를 열지 않아서.
플레이어들은 퍼스트 길드의 이주자 모집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 *
시스템이 공지한 세력 선택까지 일주일만이 남았다.
그리고 마침내 퍼스트 길드가 이주자 모집을 시작했다.
[퍼스트 자치령]몬스터 숲과 평원 일대를 포함한 상당한 크기의 영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치령이었다.
물론 자치령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지만, 실질적인 땅의 주인은 라울이었고, 퍼스트 백작령의 보호하에 있는 지역이었다.
“드디어 열렸다!”
“신청해! 접수 밀려서 떨어지면 X되는 거야!”
“역시 이곳 외엔 선택지가 없지.”
플레이어들이 접수 창구에 몰려드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죄송합니다만, 선생님은 접수가 반려되었습니다.”
“아니, 왜요!”
“1년 반 전에, 파이어니어 협회 소속 ‘제이트라 길드’에서 활동하셨죠? 결격 사유가 있는 분들은 퍼스트 자치령에 입주하실 수 없습니다.”
“……!”
상당히 많은 이들이 접수를 거부당했다.
퍼스트 길드에 적대적인 행위를 했던 이들.
파이어니어 협회에 소속되어 제국과 야합했던 이들.
지구에서 범죄를 저지른 경력이 있던 이들.
그리고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다른 세력에 소속된 이들까지.
접수하기만 하면 누구든 받아주는 다른 세력과는 달리, 퍼스트 자치령의 문턱은 높았다.
‘무임승차는 사양한다. 그리고 영지에 해가 될 이들도 확실히 걸러내겠어.’
지난 3주.
다른 세력들은 홍보에 여념이 없을 때, 라울과 퍼스트 길드에선 이주자들의 신상을 파악해왔던 것이다.
그렇게 엄격한 심사 기준이 적용되었음에도 지원자는 넘쳐났으니, 라울 입장에선 아쉬울 것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커넥트로 이주한 모든 인원이 각자의 소속을 선택하고, 커넥트의 진짜 주민으로 편입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