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gnity of the Chaebol RAW novel - chapter (40)
그렇게 미소를 지어 보인 다음 손 과장이 말을 이었다.
“제가 저번 미팅 때도 한 번 말씀드렸다시피 하반기 공채는 정말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이미 70퍼센트는 성공을 했습니다.”
“아직 서류 심사도 안 끝났는데, 어떤 지원자들이 들어올 줄 알고 이미 70퍼센트는 성공을 했다고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이번 공채는 저희 HRM이 아니라 박 과장님의 HRD의 역할이 9할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겨 놓고 싸운다는 말. 혹시 들어 보셨습니까?”
“이겨 놓고 싸운다고요? 누굴 상대로요?”
“누군 누굽니까, 신입들의 적이죠.”
“신입들의 적이요?”
김원호 차장은 손 과장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이내 지난 2주일간 박종근 과장이 각 부서의 부서장, 과장급 관리자를 상대로 해 온 공채 교육을 떠올렸다.
부서별 리크루팅인 만큼 각 부서의 부서장, 과장급 관리자의 참여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HRD의 박종근 과장이 각 부서의 부서장, 과장급 관리자를 상대로 공채 준비, 진행에 관한 50분짜리 교육을 4차례에 걸쳐서 진행을 했는데, 아마도 지금 손 과장은 그걸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난 상반기 공채 경쟁률이 132 대 1이었더군요.”
“네.”
“우리가 지금 지원자가 없어서 사람을 못 뽑는 게 아니잖아요. 문제는 뽑아서 교육하고 부서 배정을 한 뒤에 일어나는 조기 퇴사율이죠. 조기 퇴사자들이 말한 퇴사 사유. 그게 백 퍼센트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참고 정도는 해도 되는 거겠죠. 조기 퇴사자들 대부분은요, 누구보다 자신의 성장에 대한 갈망이 큰 사람들이었습니다.”
“…….”
“철이 없고, 조직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힘든 일은 하기 싫어하고 쉬운 일만 하고 싶어 하는 개념 없는 MZ세대가 아니라…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애틋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 힘든 사회 구조 속에서 어떻게든 남들보다 빨리, 조금이라도 더 자신을 성장시키길 바라는 사람들이었다는 겁니다. 그들의 퇴사 희망 신청서를 조금만 그들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읽어 보면 그들은 회사를 나가면서 공통적으로 이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회사가 나를 성장시켜 주든지, 그게 힘들 거 같으면 내가 알아서 나 스스로 성장을 할 테니까 그럴 수 있게 시간을 보장해 달라.”
“……!”
손 과장은 종이컵 속으로 담배를 떨군 뒤 말했다.
“회사 안에서 기성과 신입의 마찰이 심화하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니까 답이 바로 나오더군요. 답이 나올 수밖에요. 문제가 명백하잖아요. 이 시대의 신입들은 입사를 위해서도, 입사를 한 뒤에도 해야 하는 게 너무 많습니다. 벌써 취준생 기간만 평균 13개월이라고 합니다. 차장님은 혹시 대학까지 졸업했는데,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경험을 해 보신 적 있으세요?”
“…….”
“그 기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이미 너무 큰 노동을 한 겁니다. 그러니 더 마음이 급할 수밖에요. 더 성장과 돈에 집착할 수밖에요. 그런데도 조직은, 선배들은 그들을 성장시켜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혼자서라도 성장을 해 보겠다는 그들의 시간을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회식이다, 주말 등산이다, 뭐다… 그런 불편한 자리를 만들어 가면서요.”
김 차장은 결국 손 과장을 인정하고야 말았다.
확실히 다르다.
박종근 과장이 했던 말처럼 아예 보는 관점, 생각의 깊이가 다르다.
“지난 30년 사이에 재경모직은 단순히 직원 수만 놓고 봐도 두 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구획별로 나눠 보면 1990년에서 2010년까지 이 20년 동안 지금의 조직 규모를 만들어 놓은 거고, 그 이후 10년 간은 유지는 되고 있지만, 성장 속도는 무척 더딥니다.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도 몇 차례 있었죠. 차장님뿐 아니라, 부서별로 대부분의 핵심 인력은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을 할 때 입사를 했기 때문에 그만큼 회사와 함께 성장할 기회가 있었던 겁니다. 보상이 보장되는 일을 열심히 했던 것을 그저 자기 때엔 열심히 했다는 식으로 착각들을 하는 거죠. 하지만 이 시대의 신입들은요?”
“…….”
“그런 부분에 대한 각 부서 부서장 및 과장급 관리자들을 상대로 지난 2주일간 박종근 과장이 HRD팀 팀원들과 함께 교육을 해 왔습니다. 교육 참여도도 높았고, 반응도 좋게 나왔다는 건 차장님도 들어서 알고 계실 겁니다. 서류 분류 작업은 내일 오전부터 바로 시작할 겁니다. 각 부서에서 자기네 인재를 자기들 손으로 직접 뽑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습니다. 우리 인사는 언제나 그래 왔듯, 뒤에서 있는 듯 없는 듯 그들의 업무를 지원해 주기만 하면 될 겁니다. 그게 진짜 인사의 역할 아니겠습니까?”
* * *
깔끔하네요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시대는 정말 인재들이 넘쳐 난다.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 없다.
나는 여전히 들어도 잘 모르겠는 내용이 태반인데, 이 친구들은 옆에서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딱 한 번만 보고도 그대로 똑같이 따라 하는 수준이다.
젊은 친구들만 그런 게 아니라, 사십이 넘은 친구들도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다루니 이 친구들의 역량을 어찌 내 시대의 인재들과 비교할 수 있을까.
“그럼 지금 이 시간부터 내일 오후 6시까지는 저희 전산 쪽에서 서버를 개방해 놓을 테니까, 누구든 부서 암호랑 패스워드만 넣어서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전산팀 직원 한 명이 공채 서류 접수를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속해서 확인할 수 있게 방법을 알려 준 뒤 인사부를 나섰다.
신입 사원 연수를 할 때 주로 쓰는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으로 간이 테이블을 길게 마련해 놓고, 부서별로 인원들이 와서 접수된 서류 분류를 함께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끝마쳐 놓았다.
시간에 맞춰서 가장 먼저 인사부를 찾은 부서는 홍보, 마케팅 쪽이었다.
이 시대의 재경모직은 홍보, 마케팅을 하나로 묶어 ATM(Advertiser Target Marketing)으로 부르던데, 직무 영역이 아주 광범위하다.
온라인 홍보, 마케팅부터 시작해서 홍보 기획, 그룹 마케팅, IMC(마케팅 커뮤니케이션), CRM(고객군을 분류, 그에 기초한 홍보와 마케팅 계획 수립과 지원) 등등… 재경모직 전체로 놓고 봤을 때 영업부 다음으로 조직 규모가 큰 곳이 바로 ATM이다.
“노 부장이 직접 왔어?”
고성표 부장 곁으로 다가와 짧게 고개를 숙인 뒤, 그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가까움을 표현한 ATM의 노정규 부장.
노 부장 말고도 ATM 쪽에서 서류 분류를 직접 하기 위해 온 인원만 4명이 더 있었다.
“부장이라고 자리 하나 차지하고 앉아서 과장들 갈구는 게 일인데, 이럴 때라도 밥값 해야죠. 다들 업무 본다고 정신없는데, 바쁜 사람들 내려보낼 수 있습니까. 안으로 들어가면 되는 겁니까?”
“어, 그래. 우리 직원들이 부서별로 사이니지 올려서 구획 나눠 놨으니까 가서 안내받아.”
“네.”
다음으로는 개발부 사람들이 인사부를 찾았다.
팀장급만 두 명이 왔다.
그중 한 명은 일전에 깊은 대화를 나눴던 윤현정 팀장이었다.
나와 그녀는 담백한 눈인사로 반가움을 교환했고, 곧 내가 정 대리를 통해 그들은 안으로 안내하게 만들었다.
“부장님!”
이번엔 고 부장이 깜짝 놀란 눈으로 인사부 출입문 앞까지 서둘러 걸어갔다.
재무부장의 등장.
현 재경모직 안에서 부장급 중엔 가장 선배이고, 임원 승진이 벌써 확정된 인물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도 재무 쪽에서 임홍식 부장이 직접 올 줄은 몰랐다.
HRD 박종근 과장이 준비했던 교육에 한 차례도 직접 참석을 안 했던 유일한 인물이 바로 임홍식 부장이었다.
불참의 이유가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는 인물이기도 했고.
이미 임원 승진이 확정된 마당에 굳이 다른 부서장들 사이에 끼어서 과장급이 준비한 교육을 받고 싶었을까.
하물며 자신은 두 달 뒤면 재무부 생활을 정리해야 하는데, 새로운 신입 선발에 관한 권한과 책임은 가급적 자신의 후임이 될 차장에게 넘기는 게 맞는 처사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 그렇게 인력이 많지도 않은 재무 쪽에서 과장 한 명과 대리 한 명을 데리고 임홍식 부장이 직접 내려왔다.
이건 우리 인사부 입장에서 다른 부서장들에게 이번 하반기 공채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기에 좋은 기회였다.
“부장님이 직접 내려오셨습니까?”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마치 사장이라도 이곳에 방문을 한 듯 임홍식 부장을 향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참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은 기회요?”
“서류 노가다. 그것만큼 정신없고, 다 쳐 내고 나면 일어설 힘도 없는 게 어디에 있나. 대리, 과장 땐 그렇게 고역이고 도망치고 싶었던 그 일이 이제 나이가 들고 임원 진급 발표까지 나고 보니까 살짝 그립다는 생각이 들어.”
“부장님도 참….”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서류에 파묻혀, 그렇게 내 새끼 내 손으로 직접 뽑아 놓고 떠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어. 좋은 기회 줘서 고마워, 고 부장.”
고 부장은 재빨리 내 눈치를 살피며, 임 부장을 안으로 안내했다.
그다음 인사부 안으로 들어온 영업부는 아예 자체 채용팀을 꾸려서 들어왔다.
이용현 차장이 과장 둘과 이하 사원 6명을 이끌고 인사부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 안에는 차준영 책임도 끼어 있었다.
“아무리 영업부 맨파워가 빵빵해도 그렇지, 이렇게 일개 분대를 만들어서 내려오는 건 반칙 아니야?”
아마도 이용현 차장은 김원호 차장과 입사 동기인 모양이다.
김 차장이 다가가서 인사부 채용팀을 보며 이 차장에게 장난을 걸었다.
“우린 시간이 생명인 사람들이야. 오늘 이거 한다고 지난주부터 업무 스케줄 맞추고 그거 다 쳐 낸다고 우리 애들 지금 다크서클 이만큼 내려와 있는 거 안 보여? 잔소리하지 말고 얼른 자리 안내해.”
난 이용현 차장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는 인원 중 차준영 책임과 눈을 맞추며 그에게 살짝 윙크를 보냈다.
그러자 차준영은 내게만 몰래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인 뒤, 말없이 이 차장을 뒤따랐다.
그 모든 모습을 내 옆에서 함께 지켜보고 있던 정 대리가 입을 반쯤 벌린 상태로 혼잣말을 하듯 이렇게 낮게 읊조렸다.
“우와… 참여도 미쳤네.”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네?”
“솔직히 이 정도로 다들 적극적일 거란 생각을 못 했어요. 자리 저걸로 부족할 거 같은데요?”
“남는 테이블 좀 더 있어요?”
“테이블이야 많죠. 3층 강당 창고에 있는 것도 마저 가지고 내려올게요.”
“그게 낫겠네. 수고스럽겠지만, 민혁 씨하고 HRD 쪽에 부탁해서 남자 직원 몇 명 더 데리고 가서 테이블 좀 더 가지고 오세요.”
“네.”
* * *
오전 11시가 넘어가고 있을 때였다.
꽤 넓은 공간임에도, 그 공간이 꽉 차게 느껴질 만큼 많은 부서 인원이 한데 뒤섞여 지원된 서류를 분류하고 있었다.
갑자기 밖에서 HRD의 민은석 대리가 안으로 급하게 뛰어들어 왔고, 김 차장과 함께 있던 고 부장에게 귓속말했다.
그러자 고 부장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김 차장만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남 사장, 조 전무 그리고 그들의 수행 비서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지원 서류들을 정신없이 보고 있던 사람들은 누군가가 먼저 발견하고 꺼낸 “사장님이다.”라는 말에 마치 쓰러진 도미노가 되감기된 영상처럼 차례대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회사 직원들 다 일 안 하고 어디에 있나 했더니, 여기에 모여 있었네요.”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
그런 남 사장 옆을 조 전무가 단단하게 지키고 있었다.
“임 부장까지 여기에 있네?”
재무부장은 얼른 자리를 돌아 나와서 남 사장 옆으로 섰다.
“언제부터 이러고들 있었던 거야?”
그 한마디에 자리에 모인 부서장 이하 전 직원의 얼굴엔 표정이 사라져 버렸다.
고 부장 역시 한껏 긴장한 채로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신입 채용도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다들 일을 해야지, 근무 시간에 부장, 차장까지 죄다 여기 이렇게 모여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일은 누가 해?”
그때 난 남 사장의 의도를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조 전무의 표정만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만약 남 사장이 지금 이 모습이 정말 못마땅해서 이렇게 인사부 안까지 찾아온 거라면, 조 전무가 저렇게 편하게 미소를 짓고 있을 수가 없겠지.
내가 얼른 남 사장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인 후 말했다.
“지금 다들 부서 업무 못지않게 중요한 회사의 일을 함께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장님.”
“회사에서 각자가 맡고 있는 부서 업무보다 더 중요한 회사 일이 어디에 있어?”
역시 남 사장은 이 부서별 리크루팅을 제안하고 진행하고 있는 내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일부러 조 전무까지 앞세워서 이곳을 찾은 거였다.
“지금 저희는 농사로 치면 앞으로 지을 농사의 씨앗을 다 같이 고르고 있는 중입니다.”
“씨앗?”
“한 해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선 지금처럼 좋은 품종의 씨앗도 골라야 하고, 물길도 터야 하고, 때에 맞춰 비료도 줘 가며 수확을 할 시기까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난 자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과 남 사장을 차례대로 쳐다본 뒤 말했다.
“그럼에도 씨앗을 고르는 작업은 그 어떤 작업보다 중요하고, 신중해야 합니다. 그 씨앗에 따라 맺히는 열매가 달라지니까요. 그리고 씨앗의 품종에 따라 농사에 들어가는 손길이 달라집니다. 지금 그 중요한 씨앗 품종 고르는 일을 다 같이 하고 있는 중입니다. 부서라는 밭, 그 밭의 토양과 기후, 모든 환경을 따져서 가장 좋은 열매를 맺게 할 수 있는 씨앗을 고르는 작업이야말로, 한 해 농사의 시작과 끝 아니겠습니까.”
조 전무가 웃음을 참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순간, 남 사장은 그 웃음을 숨기기보다는 오히려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들켜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은 챙겨 먹어 가면서 농사일하고 있는 거야?”
“참은 누가 수고 많다고, 먹어 가면서 하라며 챙겨 주는 거 나눠 먹는 게 제맛이죠.”
“다 몇 명이야? 인사부장.”
“네, 사장님.”
“여기 있는 사람들 인원수대로 호텔 일식 특제 도시락 배달시켜. 이 사람들 한꺼번에 구내식당 우르르 다 내려가면 다른 사람들 밥 못 먹는다. 자리 딱 좋네. 신입 사원 연수 느낌도 나고. 인사부에서 먼저 계산하고, 사장실로 영수증 올려.”
“네, 알겠습니다.”
“알았어. 다들 하던 거 해요. 가죠, 전무님.”
“네, 사장님.”
남 사장과 조 전무가 나간 뒤로도, 모여 있던 사람들의 시선은 좀처럼 날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날 바라보는 박종근 과장과 정현수 대리의 두 눈에선 부담스러울 정도의 빛이 나고 있었다.
* * *
엘리베이터 복도로 들어선 남필우 사장과 조동희 전무.
그 둘은 나란히 엘리베이터 앞으로 섰다.
비록 나란히 섰지만, 닫혀 있는 엘리베이터 문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조 전무가 말했다.
“옛날 생각 나지 않습니까?”
“옛날 생각이요?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예요?”
닫혀있는 엘리베이터 문에 반사되는 조 전무의 얼굴을 보며 남 사장이 물었다.
“우리 때는 기업에서 공개 채용을 한다고 하면, 지금처럼 집에서 인터넷으로 접수하는 게 아니라 직접 회사로 찾아갔지 않습니까?”
“그랬죠. 큰 강당에 모여서 회사에서 준비한 지원서 쟁탈전이 취업 1차전이나 마찬가지였죠.”
“네, 맞습니다. 늦게 도착한 사람, 줄 잘 못 선 사람, 몸싸움 못 하는 사람들은 아예 지원서를 받지도 못했으니까요.”
“네.”
“그땐 대기업 경쟁률이 3 대 1만 되어도 뉴스에 나올 정도였죠.”
“네, 기억납니다. 선배님 때는 그나마 좀 수월한 편 아니었습니까? 예전에 제가 선배님한테 듣기로 선배님은 입사할 때 회사에서 입사한다는 조건으로 용돈까지 받았다고 하셨던 거 같은데요? 하하하.”
“제가 아니라 다른 부서로 입사하는 제 동기들이 그랬죠. 본사 전략 기획 본부는 저희 때도 따로 뽑았습니다.”
남 사장 역시 옛날 일이 새록새록 떠오르는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