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08)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08화
공을 잡은 윤태양은 그대로 뮌헨의 수비진영을 향해 달렸다.
윤태양이 달려오자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온 건 바이스티거였다.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온 그는 거대한 덩치로 윤태양에게 거침없이 달라붙었다.
전반전에 받은 옐로카드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다.
거침없이 발을 들이미는 바이스티거를 보며 태양은 일부러 바이스티거의 발에 자신의 발을 들이댔다.
화들짝 놀라며 발을 치운다.
너 연기구나?
옐로카드에 위축되지 않은 척 연기를 하는 것뿐이다.
어린 선수가 이 정도까지 하는 건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먼 미래의 세바스티안 바이스티거는 진짜 카드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한 선수였다.
미래의 바이스티거를 떠올리며 아직 덜 큰 바이스티거를 앞에 둔 태양은 바이스티거의 왼쪽으로 파고들어갈 자세를 취했다.
그때였다.
태양은 바이스티거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다른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느낌이 쎄한 가운데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태양은 재빨리 한 바퀴 돌며 뒤에서 달려오는 상대를 확인했다.
‘박민규.’
이 미친놈이 또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공격을 해야 할 놈이 최후방까지 와서 뭐하는 짓일까?
감독의 지시인가?
아닐 거다. 공격수보고 최후방까지 내려가 방어하라는 미친 감독은 없었다.
이건 이 녀석의 생각이다.
이쯤 되면 확신할 수 있다.
이놈은 날 노린다.
왜?
이해할 수 없지만, 태양은 바이스티거와 박민규를 피해 중앙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런 태양을 반기는 건 셰인 파워였다.
뒤에는 바이스티거와 박민규, 앞에는 셰인 파워.
에워싸진 태양의 선택은…….
[윤태양, 선 자리에서 그대로 슈티이이잉!]슈팅이었다.
공이 크게 휘어 골대를 향해 들어갔다.
중거리라고 하기에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가깝다고 할 수 없는 이 위치에서 난데없이 슈팅이라고 의아해할 수 있었지만, 태양은 자신 있었다.
지난 삶, 윤태양 존(Zone)이라고 불릴 정도로 쏠쏠하게 득점을 올리던 위치였으니까.
역시나.
[골! 골입니다! 골!]실패할 리가 없지.
태양은 주먹을 불끈 쥐고는 동료들을 바라봤다.
“봤어? 난 멀쩡하다고, 이 자식들아.”
“그래, 역시 우리 왕자님이시네!”
“와, 방금 슈팅 기가 막히네.”
“그 위치에서 난데없이 슈팅할 줄은 쟤들도 몰랐을 거야, 그지?”
“이대로 따라잡자고!”
선수들이 태양의 주변에 몰려서 일제히 포효했다.
[윤태양의 원더골! 그야말로 원더골 제조기입니다!] [이 골을 시작으로 뉴캐슬이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그건 끝날 때까지 모르는 일이죠. 한 가지 확실한 건 뉴캐슬이 기세를 잡았다는 겁니다!]재개된 경기 뉴캐슬은 뮌헨을 압박해 들어갔다.
또 골이 먹힐 거라는 불안은 없는지 뉴캐슬은 라인을 바짝 올려 사방에서 뮌헨을 조이고 들어간다.
이 상황에서 뮌헨은 템포를 늦추고 뉴캐슬의 기세가 수그러들 때까지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굳이 무리해서 실점을 하느니 앞서가는 지금의 점수를 유지하는 게 그들에게 이로울 테니까.
‘거슬려.’
그 가운데 박민규는 뱀눈을 하고 태양을 바라봤다.
‘마음에 안 들어.’
그런 슈팅이라니.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신은 절대 불가능한 위치의 슈팅이었다.
확실히 난 놈이다.
어떻게 한국에 저런 놈이 나올 수가 있지?
그것도 자신의 시대가 끝나기도 전에 말이다.
아니, 사실은 마주칠 일 없는 아이였다. 고등학교 2학년이 저렇게 활약하는 게 이상한 거다.
정상적인 코스라면 저 녀석이 프로 무대 데뷔하고 유럽까지 왔을 때쯤이면 자신은 은퇴했을 텐데.
그랬으면 축협의 임원이 되어 잘 이용해 먹었을 텐데 말이지.
박민규는 기회를 노렸다.
아니, 이건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수비 상황에서 공이 라인 밖으로 나간 틈에 박민규는 바이스티거에게 다가갔다.
“너 쟤한테 원한이 있지?”
“어, 응. 좋은 사이는 아니지?”
바이스티거는 박민규를 바라봤다.
뭐랄까 좀 꺼려지는 선수였다.
아니, 어려운 선수라고 해야하나?
이렇게 먼저 말을 건 적은 처음인 것 같은데.
“그런데 왜 가만히 둬. 과감하게 태클해서 보내 버릴 생각은 안 해봤어?”
바이스티거는 바로 정색했다.
“그러면 퇴장이야. 퇴장하면…….”
박민규가 그의 말을 잘랐다.
“아, 그렇지. 미안. 우리 팀에 위험한 녀석 같아서 조바심이 났나봐.”
이 녀석은 안 되겠군.
카드를 겁내다니.
박민규는 시선을 돌려 사람을 물색했다.
‘베슬리가 없는 게 아쉽군.’
베슬리는 그의 말을 충직하게 따르는 부하나 다름없는 선수였다.
지난번에 그를 대신해 한 선수에게 거친 반칙을 하다가 본인도 다쳐서 나오지 못했다.
거친 플레이에 상대가 다치는 파울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베슬리가 없으니 마땅한 인물이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하자니, 두 번째부터는 누가 봐도 고의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겠지.
2차전도 있으니까.
박민규는 오늘 태양을 어떻게 해보려는 마음을 접었다.
그 가운데 자신의 발 앞에 공이 들어온다.
박민규의 앞으로 린데만과 박스올이 길을 막아선다.
박민규는 그 둘을 상대로 공을 옆으로 한 번 굴리며 파고 들어갈 공간을 찾았다.
그 순간 박스올이 자신에게 달려온다.
박민규는 박스올이 가까이 붙자 그를 등졌다.
이대로 박스올을 제치고 린데만을 피해서 들어간다.
그리 생각할 때였다.
누군가 자신의 앞을 지나가며 공을 가로채 간다.
너무나도 순식간이여서 반응하고 난 뒤에는 상대방의 등만이 보였다.
YOON
7
‘윤……!’
“태양!!!”
짜증이 솟구친다.
언제 나타나서 자기 공을 가로챈 거지?
새파랗게 어린놈이 감히 선배의 공을 뺏어?
박민규는 윤태양을 쫓았다.
달리기 하나만큼은 한국 최고라고 자부하던 박민규였지만, 윤태양과 거리를 좁히는 건 쉽지 않았다.
오히려 점차 거리가 멀어진다.
“규! 네 자리로 돌아가!”
그때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공격을 전담해야 하는 자신은 수비 상황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었다.
아까 태양에게 한 태클 상황도 감독에게 온갖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때 태양이 멈춰섰다.
앞에 동료들이 태양의 길을 막아선 게 보였다.
이때다.
자신이 다시 공을 빼앗을 기회 말이다.
박민규는 동료들의 말을 무시하고 태양에게 달려갔다.
태양은 공을 가지고 주춤주춤 하다가 뮌헨의 미드필더 에데르를 등졌다.
그 순간 박민규와 시선이 마주친다.
왠지 모를 기시감이 들어온다.
박민규는 아까 자신이 태양에게 공을 뺏기던 그 장면이 주인공만 바뀐 채 연출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새끼…….’
박민규는 눈에 불을 켜고 태양에게 달려갔다.
태양이 순간 웃었다.
어딘가 기분 나쁘게 서늘한 웃음이었다.
이해할 수 없게도 태양은 박민규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놀란 박민규였지만, 이내 침착하게 태양의 두 눈에서 시선을 거둔 뒤, 발밑에 공을 바라보고 마주 달려들었다.
그때였다.
태양이 왼발로 공을 발등 위로 올려 띄워 올린다.
그리고 잽싸게 옆으로 빠진다.
“……!”
“……!!”
에데르와 박민규가 정면에서 마주했다. 간발의 차이로 둘이 멈춰서는 사이에 태양은 머리 뒤로 띄워 올렸던 공을 에데르의 등 뒤에서 받고서 그대로 앞으로 달려갔다.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두 사람을 따돌린 태양은 올리베라를 상대로 라 크로케타를 선보이며 가뿐하게 제치고 중앙으로 달려 들어간다.
셰인 파워가 나섰다.
셰인 파워가 자신을 막기 위해 코앞으로 달려올 때까지 달리던 태양은 왼쪽을 바라봤다.
셰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태양의 시선을 쫓는 순간, 태양은 오른쪽으로 공을 패스했다.
태양의 노룩 패스는 일리뉴의 발 앞으로 정확하게 전달됐다.
“아!”
셰인 파워가 놀라 시선을 돌릴 때 태양은 셰인 파워를 지나쳐 앞으로 달려갔다.
일리뉴는 곧바로 태양에게 공을 돌려줬다.
파워마저 제치고 남은 건 골대, 아니, 바이스티거였다.
일리뉴의 움직임을 쫓던 바이스티거가 태양이 다시 공을 가져가는 걸 보고 태양의 옆으로 달려와 그에게 붙었다.
아니, 붙으려고 했다.
태양은 공을 뒤로 끄는 드래그 백을 선보이며 바이스티거를 피해 방향을 전환해 골대를 바라보며 오른발로 슈팅했다.
공이 우아한 궤도를 그리며 그대로 골망을 가른다.
경기장에 정적이 찾아왔다.
[윤태양… 윤태양! 윤태양의 골입니다! 해트트릭! 해트트릭입니다!] [밀란전의 다섯 골까지 포함해 이번 시즌 세 번째 해트트릭입니다!] [놀랍게도 이 어린 소년이 단일 시즌 최다 해트트릭 기록을 가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네요. 그야말로 기록을 깨기 위해 태어난 소년 같습니다!]해트트릭.
그것도 한 시즌 최다 해트트릭 타이기록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태양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지금, 이 순간 본인이 그런 위대한 기록을 달성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서둘러 공을 챙겨 하프라인으로 달려간다.
그 가운데 멀뚱히 서서 자신을 노려보는 박민규와 시선이 마주친다.
태양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같잖다는 듯이 말이다.
박민규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질끈 쥐었다.
‘건방진 자식.’
스코어도 4대3.
상대는 해트트릭, 자신은 고작 한 골.
평소라면 이 큰 대회에서 한 골만 넣어도 자신을 칭송했을 테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을 거다.
해트트릭을 한 윤태양이 있으니까.
그는 다음 경기에도, 다다음 경기에서도 이와 같은 활약을 하겠지.
박민규는 신경질적으로 잔디를 짓이겼다.
그 가운데 경기가 재개됐다.
뮌헨은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뉴캐슬이 동점골을 넣을까 두려운 듯 몸을 사렸다.
공을 느리게 전개하며 시간을 끌었다.
애초에 정규 시간을 모두 쓰고 남은 건 인저리 타임밖에 없는 상황.
뉴캐슬은 기적을 만들어보려는 듯 최선을 다했지만, 야속하게도 주심은 휘슬과 함께 경기 종료를 알렸다.
“후.”
경기가 끝나자 태양은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경기가 끝나자 마취도 풀린 듯 머리와 다리가 불에 데인 듯 화끈하니 쓰라렸다.
아무래도 땀이 흘러 들어가서 그러리라.
태양은 흐르는 땀을 훔쳐내고 필드 밖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 가운데 누군가가 다가왔다.
“잘하더라, 너.”
박민규였다.
태양은 웃는 낯으로 다가오는 그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이 새끼는 도대체 정체가 뭐야?’
어떻게든 담그려고 지랄발광을 하더니 막상 경기가 끝나니 웃으며 다가와?
혹시, 경기가 시작되면 승부욕에 쉽게 흥분하고 거칠어지는 타입인가?
필드 안에서와 밖에서 성격이 다른 사람을 여럿 봐온 태양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가만.
태양은 그의 눈이 웃지 않는 걸 포착했다.
저 웃음은 가짜 웃음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위선을 달고 사는 양반이군.
태양은 그와 마찬가지로 가짜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가 내민 손을 마주잡았다.
“제가 좀 잘하긴 하죠.”
“음? 아, 머리에 이상이라도 있는 건 아니지?”
“머리에 구멍을 내주신 덕분에 피가 돌아서 정신 바짝 차리고 해트트릭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그러면 좀 더 큰 구멍을 내줬어야 하는데, 아쉽게 됐네.”
서로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아니죠, 다음 경기에선 제가 선배님 머리에 내드릴게요. 혹시 모르죠, 저처럼 해트트릭할지. 아, 해트트릭 해보신 적 없죠? 유럽에서?”
“…머리가 아니라 입을…….”
찢어버렸어야 하는데, 라고 말할 뻔한 박민규는 흠칫하고 입을 다물었다.
답지 않게 너무 흥분해서 속마음을 그대로 얘기할 뻔했다.
박민규는 표정을 쥐어 짜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아니. 다음 경기에서는 내가 더 많은 골을 넣어보도록 할게. 우리 팀이 8강 가야 하니까.”
그 말에 태양은 그저 웃었다.
저 양반 콧대를 눌러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뮌헨과 2차전이 기대되는 태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