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mon King conquers the world with his business! RAW novel - Chapter 133
133
133화 강현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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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식은 지사장에게 500만원의 돈을 받았다. 하지만 그조차 얼마가지 않았다. 밀린 집세를 내고, 지인들에게 빌린 돈을 갚으니 금세 다 날라 가버린 것이다.
‘이제 어쩌지?’
다시 돈을 빌린다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살아가는데 그 어떤 희망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다 귀찮아. 빌어먹을 인생은 대체 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지?’
강현식은 탄식했다.
열심히 안 해보고 이런 말을 하면 모르겠다. 자신은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저버렸다.
더러운 대기업에게 걸려서 이런 험한 꼴을 당하지 않았던가?
복수하고 싶었지만.
자신에게는 그럴만한 힘이 없었다. 더불어서 더 살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연애도 하지 않고, 오로지 일에 바친 자신이 한심했다.
‘그래도 유서는 써야지.’
필기구를 꺼내어서 유서를 작성한다. 대부분 세상을 원망하는 글이었다. 무엇보다 삼송을 저주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곧 만나러 갈게요. 엄마.
마지막에 적은 문구가 그것이었다. 강현식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부모보다 먼저 가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적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뿐이었다.
그는 어제 철물점에서 튼튼한 밧줄을 샀다. 이거라면 도중에 실패하는 일은 없으리라.
올가미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이제 의자를 발로 차면 된다. 아픔이 동반하겠지만, 그 이후 안식이 찾아오리라.
“후우……”
죽음에 대한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지만 그보다 엿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더욱 공포스러웠다.
의자를 발로 차려는 순간이었다.
띵동!
너무나도 공교로운 타이밍에 벨이 울렸다.
‘젠장……’
방값을 주었으니 집주인은 아니리라. 짜증이 확 솟구치지만, 그래도 일단 의자에서 내려왔다. 어쩌면 잡상인이거나 배달부일지 모른다.
누구든지 간에 보낸 다음에 자살을 시도하면 된다.
끼이익….
그는 문을 열면서 말했다.
“누구세요?”
“강현식씨 됩니까?”
무척이나 불량하게 생긴 남자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왠지 기억에 남는 얼굴인데……
“그..그렇습니다만.”
상대의 험악한 인상에 쫄린 그는 고분고분 말했다.
“얼마 전에 저희 사무실에 찾아오셨죠?”
그가 건네는 명함.
그러자 기억이 났다. 안경을 쓰고 인텔리하게 생긴 남자에게 500만원을 받은 기억이 났다.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고 말이다.
“맞습니다만….. 받은 500만원은 이미 다 써버렸는데요.”
그 돈을 다시 받으로 온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덩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고, 저희 형님이 댁을 찾거든요. 그런 푼돈을 받을 생각없으니 걱정하지 마시구요.”
“네?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습니까?”
“하하…. 지금 당신, 사람을 순전히 인상만 보고 판단하는 거 아닙니까?”
인상만 보고?
물론 그것도 있지만, 직업도 사채업자이지 않은가? 당연히 거리끼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난 이런 일은 예전에 접었다고. 허 참…..”
동팔의 주 업무는 자선사업이었다. 그것도 일선에서 사랑과 봉사를 베푸는 남자 중의 남자였다. 다만 지금 당장 증명할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어쨋든 형님이 보자고 하니까, 얼른 나오시죠.”
“저..기 하던 일이 있어서, 내일 다시 오시면 안될까요?”
자살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 했다. 얼른 이 더러운 세상을 떠야 하는데, 조폭이 그것을 막고 있었다.
“허참. 어차피 할 일도 없어 보이는데, 거짓말하지 말고 얼른 나오쇼.”
자연스럽게 존댓말도 그만둔다. 그에 더해 우악스런 손으로 그의 손목을 부여잡는다.
“에?”
거의 납치 수준이었다. 동팔은 그를 데리고 끌고 온 차의 조수석에 앉혔다.
“형씨, 껌 좀 씹을라우?”
“아..뇨 괜찮습니다.”
“뭐. 그렇다면. 이만 출발하겠소.”
부르르릉….
억지로 사람을 끌고 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기에는 강현식의 심장이 작았다.
‘어차피 죽을려고 했는데, 뭐 상관없지.’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자살보단 나쁘지 않으리라. 그냥 말없이 차에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어라?’
처음에는 그 사채업자의 사무실로 이동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이곳으로 가면…. 분명 시내 중심가인데?’
1시간가량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서울에서도 땅값이 제일 비싸다는 곳이었다. 우후죽순으로 솟아난 빌딩 숲 사이로 차를 운행한다.
‘뭔가 이상한데? 이걸 말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그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리고…..
끼이익…
차가 섰다.
“다 왔소.”
강혁신은 차에서 내린다. 그리고 그 앞에는 마왕 컴퍼니라는 커다란 빌딩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촌사람도 아니고, 뭘 그리 둘러보시오? 그만하고 내 뒤로 따라와요.”
동팔이는 곧바로 마왕 컴퍼니 본사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형님, 손님 모시고 왔습니다. 네….네. 위로 올려 보내라구요? 알겠습니다.”
짧게 전화통화를 끝낸 동팔이가 그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이리로…..”
적어도 해코지할 마음은 없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마왕 컴퍼니에서 자신을 찾은 이유도 궁금했다.
강현식은 작게 고개를 끄떡이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위이이잉…
고속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그를 고층으로 안내했다.
띵!
문이 열리고, 그 앞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시는 길 동안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까?”
미소를 짓는 미모의 여비사가 그를 맞이했다.
“아…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김민철 사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김민철? 마왕 컴퍼니의 CEO가 아닌가?
“그 분께서 저를 왜?”
“호호… 저도 아직 잘 몰라요.”
마왕의 속뜻을 완벽하게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가까이서 오래 지낸 진예리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나쁜 이야기는 없을 거에요. 저희 사장님은 매우 훌륭하신 분이거든요.”
대기업이 좋은 일을 할 리가 없다. 설사 하더라도, 더 큰 이익을 보고 하는 것에 불과하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름다운 미녀 앞에서 설교를 늘어놓을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결국 그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동의하는 척 했다.
“네.. 넵.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하하.”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그는 사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장실 안에는 두 명의 남자가 그를 기다라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손을 흔들었다.
‘저번에 봤던, 그 사채업자?’
지사장이 먼저 아는 척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차가운 인상의 남자가 그를 지그시 살펴보고 있었다.
“네가 강현식인가?”
대뜸 물어보는 마왕의 목소리.
반말이지만, 왠지 모르게 그것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네. 그렇습니다만.”
“잘 왔군.”
마왕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허나 그의 미소를 보자, 소름이 돋았다. 마왕과의 첫 만남이었지만, 뭔가 앞날이 막막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너에게 할 제안이 있다.”
******
강현식은 혼돈에 사로잡혔다.
김민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서, 한국에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마왕 컴퍼니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삼송과 더불어서 한국에서 제일 가는 대기업이다. 그 회사가 만들어내는 물건마다,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가 가진 재산은 수십조.
아니 밝혀지지 않은 재산을 합치면 수백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도 있었다.
말 그대로 한국 최강의 거부였다.
그런 그가 왜 실패한 인생의 강현식을 직접 독대하는가?
그가 평생을 바쳐서 이룩한 기술은 이미 삼송이 꿀꺽해버렸다. 그렇다고 마왕 컴퍼니가 반도체 산업에 조금이라도 지분이 있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사실 마왕이 강현식에게 관심을 가질 이유는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제안이라구요?”
“그렇다.”
“거절 할 수는 없구요?”
“당연하다.”
“제 선택권은 처음부터 없다는 것이군요.”
“제대로 이해했군.”
이해만 했지, 납득은 안 된다. 무엇보다 강현식은 대기업에 대해서 악감정만 남아있었다. 물론 마왕 컴퍼니의 평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허나 강현식은 이미 너무 많은 부조리를 겪었다. 따라서 그는 마왕이 무슨 제안을 하든 받고 싶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저는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군요.”
이미 자살까지 마음먹은 사나이다. 무엇하러 그에게 굽신거린단 말인가?
갈 때는 가더라도 끝끝내 가슴을 펴고 싶었다.
“제법이군. 내 앞에서도 그런 소리를 지껄이다니.”
마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동시에 마력이 휘몰아쳤다. 약간의 분위기 전환용이었지만, 강현식에게는 심장을 조이는 아픔으로 다가왔다.
‘무..무슨 사람이 저렇게…..’
괜히 뻗대었다. 대기업 CEO가 아니라 무슨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끝판 보스의 아우라가 아닌가?
“사..사장님. 잠시 고정하십시오.”
지사장이 나서서 말했다. 그 역시 심장이 아프고 다리가 떨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그나마 약간 익숙하다고 해야 할까?
마왕이 진정 화가 난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있었다.
‘내가 볼 때, 사장님은 오히려 이 인간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어. 이럴 때에는 내가 나서야 한다.’
결정을 내린 지사장은 크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30분만 주십시오. 제가 잘 타이르겠습니다.”
마왕은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귀찮은 듯 손을 저었지만, 지사장은 곧바로 눈치 채었다. 한 번 잘 설득시켜보란 뜻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는 자리에 일어나서 얼어붙은 강현식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후우…..”
압박이 사라지자, 그나마 숨 쉬는 것인 나아졌다.
“쯧쯧…. 이해는 하지만, 너무 경솔한 짓이었어.”
“네?”
지사장은 머리를 긁적인다. 그리고는 그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이봐요. 강씨, 저희 사장님이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나?”
“당연히 사람이…..”
사람이죠! 라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에는 마왕이 풍기는 패기가 장난 아니었다. 그 강약이 조금만 더 강했다면,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릴뻔하지 않았던가?
“자네가 대기업을 증오하는 것을 알겠어.”
지사장은 머리가 똑똑하다. 그가 약간만 머리를 굴려봐도, 강현식이 가지는 증오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삼송이 저지른 패악이랑, 우리 사장님이랑 무슨 상관이야? 우리 사장님이 자네에게 무엇 하나 잘못한 것이라도 있는가?”
“하…하지만 그도 삼송처럼 강압적으로 이야기했지 않습니까? 저..저는. 그것이….”
“하하…. 그건 김민철 사장님의 성격이 직선적이라서 그런 것뿐이야.”
지사장은 그의 어깨를 두들기며 계속 말했다.
“먼저 오해를 풀어야겠군. 일단 가볍게 내 과거 이야기부터 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