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63
제63화
쾅!! 콰광!!!
대검과 대검이 맞부딪치는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황금빛 검기와 칠흑같은 검기가 서로를 잡아먹으려는 듯 잔상을 남기며 허공을 수놓았다.
펑!!
또 한번의 충돌이 일어난 뒤, 잭과 라울이 서로 거리를 벌렸다.
“꽤 하는구나! 그 나이에 그 실력이라니. 연구팀장이 침을 질질 흘리겠는데?”
“그쪽은 생각보다 별로군. 뒤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기에 무슨 비밀 병기라도 되는가 생각했는데 말이지.”
“크크. 애송이 놈이 입만 살았구나. 뭐 조만간 정말로 입만 살아 있게 될 테니 상관없지만!”
휘이잉~ 쾅!
잭의 대검이 다시 라울의 몸통으로 노렸다.
라울은 침착하게 검을 들어 잭의 대검을 튕겨냈다. 하지만 조금 전보다 확실히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챙! 채쟁! 펑!
딱히 검술이라 보기도 힘들 정도로 막무가내의 검격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렸고, 막아내는 라울이 점점 뒤로 밀려났다.
흥이 올랐는지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잭이 소리쳤다.
“검술 중에서 애쉬튼 백작가의 대검술이 최고라지? 근데 솔직히 나는 못 믿겠거든?”
꽈아앙!!
‘큿!’
갑자기 두 배는 두꺼워진 잭의 검은색 검기를 막은 라울이 살짝 비틀거렸다.
“왕국 구석탱이에 처박힌 시골 영지의 검술이 최고라니!? 웃기는 얘기 아닌가. 나는 말이지, 참을 수가 없어. 평화에 찌는 귀족 나부랭이들의 헛소리가 말이야!”
쾅!
다시 한번 굵직한 검기가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라울도 이번엔 밀려나지 않았다.
“어이가 없군. 제대로 된 검식도 펼치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주제에 검술을 논하다니. 하긴, 떳떳하게 자기 검술을 펼치지도 못하는 쥐새끼가 무슨 말인들 못 할까?”
라울의 도발에 잭이 대검을 어깨 위에 걸치고는 건들거리며 피식 웃었다.
“그도 그렇군. 적당히 놀아줄까 했는데 스스로 무덤을 파는구나. 어차피 시간도 없으니 이만 끝내자.”
말을 마친 잭이 그의 커다란 투핸드 소드를 허리 뒤쪽으로 빼며 특유의 기수식을 취했다.
라울 또한 자신의 바스타드 소드를 가슴 어림으로 끌어올리며 잭의 공격을 받아낼 준비를 했다.
구르릉.
잭의 검에서 나지막한 울림과 함께 안개처럼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스멀스멀 흘러나온 검은 연기는 마침내 잭의 검 전체를 뒤덮었고, 칠흑의 검기가 연기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라울의 두 눈이 반짝였다.
‘나왔구나! 섀도우 클리퍼(Shadow Clipper)!’
제국 출신 검사들이 사용하는 대검술 중 하나였다.
전생에 몇 번 마주한 적이 있었는데, 검은 연기 속에 숨어 있는 음침한 검기가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날아드는 괴이한 검술이었다.
“흥. 어디 한번 받아봐라, 건방진 애송아!”
투과과과!!
잭의 검이 지면을 갈아엎으며 라울을 향해 날아들었다.
검은 연기 덩어리 때문에 대검이라기보단 거대한 기둥이 덮쳐오는 느낌이었다.
금방이라도 라울을 집어삼킬 것 같은 검은 덩어리 앞에서 라울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굳건하게 자세를 유지하던 라울의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핫!”
라울의 검이 하나의 빛줄기가 되어 검은 연기 속을 파고들었다.
챙!
“아니! 간파했다고?!”
라울의 황금빛 검기가 칠흑의 검기를 밀어냈고, 잭의 대검은 아슬아슬하게 라울의 허리춤을 스치고 지나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잭이 잠시 주춤한 사이, 라울의 검이 잭의 어깨를 노리고 뻗어 나갔다.
“어딜!”
텅!
거의 잭의 갑옷에 당도했던 라울의 검은 아쉽게도 막혀버렸다.
기본적인 스탯과 피지컬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이놈~!!!”
불의의 일격을 당할 뻔한 잭이 분노를 표하며 다시금 검을 놀려왔다.
방심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실린 잭의 검에선 더 많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검기는 더욱 음침하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라울도 만만치 않았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그의 눈은 숨어 있는 검기를 간파했고, 라울의 대검은 베어 크러쉬(애쉬튼 백작가의 검술)의 정수를 머금고 잭의 검에 맞섰다.
챙! 채쟁!
순식간에 백여 합이 지나갔다.
놀랍게도 둘의 전투는 백중세를 이루고 있었다.
잭의 검은 힘과 빠르기에서 라울에 앞섰지만, 검로(劍路)를 미리 읽고 움직이는 라울의 매끄러운 검식 연계를 뚫어내지 못했다.
‘헛, 어이가 없군.’
잭은 속으로 혀를 찼다.
어째서 엑스퍼트 상급에 도달한 자신이 이제 갓 엑스퍼트에 올랐을 애송이 하나를 요리하지 못한단 말인가?
솔직히 검술의 차이라고 말하기엔 상황이 묘했다.
애송이가 쓰고 있는 검식은 딱히 특별하거나 뛰어나다고 보기 어려웠으니까.
‘마치 내 속을 읽고 있는 것 같군.’
정말 정확한 타이밍에 딱딱 검로를 막아버리니 검술의 흐름이 끊겨버렸다.
하지만 잭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의 검술 섀도우 클리퍼가 진짜 위력을 발휘하는 건 이제부터니까.
‘애송이. 까부는 것도 여기까지다.’
잭은 그와 라울의 주위를 뒤덮은 검은 연기를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끝이다!”
잭이 고함을 치며 검을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반월형의 검기가 라울을 향해 날아갔고, 그간 퍼져 있던 검은 연기가 검기에 올라타 해일이 밀려가듯 라울을 덮쳤다.
라울은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마주 검을 휘둘러 검기를 쳐냈지만 검은 연기에 휩싸이는 것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타다닥! 탁! 탁!
마치 스파크가 튀는 것처럼 라울의 파워아머와 검은 연기가 맞부딪쳤다.
-Warning! Warning! 정체불명의 에너지가 사용자의 체내에 침투하려 합니다.
-착용중인 파워아머의 방어술식이 발동합니다.
-급격한 에너지의 소비가 감지되었습니다. 파워아머의 가동시간에 주의하십시오. 에너지 잔량 81%, 80%, ….
라울의 눈앞에 경고창이 팝업되었다.
검은 연기에 휩싸인 이후로 에너지 잔량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라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경고창을 치워버리고는 묵묵히 전투에 집중했다.
‘마나를 탐하는 잡스런 성질은 여전하군. 파워아머의 에너지까지 태워버릴지는 몰랐지만 말이지.’
라울은 이미 전생에 이 지독한 연기에 된통 당한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순순히 당해준 이유가 뭐란 말인가?
라울이 치워버린 경고창 아래쪽에 어떤 퍼센티지 바가 100%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잭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라울을 바라보며 다 잡은 먹이를 보는 듯 음침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크크크. 네놈도 별수 없구나.’
정통파 기사들은 이래서 상대하기가 편했다.
검술 실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예기치 못한 변수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얼마 전에 만났던 기사놈들도 마찬가지.
제법 힘쓰는 놈도 있었지만 하나같이 섀도우 미스트(그림자 안개)에 당해 사로잡혔다.
‘비겁한 사술이라니? 전장에 비겁이 어딨단 말이냐?’
끝까지 자신을 웃겨주던 그 멍청이들은 아마도 지금쯤 연구실의 천사들과 미팅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제법 고가의 파워아머를 입었는지 저항이 거칠었지만, 눈앞의 애송이도 곧 바닥에 쓰러지리라.
‘애송이를 잡았으니 이제 어떻게 한다? 마법사 놈이 세뇌마법을 쓸 줄 알던가?’
이미 전투가 끝났다고 생각한 잭이 다른 생각에 빠져든 사이 라울의 검에선 심상치 않은 변화가 생겨나고 있었다.
구르릉.
검에서 한차례 진동이 느껴졌다.
‘이런 느낌이군.’
그와 동시에 라울의 눈앞에 팝업창이 떠올랐다.
-싱크로율 100%를 달성했습니다.
-카피캣 퀘스트[관찰, 체감 싱크로]가 완료되었습니다.
-총 323Combo, 시간 3분 22초. 랭크 S입니다.
-랭크 S 보너스. [검술-섀도우 클리퍼(A-)]의 숙련도를 중급 1LV로 조정합니다.
-[검술-섀도우 클리퍼(A-)]가 성공적으로 스킬 도감에 각인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월척이구나!’
그동안은 제대로 된 먹이감을 찾지 못해 C랭크 이하의 그저 그런 스킬들만 훔쳐왔을 뿐, 크게 활약할 기회가 없었던 [카피캣] 스킬이 오늘 한 건을 해냈다.
그런데 감사의 마음을 담아 놈을 놀라게 해주려고 훔친 스킬을 발동하려는 순간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스킬의 인도에 따라 마나가 검으로 흘러 들어가자 검에서 불똥이 튀어 오르며 스킬이 취소된 것이다.
‘크읏! 이게 무슨!!’
그와 동시에 라울의 팔찌에서 불타오르듯 뜨거운 기운이 흘러나와 라울의 심장으로 흘러들어왔다.
-ERROR! ERROR!
-[레그나토르]가 금지된 속성 스킬을 감지했습니다.
-[레그나토르]와 맹약에 의거 사용자의 스킬 [섀도우 클리퍼(A-)]가 폐기됩니다.
-대체스킬 검색 중입니다.
-대체스킬 [광휘의 아우라(A+)]를 습득했습니다.
통증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던 라울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여기서 왜 나와!??’
스킬 [광휘의 아우라(A+)]는 검술이 아니라 성기사의 최고 티어 액티브 스킬이었던 것이다!
“크크크. 드디어 포기할 생각이 들었구나. 무장해제하고 항복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라울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자 마나가 고갈된 것으로 착각한 잭이 큰소리를 쳤다.
“후우, 운이 없군.”
라울이 한숨을 내쉬며 탄식하자 잭이 대검을 어깨에 걸치고는 거만하게 말했다.
“그래. 하필이면 나를 만나다니, 운이 없었구나!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이 왕국에서 나를 이길 자는 몇 없을 테니 말이지. 크하하하!”
라울이 헛소리를 내뱉는 잭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아니, 그 몇 안 되는 사람을 오늘 만난 네가 운이 없단 뜻이다. 멍청한 제국의 똥개 놈아!”
“이 애송이 놈이 미쳤구나!?”
라울은 대꾸하지 않고 새로 얻은 스킬을 발동했다.
사라랑~.
라울의 몸을 중심으로 따뜻한 산들바람이 한차례 불어 나갔다.
“응…!?”
괴이한 느낌에 잭이 고개를 갸웃하던 그때.
파앗!!
라울의 몸에서 찬란한 황금빛이 터져 나와 전장을 휩쓸었다.
“허엇!”
눈부신 빛에 잠시 시력을 잃은 잭이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팔로 얼굴을 가렸다.
한편 성벽 위에서 전황을 살피던 용병 몇이 빛의 파도에 놀라 몸을 웅크렸다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랏! 손등에 났던 상처가 반쯤 아물었어!!”
“나는 갑자기 피로가 싹 풀린 느낌인데?”
용병 하나가 검을 들고는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지금 싸우면 질 것 같지가 않아!”
그리고는 몸을 슬쩍 앞으로 내밀자 양옆의 용병들이 그의 팔을 붙들었다.
“야, 그러다 뒈진다!”
“그, 그렇겠지?”
괜히 객기를 부리긴 했지만, 확실히 용기가 솟구쳐 오르는 건 사실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저쪽은 고용주가 향했던 곳인데….”
“설마! 소문이 진짜였던 거 아닐까?”
“무슨 소문??”
“실은 주민들 사이에서 우리 고용주가 신의 사도가 아닐까 하는 얘기가 있었거든.”
“에이~. 그건 좀 아니지. 아무리 우리 고용주가 사람 같지 않게 잘생기고, 나이에 맞지 않게 품격이 느껴지긴 하지만 신의 사도라니?”
“하하, 그렇겠지? 신의 사도라면 몸에서 후광이 막 터져 나오고, 검에서 성스러운 기운이 막 솟구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 그래, 저렇게 말이지…. 어랏…?!”
퍼엉 소리와 함께 저 멀리 숲의 나무가 터져나가며 두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의 몸에서 황금빛 광채가 아른거리고 검에서는 찬란한 금빛 검기가 타오르고 있었다.
“…….”
“…….”
굉음과 함께 이어지는 흑과 금빛의 무시무시한 대결을 바라보며 한동안 용병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