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mon King conquers the world with his business! RAW novel - Chapter 20
20
20화 1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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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컴퓨터에 작은 알림이 울린다. 커서로 클릭하니 새로운 메일이 온 것이다.
달칵!
메일에는 광고 디자인이 동봉되어 있었다.
오버 플로우를 런칭하는 와중에도, 광고 기획은 틈틈이 수주하고 있었다. 다만 마왕이 직접 광고를 디자인하지는 않았다.
일이 워낙 바쁜 탓에 디자인을 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업체에 하청을 주고 있었다.
“흐음……”
놀랍다.
작은 배너 광고였지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색채가 단조로우면서, 편안하게 보였다.
초보 디자이너의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바로, 최대한 많은 것을 집어넣으려고 한다. 허나 디자인은 복잡할수록, 오히려 조잡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지금 보고 있는 광고 디자인은 그 적정선을 절묘하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마왕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
“아이고. 김사장님 아니십니까?”
요 며칠 일감을 몰아주었더니, 완벽히 을의 위치에 선 동종업계 사장이다.
“다름이 아니고, 보내준 결과물을 받았다.”
“아! 혹시 마음에 안 드십니까? 그… 죄송합니다. 회사 신입이 들어와서 한번 시켜봤는데, 아무래도 실수를 저지른 모양이군요. 다시 수정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니다. 그건 아니고……. 그냥 내가 직접 찾아가지.”
마왕은 그렇게 말했고 전화를 끊었다.
사무실 밖으로 나오니, 운전수 정씨가 차를 정성스럽게 닦고 있었다.
“백선 광고로 간다.”
“넵. 바로 모시겠습니다.”
운전수 정씨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매일매일이 너무 즐거웠다. 예전처럼 힘들게 일을 하지 않아도,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
가끔 쏟아지는 보너스를 합치면, 대기업의 그것과 비교할만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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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 광고.
광고 기획회사로서, 직원 숫자가 총 10명에 달한다. 한 때는 김민철도 이곳에서 잠시 알바를 한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거래처의 중요한 사장님으로 방문했지만 말이다.
“김사장님, 이렇게 몸소 오실 필요가……”
백성 광고 사장의 표정이 께름칙하다. 클라이언트(전문적인 서비스를 의뢰인)가 직접 회사를 찾아왔다. 여태까지 경험에 따르면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요소가 훨씬 컸다.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을 뿐이다.”
“그렇군요. 잠시 들어오시겠습니까?”
백선 사장은 응접실로 안내한다. 그리고는 직접 커피를 드립해서 대접했다.
“이게 유명한 루왁 커피라는 겁니다. 한 잔에 5만원이나 한다니깐요.”
최선을 다해서 대접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마왕은 별 관심이 없었다. 마왕은 가방에서 자신의 PDA를 꺼낸다. 그리고 작은 배너광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걸 한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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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진백두씨.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에는, 이상은 높았다. 갈고 닦은 실력으로, 수준 높은 디자인을 선보이리라.
하지만 그것은 단 이틀만에 박살났다.
“일 처리가 왜 이리 늦어?”
“네넵?”
“어느 세월에 일을 처리할거야? 밀린 일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백선 광고 기획은 그가 생각했던 회사가 아니었다. 퀄리티는 국밥에 말아먹은 것처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건수.
마치 공장에서 틀을 찍어내듯이, 많은 양의 일을 처내면 만사 오케이였다.
“하지만…..”
“하지만은 개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준 것은 오늘 안에 처리해라.”
산처럼 쌓인 일을 던져준다. 일에 파묻혀서 작업에 열중했지만, 좀처럼 작업 속도가 나와주지 않았다.
진백두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퀄리티가 만족되지 않았던 탓이다.
회사 건물에 마련된 흡연실.
진백두의 회사 동료가 그의 뒷담을 깐다.
“어휴. 미련한 친구. 저렇게 공을 들이면, 누가 알아준다나?”
“그러게 말이다. 저 멍청한 녀석 때문에, 우리에게까지 피해가 오는 것이 아닐까?”
음료수를 마시려고 왔다가, 동료들의 험담을 듣고 만다. 덕분에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난 그저 최선을 다하려고 했을 뿐인데……’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에 열중하려고 했다. 하지만 심란한 마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잘못된 것인가?’
박봉과 긴 노동시간, 고된 업무, 냉정한 조직 문화, 고용 불안 등등.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서, 그의 이상은 점차 무너지고 있었다.
“백두씨?”
“네?”
“사장님이 찾으시던데요.”
“아..알겠습니다.”
갑자기 무슨 일일까? 설마 권고사직이 아닐까? 이번 달 카드빚과 공과금이 떠오른다.
“끄응…..”
사장실 앞에 선다. 불길한 예감이 점점 닥쳐오지만, 피할 수는 없다. 진백두는 문을 열었다.
“아 백두군. 어서 오게.”
진백두는 고개를 숙인다. 그런데 사장 옆에 처음 보는 사람이 있었다. 30대 남성인데, 분위기가 무척이나 무거워 보이는 사람이었다.
“이 분은 마왕 컴퍼니의 사장님이네. 무척이나 훌륭하신 분이니까, 절대 결례를 보이지 말게나.”
백두에게 다가가서 작게 속삭인다. 늘 권위적이던 백선 사장의 새로운 면이다.
“그럼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대화 나누십시오.”
진성 사장은 깍듯한 표정으로 허리를 숙인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앉아라.”
“네.”
자리에 앉는다.
‘부…부담 되네.’
마왕은 그를 노려본다. 마치 눈에서 레이저라도 나올 기세다.
“네가 이걸 만들었나?”
PDA에는 백두가 작업한 결과물이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
마왕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리고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자네에게 있어서 디자인이란 무엇이지?”
원론적인 질문이다. 백두는 고민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꾸며낸 대답을 할까?
‘아니다. 내 속에 담겨져 있던 이야기를 하고 싶어.’
마왕의 깊은 눈을 바라볼수록, 여태까지 숨겨왔던 말을 꺼내고 싶었다.
“저…저에게 있어서 디…지안이란, 하나의 작품입니다.
침묵이 흐른다. 마왕은 계속 해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디자이너는 아름다움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디어가 중요합니다. 평범한 것으로는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니까요.”
백두는 눈치를 더 본다. 마왕은 계속 경청했다.
“그러기 위해서 오랜 시간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결과에 급급해서 재촉하면, 결국에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르는 것이니까요.”
말하고 아차했다. 너무 주제넘게 말을 한 것이 아닐까?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마왕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지극히 옳은 말이다.”
“네?”
마왕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자세히 보니 백지수표였다.
스슥스슥……
마왕은 펜으로 수표 위를 휘갈겼다. 그리고는 백두에게 툭 건네준다.
“이..이건?”
백지 수표에 적힌 숫자는 이러했다.
1,000,000,000원
숫자 0을 한참 세려야 했다. 그래도 감이 안 잡히는데 마왕이 툭 던지듯 말했다.
“십억이다.”
“이걸 저에게 왜?”
마왕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의 일 년 연봉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