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3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32화
여전히 한일전만 열리면 열광한다고 하지만, 세대가 젊을수록 한일전에 대한 감정은 많이 흐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태양의 두 분 할아버지는 절대 그럴 수가 없었다.
6.25 전쟁 이후 60년대 중반에 태어난 두 사람은 한참 일본을 향한 감정이 많이 좋지 않을 당시에 젊은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다른 가족들은 결승전이나 와서 본다고 했지만, 두 분 할아버지는 일찍이 와서 4강전을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으셨다.
“영감님! 저기 킹이 있습니다!”
“으응? 어디? 그랴, 저기 있네. 사돈 보고 있는 겨? 저기 우리 장손!”
“그러네! 이야, 누구들 자손인지 몰라도 잘생겼네, 그려.”
“이이, 잘생겼구먼. 껄껄.”
할아버지들은 두 분이서만 온 게 아니었다. 손주에게 부탁해서 매일 같이 브라운에일을 제공하는 펍의 주인 피터와 정육점 주인 잭, 낚시가게 주인인 벨링험과 함께 왔다.
태양이 입장에서 세 사람을 같이 오게 하는 건 푼돈에 불과했고, 여러모로 신세를 졌던 사람들인지라 흔쾌히 그들을 초청했다.
세 사람은 들뜬 얼굴로 할아버지들과 태양을 바라봤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닛폰!
짝짝짝!
닛폰!
짝짝짝!
그 가운데 양국의 팬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와아아아!
그리고 들어오는 선수들.
각자 붉은 유니폼과 푸른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는 한일, 양국의 선수들을 바라보며 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야말로 운명의 대결입니다! 한국과 일본, 결승을 향한 외나무다리에서 이렇게 만납니다!] [우리 대한민국도 대단하긴 하지만, 일본도 대단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세대를 가릴 거 없이 모든 국제대회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고 있어요.]-유의미한 결과를 내면 뭐함? ㅋㅋㅋㅋㅋ 윤태양 같은 애들 하나 안 나오는데 ㅋㅋㅋ
-일본은 진짜 ㅋㅋㅋ 나카타 히데토시 이후로 큰물에서 노는 애를 못 본 것 같음 ㅋ
-나카타 ㄷㄷ 아재요… 서요?
-나카타가 왜
-카가와 신지까지는 ㅇㅈ 아님?
-아, 카가와도 있지
-나카타 히데토시->카가와 신지->쿠보->타케히토->일본삼보 ㅋㅋ 일본은 이 계보임 ㅋㅋ
-이렇게 보니 진짜 뭔가 터질 것 같다가 아쉽게 끝나긴 하네 일본 ㅋㅋㅋ
-박지송->손홍민->이강안->박민규->윤태양 ㅋㅋㅋ ㅅㅂ 우리나라는 도대체 어떻게 된 나라냐?
-분명 인프라도 인재풀도 일본 보다 좁은데 막상 최고는 항상 우리나라에서 나옴 ㅋ
-하다하다 이제는 발롱도르 위너까지 나옴
-솔직히 20년 전에만 해도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이 나올 줄도 몰랐음 ㅋㅋ
-이러니 ㅅㅂ 내가 국뽕을 못 끊지
-ㄹㅇ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ㅋㅋㅋ
[경기 시작 전 오늘의 선발 라인업 보고 가시겠습니다!] [먼저 우리 대한민국입니다!]방성환/윤태양/이성호
이현석/노영근/한민호
윤진용/배상현/이진형/이지훈
신호성
후루카와
이케다/타케히토/나카모토
타무라/사이토
이치고/나카지마/후쿠이치/호소카와
모리
[이상입니다.] [일본팀에서 주의해야 할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역시 이 선수, 타케히토가 있습니다. 현재 스포르팅에서 뛰고 있긴 하지만, 두 시즌 전에만 해도 프리미어 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입니다. 그리고 일본삼보로 불리는 세 선수가 있겠죠?]레알 마드리드, 맨시티 등에 있던 일본 삼보들은 결국 본인들이 있던 팀에서 데뷔하지 못하고 임대나 이적을 떠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이들의 실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임대나 이적을 떠난 팀이 빅리그이거나 빅클럽은 아니지만, 그곳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해설들이나 팬들이나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윤태양도 있고, 도르트문트에서 잘 크고 있는 이성호와 쾰른에서 주전으로 뛰는 이현석, 아인트라흐트에서 포백 라인의 한 자리를 차지한 배상현이 있었으니까.
어느새 일본삼보 정도는 우습게 보일 정도로 상황이 역전된 거다.
경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일본은 거북이처럼 잔뜩 웅크렸다.
텐백이라고 욕먹어도 좋으니 수비적으로 운영하며 기회를 노리겠다는 노림수가 보였다.
“하.”
태양은 비웃음을 머금었다.
솔직히 말해서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흔하게 겪는 일이었다.
하물며 일본, 그것도 U-23이 텐백?
태양은 공을 가지고 그들이 뒤로 물러날 때까지 전진패스를 주도하다가 어느 순간 뻥! 하고 강하게 오른발로 슈팅했다.
공중으로 솟아오르던 공이 순간 흔들리더니 아래로 떨어져 골대를 향하기 시작한다.
이를 본 일본의 키퍼 모리가 긴장한 얼굴로 공을 바라보며 대기하는 순간, 공이 한 번 더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골대 앞에서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뚝 하고 떨어졌다.
모리는 놀라서 몸을 날렸지만, 불규칙한 움직임으로 떨어진 공은 모리의 손을 멀찍이 피해 골대 안으로 쑤셔박혔다.
와아아아아!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순식간에 한국 팬들의 응원과 함성이 울려 퍼진다.
일본은 시작부터 터져 나온 말도 안 되는 골에 선수는 물론이고 일본 국민들까지 어이없는 시선으로 태양을 바라봤다.
그 가운데 태양은 골대까지 달려가 공을 챙겨서 하프라인으로 달려갔다.
[앞서는 상황에서도 서둘러 공을 챙겨 하프라인으로 가는 이유가 뭘까요?] [글쎄요,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그가 이 한일전에 진심이라는 겁니다!]태양의 재촉으로 재개된 경기, 일본은 공을 돌리며 조심스럽게 빌드업을 준비했다.
일본의 빌드업은 아시아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도 그럴 게 월드컵에서 항상 16강 진출이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계속해서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놈의 유의미.
태양은 그 모든 게 무의미하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
아무리 오랜 시간 철학을 가지고 갈고닦은 전술이라도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재능을 가진 선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 태양이 공 가로챕니다!]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태양의 눈에는 그들의 패스워크가 훤히 보이는 것만 같았다.
손쉽게 공을 차지한 태양은 눈앞에 수비라인을 향해 그대로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생각이었는지 나카지마가 허겁지겁 그에게 달려들었다.
22세, 세레소 오사카 소속의 선수인 그는 어린 나이임에도 세레소 오사카에서 든든한 수비를 보여주며 과거 일본 전국시대 당시 명장으로 불리던 사나다 유키무라가 오사카에 세웠던 방어 요새 사나다마루에 빗대어 나카지마루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사랑받는 센터백이었다.
일찍이 일본 국가대표로도 불려갈 정도의 실력자인 그였지만, 태양의 눈에는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이에야스에게 사나다 유키무라와 함께 스러진 사나다마루처럼 나카지마루는 윤태양에게 너무나도 손쉽게 무너져 내렸다.
화려한 개인기도 필요 없었다.
그저 그의 다리를 피하며 그의 신체 균형을 단숨에 무너뜨리고 그 틈에 유유히 옆으로 지나쳤을 뿐이었다.
순식간에 남은 것은 골대를 지키는 모리뿐이었다.
모리는 뚫릴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진즉에 간격을 좁히며 달려왔지만, 태양은 침착하게 왼발로 공을 툭 하고 차올렸다.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공이 모리의 머리 위를 훌쩍 넘겨 골라인을 넘어서 떨어진다.
환상적인 로빙슛.
선제골을 넣은 지 불과 16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제 겨우 1분 남짓 지난 시간인데 윤태양 선수가 두 번째 골을 넣네요!] [아, 일본이 이렇게 무력한 팀이었나요? 새삼스럽게 태양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느껴지는 순간입니다.]두 골을 넣었는데도 태양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또다시 골대로 가서 공을 챙기고는 하프라인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이 일본 선수들에게는 압박으로 다가왔다.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든 계속 골을 넣겠다는 무언의 시위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랬다.
태양이 골대에서 공을 챙겨 하프라인으로 달려가는 행동은 평소에는 상대를 도발해서 흥분하게 만들려고 하는 행위였지만, 오늘은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다시 킥오프! 2대0인 상태로 경기가 재개됩니다. 남은 시간은 대략 89분 정도 남아있습니다.]-ㅋㅋㅋㅋ89분 ㅋㅋㅋ 이 정도면 그냥 2대0으로 경기 시작한 거 아니냐?
-ㅋㅋㅋㅋ 그냥 2대0으로 졌다하고 몰수패 하자 일본아
-그래 아직 늦지 않았다 그냥 몰수패 당해
-축구는 기권 없음? ㅋㅋㅋ
경기가 재개되는 사이,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한국은 축제의 분위기였다.
그 가운데 시작부터 기세가 완전히 눌린 일본은 조심스럽게 공을 돌리고 소극적으로 나섰다.
그런 그들 사이로 태양이 움직이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키듯 허겁지겁 태양에게서 공을 멀리 돌리기 바빴다.
하지만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태양이 일본의 진영을 흔드는 사이 그의 동료들이 마냥 노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시작부터 부지런히 올라가 일본을 압박하고 있었다.
태양이 흔들고 동료들이 압박하니 일본은 그들 특유의 플레이를 할 수가 없었다.
[이현석! 공 빼앗습니다! 그대로 측면 라인을 타고 질주합니다!]이현석이 공을 잡고 질주하자 선수들이 일제히 최전방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현석은 골대 쪽을 흘끔 바라보고 얼리 크로스를 보냈다.
사선으로 날카롭게 뻗어나간 공을 향해 방성환과 이성호, 윤태양이 달려들었다.
일본 선수들이 방성환에게 둘이나 붙는다.
일찍이 방성환은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서 헤딩만으로 J리그 팀을 격파한 전적이 있어 J리그 이적설까지 날 정도였으니 그럴 만했다.
도르트문트의 이성호도 무시할 선수는 아니기에 한 명이 붙었다.
아니, 일본의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이 다들 떨어지는 공을 바라보며 뭉쳐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서히 다가오는 공, 그리고 그 공을 향해 타이밍에 맞춰 양국의 선수들이 뛰어올랐다.
그중에 가장 높이 뛰어오른 건 다름 아닌…….
[윤태양!!!]윤태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헤딩을 할 일이 별로 없어 간과하고 있었지만, 태양의 서전트 점프는 굉장히 높았다.
높이 떠오른 태양은 슬쩍 머리를 들이대 공의 경로를 바꾸는 것만으로 골키퍼를 피해 골대 안으로 공이 들어가게 만들었다.
전반 2분 49초.
[해, 해트트릭! 해트트릭입니다!] [윤태양 선수가 일본을 상대로 불과 2분여 만에 해트트릭을 만들어냅니다!] [단언컨데 올림픽 최단시간 해트트릭 기록입니다!] [제가 알기론 국제 경기에서도 최단 시간 해트트릭 기록일 겁니다.]-미쳤다 진짜;;;
-일본 아직 늦지 않았다 얼른 gg 쳐 ;;;;
-윤태양 진짜 일본 ㅈㄴ 싫어하는 듯 ;;;
-그래 이거지 한일전에서 이 정도 퍼포먼스는 보여줘야지
-요즘 한일전만 하면 뭔가 긴장도 안 하고 열의도 없는 애들이 두들겨 맞는 거만 보다가 오늘 윤태양이 하는 거 보니 속이 시원해지네
-주상전하 저기… 탄산이 너무 과합니다 ;;;;
-태양아 묻고 더블로 가자!!!!
-ㄹㅇ 이 기세라면 골 더 넣을 수 있을 듯 ;;
-포스 보소 ;;;
-ㅅㅂ 소설 써도 될 듯 ‘필드 위에 충무공’ ㅋㅋㅋ
-윤태양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
해트트릭을 넣은 윤태양은 아까 자신과 약속을 했던 팬들에게 달려가며 자신의 가슴에 달린 태극기를 두들기고 입을 맞췄다.
한일전.
경기는 인저리 타임을 제외하고도 아직 87분이나 남아있었다.