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mon King conquers the world with his business! RAW novel - Chapter 21
21
21화 대부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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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안이 벙벙하다. 그런 그에게 마왕은 마침표까지 찍었다.
“너의 디자인 능력이 마음에 든다. 나와 함께 일하지 않겠는가?”
오히려 두려움이 든다. 자신이 뭐라고?
이런 대금을 받을 정도로 뛰어나지 않음을 자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사장님. 저는 이곳 회사의 일개 직원일뿐입니다. 이런 제의는 감사하지만, 아무래도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니. 그렇지 않다.”
마왕은 PDA를 다시 조정했다. 그리고 보여준 것은 백두의 포트폴리오였다.
“나 역시 디자이너다. 넌 제법 훌륭한 심미안을 가지고 있더군.”
백두의 작품 하나하나가 PDA에 출력되고 있었다. 매사 혼신을 다하는 성격 때문일까? 그의 작품은 매우 치밀하며, 유려한 미를 자랑했다.
“그래도…….”
김백두는 소심한 사람이었다. 물론 10억 연봉을 자신의 것으로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덜컥 마왕의 제의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그를 실망시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바에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다만 10억이 가지는 유혹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슬프다.
주저하는 김백두.
눈썰미가 뛰어난 마왕은 그의 고민을 알아냈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군.”
“네?”
“난 너를 믿지 않는다. 그저 나의 안목을 믿을 뿐이지.”
10억은 절대 작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마왕은 김백두에게서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가치를 함부로 매길 수 없는 재능을 엿본 것이다.
“나를 따르라. 싫든 좋든, 넌 많은 이득을 가져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오만 그 자체다.
그러나….
이유를 모르겠지만, 김백두는 그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더불어 가슴속에 잠자고 있던 뜨거운 무언가가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니……’
그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여태까지 그는 팀에서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겨우 살아가는 하루살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저 한국사회의 시스템이 백두의 진면목을 파묻은 것이었다. 마왕은 뛰어난 안목으로 진흙 속에 묻혀있는 보석을 발굴했을 뿐이었다.
김백두는 10억짜리 백지 수표를 받아들였다.
씨익.
마왕은 그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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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지사장은 담배를 깊게 빨아들인다.
“후우……”
짙은 담배 연기를 뿜어낸다.
“쿨럭… 쿨럭……”
하필 그 연기가 사람의 얼굴 정면에 향한다. 남자는 기침을 심하게 했지만, 차마 반항을 하지 못 했다.
“그래서. 지금 돈을 못 주시겠다?”
“지….지사장님. 그..그것이 조금만 시간을 주신다면……”
애처롭게 말을 이어나가는 채무자. 평소의 지사장이라면 담뱃불로 그의 이마를 지져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마왕에게 당한 그 날 이후로, 폭력적으로 행동하기가 어려웠다.
‘그 때의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어버렸어. 이젠 함부로 사람을 때리지도 못 하겠다.’
일단 말로 타이르기 시작한다.
“이봐요. 사장님.”
“네?”
“난 자선가가 아니에요. 돈을 빌렸으면 따박따박 갚아야 할 거 아니야.”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는 도중이었다.
위이이잉……
그의 휴대폰 진동음이었다.
“잠시 있어보소.”
액정에 수신인이 뜬다.
-마왕님
지사장의 안색이 하얗게 질린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그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의 수신버튼을 누른다.
“네…넵. 전화 받았습니다.”
“어디야?”
“자..잠시 출장 중이었습니다.”
“나 지금 너희 사무실이다. 볼 일이 있으니, 잠깐 만나지?”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전화는 끊겼다. 지사장은 채무자를 보고 외쳤다.
“다음 번에는 꼭 돈 갚아!”
그대로 자신의 차가 있는 곳으로 전력질주한다. 차에 타자마자 엑셀을 힘껏 밟는다.
부아아아앙…….
곧바로 자신의 사무실로 내달린다. 가속 위반 카메라에 찍혔지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혹시라도 마왕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나쁘게 한다면, 그보다 불운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헉….. 헉……”
한달음에 달려갔다. 문을 열자, 마왕이 푹신한 지사장의 의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귀한 분이 이런 누추한 곳에 어쩐 일로 오신건지……. 전화만 주시면 제가 직접 달려갔을텐데요. 헤헤헤……”
채무인을 닦달하던 모습은 간데없다. 엉덩이에 꼬리만 달려있지 않을 뿐,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나 다를 바 없다.
마왕은 그런 지사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지 않겠나?”
그의 등 뒤에는 운전수 정씨가 서 있었다. 그리고 정씨의 손에는 커다란 007가방이 들려있었다.
달칵!
가방의 잠금 장치가 열린다. 거기에는 5만원 지폐가 가득 들어있었다.
“5억이다. 이자까지 더했으니, 세려보도록.”
“아닙니다. 맞게 주셨겠지요. 헤헤헤.”
지사장은 기뻤다. 마왕과의 채무관계가 끝이 났기 때문이다. 그와 만나는 것도 오늘로서 마지막이겠지?
하지만…….
그건 지사장의 착각에 불과했다.
마왕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누군가와 몇 마디 말이 오가는데, 왠지 지사장의 가슴이 점점 무거워졌다.
‘왜 이렇게 초조하지? 대체 누구랑 통화하는거야?’
전화 통화는 길지 않았다. 마왕은 자신의 휴대폰을 지사장에게 건넨다.
“받아라.”
“넵. 알겠습니다.”
공손한 자세로 전화를 받는다.
“네. 전화 바꾸었습니다.”
전화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익숙한 것이었다.
“어. 동생아. 나다.”
조직의 부두목이 아닌가? 지사장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아! 형님. 오랜만입니다.”
“어. 그래. 잘 지내고 있었냐?”
“네. 덕분에요.”
사실은 매일매일 죽을 맛이다. 자신의 자리에 턱하고 앉아있는 원흉 때문에.
“갑작스러운 소식일지는 모르겠는데…….”
부두목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네가 운영하는 대부업체 말이지. 그게 김민철 사장님에게 팔렸거든.”
“네에?”
지사장은 자신도 모르게 크게 소리쳤다.
“하핫. 그분께서 워낙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 말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게다가 자네는 물론이고, 동생들까지 고용했다. 아주 잠깐 이야기했는데, 참 좋으신 분 같더라. 그러니까 네가 특별히 잘 모시도록 해라. 알겠지?”
“혀..형님. 그..그게 무슨 말입니까?”
“하여튼 그렇게 알고 있어라. 난 바빠서 이만.”
달칵!
전화가 끊어진다.
‘서..설마?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
지사장의 눈빛이 흔들린다. 하지만 마왕은 그런 의혹을 말끔히 종결시켜주었다.
“오늘부로 내가 이곳을 인수했다.”
“……”
지사장은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볼을 꼬집으면, 악몽에서 깨어나지 않을까?
“너희들의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 예전처럼 대부일을 하면 될 것이다. 다만 날마다 수금한 현금은 모두 나에게 가져오도록.”
“알…겠습니다.”
지사장은 고개를 떨구었다. 가혹한 현실이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지사장은 하루 동안 수금한 현금다발을 모두 마왕에게 가져갔다.
“여..여기 있습니다.”
마왕은 굳이 그 지폐다발을 새지 않았다. 그가 한 일은 현금에 서린 음차원 에너지를 흡수한 것뿐이었다.
샤아아아!
마력이 차오른다. 전보다 진일보한 힘을 손에 얻은 것이다.
“크크크…….”
돈은 힘을 부른다. 그리고 강력해진 마력은 상상조차 못한 이능으로 발현되리라. 마왕의 사악한 웃음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시…바. 존나 무섭네.’
지사장은 새끼 고양이처럼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