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75
제75화
케인의 이야기를 들은 라울이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의 표정은 딱히 변화가 없었기에 케인은 그저 라울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라울은 속으로 환호하고 있었다.
‘이게 웬일이야? 역시 사람은 유명해지고 볼 일이구나.’
안 그래도 제대로 된 정보 수집원이 없던 탓에 갑갑하던 차였다.
본가의 정보망을 빌리고 있지만, 라울이 원하는 수준에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조만간 제대로 된 정보 조직을 직접 꾸릴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인재가 저절로 찾아올 줄이야.
*이름 : 케인(38세)
*레벨 : 83
*직업 : 로그(엑스퍼트 상급)
*소속 : 정보길드 ‘자유의 날개’ 수장
*재능 : 정보 수집, 변장, 근접전
*칭호 : 페이스리스
*스탯 : 잠재능력(S등급)
[근력 75] [민첩 81] [체력 73] [지력 77] [정신력 71] [마력 72] [감각 80]*고유 특성
카멜레온(S-), 은밀한 첩보원(A+), 단병숙련(A)
과연 전생에 커넥트 3대 정보 길드를 일궈 낸 인재다운 능력치였다.
‘저 모습도 진짜가 아니겠지?’
갈색 머리에 너무나도 평범한 외모. 인상이 너무나도 흐릿해 다음에 만나도 못 알아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생에도 소문만 무성했지, 그의 실체를 확인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일단 부하들을 구해 달라는 케인의 요청은 당연히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안 그래도 임페리얼 하운드와는 양립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으니, 아지트를 알게 된 이상 그냥 둘 수는 없었다.
하지만 라울은 정의감만 가지고 움직이는 이가 아니었다. 부탁을 받은 이상 케인에게서 무언가를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케인 씨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말만 믿고 쉽게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겠지요?”
케인이 말한 아지트는 분명 어느 귀족가 소유의 저택이었다. 의심이 간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병력을 움직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뜻이었다.
“믿어 주십시오. 제 목숨을 걸겠습니다!”
“당신의 목숨이 얼마만큼의 값어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증거나 확신 없이 다른 귀족가를 공격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 한들, 오늘 처음 만난 당신을 위해 내 부하들을 희생시킬 이유가 있을까요?”
라울의 단호한 말에 케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소문을 듣고 정의감과 공명심에 넘치는 젊은 귀족이라고만 생각했다.
제국 첩보부의 이야기를 꺼내면 옳다구나 덤벼들 줄 알았는데, 어린 겉모습과는 달리 생각이 굉장히 깊어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케인은 마음을 굳게 먹고는 다시 말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그들을 구해 주신다면, 평생 라울 공자님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들 또한 유능한 인재들입니다. 구할 수만 있다면 라울님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러고는 머리를 바닥에 쿵쿵 찧었다.
라울은 황급히 케인을 멈추고는 나지막한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부하를 생각하는 케인 씨의 마음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군요. 좀 더 자세히 얘기를 나눠 볼까요?”
라울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날 라울은 케인이라는 유능한 정보원을 부하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 * *
띠링.
커넥트력 521년 6월 28일 자정.
라울의 눈앞에 공지 사항이 팝업 되었다.
[공지 사항]가 완료되었습니다. 게이트 클리어 순위에 따라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게이트 클리어율이 지나치게 낮습니다. 축적된 차원 에너지가 범람을 시작합니다.
-pre-scenario 루트A가 확정되었습니다.
-새로운 메인 퀘스트 [제1차 게이트 아웃브레이크]가 진행됩니다.
-새로운 기간 한정 이벤트 [트리플 더블 보너스]가 시작됩니다. 이벤트 기간 동안 경험치, 숙련도, 아이템 드랍률이 두 배로 증가합니다.
-오픈 베타 서비스 일정이 확정되었습니다. 약 6개월 뒤인 커넥트력 522년 1월 1일. 새로운 대규모 업데이트와 함께 신규 플레이어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긴 공지 사항을 확인하고 나자 시스템 메시지가 뒤를 이었다.
-축하드립니다. 기간 한정 퀘스트 [게이트 러쉬!]에서 개인 순위 1위, 길드 순위 1위를 차지했습니다. 특별한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새로운 메인 퀘스트가 24시간 후 시작됩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바로 시작되는 줄 알았는데….’
라울은 불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D등급 게이트에서 눈을 돌렸다.
혹시 몰라 게이트에 배치했던 병력들도 모두 철수시켰다.
다행히 하루의 시간이 주어졌으니 조금이나마 더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다가오는 파국을 완벽히 막아 낼 가능성은 없지만 말이다.
등급 : ???
목표 : 게이트 웨이브 방어.
추가 목표 : 고착화된 게이트(던전)의 파괴
기한 : 오픈베타 서비스 이전까지(커넥트력 521년 12월 31일)
설명 : 차원 에너지가 범람하여 게이트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합니다. 최대한 많은 몬스터를 사냥하여 커넥트 세상을 지켜 내세요.
특이사항 : 고착화된 게이트(던전)는 주기적으로 몬스터 웨이브를 발생시킵니다. 웨이브 발생을 예방하려면 꾸준히 게이트를 청소해 주세요.
보상 : 순위에 따라 차등 지급됩니다. 개인, 길드 보상이 따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려했던 대로 다음 퀘스트는 게이트 아웃브레이크였다.
게이트 아웃브레이크를 통해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면, 게이트의 등급과 쌓인 스택에 따라 몬스터 군단이 침공을 시작한다.
스택이 쌓이지 않은 게이트에선 게이트 등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몬스터가 등장하지만, 최대 2스택까지 적립된 게이트에선 등급 외의 몬스터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몬스터 군단의 수도 스택만큼 증가한다.
‘꾸준히 스택을 관리해 온 수도와 우리 영지는 어떻게든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만….’
눈치만 보고 있던 영지들은 이번 웨이브에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어차피 라울이 손 쓸 수 있는 부분은 정해져 있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모두를 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남은 시간은 단 하루.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지 라울의 고민이 깊어져 갔다.
* * *
“준비는?”
“병력 배치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수도 경비대장의 협조로 간이 방어 시설 구축도 완료했습니다.”
“게이트 주변 시민들도 대부분 신전으로 피난 완료했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협조를 거부하고 자택에 머물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모두를 구할 순 없다. 본인의 선택은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법. 대원들은 해당 지역에서 철수하도록.”
냉정한 선택이었지만, 라울은 단호하게 명령했다.
“왕국 중앙군은?”
“군단장은 병력 동원을 거절했습니다. 왕궁에서 명령이 내려오지 않는 한 사사로이 병력을 움직일 수 없다고 합니다.”
‘쯧.’
라울은 속으로 혀를 찼다. 하지만 이는 예상했던 일이다. 그저 사태가 터지고 조금이라도 일찍 대응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 외에 용병 협회, 기사 협회, 마법사 협회 등의 협조를 얻어 임시 고용한 병력들도 모두 배치를 마쳤습니다.”
라울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협회의 협조야 돈만 있으면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이로써 라울이 할 수 있는 준비는 모두 마쳤다.
퍼스트 길드의 기사단 인원 200명, 병사 2,000여 명.
수도 경비대 소속 병력 5,000명.
협회의 협조로 임시 고용한 용병과 자유 기사들 5,000여 명까지.
총 12,000이 넘는 병력이 라울의 지시에 따라 게이트 근처의 요지에 배치되었다.
물론 수도 전체를 방어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라울은 민간인 거주 지역이 밀집된 제3 외성과 제4 외성을 위주로 병력을 배치했다.
‘제1 외성은 귀족 거주 구역과 중앙군 병영의 일부가 있으니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고.’
제2 외성에는 수도 경비대 본부와 각종 협회 본부가 있으니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어차피 라울의 목적은 중앙군 5만 병력과 왕궁의 정예 기사단이 움직일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
퍼스트 길드의 힘만으로 웨이브를 처리하는 건 쉽지 않았다.
‘전생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F등급 게이트 하나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가 대략 1,000마리. 대략 계산해 봐도….’
투리엄 내부에만 거의 5만에 가까운 몬스터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문제는 성곽 밖에도 게이트들이 존재한다는 것.
빨리 수도 내부를 정리하지 않으면 협공을 당할 위험이 컸다.
물론 라울이 나서지 않아도 웨이브 자체는 종결될 것이다.
기껏해야 D등급 게이트. 본격적으로 정예병과 기사들이 투입되면 몬스터는 정리될 것이다.
파워아머 유저라면 일반 몬스터는 1,000마리도 상대할 수 있으니.
하지만 그동안 누적된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실제로 현재 투리엄의 인구는 거의 100만에 육박했지만, 전생에 방문했던 투리엄 인구는 불과 50만 정도.
웨이브 사태를 통해 시민의 절반 가까이가 희생되었단 의미였다.
‘그렇게 되도록 놔둘 순 없지.’
어느 사회든 인구가 곧 국력이고 힘이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희생자는 최소화해야 했다.
라울은 다시 한번 계획을 점검하며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100미터 정도 떨어진 광장 중앙에 자리 잡은 D등급 게이트가 요사스런 노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허공에서 진동하던 게이트가 마침내 환한 빛을 터뜨리고는 수십 배의 크기로 몸집을 부풀렸다.
“꾸웨에엑!”
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는 멧돼지 무리가 힘차게 뛰쳐나왔다.
“아머드 보어다!! 쇠뇌병 사격 개시!”
빨갛게 충혈된 눈과 함께 등장한 것은 바로 아머드 보어(D).
체구가 일반 멧돼지에 비해 1.5배 정도 크고, 변형된 가죽은 철판에 맞먹는 방어력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어금니와 머리뼈가 강철만큼 단단해 정면으로 들이받으면 기사라고 해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무시무시한 아머드 보어 수백 마리가 게이트를 빠져나와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는데….
슈우욱! 퍼벅!
“뀌이익.”
강철로 제작된 볼트가 아머드 보어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물론 멧돼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질주를 이어 가려 했지만, 연이어 박혀 드는 볼트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다리와 몸통을 노려! 대가리에는 볼트가 박히지 않는다!”
이미 대처법을 알고 있는 병사들의 쇠뇌 사격이 적절하게 아머드 보어의 진격을 늦추고 있었다.
물론 완전히 막기엔 그들의 기세와 수가 만만치 않았다.
볼트의 비를 뚫고 꾸역꾸역 달려든 아머드 보어가 병사들을 덮치는가 했지만.
쿠웅. 쿠궁!
이미 아머드 보어의 진격로는 석재 블록으로 쌓은 간이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었다.
“찔러!!”
지휘관의 명령에 바리케이드 사이로 창병들의 창이 뻗어 나가 아머드 보어를 찔렀다.
하지만 결정타는 병사들의 몫이 아니었다.
3미터 높이의 바리케이드 위에 올라선 퍼스트 기사단원들이 마나가 서린 긴 창을 들고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았던 것이다.
아머드 보어가 대가리를 흔들며 거칠게 저항해 보았지만, 기사들의 창은 그 단단한 아머드 보어의 두개골마저 깨뜨리며 녀석의 숨통을 끊어 놓았다.
그렇게 초반의 웨이브는 어려움 없이 막아 나갔다. 그러나 본격적인 전투는 이제부터였다.
아머드 보어의 사체가 바리케이드 앞에 쌓이면서 놈들이 그걸 밟고 뛰어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놈도 뒤로 흘려보내지 마라!”
어느새 장창을 놓고 양손 대검으로 바꿔 쥔 기사들이 마나 블레이드를 뽑아내며 전의를 불태웠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