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07)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07화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일어나 보니 피가 많이 나 있었다.
아, 이거 엄마가 보면 걱정하실 텐데.
나는 상체를 일으키며 다리 상태를 확인했다.
쇠뽕에 베여서 그렇지 봉합을 해야할 수준은 아닌 것 같았다.
다행이네…라고 생각하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아니, 다리가 아니라 머리를 신경 써야지.
누가 축구선수 아니랄까 봐.
통증이 있는 부위를 만져봤다. 다행히 뼈는 안 상했고, 찢어진 것 같지도 않다.
쇠뽕에 찍힌 것 같다.
“괜찮아, 태양?”
일리뉴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동료들이 많이 와 있었다.
그리고 의료진도.
의료진은 나를 붙잡고 간단한 검사부터 했다.
“눈부셔요.”
“…크게 문제가 있지는 않은 것 같네.”
의료진이 감독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치료를 위해서 라인 밖으로 나왔다.
“태양, 괜찮나?”
내가 라인 밖으로 나오기 무섭게 감독이 나에게 물었다.
“네, 괜찮아요.”
“아쉽지만, 오늘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뻔히 보여서 나는 잽싸게 감독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
“전 계속 뛸 수 있어요.”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네.”
“머리가 크게 잘못될 정도의 충격이었으면 바로 일어나지 못했을 걸요. 봐요, 이거 그냥 찍힌 거지 머리에 구멍은 안 났어요.”
“으음…….”
그때였다.
옆에서 환호성이 들리기에 옆을 돌아봤더니 그사이에 뮌헨이 우리를 상대로 골을 넣었다.
“뛸게요. 응급처치나 좀 해주실래요?”
아르텔리가 걱정스럽게 의료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괜찮은 겐가?”
“특별히 이상 징후는 전혀 없습니다. 뛰어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지혈하고 응급처치만 한다면요.”
“그러지. 태양, 잘 듣게. 뛰다가 뭔가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바로 교체를 요구하게. 아니, 내가 지켜보다 문제가 있어 보이면 바로 교체할 걸세.”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료진이 바로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그사이 필드를 바라봤다.
무섭게 질주하는 박민규가 보인다.
한국에서는 그를 보고 제2의 손홍민이라고 부르지만, 손홍민 선수와는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
그는 뮌헨의 스타였던 리베리와 로벤의 플레이를 많이 닮아있었다.
공을 가진 상태로 달리는 속도가 떨어지지 않고, 좁은 공간에서도 선수들을 부수고 나오는 지금의 플레이는 리베리를 닮아있었고,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을 타고 선수 두, 세 명을 앞에 두고 횡으로 달리다가 감아차는, 일명 ZD슛은 로벤 그 자체다.
와아아아아아!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그 감아차기에 뮌헨의 두 번째 득점이 터졌다.
“박민규.”
나는 그의 이름을 씹어뱉듯이 불렀다.
망할 자식, 분명 나는 봤다.
태클이 들어오면서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을 말이다.
바이스티거가 나를 잡은 건 둘째 치고, 그의 태클은 우연이 아니다.
그나저나 누가 봐도 고의로 유니폼을 잡은 건데 옐로카드는 너무 약한 거 아냐?
챔스에 누가 프리미어 리그 심판을 심어놨나?
이태리 심판 아니었어?
“자, 다 됐다. 머리는 되도록 안 쓰는 게 좋아. 옆머리라지만.”
“네.”
된 건가.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라인 안으로 들어갔다.
또 다칠까 두렵지 않냐고?
나에게 있어서 상처는 항상 달고 다니던 거였다.
이전 삶에서 나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흉터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오죽하면 흉터투성이 윤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을까.
그저 내 눈에 보이는 건 박민규의 축구화였다.
“아이 씨, 나도 쇠뽕이나 신을걸.”
* * *
어수선한 상황에서 경기는 다소 거칠어졌고 그사이 뉴캐슬은 바이에른 뮌헨에게 또다시 한 골을 먹혔다.
스코어는 3대1.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수세에 몰렸습니다.] [바이에른 뮌헨, 역시 강하네요.]-강하긴 ㅆㅂ 태양이가 라인 나가고 어수선한 틈에 몰아붙여서 골 넣어놓고 강하긴 개뿔 ㅗ
-박민규 저거 은근 보면 반칙 잘 하지 않냐?
-ㄹㅇ 내가 저 ㅆㅅㅋ가 선수 담근 것만 한 열 명은 본 듯
-또또 국까 박까들 나서서 박민규 까기 시작하네 박민규가 미쳤다고 일부러 그러냐?
-그것도 같은 한국 선수한테? 박민규가 한국 축구를 얼마나 애지중지하는데
-박민규가 플레이가 좀 거칠 때가 있어도 일부러 그런 적은 없다고 본다
-ㅋㅋㅋㅋ ㅈㄹ 저런 식으로 이긴 게 한두 번이냐 개 졸렬한 박민규 새끼
-저 새끼 예전에도 같은 한국 동료 담근 적 있음 ㅅㅂ거 내가 애정하는 애였는데 그 선수 지금 k리그에서도 빌빌거림 부상 여파로
-아무리 그래도 저건 너무 억지 아니냐 우연히 겹쳐서 셋이 충돌한 건데
-따질 거면 바이스티거가 문제지
-옐로카드가 말이냐 방구냐 ㅅㅂ
그 시각 한국에서는 태양이 다친 걸로 설전이 오가고 있었다.
세 번째 골이 들어가기 전에 필드 안으로 들어온 태양은 암담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생각보다 불편하진 않았다.
경기를 위해 개발된 스포츠 붕대는 기존의 붕대와 양파망 같은 것과는 그 수준을 달리했다.
약간의 압박감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다리는?
다리도 마찬가지였다.
종아리 부분인데,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통증을 완화해 주는 진통 스프레이를 약하게 뿌려서 적당히 아프면서도 감각이 곤두서 있었다.
통증도 머지않아 잊혀졌다.
분노로 솟아오른 아드레날린이 통증은 신경 쓰지 말고 네 할 일이나 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태양은 필드를 두리번거리며 공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 가운데 박민규가 뱀눈을 하고 자신을 수시로 보는 게 눈에 들어왔다.
태양은 그런 박민규를 외면하고 공을 찾았다.
공은 바이에른 뮌헨의 미드필더 헉슬에게 있었다.
[헉슬, 칼레에게 패스, 칼레 빠르게 에데르에게 패스합니다. 에데르의 패스가 박민규에게! 박민규, 린데만을 제치고 달립니다!] [박민규의 길목을 차단하는 무리시, 박민규 공을 올라온 칼레에게! 칼레, 무리시의 등 뒤로 스루패스! 살바토레 공 잡습니다! 슈팅하나요? 한 번 접고, 슈팅? 아, 페인트입니다. 뒤에서 들어오는 헤메르송에게 패스하네요, 헤메르송 슛! 골!]미드필더의 수준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을 받은 뮌헨이지만, 팀워크는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오랜 시간 구축한 그들의 패스워크가 흔들리고 있는 뉴캐슬의 진영을 마구 어지럽히며 네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골을 넣은 헤메르송이 뮌헨 팬들에게 자신의 시그니처 포즈로 세리머니 한다.
복잡한 표정의 뉴캐슬 선수들은 하프라인으로 돌아가 시간을 바라본다.
이제 겨우 전반이 끝나가고 있는데 4대1이라니.
이 정도로 당한 적이 언제던가?
선수들의 시선은 어느 순간부터 윤태양을 향했다.
이 모든 게 윤태양이 부상을 당하고 나간 뒤에 벌어진 일이다.
동료들은 새삼 윤태양의 존재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윤태양이 다친 상황만으로 정신이 없었다.
아니, 태양이 라인 밖으로 나갈 때 자신들도 모르게 졌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도 노심초사 태양을 보고 있었다.
행여나 후반에는 뛰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 가운데 전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모두가 라커룸으로 향하면서 태양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야, 괜찮냐?”
“심각한 거야?”
“머리는 어때? 진짜 경기 뛰어도 괜찮은 거야?”
계속 물어오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태양은 제자리에서 훌쩍 뛰어오르고 고개를 휙휙 돌려보며 말했다.
“멀쩡해.”
“정말 멀쩡한 거야?”
일리뉴가 비 맞은 강아지 같은 얼굴로 태양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대로 내버려 두면 유기견 같은 놈이 될 것 같았다.
“의료진이 괜찮다고 했으니 여기 있겠지, 자식아.”
“그래도…….”
“나도 괜찮아. 난 아까부터 괜찮았어. 너희들이 지레 겁먹고 네 골이나 내준 거잖아.”
“어, 음…….”
“아니, 뭘 해보려고 해도 공이 계속 뮌헨한테 있는데 뭘 하냐? 이 다리 가지고 내가 개같이 뛰어서 공 뺏고 골 넣을까?”
태양의 잔소리는 라커룸으로 들어간 뒤에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나 하나 빠졌다고 멘탈이 흔들려서야 되겠어? 이게 프리미어 리그 팀이야? 유스 팀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태양은 다친 다리로 쾅쾅, 바닥을 때리며 말했다.
“후반에는 무조건 전방으로 패스해. 바보 같지만, 일리뉴도 있고 나도 있다. 어떻게든 골을 넣어줄게. 막고 패스하란 말이야. 나 하나 다쳤다고 등신같이 어버버거리지 말고!”
태양의 말에 선수들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아르텔리가 들어오며 박수를 치며 선수들의 시선을 모았다.
“그래, 태양이 다친 걸 걱정하는 건 이해하겠다만, 세 골이나 뒤쳐지는 건 용납할 수 없네. 나뿐만이 아니라 오늘 이 먼 곳까지 와서 경기를 지켜보는 원정팬들도 말일세.”
팬이란 말에 선수들이 숙연해졌다.
모든 축구팀이 다 그렇지만, 뉴캐슬도 팬들이 전부인 곳이다.
아니, 뉴캐슬은 더했다.
인구도 몇 없는 동네인 주제에 매일같이 5만 명이 넘는 관중석을 꽉꽉 채워주는 곳이지 않은가.
온 동네 사람들이, 그야말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오늘 지고 돌아가면 욕먹겠지.”
“욕뿐이야? 시티센터도 못 돌아다닐걸?”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렇지? 그러니 후반에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 * *
[후반전 시작됩니다. 스코어는 4대1, 바이에른 뮌헨이 뉴캐슬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17살, 어린 소년이 뉴캐슬에 끼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절실히 느끼게 된 전반입니다. 부상으로 라인 밖으로 나간 사이에 세 골을 연달아 헌납했어요.] [윤태양의 상태는 나쁘지 않은 모양입니다. 교체 없이 그대로 출전합니다.]시작된 후반에서 뮌헨은 오늘 날 잡은 듯 거세게 뉴캐슬을 몰아붙였다.
이 정도 차이면 후반에 여유롭게 뛸 수도 있을 텐데, 뮌헨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뮌헨은 2차전 원정에서 변수를 생각해서 압도적으로 이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반과 달리 쉽사리 공을 앞으로 전개하지 못했다.
멘탈을 수습한 뉴캐슬이 중원에서부터 촘촘하게 압박했기 때문이다.
뉴캐슬이 준비한 상황이 나오기 시작한 거다.
뮌헨은 다시 후방으로 공을 돌려 롱패스로 경기를 풀어갈 생각을 한다.
그 순간 린데만과 산체스가 최전방으로 올라가 일리뉴와 윤태양과 함께 뮌헨의 수비진영을 압박했다.
게겐프레싱은 뮌헨에게 있어서 익숙한 방식이었다.
분데스리가에서 게겐프레싱을 바탕으로 전술을 구성하는 팀이 어디 한, 둘이어야지.
전방에서부터 거센 압박을 단번에 벗겨내기 위해 셰인 파워는 전방으로 롱패스를 보냈다.
빠르게 뻗어나간 공이 수비 앞으로 떨어지는 순간, 멀찍이서 이를 본 셰인 파워는 표정을 굳혔다.
뉴캐슬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윙백을 제외한 미드필더들이 모두 내려와 뮌헨의 공격진을 에워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선수들을 상대로 고립된 뮌헨의 공격진은 결국 공을 뒤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공을 따라 뉴캐슬의 미드필더가 올라가고 윙백은 최전방에서 내려와 뮌헨의 미드필더를 압박한다.
이에 맞춰 뮌헨이 수비라인으로 공을 보내는 순간, 누군가 그 사이에 끼어들어 공을 가로챘다.
윤태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