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mon King conquers the world with his business! RAW novel - Chapter 10
10
10화 사채업자(2)
이제야 방문 목적을 묻는다니 사채업자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김….영일을 아십니까?”
마왕은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김영일이 고등학교 친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런데?”
“김영일이 저희에게 돈을 빌리고 잠적을 했습니다. 그래서 보증 서신 분을 찾다보니…….”
옛 말에 이르기를, 보증은 혈육에게도 서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과거의 김민철은 어리석게도 사업을 하는 친구를 위해서 연대보증에 지장을 찍은 것이다.
“얼마지?”
“그게…….”
사채업자는 차마 입을 열지 못 했다.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치도곤을 당할 것 같아서였다.
침묵이 길어지자, 마왕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결국 견디지 못한 업자 하나가 입을 놀렸다.
“원..원금은 1000만원입니다. 다만 이자가 쌓여서, 지금 3400만원으로 늘었습니다.”
복리이자의 무서운 단면이다. 어느 순간 원금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마왕은 손을 들어올린다.
“히익…..”
업자들은 눈을 질끈 감는다. 또 다시 때린다고 생각한 모양이었지만, 사실 마왕은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을 뿐이다.
보증을 선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런 불합리한 처사에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좋아. 결정했다.”
“네?”
대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사채업자는 침을 삼킨다. 마왕의 입에서 자신들을 생매장시킨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가자.”
“네? 어…어디로 가신단 말이죠?”
“너희들의 본거지로. 쇠뿔은 단김에 빼는 것이 좋지.”
그는 포그렌이 든 화분만 챙긴다.
“아아아악!”
마왕은 사채업자의 귀를 잡아당긴다. 그리고는 바짝 얼어있는 경리에게 말했다.
“오늘은 일찍 퇴근하도록.”
“네..넵.”
그녀는 몸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떡대들을 사정없이 때려눕히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충격적인 탓이다. 어쩌면 오늘로 일을 그만둘지도 모른다.
마왕은 그러거나 말거나.
사채업자를 끌고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그들이 타고온 각그랜저로 향한다.
“운전해.”
“네..넵.”
사채업자는 이미 순한 양이 되어 있었다. 마왕은 편하게 조수석에 탔고, 나머지 4명은 뒷자석에 낑겨서 타야했다. 물론 아무도 그 점에 불만을 갖지는 않았다.
부르릉……
검은 배기가스를 뿜어내며, 그들은 어딘가로 향했다.
****
모 사무실.
날카로운 회칼이 사과 껍질을 잘라갔다.
얇게 떠진 사과 껍질이 접시위에 떨어져 내리자, 지부장은 과육을 잘라 입에 넣는다.
아사삭.
“쩝쩝. 정씨. 본가가 어디요?”
“흐윽…… 겨..경주 정씨입니다.”
왜소한 남자였다.
옷이 찢어져 있고, 얼굴을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아아. 나랑 같은 성씨셨어? 여기서 이런 인연이라니. 하하하……”
지부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방에 있던 다른 부하들도 그를 따라서 실실 웃는다. 화기애애해지는 분위기에 왜소한 남자가 어리둥절해진다.
쾅!
탁자에 주먹을 내려친다. 동시에 지부장은 흉신악살처럼 표정이 일그러졌다.
“근데? 왜 돈을 처먹고 안 갚아? 엉? 누구 맘대로 남의 돈 처먹고 배를 째래?”
“죄…죄송합니다. 시간을 주시면, 꼭 갚을게요.”
“시간은 이미 충분히 줬잖아. 정씨. 군대로 치면 당신 A급 관심사병이야. 더 이상은 우리도 못 기다린다고.”
지부장은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유성펜 가져와.”
다짜고짜 정씨의 웃통을 벗긴다.
“일단 콩팥이 두 개니까. 하나정도는 떼도 되겠지?”
그의 배에다가 점선으로 콩팥 부위를 그린다.
“사람의 몸에 또 두 개 있는 것이 뭘까?”
“형님. 눈깔이 두 개입니다.”
“그래. 그것도 하나 뽑자. 마취하면 그리 아프진 않을 거다.”
사내는 금방이라도 졸도할 것 같은 표정으로 싹싹 빌었다.
“제발… 제발 살려주십쇼. 꼭 갚을게요. 무슨 일이 있어도 갚을테니.”
“버스 지나갔어. 이 양반아.”
지부장의 별명은 탈수기였다. 상대가 어떤 채무자든, 돈을 쥐어짠다. 그 과정에서 채무자가 죽든 살든,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쾅!
그 때.
거칠게 문이 열린다.
자연스레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한다.
“누구야?”
지부장은 성을 내며 말한다. 오랜만에 시간을 내서 일을 하고 있는데 방해 받은 것이 기분 나빴던 것이다.
“나다!”
작은 분재를 든 마왕이었다. 천으로 쌓여 있어서 그 내용물을 알 수는 없었다.
“혀..형님.”
마왕에게 호되게 당한 5인의 사채업자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비굴한 태도와 겁먹은 표정이 꼴 사납다.
‘무슨 사달이 일어났다.’
지사장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뭔가 믿는 것이 없다면, 저런 태도가 나오지 않으리라. 무엇보다 박살이 난 5인의 부하가 신경 쓰인다.
그는 점잖게 대화를 시도했다.
“어디 식구인지 모르겠지만, 경우가 너무 없는 것 아니요? 우리 비즈니스하는 사람답게 말로 풉시다.”
일단 상대의 정체를 파악한다. 그것이 지사장의 의도였다. 하지만 마왕은 그런 의도에 놀아날 생각이 없었다. 쉬운 길이 있는데, 돌아갈 필요가 없었다.
스윽…..
그는 분재의 내용물을 가리는 천을 치웠다.
“키이이익……”
넘실거리는 넝굴.
끈적거리는 침을 뚝뚝 흘리는 커다란 입.
삐죽 튀어나온 뾰족한 이빨.
키메라 포그렌이었다.
“먹지는 마라.”
마왕의 명령이 떨어졌다.
차라라락!
수 십개의 넝쿨이 사방으로 펼쳐졌다.
“어어?”
“씨발! 이건 뭐야?”
피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것은 떡대들을 사정없이 휘감았다. 사채업자의 몸을 단단하게 포박한다.
“커허억!”
“숨을….. 숨을 쉴 수가…..”
마왕의 손을 젓자 덩치들의 숨통이 살짝 트였다.
그는 시체를 치울 생각은 없었다. 실종자가 생겨서, 경찰의 조사가 들어오면 귀찮기 때문이다.
마왕은 지사장의 책상에 다가가 푹신한 의자에 몸을 맡긴다.
“네가 책임자로군.”
“크윽….. 대체 이게 무슨……”
지사장은 말도 제대로 잊지 못 한다. 인간의 상식으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허나 마왕은 그의 사정을 봐줄만큼 한가한 성격이 아니었다.
“키이이익…..”
포그렌의 머리가 지사장을 주변을 맴돈다. 붉은 혀가 넘실거린다. 아무래도 지사장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것 같았다.
“……”
공포가 깊숙한 곳에서 올라온다. 그의 두 눈동자는 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는 듯 했다.
마왕은 그런 지사장을 바라보다가 나직이 말했다.
“이제부터 거절 할 수 없는 제안을 한 가지 하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