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43)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43화
[챔피언스 리그 20골, 대기록을 세운 윤태양.]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태양같이 빛난 윤태양.] [챔피언스 리그 한 시즌 최다 해트트릭, 최연소 해트트릭, 최단시간 해트트릭, 기록의 소년 윤태양.] [뉴캐슬 유나이티드, 아쉬운 탈락.] [패배 후 동료들을 위로하는 윤태양(사진)] [베이트호번, 윤태양은 내 인생에서 겪어본 적 없는 유형의 선수였다.] [칼론지, 그가 공을 잡으면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다시는 상대하고 싶지 않은 선수.] [경기장을 찾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쟤가 17살이라고?(사진)] [고개 숙인 디오스(사진)] [마드리디스타에게서 기립박수를 받는 윤태양(사진)]-ㅋㅋㅋㅋ뉴캐슬은 진짜 졌잘싸 아니냐
-1차전에 윤태양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윤태양 지리긴 하더라
-와, 기립박수를 받네 한국인 최초 아니냐?
-한국인 최초를 떠나서 역대 7번째 기립박수여 ㄷ
-레알을 혼자 가지고 노네 ;;; 저게 사람이냐 ;;;
-한 시즌 반짝 하고 끝날 애는 절대 아닌 듯 ;;;
-내가 보기엔 십자인대 한 번 끊어지고 부상 복귀해도 윤태양은 최소 월클일듯 ㄹㅇ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마라 ㅡㅡ 뒤질려고
-와 근데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레알 홈에서 4골은 와 ㄷㄷ
-축태양이 그저 축태양한 것뿐인데 무슨 문제라도?
인터넷 뉴스와 댓글을 보고 나서 나는 핸드폰을 놓았다.
“그러면 뭐하나, 졌는데.”
그래, 졌다.
종합 스코어 단 한 골 차이로 우리는 코앞으로 다가온 결승을 놓치게 됐다.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무엇보다 최선을 다했고 원정에서 그 정도 골을 넣어서 그런지 큰 미련이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결승을 가서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 우리 팀 상황은 좋지 않았으니 말이다.
왜 좋지 않냐고?
부상병동이기 때문이다.
이번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로 많은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그만큼 개 발에 땀나도록 뛰었고, 부상을 당했으면서도 참고 뛰었단 소리다.
당장 린데만은 레알과 경기가 있기 전부터 부상이었고, 여기에 박스올, 무리시, 메넨데즈, 일리뉴가 부상을 당했다.
다행이라면 무리시와 메넨데즈는 2경기 안에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 정도?
차라리 시즌 도중이었으면 다행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제 남은 경기가 세 경기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당장 다음 경기가 리버풀이라는 점이다.
리버풀은 지금 리그 5위로 4위인 아스날과 승점 3점이 뒤져있는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거친 축구를 일삼는 지금의 리버풀은 우리와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기 위해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반대로 우리도 그런 리버풀을 상대로 어떻게든 승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기기 위해서 우리는 영국으로 복귀하고 훈련에 들어간다.
그런데, 샬렛 이 자식 뭐야?
“뭐냐, 그 모습은.”
“내 각오다.”
훈련장으로 출근한 샬렛은 찰랑이던 금발머리는 온데간데없이 스킨헤드를 하고 있었다.
햇빛이 없는데도 머리가 새하얗게 빛나는 것 같았다.
“뭔 각오?”
“내가 오프사이드를 저지르는 바람에 패배하지 않았나. 반성의 의미이자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내 각오지. 이발기를 사서 내가 직접 밀은 머리다. 마지막은 전기면도기와 쉐이빙 크림을 이용했지. 쉐이빙 크림이라는 게 대머리한테…….”
“그만, 거기까지.”
각오를 다진 놈 치고는 말이 너무 많네.
“무슨 강백효도 아니고 뭔…….”
어릴 적 아버지가 즐겨보던 만화책의 주인공을 떠올리는 광경이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자발적 대머리가 되어버린 샬렛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그리고 샬렛은 훈련장의 새로운 태양이 되었다.
모처럼 맑은 날에 햇빛을 받아 땀에 번들거리는 머리가 너무나도 눈이 부셨기 때문이다.
샬렛의 뒤에서 달리던 리첼라는 눈살을 찌푸리며 샬렛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미, 미안!!”
“미안은 얼어죽을! 진짜 대머리도 아닌데 뭔 놈의 머리가 이리 빛나는 거야?!”
그러게, 완전 대머리가 아닌 이상 저렇게 빛날 수가 없을 텐데.
왁스라도 발랐나?
“왜 애한테 뭐라 그래? 그냥 냅둬. 요즘 애들답지 않게 의욕이 넘쳐서 보기 좋구먼.”
실바는 그런 샬렛이 귀엽다는 듯 허허, 웃음을 흘렸다.
뭐지?
나는 실바를 바라봤다.
“뭐? 왜 그리 쳐다봐?”
“아니… 방금 하는 말투가… 느낌이 왠지 우리 할아버지 같아서요.”
“내가? 에이… 무슨.”
“아니, 은퇴가 코앞이라고 노인 코스프레라도 하는 거예요?”
“응? 아니야, 아니야. 자자, 열심히 하자고, 열심히.”
진짜 노인네가 따로 없네.
은퇴가 코앞이어서 해탈이라도 한 건가?
내가 은퇴할 때도 저랬나?
뭐, 심경이 복잡하긴 했지.
“자, 자, 다들 열심히 하고 마사지도 잘 받고 하라고. 다음 상대는 리버풀이니까. 알지? 리버풀 반칙 심한 거?”
누가 보면 본인은 리버풀 경기 안 뛰는 것처럼 말하네.
“아저씨, 아저씨나 조심해야죠. 다음 경기가 마지막 경기가 안 되려면.”
내 말에 눈을 세모로 뜨며 말한다.
“흥, 그놈들 반칙은 눈 감고도 막을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에이…….”
“에이? 야, 봐라. 내가 어떻게 하는지.”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요즘 실바의 무릎 상태가 갈수록 좋지 않아졌거든.
그의 기술은 오히려 전성기 시절 보다 더 뛰어났지만, 저 고질적인 무릎의 통증이 악화되어 모든 장점을 잡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실바! 윤태양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줍니다! 윤태야아아앙! 골!!] [윤태양! 그대로 백힐! 실바가 공 잡고 그대로 슈팅! 골입니다!]그는 리버풀을 상대로 미친 무브먼트를 보여주고 있었다.
설렁설렁 동네 마실 다니듯이 뛰고 있는데 귀신같은 어시스트를 하고 득점까지 한다.
과연… 마흔 살이 되도록 은퇴를 하지 않으면 필드의 요괴가 되는 건가?
심지어 그는 반칙을 당할 때도 연륜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 리버풀의 깊은 태클! 실바 넘어집니다. 부상인가요? 고통에 신음하는데요, 주심, 레드 카드를꺼내 듭니다!]공을 가지고 전진하던 실바가 리버풀 수비수의 거친 태클에 붕 떠서 바닥을 구른다.
알고 보면 그보다 더한 요괴인 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저거 헐리우드 액션이다.
아무리 태클이 깊어도 저렇게 사람이 높이 떠올랐다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심지어 낙법까지 구사할 수는 없다.
태클이 누가 봐도 다분히 반칙성 태클이긴 하지만, 그는 기껏해야 옐로카드 정도로 받을 태클을 레드카드로 바꾸는 마법을 부렸다.
선수가 한 명 빠지게 된 리버풀은 그야말로 동네북이었다.
실바는 두 번째 골을 넣었고, 마지막에는 모든 어그로를 다 끌어놓고 샬렛에게 어시스트를 해줘, 팀의 네 번째 골을 넣게 만들었다.
“오오! 대머리 샬렛이 골을 넣었다!”
샬렛이 득점하자 모두가 달려가 그의 머리를 마구 두드렸다.
이런 건 빠질 수 없지.
나도 냉큼 달려가 샬렛의 머리에 짝 소리가 나도록 머리를 후려쳤다.
새빨간 손자국이 마음에 드는군.
내 골을 무효로 만든 대가다, 이놈아.
[경기 종료됩니다! 뉴캐슬이 리버풀을 상대로 4대1 대승을 거두게 됩니다!]결과적으로 우리는 안필드에서 승리를 가져왔다.
부상병동 탓에 후보 선수들이 대거 기용된 경기 치고는 너무나도 멋진 결과였다.
그나저나 첼시 이놈들도 어지간하면 지지 않는구나.
어떻게든 승점 4점 차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남은 경기는 고작 두 경기.
이제 첼시 입장에서는 경우의 수를 헤아려 보며 제발 우리가 미끄러지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우리가 두 경기 모두 무승부로 끝나거나, 두 경기 모두 지거나.
하지만 첼시도 첼시 팬들도 이미 반쯤은 우승을 포기하고 내려놓은 상태로 보였다.
우리의 남은 상대는 프레스턴과 리즈 유나이티드.
리즈 유나이티드는 몰라도 프레스턴은 리그에서 단 두 번밖에 이기지 못한 채 역대 최저 승점이 아닐까 싶은 승점 14점으로 강등이 확정된 팀이었다.
우리가 이 경기에서 이기면 첼시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우리의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팀 분위기는 벌써부터 우승을 한 것처럼 밝았다.
챔피언스 리그의 패배는 어느새 잊혀지고 우승을 할 수 있다는 기쁨만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게 챔피언스 리그도 리그지만, 우리는 리그 우승을 한 것도 아주 오래전 일이다.
마지막 우승이 아마 1927년인가 그렇지?
100년 하고도 8년이란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못했다.
마지막 우승을 하고 12년 뒤에나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단 소리다.
역사책에서 이런 일이 있었구나 싶었던 것들보다도 더 오래된 거다.
대를 이어온 툰들이나, 구단이나 간절하게 염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우승을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 건 아무래도 이 사람인 것 같다.
나이 마흔이 되어가는 요괴, 마테오 실바 말이다.
“다음 경기에서 이기면 우승인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글쎄… 아직 우승은 아니니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며? 우승도 마찬가지지. 프레스턴 놈들 존나 만만하게 보다가 큰코다치면 어떻게 하냐?”
그 말에 나는 선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우리는 프레스턴으로 간다!!!!”
“이 미친놈아!”
“안필드라서 위 고 투 노리치 따라 해봤는데, 무슨 문제라도?”
“부정 타 인마, 따라할 게 따로있지.”
위 고 노리치.
정확히는 위 고 투 노리치.
리버풀의 전설 스티븐 제라드가 설레발을 친 것처럼 회자되고 있지만, 사실은 방심하지 말라고 선수들에게 당부하던 이야기였다.
그게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한국의 밈이 영국으로 역수입이 된 건지 몰라도-, 이곳 영국에서도 하나의 밈으로 회자되고 있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말이다.
이 말에 실바가 경기를 일으킬 만도 하다.
초창기 무지막지한 돈을 쏟아부으려고 할 때도, 안정적으로 내실을 다져가며 탄탄한 팀을 만들었을 때도 결국 그는 리그 우승은커녕 그 어떤 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한 불운의 선수였으니까.
팀과 별개로 정작 본인은 스페인 국가대표에서도,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전설로 회자될 수준의 선수임에도 말이다.
허허로운 노인네에서 회광반조라도 온 듯이 미친 퍼포먼스를 보여주다 못해 이제는 혹시나 우승을 못할까 초조해하는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영감님, 내가 다리가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골을 쑤셔박고 우승시켜 드릴 테니 너무 걱정 마시죠?”
“너만 믿고 개처럼 뛰면 되냐?”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 앞에 마테오 실바 황금 동상 세워 드리겠슴다.”
그 말에 실바가 그제야 웃음을 짓는다.
“허허, 그래, 참으로 효심이 깊은 왕자로구나.”
“효심이라뇨. 영감님은 왕이 아닙니다만? 미스터 툰이죠.”
“미스터 툰이나 왕이나 그게 그거지.”
“아니죠. 뉴캐슬 최초의 왕은 제가 할 거예요.”
“…언제는 왕 귀찮다며.”
“그래도 왕 소리 들으면 좋잖아요. 그러니까 왕인 것처럼 굴지 말라고요. 은퇴해도 황금 동상에 미스터 툰이라 적을 거지, 킹 실바라고 적지는 않을 거임.”
“그걸 니가 정하냐?”
음…….
“글쎄요, 그래도 내가 최초의 왕이 되고 싶다 하면 팬들이나 구단이나 그렇게 하자고 하지 않을까요?”
“…은퇴하는 사람 서럽게도 하는구나.”
나나 실바나 동시에 낄낄 웃음을 터뜨렸다.
한편으로는 뭔가 아쉽네.
동네 아저씨 같아 보여도 알게 모르게 많이 의지했던 모양이다.
팀에게서나 그리고 나에게서나 든든한 버팀목과 같았던 거인의 은퇴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괜히 마음이 헛헛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