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39)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39화
홈에서 5대0으로 졌다.
뉴캐슬의 굴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알기론 홈에서 5대0으로 진 적이 없다. 적어도 지난 10년 동안은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뉴캐슬 시내는 침울하기 그지없었다.
할아버지들도 펍에 갔다가 금방 왔을 정도였다.
펍에 갔더니 모두 하나같이 우울한 얼굴로 브라운 에일도 아닌 독한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들이켜는 통에 즐겁지가 않다나?
우울한 분위기는 뉴캐슬 시내만 그런 게 아니었다.
클럽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하나같이 우울한 얼굴로 다음 시합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니, 아무리 좀 크게 졌다고 해도 그렇지 다들 왜 이런데?”
내 말에 모두가 나를 바라봤다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시선을 돌린다.
와,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초상집 분위기인가 그건가?
“다음에 이길 생각을 해야지, 한 번 졌다고 다 끝난 거처럼 이럴 거야?”
내 말에 아놀드가 라커룸 바닥에 대자로 누워 버리며 말했다.
“우린 글렀어…….”
“이 아저씨가……?”
새삼 아놀드 멘탈이 소녀 같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 아저씨 멘탈은 알아줘야 한다.
이번 시즌 초반에 가족이 크게 아팠을 때 크게 흔들렸던 건 둘째 치고, 사소한 것, 하다못해 여자친구랑 싸운 것만으로도 의기소침해지는 아저씨였다.
몇 번이나 뚫리고 골을 다섯 개나 먹게 만들었으니, 저 유리 같은 멘탈이 박살 안 나는 게 신기한 일이다.
바닥에 누워 망연한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 지그시 그의 팔을 발로 밟았다.
“끄악! 뭐하는 짓이야?!”
“아, 살아있었어? 죽은 줄.”
나는 아놀드를 지나쳐 센터백보다도 더 기죽어 있는 사람 앞에 섰다.
“뭐야, 왜 그러고 있어.”
“일리뉴… 슬프다.”
일리뉴였다.
밤송이 같은 머리에 우울이라고 써져있는 것 같다.
나는 망설일 것 없이 머리를 툭 하고 내리쳤다.
“아프다. 뭐하냐?!”
“우울이라고 써있길래, 날아가라고.”
“무슨 소리냐? 일리뉴 지금 진지하다. 혼자 있고 싶다.”
아니, 진짜 한국말은 왜 이렇게 는 건데?
영어를 하라고 영어.
“혼자는 개뿔, 이제 훈련해야 하는데 뭘 혼자야, 이 자식아.”
“훈련 전까지. 혼자. 오케이?”
“아나한테 찌질하게 라커룸에서 질질 짜고 있다고 이른다?”
“일리뉴 안 울었다!”
속으로는 존나 우는 거 같은데.
일리뉴를 보고 혀를 끌끌 차며 뒤를 돌아봤다.
이번에 보이는 건 실바였다.
실바는 자기 자리에 앉아서 다리를 꼬고 발을 까딱까딱 흔들면서 선수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마치 이 자식들한테 무슨 말을 해줘야 하지? 이러고 고민하는 것 같다.
아마, 맞겠지.
그럼 나는 뭘 해야할까?
“마사지나 받으러 가자.”
햄스트링이나 얼른 나아야지.
총총, 걸음을 옮기는데 실바가 나를 붙잡았다.
“이봐, 왕자. 내가 아니라 네가 팀 분위기 살릴 궁리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음, 왕이 되면 생각해 볼게요.”
“아니, 인마, 사실상 왕이잖아?”
“왕자는 왕 되기 전에 놀고 싶고 막 그런 거예요!”
“…거, 참.”
왕 되면 얼마나 피곤한데.
그 전에 좀 놀아야지.
책임감 좀 덜어두고.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 * *
레알 마드리드에게 굴욕을 당한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는 아스날을 맞이했다.
프리미어 리그 35라운드 경기였다.
툰들은 지난 경기를 잊기라도 한 듯 선수들을 위해 열심히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하지만…….
[후반 23분! 스코어는 여전히 0대0입니다!]홈으로 쳐들어온 아스날을 상대로 뉴캐슬은 점수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이상한 일도 아니다.
아스날은 프리미어 리그의 빅7 중 하나로 지난 시즌 뉴캐슬에게 밀려나기 전까지만 해도 5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놓친 적이 없는 강팀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스코어만 본다면 말이다.
오늘 경기력 자체만 본다면 뉴캐슬은 최악이었다.
아스날이 점유율을 가져간 채로 경기를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스날은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점수를 못 내는 걸 욕먹어야 할 상황이었다.
뭐, 그렇게 따지면 이렇게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주면서도 실점을 안 내고 있는 뉴캐슬을 용하다고 해야 하나?
-똥과 똥의 대결이네 아주 그냥
-ㅈ노잼
-아스날 뭐하냐 ;;;
-딜런 먼로 오늘 제대로 버로우 타네 ;
-뉴캐슬은 진짜 레알한테 두들겨 맞은 게 충격이 컸나본데
지금 이 시간, 두 팀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양 팀의 팬들도 비난을 아끼지 않은 상황.
답답한 지금 상황에 아르텔리 감독은 윤태양을 바라봤다.
윤태양은 엊그제 간신히 훈련에 복귀했다.
그래도 재발을 우려해 혹시 몰라 벤치에 앉히긴 했지만, 뛰라면 뛸 수 있는 상황이긴 했다.
고민하는데 옆에 수석코치가 말한다.
“첼시가 미들즈브러 4대0으로 앞서고 있답니다.”
“음.”
이 경기를 무승부로 끝내면 2점으로 격차가 좁아진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경기는 리버풀이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리버풀과 경기도 장담할 수 없다.
“태양, 뛸 수 있겠나?”
아르텔리의 물음에 태양은 즉각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연하죠.”
그리 말한 태양은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걸 본 툰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굉장하신 프린스 태양!
뉴캐슬의 넘버 7!
한쪽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해라!
툰들이 일제히 프린스 태양을 부르짖었다.
[아, 윤태양 투입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아, 공이 바깥으로 나가면서 뉴캐슬 곧 바로 선수교체에 들어갑니다.]IN 7
OUT 15
열심히 뛰었던 이젤이 나가고 윤태양이 들어왔다.
필드 안으로 들어선 태양은 선수들을 둘러봤다.
어딘가 답답해 보이는 동료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쯧쯧, 혀를 찬 태양은 자기 자리로 향했다.
그렇게 재개된 경기, 오늘 모처럼 선발로 출전한 반디아가 스로인으로 박스올에게 공을 보냈다.
공을 잡은 박스올은 중앙에 메넨데즈에게 패스했고, 메넨데즈는 공을 앞으로 보내려고 했다.
그 순간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여준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아스날이 일제히 메넨데즈를 압박해 들어간다.
공을 패스하려던 메넨데즈는 순간 주춤했다.
오늘 아스날은 자신의 패스를 아주 효율적으로 방해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다이렉트로 윤태양에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였다.
“그냥 차!!”
태양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망설일 게 뭐 있나.
어떻게든 앞으로 보내면 알아서 해줄 사람이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어차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펑!
메넨데즈의 다리에서 공이 떠나갔다.
쭉 뻗어나간 공은 아스날의 센터백 사이로 뚝 하고 떨어지고 있었다.
그 사이를 태양이 비집고 들어가는 사이, 센터백들은 공을 차지하려고 높이 뛰어올랐다.
그들과 함께 점프하려는 시늉을 하던 태양은 그 자리에 멈춰서 그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들이 공을 머리로 따내는 순간,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향해 달려갔다.
재주는 아스날이 부리고 공은 윤태양이 차지하는 상황.
윤태양은 골대 방향으로 떨어진 공을 가지고 그대로 돌진했다.
그런 태양을 향해 지근거리에 있던 풀백이 사선으로 달려와 태양의 길목을 차단하려 든다.
태양은 풀백이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전에 그의 등 뒤로 파고 들어갔다.
그렇게 남은 건 골키퍼 하나.
아니다.
태양이 달리는 순간 분주하게 달려온 아스날의 미드필더, 로벨라가 태양의 옆에서 어깨를 부딪쳐 온다.
귀를 통해 누군가 달려오는 걸 예상하고 있던 태양은 순간 휘청였지만, 이내 균형을 잡고서 급제동한다.
로벨라가 그런 태양의 급제동에 즉각 반응하지 못하고 몇 걸음 가다가 멈춰설 즈음에, 태양은 로벨라와 조금 떨어져 다시 앞으로 전진했다.
로벨라가 다급하게 다시 따라붙으려 했지만, 자유롭게 달리기 시작한 태양의 속도를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거리를 벌리며 태양은 앞으로 나오는 골키퍼를 바라보더니,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은 반대편 골대 구석을 향해 공을 감아찼다.
골키퍼가 뛰어올라 허리가 뒤로 휠 정도로 쭉 펴며 손을 뻗었지만, 얄궂은 공은 손을 피해 골망을 갈랐다.
와아아아아아!
태양의 득점에 툰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태양은 그런 관중을 둘러보고 묵묵히 골대 안에 구르고 있던 공을 챙겨서 하프라인으로 달려간다.
그러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동료 하나, 하나를 바라봤다.
동료들도 태양을 바라봤다.
태양은 그런 동료를 바라보며 묵묵히 센터 써클 안에 공을 두고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심의 휘슬.
태양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자신이 SNS에서 했던 발언을 지키려는 듯 공을 패스하는 아스날을 상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었다.
남은 시간은 인저리 타임을 고려해도 3분여.
사실상 주심이 언제 휘슬을 불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에서 윤태양은 기어이 아스날의 미드필더 아카이딘이 가지고 있던 공을 가로챘다.
주심은 아스날의 공격이 실패한 걸 확인하고 휘슬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 순간.
태양이 공을 찼다.
골대와 거리는 39m, 센터 써클에서 고작 몇 걸음 더 나아간 위치였다.
그 위치에서 찬 공이 주심이 휘슬을 불기도 전에 매우 빠른 속도로 일직선으로 쭉 뻗어나간다.
2선을 지나 최후방, 센터백 사이를 지나친 공은 그대로 골대를 향한다.
골대에서 많이 앞으로 나와 패스를 주고받으려 했던 골키퍼가 공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 다급하게 뒤로 돌아 달려간다.
하지만 공은 그보다 더 빠르게 골키퍼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 골대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고, 골! 골입니다! 인저리 타임에 유, 윤태양의 두 번째 골이 터집니다!] [맙소사! 첫 번째 골도 원더골 그 자체였는데, 두 번째 골은 그 이상입니다! 푸스카스 상을 받아도 이견이 없을 수준의 어메이징한 골이 터집니다!!!] [시즌 46번째 골!! 윤태양이 오늘 후반 투입 10여 분 만에 프리미어 리그 최다골 경신은 물론이고, 말도 안 되는 원더 골을 보여주며 팀을 승리로 이끕니다!]태양은 또 한 번 선수들을 바라봤다.
경기 내내 답답해하던 동료들은 말도 안 되는 대기록을 세운 17살 소년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와! 이 자식!”
“도대체 축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이 괴물 같은 놈!!”
패배에 의기소침하던 모습도, 오늘 경기 내내 답답해하던 모습도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태양의 두 골에 홀린 듯 열광할 분.
태양은 그런 동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봤지? 나 10분 만에 두 골 쉽게 넣는 사람이야. 레알 마드리드? 5골? 다음 경기에서 다 따라잡는다.”
허풍같이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허풍 같지 않게 느껴지는 말이었다.
‘그래, 태양이라면…….’
‘축구로 증명하는 놈이니깐…….’
‘이길 수도?’
선수들 사이에서 다섯 골을 따라잡아 결승을 가는 기적 같은 상황이 상상되기 시작했다.
그 상상은 오늘 태양이 투입되기 전까지는 도저히 떠올릴 수 없는 상상이었는데 말이다.
“이야, 말로 위로 하고 잡아주는 거 보다 실력으로 보여준다?”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던 실바는 활짝 웃는 필드 위 선수들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지금 뉴캐슬은 리첼라라는 주장이 있지만, 팀의 구심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어린 윤태양이었다.
벌써부터 무거운 책임감을 주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등번호를 물려준데다가 앞으로 계속 태양이 리더로서 팀을 이끌어 주기를 바라는 그의 입장에서는 의기소침한 선수단을 신경 쓰지 않는 태양에게 화합의 중요성을 가르치며 쓴소리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다.
지금 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태양은 귀찮은 백 마디 말 보다 자신의 실력으로 팀에게 믿음을 주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기 때문이다.
“좋아, 이대로 백곰 사냥에 가자고.”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용기를 얻은 건 비단, 선수들뿐만은 아닌 것 같다.
아르텔리 감독이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 손뼉을 부딪치며 열의를 불태운다.
실력으로 팀을 이끄는 리더라.
이건 이것대로 괜찮지 않은가?
그렇게 어두운 분위기를 단숨에 반전시켜 준 귀중한 승점 3점과 함께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레알 마드리드를 향해 전력을 다할 수 있게 됐다.
골 득실차는 무려 5점.
하지만 그 누구도 벌써부터 포기하지 않았다.
태양의 말대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