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mon King conquers the world with his business! RAW novel - Chapter 134
134
134화 반도체
지사장은 목을 가다듬고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해주었다.
“집이 가난해서, 먹고 살기 힘들었지. 주먹 세계에 몸을 담근 이유는 내 인성이 글러먹은 것도 있지만, 환경적인 요소도 무시 할 수 없다고 생각해.”
다만 그는 멍청하게 주먹만 휘두르지 않았다. 그는 잘 돌아가는 머리를 이용했다. 세력을 규합하고, 명령을 내리는 것에 익숙해졌다.
“덕분에 조직에서는 중간관리직을 얻는데 성공했지. 돈계산이 빠르다는 이유로, 사채업자를 하게 되었고.”
그는 약자를 핍박하고, 돈을 뜯어냈다. 물론 약하다고 선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지사장이 하는 일이 정당하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요?”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강현식이 말했다. 그러다가 지사장은 향수에 빠진 얼굴로 과거를 회상했다.
“그 날도 채무자 하나를 잡고 있었어. 아주 악질이라서, 도저히 용서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거든. 그런데 말이야. 그 때 사장님이 나타나셨지.”
바람처럼 나타난 마왕은 사채업자들을 제압했다. 그 와중에 포그렌의 먹이가 될 뻔 했지만, 마왕은 자비를 베풀었다.
“참…. 그 장면을 설명해줄 수는 없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멋있었단 말이야.”
인간의 뇌는 특이하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미화한다. 지사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왕과 오랜 시간을 보내다보니, 그런 무서웠던 과거가 실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날 이후로, 나는 김민철 사장님을 모시기로 맹세했지.”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그 밑에서 일을 했지만.
마왕은 능력만큼 대우를 해주는 사람이었다. 늘어나는 봉급과, 그리고 회사에서 지위가 점점 높아졌다. 그러다보니 없던 충성심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 분이 내게 어떤 일을 맡겼는지 아는가?”
조폭이었던 그게 맡긴 일은 자선사업이었다. 평생 남을 착취하던 그들이, 이제는 남을 위해서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 것이다.
악독했던 지사장도 그러했다.
자신을 보고 고마워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 그 때문일까? 과거의 자신을 청산하고, 지금은 누구보다 자선사업을 크게 열중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자네가 생각하는 냉혈한이 아니야. 그분은 진정으로 부하를 아끼신다고.”
지사장은 열변을 토해냈다.
하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강현식을 설득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알겠습니다. 참으로 좋은 경험을 하셨군요.”
일단은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지사장은 그가 감화되었다고 생각하고 그의 등을 두들겼다.
“그래. 자네의 생각도 달라졌지?”
“아… 네.”
일단 수긍하는 척 했다. 하지만 그건 눈속임에 불과했다.
‘내가 두 번 속을 줄 알고?’
삼송에서도 이미 겪은 내용이다. 삼송은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기업이다. 산업 역군으로서 자부심을 가져라. 삼송은 제 1위의 기업이다. 등등.
하지만 그건 허울 좋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기업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았다.
나날이 물가는 고공행진을 하지만.
세금은 나날이 올라가지만.
사회의 복지는 줄어들고 있지만.
반대로 월급은 그 자리 그대로다. 고작해야 보너스를 조금 더 주는 것이 전부다.
예전에 그는 삼송에서 신기술을 개발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로 인해서 일 년 매출이 2천억원이 증대했지만, 인센티브는 고작해야 300만원이 전부였다.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허무했던가?
그렇기에 그는 회사를 박차고 나온 것이었다. 자신이 일군 능력이라면, 그 열매를 온전히 차지하고 싶었다.
‘이곳의 사장이라는 자도 마찬가지야.’
말로는 번지르르하지만, 결국은 착취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강한 불신으로 똘똘 뭉친 강현식이다. 지사장의 설득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
“자 그럼 다시 들어가자. 우리 사장님이 말씀하시면, 그대로 수긍만 해. 알았지?”
.
.
.
지사장과 강현식은 다시 사장실로 들어갔다. 마왕은 혼자서 업무를 계속 보고 있었다.
“이야기는 잘 되었나?”
“물론이지요. 하하.”
지사장이 그렇게 말했다.
“좋군. 나는 반도체 사업에 관심이 있다. 그것을 위해서 일을 해주었으면 한다. 물론 그에 대한…..”
마왕이 말을 다 하기도 전이었다. 강현식이 말을 자르고 나섰다.
“지분을 요구합니다.”
마왕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라고 했나?”
“무얼 시키든지 상관없습니다. 순이익의 1프로를 주지 않으면 절대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반도체 관련 산업은 무척이나 큰 시장이었다. 처음 돈 벌기가 어렵지만, 일단 성공만 할 수 있다면 돈 타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전 세계의 수많은 가전제품과 자동차, 항공기, PC, 모바일 등등
쓰이는 곳은 무궁무진했다. 1%가 무척 작아 보이지만, 전체로 따지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절대 승낙할 리가 없지.’
하지만…..
“3% 주지.”
마왕은 그게 별거냐고 말했다.
“네?”
“3% 주겠다고. 그까짓 돈 몇 푼 아낄 생각은 없다.”
돈 몇 푼?
절대 그 정도가 아닐텐데?
이번에는 강현식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일부러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런데 마왕은 한술 더 떠서 3%를 더 준다고 하지 않는가?
“물론이다. 나는 한 입으로 두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업초기에는 적자가 나오겠지. 인센티브 3%를 제외하고도 연봉 15억은 준비해두지.” ”
“그… 너무 많습니다. 그것은….”
혹시 나를 놀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마왕의 표정을 보니까 진지하기만 하다.
“나에게 충성을 바치면, 그에 대한 대가를 주는 것이 당연하다. 하는 만큼 가져가라. 그럴수록 나에게는 이득이니.”
마왕의 외침은 강렬했다. 이해가 잘 안 되는 강현식은 고개를 돌려서 지사장을 바라보았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강현식은 마왕을 제외하면 제일 많은 돈을 벌게 될지도 모른다.
마왕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지사장보다 말이다. 하지만 지사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일을 잘하면, 그만큼 받아가는 것은 당연하지.’
적어도 마왕 컴퍼니에서 그것은 너무 당연한 내용이었다. 마왕은 한 술 더 떠서 말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지원해주겠다.”
마왕은 이미 사업 계획서를 준비해놓았다. 그는 그것을 주면서 말했다.
“이번 달부터 생산 공장을 지을 것이다. 완공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 동안 네가 사업의 기반을 다지도록.”
“……..”
마왕은 벌여놓은 일은 너무 많다.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할만한 시간은 아예 없었다.
“…… 진심이군요.”
“당연하다. 장난으로 일을 하진 않지.”
“죄송합니다. 제가 당신에 대해서 오해를 했군요.”
사업 규모 계획서를 볼 때, 마왕이 헛소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이 일을 맡을 수는 없었다.
강현식은 정중하게 마왕의 제의를 거절했다.
“그럼에도 당신의 제안을 거절해야 겠습니다.”
“거절? 이유가 무엇이지?”
마왕의 제안은 무척이나 후한 것이다. 그럼에도 강현식이 거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대로 말씀드리지요. 마왕 컴퍼니가 세계적인 기업이지만, 그렇다고 반도체 사업을 성공할 확률은 무척이나 낮습니다.”
마왕의 속셈을 볼 때, 협력 업체정도로 끝날 것까지 않았다. 그 규모와 투자하는 자본을 볼 때, 적어도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끌어올릴 속셈이 다분하다.
“반도체는 기술 집약의 결정체입니다. 삼송조차 그 반도체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는가?”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삼송은 늘 후발주자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숨겨놓은 기술이 많을 겁니다. 만약 우리가 따라붙는다 하더라도, 금세 저 멀리 도망 가버리겠죠.”
강현식은 삼송을 싫어했다. 그들이 한 짓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다. 허나 그렇다고 그들이 가진 막강한 파워를 무시하진 않았다.
“제가 주제넘게 사장님을 걱정하는 것은 사실 웃긴 일이지만….. 그래도 저라는 인간을 좋게 봐주신 점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지금 하고 계시는 일에 중점을 두시고, 반도체와는 연을 끊으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연봉 15억이 날아가도 상관없었다. 애초에 그가 물욕적인 사람이었다면, 혼자서 벤처 사업을 차리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에 마왕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크크큭…..”
그의 웃음소리에 강현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욕먹을 것을 감안하고 말했는데, 마왕은 오히려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가?
“지사장.”
“넵!”
“제법 마음에 드는 인간을 데려왔군.”
“감사합니다.”
마왕은 책상위에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그리고 강현식……”
“넵.”
“주제넘게 나에게 충고를 한 것은 괘씸하지만, 그래도 책임감은 있군.”
무책임한 인간은 많다. 하지만 강현식은 그런 부류는 아니었다.
“허나 인간의 상식으로 나를 재단하려고 하지 마라.”
마음이 일으키는 대로, 마력이 솟구쳤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강현식은 어떤 압력에 부딪혀 쓰러질 뻔했다.
“따라와라.”
마왕은 그를 데리고, 지하에 있는 자신의 공방으로 데려갔다.
키이이익….
난생 처음 보는 포그렌의 모습에 강현식은 비명을 질렀다.
“히이익… 저건 뭡니까?”
“워어…. 저런 걸로 벌써 놀라면 안 되지?”
지사장이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 마왕의 진면목은 아직 조금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왕은 공방에는 별 신기한 것들이 있었다. 강현식은 별나라에 온 것처럼 두 번거렷다.
“호..혹시 외계인의 기술입니까?”
“그렇지 않다.”
마왕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키메라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어차피 알려준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걸 껴라.”
마왕은 손수 제작한 안경을 건네주었다. 강현식은 조심스레 그것을 받았다. 그리고 착용을 하자, 전에는 보이지 않던 존재를 확인했다.
“헛…. 저건 대체 뭡니까?”
스스로 빛을 발하는 것이 있었다. 언뜻 보면, 깜박거리는 전등처럼 보이기도 했다.
“정령.”
“네? 저…정령이라구요?”
“그렇다.”
마왕은 손짓을 하자, 정령은 그의 손에 이끌려 온다.
“삼송이 앞선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나?”
“네. 그렇습니다.”
“상관없다. 그들이 절대 상상할 수도 힘이 나한테 있으니까.”
정령은 마왕의 음성에 따라서 빛을 더 크게 발했다.
“네가 할 일은 간단한 것이다. 이것을 전뇌생명체로 만들어라.”
“저..전뇌 생명체?”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개념이었다. 마치 불을 사용할 줄 아는 원시인에게 양자학의 개념을 들먹이는 것과 같다고 할까?
“이건 제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니, 넌 할 수 있다.”
마왕은 누구보다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불가능한 일은 강요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