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mon King conquers the world with his business! RAW novel - Chapter 157
157
157화 정문종
****
정문종 사장은 삼송 재벌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능력을 통해서, 경영인으로서 그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규모가 큰 만큼 임원도 많았고, 그의 머리 위에는 김성찬 회장이 군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이가 들어서 지금은 뒷전에 물러난 상태였다.
그 밑으로 후계자가 있기는 하지만, 왕자들이 너무 많은 탓일까?
누가 김성찬 회장의 뒤를 이을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이 갈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정문종은 삼송전자를 여태까지 훌륭하게 성장시켰다. 작년에 비교해서 무려 30%에 가까운 성장을 보였으니, 그의 노고가 적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무선 사업부와 반도체는 우리 삼송이 가지는 최고의 무기입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 몇 가지 악재가 보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여태까지 기업하기 좋은 나라였지만, 그것도 옛말이 되어가고 있었다. 곽창호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기업 친화적이었던 정부가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것만 하더라도 골치가 아픈데, 마왕 컴퍼니가 파운더리 사업에 뛰어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애써 그 사실을 무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증거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결국 더 이상 마왕 컴퍼니가 태동하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대처를 해야 했기에, 삼송전자는 이렇게 임원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던 것이다.
임원 하나가 손을 들어서 그 내용을 뒷받침했다.
“자본력이 대단합니다. 무거운 세금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하긴 전 세계 상대로 돈을 긁어 모우고 있으니……”
마왕 컴퍼니의 제일 무서운 점은 그 한계를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여태까지 많은 대기업들이 마왕 컴퍼니의 막강한 기술력에 쓰러지지 않았던가?
허나 그렇다고 마왕 컴퍼니를 공격할 수도 없었다. 롯떼와 케이랜드가 괜히 마왕 컴퍼니를 건들이다가 큰 손해를 보지 않았던가?
물론 삼송은 시가총액 400조에 가까운 세계적인 기업이지만, 그렇다고 마왕 컴퍼니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았다.
현 정부조차 쩔쩔매는 상대와 겨루고 싶지 않았다.
“공존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임원 하나가 제의했다.
“공존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우리의 파이가 줄어들더라도, 눈치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이사가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너무 저자세가 아닌가요?”
“그 쪽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보는데요.”
그런 의견이 오갈 때였다.
정문종 사장은 약간 색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차라리 이쪽에서 먼저 백기를 걸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마왕이 파운더리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삼송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크지는 않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번 기회에 은혜를 베푸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마왕 컴퍼니가 삼송전자의 협력업체가 된다라……’
나쁘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쌍두마차라는 어감이 입에서 맴돌았다. 마왕의 사업처는 대부분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삼송과 마왕 컴퍼니가 힘을 합치면 대한민국 국력은 한층 높아질 터였다.
어쩌면 이번 기회에 마왕 컴퍼니에게 다른 사업 분야에서 도움을 얻을지도 모른다.
“그거 좋은 의견이군요.”
마왕 컴퍼니와 협업을 한다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여태까지 삼송전자는 치킨 게임을 불사해서라도 라이벌 기업을 파탄시켰다. 하지만 이번만은 예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마왕 컴퍼니와 접촉해보세요. 우리가 가진 노하우를 전수해준다고 하면, 분명 싫어하진 않을 겁니다.”
몇몇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정문종 사장의 뜻을 꺽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이사회가 끝나고, 모두 밖으로 나갔다. 정문종 사장도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왔다.
똑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들어오게.”
정문종 사장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백실장이었다. 그의 안색은 매우 어두운 편인데, 뭔가 일이 터진 것이 분명해보였다.
“뭔가 할 말이 있군.”
정문종 사장이 먼저 운을 띄웠다. 그러자 백실장은 무릎을 꿇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과부터 청한다.
“설명부터 하게.”
“알겠습니다.”
백 실장은 여태까지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그런 그가 이렇게 사과부터 한다면, 무척이나 심상치 않은 일이리라.
백 실장은 복잡한 서류를 꺼내어서 그에게 건네주었다.
“리벤지라는 신생기업이 특허청에 내놓은 메모리의 스펙입니다. 보다시피 그 기술력은 놀랍게도 저희 삼송의 수준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이해하기 힘들었다.
삼송은 매년 엄청난 돈을 들여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런 탓에 다른 기업들보다 2.5년 가량의 격차를 벌이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작은 사업체 하나가 어떻게 삼송을 앞지를 수 있었을까?
“이것은 제대로 알아본 것인가?”
“네. 그렇습니다. 기존의 가지고 있던 단점은 모두 보완하고, 성능은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이는 우리 반도체에 큰 문제점을 넘겨줄 것입니다. 그리고……”
말을 아끼는 백실장.
정문종은 답답한 얼굴로 말했다.
“빨리 말해라. 대체 무엇이 문제지?”
“실은 리벤지의 창업한 사람이 옛 삼송전자 출신입니다.”
“오히려 잘 된 소식이로군. 후한 조건을 내걸고 그 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들면 되지 않나?”
백실장은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싶지만, 이미 옛 일을 통해서 엄청난 악연이 쌓여있지 않은가?
“실은……”
백 실장은 삼송과 강현식의 악연을 말했다. 삼송은 악랄하게 강현식의 모든 것을 헐값에 빼앗아가버렸다. 이미 그것을 진두지휘한 사람이 바로 백 실장이었다.
“그런가?”
그제야 옛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에는 별 문제가 안 되는 일이라서 가볍게 처리했다. 하지만 결국 결정은 정문종이 내린 것이 아닌가?
“과거의 업이 이렇게 찾아올 줄이야.”
사태가 고약하게 흘러갔다.
어떻게 보면 강현식은 몰락한 인물이었다. 그 연유는 알 수 없지만, 무저갱이에 파묻혀 있던 강현식은 다시 일어섰다.
그것도 삼송전자를 무찌를 수 있는 창을 들고 말이다.
“그가 특허를 신청한 덕분에, 그나마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고민에 잠긴다.
“분명 우리에게 원한이 깊겠군.”
“그렇습니다.”
정문종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싫든 좋든 선택을 해야 한다.
‘하는 수 없지. 출혈이 있겠지만, 그래도 다른 기업들에게 뒤처질 수는 없다.’
결정을 내린 정문종은 무거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백 실장.”
“넵.”
“자네가 힘을 좀 써줘야겠네.”
그는 기업가였다. 경영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성공해야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
.
.
강현식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여전히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괴롭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엘리스였다.
-삼촌, 저 간식 주세요.
“엘리스, 인공지능 사업에서는 이제 손을 떼었어. 더 달라고 해도 소용없다니까.”
하급 정령의 가치는 2~300만원 수준.
허나 돈이 있다고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그럼 저한테 시간이라도 내주세요.
마치 여동생이 있다면 저럴까?
그녀는 칭얼거리면서 달라붙는다.
‘으휴……’
사실 그가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파운드리가 완성되면 그대로 돈만 벌면 되었다. 그는 이미 전뇌생명체를 완성시켰기 때문에, 남은 것은 그 보수만 받으면 되었다.
“사장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
과연 누굴까?
“이거 오랜만입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강현식은 이를 악물었다. 옛 기억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백 실장.’
밉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더러운 수를 사용해서 자신을 파멸시킨 존재가 바로 그가 아니었던가?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진정하자. 놈들에게 복수하려면 냉철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렇군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 봅니다. 신수가 훤하군요.”
강현식은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그 모습부터 적대적인 기운이 물씬 풍겼지만, 백 실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하긴 이제 와서 사이가 좋아질 수는 없겠지.’
어떻게 보면 당장 쫓아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요. 괜찮다면 본론부터 이야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딱딱한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백 실장은 그런 그에게 한 장의 서류를 꺼낸다. 거기에는 얼마 전 특허청에 내놓은 스트류베리 관련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
“흠……”
인상을 찡그리는 강현식.
허나 백실장은 곧바로 손을 저으며 말했다.
“예전에 악연이 있었다는 점은 저도 잘 압니다. 그리고 그 점은 100번 사과해도 용서받기 힘들겠지요. 하지만 당신은 공학박사가 아닙니까? 실리를 중요시해야죠.”
계약서 한 장을 꺼내는 백실장.
“나쁘지 않은 조건입니다. 한 번 읽어보십시오.”
리벤지가 가진 기술을 사들이는데, 1000억을 준다. 그에 더해서 반도체가 팔릴 때마다 순수익 0.2프로를 지급한다고 적혀져 있었다.
“파격적인 조건입니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이만한 조건을 챙겨주는 곳은 없을 겁니다.”
백실장 말은 맞았다.
“글쎄요.”
강현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영 마음에 안 드는지 다시 계약서를 돌려주며 말했다.
“많은 돈이긴 하네요. 하지만 제 생각을 바꿀 정도는 안 되는군요.”
강현식이 그렇게 말하면서 내놓은 것은 마왕 컴퍼니 김민철 사장의 명함이었다.
“얼마 전에 저희 회사에 방문하셨습니다.”
백 실장은 입을 떡 벌렸다.
“그 분은 1조를 제시하더군요. 단순비교해도, 제가 가야할 곳은 정해지지 않았습니까?”
“자..잠시만요.”
백실장은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상 가능한 최악의 상황이 아닌가?
“정말 그가 그런 조건을 제시했단 말입니까?”
“제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죠.”
“…….”
백 실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잠시 시간을 주십시오.”
“얼마든지요.”
그는 곧바로 정문종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여태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뭐라고? 마왕 컴퍼니라고?”
정보가 그쪽에까지 갔을 줄이야.
정문종은 혀를 찼다. 이렇다면 협상에 유리한 사람은 바로 강현식이었다. 그는 두 기업을 두고 저울질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어쩐다.’
무작정 백실장에게 맡기기에는 일이 너무 커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자신이 직접 그를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금방 가겠네. 최대한 강현식 사장을 붙잡고 있게나.”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마왕 컴퍼니와 계약을 하는 날이라도 오면, 그 날이 삼송 전자 반도체의 제삿날이었다.
.
.
.
끼이익…
고급 세단이 급정거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리는 사람은 정문종 사장.
그는 곧바로 강현식 사장이 있는 곳으로 방문했던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삼송전자 사장 정문종입니다.”
고개를 숙이면서 정중하게 두 손으로 명함을 건넨다. 반면에 강현식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편하게 그를 대했다.
“강현식입니다.”
그 모습을 보던 백 실장은 속이 활활 타올랐다. 원래라면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하등한 존재이건만……
하지만 그는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뒤에서 굳게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